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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움직임이었다.]
달글리시는 전반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돌아온 선수들을 칭찬했다. 한골 밖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쉬웠지만 맨유가 작정하고 수비가담에 열을 올린 탓이 컸고 그럼에도 위협적인 장면을 수차례 연출하며 완벽히 주도권을 쥐었기 때문이었다.
[전반은 완벽히 우리의 페이스였다. 저들은 수비에 급급하느라 제대로 된 공격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어. 하지만 후반이 되면 저쪽 한 성질머리 하는 영감에게 욕 한바가지는 먹고 나올게 분명하지. 장담하는데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적극적으로 달려들 거야.]
내 한달치 월급을 모두 걸어도 좋아-라고 이야기하는 감독의 모습에 선수들 사이에서 피식하는 웃음이 흘러 나왔다.
[하지만 겁 먹을 것 없다.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온다고 수비에 치중하는 것은 패배자들의 발상이야. 계속 공격해. 공격해서 전반처럼 상대가 움츠러들게 만들어. 그래서 저놈들이 우리 진영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라고. 내 말 알겠어?]
감독의 지시에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전반처럼 상대를 가두어 놓고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붓는다면 수비에는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좋았다.
[아마 우리가 전반처럼 상대를 몰아 붙인다면 맨유는 교체 카드를 꺼낼거다. Park이 부상이 아니라면 그를 오른쪽 윙으로 기용해서 우리의 귀여운 루키를 막으려고 했겠지만 그 친구는 부상이라지. 뭐 나온다고 해도 겁날 건 없지만. 안그런가?]
[그렇습니다.]
[좋아. 아무튼 내 예상에 우리 생각대로 경기가 흘러 간다면 분명 베르바토프가 빠지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인가 하는 어린 녀석이 들어올 거야. 그들로서는 노릴 것이 카운터, 역습밖에 없을테니 말이지. 베르바토프 저 친구는 제법 쓸만한 기술과 결정력을 가지고 있지만 혼자서 공을 끌고가는 능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해. 발이 빠른 것도 아니지.]
그러면서 선수들을 둘러보는 달글리시 감독, 하나하나 눈을 마주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최근 제법 주가를 올리고 있는 어린 녀석이라지만 우리의 루키에 비하면 애송이 중의 애송이에 불과해. 발이 빨라서 뒷공간 침투가 장점이고 결정력도 준수하지만 머리가 나빠. 오프 사이드 트랩에 아주 잘 걸리는 풋내기라고. 제이미!]
[네!]
[만약 그 어린 녀석이 나온다면 우리가 밀어 붙이고 있다고 해도 확실히 라인 통솔에 신경을 써주도록 해. 발재간이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니 뒷공간만 내주지 않는다면 무서울 것이 없어. 알겠지?]
[물론입니다!]
캐러거의 씩씩한 대답에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이는 달글리시 감독이다.
[데이빗, 전반에 아주 좋았어. 후반에도 네 능력을 보여주라고. 저 영감이 사람을 잘못봤다고 인정하게 하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하파엘은 너에게 당할대로 당해서 지금 완전히 얼어 붙었어. 그녀석을 교체할만한 자원이 지금 맨유에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아. 나와봤자 존 오셔겠지. 너라면 누굴 상대한다고 해도 이길 수 있어.]
자신의 어깨를 강하게 두드리며 신뢰를 보내는 감독의 모습에 데이빗은 의욕이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좋아. 시간이 됐군. 나가서 저 얼빠진 맨유 녀석들에게 남은 시간동안 지옥을 선사해주고 와라.]
당당히 라커룸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달글리시 감독, 선수들도 어깨를 펴고 자신있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달글리시 감독의 예상대로 하프 타임 휴식 시간을 가지고 나온 맨유 선수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독기가 철철 넘쳐 흘렀다. 데이빗은 그 모습을 보고 라커룸에서 그 유명한 헤어 드라이 트리트먼트가 펼쳐졌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 데이빗은 전반 내내 자신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하파엘이 빠지고 존 오셔가 대신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 별 건 아니지만 감독의 예측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기에 사소한 부분에서 감독에 대한 신뢰가 증가하는 것을 느꼈다.
[후반에는 네 마음대로 안될거다.]
서글서글한 인상을 굳힌 채 자신을 내려보며 말하는 덩치 좋은 남자, 존 오셔의 모습에 데이빗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응 그래, 열심히 해봐.]
