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75화 (7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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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아아!!

데이빗! 오늘 끝내줬다고!

네가 최고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경기가 끝나고 다시 한번 MOM에 선정된 데이빗은 달글리시 감독과 함께 인터뷰를 위해 믹스트 존을 찾았다. 리버풀의 믹스트 존은 건물 외부에 있었기에 팬들의 통제가 쉽지 않았다. 물론 진행요원들이 인터뷰 도중 팬들의 난입을 막기 위해 통제에 나서고 있었지만 경험 많은 팬들은 진행 요원의 눈치를 살피며 은근 슬쩍 들어오는 것이 현실이었고 데이빗은 이런 분위기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밖에서 자신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아직도 들렸기에 한층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할 수 있었다. 기자들의 질문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달글리시 감독에게 먼저 향했다.

[먼저 오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달글리시 감독님.]

[감사합니다.]

의례히 꺼내는 말이었지만 들어서 기분 나쁠 것도 없었기에 대답하는 달글리시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승리한 날에 하는 인터뷰는 언제나 즐거웠다.

[오늘 리그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를 치렀습니다. 많은 이들이 쉽지 않은 승부를 예상했습니다만 오늘 3:0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오늘 맨유 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을 말씀해 주십시오.]

[맨유와의 경기는 언제나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이길만한 경기력을 보였고 선수들은 승리를 갈망했습니다. 선수들 전원이 자신의 몫을 완벽히 수행했고 보다 더 공격적으로 나섰기에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승리로 감독을 맡은 이후 7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즌의 목표를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아직도 적지 않은 라운드가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 좋은 흐름을 이어나갈 것이고 최종 순위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음 시즌, 우리 리버풀은 챔피언스 리그에 나갈 것이고 그러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인 선수라면 역시 해트트릭을 기록한 데이빗 장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활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듣고 싶습니다.]

데이빗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옆에 같이 있던 데이빗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달글리시 감독이 입을 열었다.

[데이빗은 아주 놀라운 선수입니다. 우리 팀에서 가장 먼저 훈련장에 나오는 선수는 바로 데이빗이에요. 언제나 발전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고 더 많은 결과를 끈임없이 원하고 있죠. 그가 해트트릭했다는 사실은 기쁘지만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에요. 데이빗은 어느 팀을 상대한다고 해도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니까요.]

데이빗은 감독이 바로 옆에서 대놓고 칭찬을 하자 조금 민망했는지 뺨을 긁적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오늘 후반 22분, 데이빗 장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후 곧바로 교체를 지시하셨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그는 많은 경기를 소화했어요. 남은 시즌을 건강히 치르기 위해서 우리는 그를 쉬게 해줘야 할 필요를 느꼈어요.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진들이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를 계속 그라운드에 두었다가는 발목이 부러져서 나올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어요.]

[데이빗에게 거친 태클을 가한 존 오셔의 플레이를 염두에 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상황에서 심판은 그에게 옐로우 카드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데이빗이 멋진 프리킥 골을 성공시켰구요. 심판의 판정에 불만은 없었습니까?]

존 오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달글리시 감독은 조금 안색을 굳히며 말을 꺼냈다.

[나는 그 장면에서 심판이 옐로우 카드로 끝낸 것은 지나치게 약한 처벌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 선수들은 계속 거친 태클을 주저하지 않았고 심판은 이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어요. 그리고 존 오셔의 태클은 완전히 발을 노리고 들어갔습니다. 당연히 심판은 붉은 색 카드를 꺼내야 했어요.]

이후 몇 가지 질문을 더 소화한 달글리시 감독에 대한 인터뷰가 끝나고 마이크는 데이빗에게 넘어왔다. 그가 마이크를 받자 은근 슬쩍 믹스트 존으로 들어온 한 열혈 팬이 크게 환호성을 질렀고 결국 보안요원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내보내 졌다. 데이빗은 그 장면을 보고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팬들의 사랑이 엄청나군요 데이빗 선수. 오늘 경기의 수훈 선수로 선정된 것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가벼운 시작, 데이빗도 이제 인터뷰 경력이 조금씩 쌓인 시점이었기에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오늘 첫 골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하파엘 선수와 나니 선수의 사이를 뚫어 내고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기록했는데요, 그 이후 세레모니가 아주 의미심장했습니다. 평소와 달리 손가락 하나를 펴서 높게 들었는데요, 그때부터 해트트릭을 노린 겁니까?]

기자의 질문에 조금은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데이빗이 입을 열었다.

[해트트릭을 노린 건 아니에요. 하지만 한 골에 멈출 생각은 없었어요. 더 많은 골을 원했고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어요.]

[현재 7경기 연속으로 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시즌을 통 틀어 11경기에 출장하여 13골 5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팀 내 득점 1위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리그 득점 순위에서도 4위에 올랐는데요. 일정의 절반도 소화하지 않았음에도 엄청난 득점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혹시 득점왕 경쟁에 대한 욕심은 있습니까?]

기자의 질문에 내심 '내가 언제 이렇게 많이 넣었지?' 라고 중얼거린 데이빗이었다.

[생각보다 순위가 높아서 좀 놀랐습니다. 득점왕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아마 오늘 듣지 못했다면 정말 몰랐을거에요. 득점왕은 명예로운 상이고 만약 수상하게 된다면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될거에요. 하지만 욕심내지는 않을 겁니다. 그보다는 누가 골을 넣든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해요. 우리는 반드시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야 하니까요.]

