소설리스트

The Answer-90화 (9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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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졌다. 토튼햄도 첼시에게 졌지. 덕분에 우리는 5위를 유지하며 4위 아스날과의 격차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33라운드와 34라운드에서 연승을 거두며 5위를 확보, 거기에 아스날이 승점을 쌓는데 실패하며 5위 리버풀과의 차이가 승점 2점차로 줄어들었다. 35라운드에서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리버풀과 아스날 모두 패배하며 승점 추가에 실패했고 남은 3라운드에서 챔피언스 리그 진출 티켓의 주인이 결정될 예정이었다.

[남은 라운드 수가 적지만 우리에게 무조건 불리한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아스날보다 골 득실에서 상당히 많이 앞서고 있다. 그말은 승점만 따라 잡는다면 우리가 4위를 기록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지.]

달글리시는 지난 패전 이후 조금은 기세가 꺾인 팀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해 희망적인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사실 팀을 맡은 시점에서 리버풀의 순위는 12위였고 넉달 정도가 지난 현재 5위, 무려 7계단이나 상승한 성적이었다. 13경기에서 30점이란 승점을 챙겼고 만약 이런 페이스를 시즌 내내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90점에 육박하는 승점이 나온다. 이정도 승점이라면 웬만한 시즌의 우승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할 만한 수준이었으니 1월 이후 리버풀은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야기해도 좋았다.

만약 현재 리버풀의 순위가 4위 안쪽을 노리기 힘들었다면 달글리시도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4위까지 주어지는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받느냐 못받느냐의 차이는 단순히 순위 1계단의 차이로 설명할 수 없는 큰 부분이었다. 명예와 실리 모든 면에서 챔피언스 리그 진출팀과 그 이하의 팀 사이의 차이는 극명했다.

[우리는 풀햄 원정을 시작으로 토튼햄과의 홈경기, 그리고 아스톤 빌라와의 원정경기가 남았다. 아스날은 스토크 시티 원정, 아스톤 빌라와의 원정, 그리고 풀햄과의 원정 경기가 남았지. 그러고보니 아스톤 빌라와 풀햄은 우리와 아스날 녀석들을 모두 만나는 군. 어찌보면 그녀석들이 챔피언스 리그 진출팀을 결정할 권한을 쥔 셈인가?]

선수들은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예 틀린 말도 아닌 것이 똑같이 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2경기가 같은 팀이라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남은 일정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토튼햄이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다고는 하지만 아스날 녀석들은 모든 경기가 원정이야. 그렇다면 크게 다른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아스날 녀석들의 결과가 아니다. 우리는 남은 경기에서 승점을 모두 챙겨야 해.]

자력으로는 이미 4위 달성은 물건너 갔다. 리버풀이 3연승을 거둔다는 전제하에 아스날이 3경기 중에서 무승부 한번은 기록해주어야 4위를 차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즉 리버풀에게는 지금 시점에서 패배는 물론이고 무승부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지난 35라운드의 패배가 너무도 뼈아프게 다가왔다. 만약 그 경기를 잡았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패한 아스날을 밀어내고 4위를 차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기적을 바라는 것은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해야한다. 아스날이 미끄러지길 바라는 것은 그 다음 이야기지. 알겠나. 지난 경기와 같은 경기력은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을거다. 너희들은 충분히 챔피언스 리그에 나갈 만한 클래스를 가지고 있어.]

[데이빗, 훈련이 끝나고 혹시 바쁜 일이 있나?]

새미 리 코치가 다가와 묻는 말에 데이빗은 고개를 갸웃하며 절레 절레 흔들었다.

[아뇨. 딱히 바쁜 일은 없습니다만.]

[그래? 너에게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리버풀에코에서 나왔다고 하더군. 그쪽은 우리 클럽하고 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승락하는 것도 괜찮다고 보는데 피곤하거나 일이 있으면 거절해도 좋아.]

[괜찮습니다. 딱히 일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알겠다. 그럼 그렇게 말해 두도록 하지. 훈련이 끝나면 직원이 와서 얘기해줄거야.]

[인기가 좋네.]

[놀리지 말아요. 캐라.]

[정말이라니까. 페르난도 녀석이 있을때는 그녀석이 인터뷰 넘버 원이었다고. 물론 마지막에는 본인이 피한것도 있지만 어쨌든 요즘엔 니가 넘버 원이란 말이지.]

그러면서 나도 좋을 때가 있었지-라고 이야기 하는 폼이 영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캐라도 인터뷰 종종 하잖아요.]