화이팅-하며 박수까지 쳐주는 모습에 존 오셔는 혈압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퍼거슨 감독이 확실히 휴식 시간동안 정신 재무장을 제대로 시켜 나왔는지 맨유는 눈에 불을 켜고 리버풀 선수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전반과 같은 경기 양상이 이어진 다면 승산은 없다고 보아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후반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고 동점골을 넣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리버풀 선수들의 멘탈도 녹록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비록 지금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지만, 1월 이후 순위를 5계단이나 끌어 올렸다고는 하지만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챔피언스 리그에 나갈 만한 팀이다. 아니 우승권을 놓고 다투어야 하는 팀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08-09 시즌에 2위에 오르며 강팀의 면모를 뽐냈던 팀이 리버풀이었다.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중반까지 리버풀 답지 않은 결과를 냈다고는 하지만 팀 전체에 각인 되어 있는 긍지는 쉽게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잘나갔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해야했다. 달글리시가 감독이 된 이후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기도 하다. 거기에 상대는 영원한 숙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고 자신들의 홈 구장 안필드였다. 정신적인 무장이라면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쳤다.
그런 이유로 거세게 몰아 붙이는 맨유 선수들의 움직임에 전혀 주눅들지 않은 리버풀 선수들이었고 오히려 해볼테면 해보라는 듯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거친 몸싸움이 난무했고 심판은 과열되는 경기 양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카드를 수차례 꺼내야 했다. 그리고 팽팽한 경기 흐름을 뒤바꾼 것은 역시 최근 가장 폼이 좋은 선수인 데이빗의 발끝에서 시작되었다.
중앙 지역이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선수들로 바글바글하자 정석적으로 사이드 공격을 선택한 리버풀이었다. 물론 전반 양 팀 선수를 통틀어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인 데이빗이 왼쪽 사이드에 있었기에 당연한 선택이기도 했다. 스콜스의 전진 패스를 가로 챈 루카스가 지체없이 데이빗에게 패스를 밀어주었고 데이빗은 곧바로 움직였다.
'키가 크네.'
처음 오셔를 봤을 때 데이빗이 느낀 감상이었고 찰거머리처럼 붙어 떨어지지 않는 그의 수비에 후반 10분 동안 공을 제대로 만지지 못하자 슬슬 엿을 먹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시종일관 이런저런 소리를 하며 자신의 신경을 긁어댄 오셔의 입을 다물게 하고 싶기도 했다.
'다리가 길어서 좋겠다.'
루카스의 패스를 기다릴때 자신에게 붙기 시작하는 오셔의 모습이 보였다. 한 걸음, 두 걸음, 확실히 키가 커서인지 보폭이 시원 시원했고 데이빗은 가장 쉽게 그를 배제할 만한 방법을 찾아 냈다. 마침 루카스의 패스가 도착했고 데이빗은 공을 발 아래에 붙여놓는 대신 살짝 앞쪽으로 튕겨냈다. 그리고 공은 이제 막 세 걸음 째를 내딛던 오셔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하여 지나갔고 데이빗은 공을 차냄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갔다. 뒤에서 슬쩍 자신을 잡아끄는 오셔의 손길이 느껴졌지만 거세게 팔을 뿌리쳐 떨쳐내고 쭉쭉 치고 올라가기 시작하는 데이빗의 모습에 안필드가 열광하기 시작했다.
확실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빠르게 커버를 들어오는 웨스 브라운의 모습, 데이빗은 왼발을 한번 크게 흔들며 웨스 브라운의 무게 중심을 흩뜨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공을 차 넣고는 그를 넘어섰다.
순식간에 두명의 수비수를 제쳐버린 데이빗, 이제 남은 것은 골키퍼뿐이었다. 스몰링은 수아레즈의 마크를 하고 있었기에 커버를 오기에 너무 늦어버렸고 이를 알고 있는 반 데 사르 골키퍼는 슈팅 각도를 좁히기 위해 빠르게 데이빗에게 달려 들었다.
'골키퍼도 키가 크네.'
두 명이 연속으로 가랑이 사이를 공략 당했으면 신경을 좀 쓸 법도 하지 않나-하고 속으로 생각한 데이빗이었다. 상대의 틈을 발견했으면 공략해주는 것이 공격수의 임무, 데이빗은 충실히 실행했고 발등으로 강하게 공을 깔아찼다.