그 말에 아직 눈치를 보며 믹스트 존에 남아 있던 몇몇 팬들이 조그만 환호를 보냈다. 그들로서는 어린 선수의 멘탈이 잘 잡혀 있다는 사실이 기뻤고(설령 립서비스라고 해도)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팀의 성적을 우선할 줄 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현재 남은 경기는 9경기입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데이빗 선수가 남은 9경기를 모두 뛰어서 총 20경기를 치렀을 때 23~24골을 기록하게 됩니다. 현재 득점 1위인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선수가 23경기에 출장하여 16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남은 경기를 전부 출장할 경우 산술적으로는 22~23골을 기록하게 됩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수치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의 긴 질문에 데이빗은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계산이 굉장히 빠르시네요. 그거 정확히 계산하신 것 맞죠?]

데이빗의 장난스러운 질문에 믹스트 존에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질문을 한 기자도 웃으며 '계산기가 고장나지 않았다면 틀림 없을 겁니다. 저는 수학을 못하지만 계산기는 저의 아주 좋은 친구죠!' 라고 재치있게 대답했다.

[그렇군요. 사실 매 경기 골을 넣고 싶은 욕심은 당연히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일은 제가 골을 넣으면서 팀이 이기는 거겠죠. 지금은 정말 환상적이에요. 저 스스로도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니까요. 좋은 페이스를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지만 언제나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 것이 축구라고 생각해요.]

데이빗이 말을 마치자 또 한명의 팬이 '데이빗 넌 득점왕이 될거야!' 라고 소리쳤고 좀전에 끌려나갔던 이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 퇴장했다. 데이빗은 '꼭 연행해가는 것 같네요. 저분들 괜찮은 거겠죠?' 라고 물어보았고 기자들은 웃으며 당연히 별일 없을 것이다 라고 대답해 주었다.

[데이빗 선수가 기록한 두번 째 골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수비수 두명의 다리 사이를 공략하여 제쳐냈고 심지어 골키퍼까지 비슷한 일을 당했습니다. 일부러 노린 플레이인 것인지 궁금하군요.]

기자의 질문에 데이빗은 조금은 멋적은, 그리고 조금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부러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에요. 다만 저는 그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공을 전진시킬 방법을 찾았을 뿐이고 그때 우연히 수비수들의 다리 사이가 크게 보였던 것 뿐이에요. 하지만 그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더군요.]

다시 한번 짤막한 웃음이 믹스트 존을 맴돌았다. 속칭 알까기를 당하고 좋아할 수비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마치 모르는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말하는 데이빗이 재밌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군요. 마지막 해트트릭 장면에서는 사실 누구나 스티븐 제라드 선수가 킥을 준비할 거라 예상했습니다. 의외로 데이빗 선수가 킥을 시도했고 성공시켰는데요, 해트트릭 욕심이 났던 건가요?]

[아니요. 사실 당연히 캡틴이 차는 것이고 저도 캡틴의 능력을 인정합니다. 저는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해요. 하지만 왠지 느낌이 좋았고 성공시킬 자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캡틴에게 제가 차도 좋겠느냐고 물었고 캡틴은 흔쾌히 양보해주었어요. 고마운 일이죠.]

이후 몇가지의 질문이 더 이어졌고 데이빗은 여유롭게, 때로는 유쾌하게 질문에 답했고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가 마무리되었다. 인터뷰가 끝나자 이동하는 데이빗에게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팬들이 달려 들었고 사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진행요원들은 그런 팬들을 제지하려 했으나 데이빗은 웃으며 사인에 응했다.

'서포터에게는 언제나 정중하도록 해. 절대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터뷰하는 요령, 팬들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여러 베테랑 선수들에게 조언을 받았던 데이빗이었기에 그리 많은 수가 아닌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것 정도는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데이빗은 환호하는 팬들에게 웃으며 사인을 해주었고 그들로부터 진심어린 감사와 덕담을 들을 수 있었다.

[수고했네.]

자신이 사인하는 동안 한편에 서서 기다려 준 달글리시(물론 그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긴 했지만 데이빗에게 몰린 인원만큼은 아니었다) 가 데이빗의 어깨를 쳐주며 말을 붙여왔다.

[먼저 가신 줄 알았는데, 기다리실 줄은 몰랐어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대답하는 데이빗의 모습에 달글리시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피곤할때 팬들의 요구에 응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지. 팬들 입장에서야 사인 몇장 해주는 것이 뭐가 어렵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말야.]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데이빗도 동감했다. 풀타임을 뛴 것은 아니었지만 피곤한 것은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네가 피곤함을 참고 그들에게 제공한 얼마 안되는 시간이 저들에게는 평생의 추억거리가 될 수도 있어. 그리고 그들은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해주지. 우리가 축구로 돈을 벌고 유명한 스타가 될 수 있는 건 저들이 있기 때문이야.]

현역 시절 어마어마한 스타였던 달글리시 감독이 하는 말인 만큼 설득력이 있었다.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독의 말을 새기고자 했다.

[뭐 자네는 잘 할것 같지만 말이야. 어찌되었든 저들을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사인 한장이 아니라 멋진 골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나.]

그러면서 '어떤가, 앞으로도 저들에게 최고의 팬 서비스를 해 줄 자신이 있나?' 라고 물어보는 달글리시 감독이었고 데이빗은 자신감이 충만한 얼굴로 대답했다.

[감독님이 절 계속 경기에 내보내 주신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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