[그래. 말 그대로 종종이지. 아니 요즘은 가끔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리겠어. 인터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까먹을 지경이란 말이야. 리버풀에서 인터뷰를 가장 많이 하는 우리 데이빗 씨에게 언론에 대처하는 요령을 좀 배웠으면 하는 바램이네.]

[......]

황당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는 데이빗, 캐러거는 낄낄 웃으며 그런 데이빗의 머리를 헝클어 뜨렸고 데이빗은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며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귀여운 녀석 같으니. 어쨌든 잘 하고 오라고. 아아 인기가 식어버린 나는 나보다 인기 없는 디르크 녀석한테나 가봐야 겠다.]

[나는 왜 끌어 들이는 거야 캐라!]

재주도 좋게 캐러거의 말을 들었는지 좀 떨어진 곳에서 디르크가 인상을 쓰며 으르렁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캐러거는 넉살좋게 뭐라뭐라 얼버무리며 카윗에게 다가갔고 데이빗은 한숨을 쉬며 픽 웃고 말았다.

[반갑습니다. 제이미 스튜어트라고 합니다. 리버풀에코에서 스포츠, 그중에서도 리버풀FC를 전담하고 있죠.]

트레이닝 센터 내에 있는 인터뷰 룸에서 기자와 마주한 데이빗, 리버풀에코와는 그동안 몇차례 인터뷰를 했었던 기억이 있었다.

[반갑습니다. 데이빗 장입니다. 그런데 예전에 리버풀에코에서 취재하러 오셨던 분은 아니시군요.]

[아, 에드윈 씨를 말하는 거라면 그렇습니다. 에드윈 씨는 얼마전 부서를 옮기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에드윈 씨의 후임을 맡게 된 것이구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정중하게 악수를 청하는 제이미 스튜어트의 모습에 데이빗도 공손한 태도로 손을 맞잡아 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먼저 몸은 이제 괜찮으신 겁니까? 큰 부상은 아니라고 구단에서 발표했습니다만 데이빗 선수의 몸 상태를 걱정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문제 없어요. 사실 저는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다만 구단에서 무리하게 뛰면 악화될 우려가 있으니 배려해준 것 뿐입니다. 지금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렇군요. 데이빗 선수의 부상소식에 많은 리버풀 팬들이 걱정하고 또 지난 경기에서 데이빗 선수의 빈자리가 두드려졌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 그래, 이 질문은 100% 물어볼 거라 생각했지.'

속으로 쓰게 웃은 데이빗은(물론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난 경기 우리는 좋지 못한 결과를 받아 들었어요. 하지만 그게 저의 빈자리 때문이라는 것은 말도 안되요. 시즌을 치르다 보면 종종 마음먹은대로 플레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 팀에게 지난 경기가 그런 날이었을 뿐입니다. 우리 팀에 문제는 없어요.]

단호한 데이빗의 말에 호오 하는 감탄을 흘리며 노트북 자판을 빠르게 두드리는 스튜어트 기자였다. 아마 리버풀에코라는 언론이 조금 자극적인 기사를 싣는 곳이었다면 이부분을 좀 더 물고 늘어졌을테지만 스튜어트는 그러지 않았다.

[그렇군요. 그럼 팀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떠나서 데이빗 장 선수의 개인에 대한 질문을 하겠습니다. 이번 시즌, 잉글랜드에서 가장 핫하고 센세이셔널한 플레이어를 꼽으라면 첫 손에 꼽히는 선수가 바로 데이빗 선수인데요, 기록도 굉장하군요! 16경기 출장에 18골 6어시스트입니다. 이런 활약을 이어나갈수 있게된 원동력이라면 무엇이 있었나요?]

자신의 개인 성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살짝 멋적은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마음은 편한 데이빗이었다.

[가장 먼저 좋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다른 팀에 있었다면 이런 기록을 내지 못했을 겁니다. 캡틴은 언제나 저에게 완벽한 패스를 보내주죠. 레이바는 수비가 부족한 제가 언제나 공격에 전념할 수 있게 뒤를 완벽히 지켜줘요. 루이스와의 호흡은 언제나 즐거움 그 자체입니다. 물론 다른 모든 선수들이 저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에요.]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살짝 목을 축인 데이빗,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감독님은 저를 언제나 믿어준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제가 실수를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도전하라고 말하죠. 감독님은 언제나 저에게 결과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요.저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지금 좋은 폼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로 어느 것 하나를 이야기 할 수가 없어요. 리버풀이란 클럽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저를 도와주고 제가 좋은 활약을 할 수 있게 뒷받침 해주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인터뷰 요령을 참 잘 배웠군. 립 서비스가 아니라면 정말 멘탈이 잘 잡힌 친구겠지만 말야.'