[!!!]
황급히 주저 앉으며 공을 통과시키지 않으려 한 반 데 사르 골키퍼였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웠고 슈팅이 빨랐다. 결국 다시 한번 데이빗에게 무너져 내린 맨유였고 리버풀의 승기를 굳히는 2번째 점수가 들어갔다.
데이빗은 골을 확인하고 오연히 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한번 들리는 오른손, 이번에는 검지와 중지가 펼쳐져 있었다. 팬들은 멋진 골과 자신감 넘치는 세레모니에 그들이 낼 수 있는 가장큰 목소리로 화답했다.
[오 마이 갓. 상대 팀이지만 좀 불쌍해 보일 정도네요! 심지어 맨유 놈들인데도 말이죠!]
새미 리 수석코치가 호들갑스럽게 머리를 부여잡으며 너스레를 떨었고 달글리시 감독은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쳤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통쾌한 골은 처음이군! 세놈의 가랑이 사이를 뚫었어! 진짜 굴욕적일거라고! 하하하!]
수비수들이 가장 치욕을 느끼는 방식이 바로 가랑이 사이로 공을 빼내는 것이다. 그런 장면을 한명도 아니고 골키퍼까지 포함해서 세명이 당했으니 수비진 전체의 멘탈이 흔들렸을 것이다. 달글리시 감독은 그 사실이 너무나 통쾌했다.
[빌어먹을!]
완전히 데이빗 개인에게 당해버린 맨유 수비진은 평정심을 잃어버렸다. 가장 굴욕적인 방법으로 골을 내줬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자연스레 데이빗을 마크하는 맨유 선수들의 움직임은 거칠어졌고 후반 18분, 데이빗은 다시 한번 오셔를 제치고 중앙으로 치고 올라가던 도중 오셔의 거친 태클에 그라운드 위로 쓰러졌다.
우우우우우우-!!!!!!!!!!!!!!
험한 욕설과 야유가 안필드를 가득 메웠다. 상대가 파울을 범할 경우 홈팬들이 의례히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요즘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오늘도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에 가해진 파울이었으니 팬들의 반응은 야유를 넘어 저주에 가까웠다.
[이게 어떻게 옐로우 카드야! 완전히 뒤에서 발을 노리고 들어갔다고! 퇴장이야 퇴장!]
[헛소리하지마라 이자식아! 완전히 다이빙이라고 심판! 태클은 공을 노렸을 뿐이야!]
[다이빙? 개소리하지마! 나중에 리플레이를 보면 그런 말 절대 안나올걸!]
심판은 위험한 태클을 한 존 오셔에게 옐로우 카드를 주었고 제라드가 레드 카드를 줘야한다며 항의를 했다. 맨유 선수들은 다이빙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들도 심판의 판정이 정당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괜찮아? 빌어먹을 새끼들. 축구를 하자는 거야 격투기를 하자는거야?]
루카스가 다가와 데이빗을 일으켜 주며 부상 여부를 물었다. 데이빗은 문제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걷어차이기 전에 먼저 점프했어요. 그래서 별로 충격은 없었네요.]
[다행이다. 아무튼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으니 이번에 꼭 골을 넣었으면 좋겠네.]
데이빗은 일어나 발목을 살짝 돌려보며 이상이 없는지 점검했다. 다행히 통증은 없었고 충분히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벤치쪽을 보며 이상이 없다는 신호를 보냈고 굳은 표정으로 일어서 있던 달글리시 감독이 안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십년 감수했구먼.]
데이빗이 파울을 당해 그라운드에 쓰러졌을 때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달글리시 감독이었다. 그리고 놀람은 분노로 바뀌어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박차고 나가 레드카드를 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데이빗이 별 이상이 없다는 신호를 보내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정말 다행이군요. 만약 데이빗이 다쳤다면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됐을 게 분명해요.]
[망할 놈 같으니, 심판은 저 거지같은 놈을 빨리 퇴장시켜야 했어!]
새미 리 코치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후-하고 숨을 뱉어 내는 것이 꽤나 긴장했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안도하며 거친 태클을 가한 오셔의 욕을 하며 투덜거리는 달글리시 감독과 새미 리 코치였다. 그때 새미 리 코치가 그라운드 쪽으로 시선을 주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응? 감독님, 스티븐이 사인을 보내는 데요?]