모범생과 같은 데이빗의 답변에 스튜어트는 미소를 지으며 자판을 두드렸다.

[현재 리그에서 18골을 득점하며 득점 랭킹 3위에 올라 있습니다. 공동 1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선수와 맨체스터 시티의 카를로스 테베즈 선수입니다. 19골씩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이제 남은 경기는 3경기입니다. 데이빗 선수의 득점 페이스라면 뒤집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여지는데 득점왕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요?]

'득점왕이라...'

아예 욕심이 없다고 이야기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주변에서도 은근히 데이빗에게 '네가 득점왕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 이야기하곤 했으니 말이다.

[욕심이 안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득점왕은 선수 개인에게 정말 명예로운 상입니다. 무엇보다도 리버풀에서 득점왕을 배출한 지가 너무 오랜시간이 흘렀어요. 제가 득점왕에 오른다면 정말 믿을수 없는 일이 될거에요. 하지만 그보다는 팀이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는 것이 먼저입니다. 만약 제가 득점을 하지 못하는 대신 팀이 이겨서 챔피언스 리그에 나갈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그것을 택할 겁니다.]

'이녀석, 진짜 인터뷰 스킬에 대한 강의라도 받은 것 아냐?'

어쩌면 이렇게 리버풀 팬들의 마음에 쏙 들만한 대답만 골라서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내심 웃고 말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스튜어트 본인도 리버풀FC의 팬이었기에 데이빗의 이런 모습이 기분 좋았다.

[팀 성적을 우선시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데이빗 선수가 두가지 목표를 모두 이룰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산술적인 페이스만 놓고 보면 데이빗 선수의 득점왕 가능성이 낮은 편이 아닙니다. 지금 19골로 공동 1위인 베르바토프 선수와 테베즈 선수는 각각 30경기, 28경기를 뛰었습니다. 데이빗 선수는 16경기에서 18골을 넣었구요. 세 선수가 모두 남은 경기를 뛴다고 가정하고 계산해보면 세 선수 모두 21골 정도를 기록하게 됩니다. 물론 데이빗 선수가 소수점까지 계산하면 가장 앞서 있습니다.]

'기자들은 참 숫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생각한 데이빗이 살짝 웃음을 흘렸다.

[그동안 득점페이스가 좋았다고 앞으로도 좋을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산술적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는 게 바로 축구라고 생각해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팀의 승리가 우선입니다. 제 개인 기록은 차후의 문제일 뿐이죠.]

'득점왕이라...'

시즌 막바지에 자신이 득점왕 경쟁을 하고 있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경기가 잘 풀려왔고 운도 좋았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욕심을 내고픈 생각도 안드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신경은 쓰이되 크게 개의치 않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기도 했다.

[그렇군요. 사실 며칠전 발표된 PFA 올해의 선수와 올해의 영플레이어에서 데이빗 선수가 영플레이어 부문에서도 선정되지 못한 것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아스날의 잭 윌셔 선수가 이 상을 수상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의 질문에 난감한 듯 살짝 뺨을 긁는 데이빗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보다 주변에서 더 아쉬워하고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흥분하곤 했기에 딱히 할말이 없었다. 가장 아쉬워 한 것은 의외로 달글리시 감독이었는데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PFA 선수 시상에 의문을 표할 것이 분명하다. 잭 윌셔는 훌륭한 선수다. 하지만 나는 데이빗 장이 올해의 영플레이어에 조차 선정되지 못한 것이 큰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데이빗 장 보다 센세이셔널한 시즌을 보낸 선수가 또 있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그는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도 할 말 없을 만한 시즌을 보냈다.'

[잭 윌셔는 상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데뷔 시즌에 최종 후보에 들어간 것만 해도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저보다 더 많은 경기를 소화했고 클럽에 헌신했어요. 다음 시즌에 제가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좋은 모습을 이어나간다면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몇가지의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대답한 데이빗, 꽤 긴 시간이 할애된 인터뷰였으나 아직도 물을 것이 많이 남아 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서는 스튜어트의 표정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구단에서 할애한 시간 이상으로 선수를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깔끔히 접고 일어나 데이빗과 작별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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