[음?]
고개를 돌려 확인하는 달글리시 감독, 그리고 제라드가 보내는 사인을 확인했다.
[데이빗이 프리킥을 차게 하겠다고?]
리버풀의 전담 키커는 제라드였다. 골킥이나 자신의 진영 근처에서 얻은 프리킥을 제외하면 킥의 종류를 불문하고 당연한 사실이었다. 이런 좋은 위치에서 걸린 프리킥이라면 당연히 제라드가 처리하는 것이 리버풀의 전술이었는데 그 당사자가 키커를 바꾸자고 제안해 온 것이다.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 시즌 퍼스트 팀에 올라온 이후로 데이빗은 언제나 프리킥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거든요. 지금에 이르러서는 성공률도 꽤 준수한 수준입니다.]
[그렇지. 스티븐이 동의했다면 나도 이의없네. 데이빗에게 차라고 해.]
오늘은 데이빗 저 친구의 날인 것 같으니까-하고 덧붙인 달글리시 감독이었다.
[캡틴, 부탁이 있는데요.]
킥을 준비하다가 상대 수비벽이 너무 가까이 붙었다고 항의하는 제라드에게 다가간 데이빗은 자신 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뭔데?]
[이번 프리킥, 제가 차도 될까요?]
제라드는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데이빗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단순히 해트트릭 욕심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욕심이 아닌 자신감, 그것을 데이빗의 눈에서 발견했고 제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겠지. 감독님께는 내가 말해두지.]
그리고 시원스럽게 벤치를 향해 사인을 보내는 제라드, 데이빗은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를 표했고 수비벽의 위치와 골문까지의 거리, 각도를 확인햇다.
'프리킥 훈련은 팀 훈련이 끝난 이후에 한다.'
자신의 프리킥을 도와주었던 코치가 한 말이었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몸 상태가 완전한 때에 프리킥을 찬다면 아마 대부분의 선수들은 성공률이 2배는 올라갈 거다. 하지만 실전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 너는 언제나 전후반 90분을 다뛴 상태를 이미지해서 킥을 준비해야해. 우리 팀의 전담 키커를 노린다면 아무리 지쳤다고 해도 자신의 킥을 완벽히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후반 20분에 가까운 시간, 슬슬 체력적으로 부담이 느껴지는 시간대였다. 하지만 정신만은 전혀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도 더 집중이 잘되는 느낌을 받은 데이빗이었고 그랬기에 자신있게 제라드에게 자신이 차겠다는 말을 꺼낼 수 있었다.
[그럼 잘 부탁한다. 멋지게 한골 때려 넣으라고.]
어깨를 두드려주며 키커의 위치에서 벗어나는 제라드, 예전에 그와 함께 프리킥 골을 합작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와 달리 완전히 키커의 위치에서 이탈하는 그의 모습에 데이빗은 캡틴이 자신을 믿어주고 있는 것을 느꼈고 그 믿음이 고마웠다.
제라드가 세컨볼 확보를 위해 벽 주변으로 이동하자 팬들이 잠깐동안 술렁였다. 그들은 당연히 제라드가 슈팅을 시도할 거라 생각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곧 제라드 대신 키커의 위치에 선 선수를 확인하자 다시 열렬한 함성을 보내기 시작했다.
수비벽의 위치 조정이 끝났고 심판은 경기를 진행하라는 휘슬을 길게 불었다. 데이빗은 호흡을 한번 가다 듬고 가볍게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왼발을 살짝 비스듬하게 디디며 자연스럽게 몸이 약간 기울어지게 만들었다. 유연하게 꺾이는 왼발이 기울어지는 몸을 문제 없이 지탱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휘둘러진 오른발은 공의 오른쪽 하단 부분을 부드럽게 감아냈다. 디딤발의 위치도 완벽했고 임팩트와 팔로우 동작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 데이빗은 차는 순간 이미 성공을 예감했다.
날카로운 커브를 그리며 벽을 넘어간 데이빗의 프리킥은 몸을 날리며 팔을 뻗는 반 데 사르 골키퍼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었다. 아무리 명 골키퍼라도, 신체 조건이 우수하다고 해도 막을 수 없는 공이 있었고 지금 데이빗의 프리킥이 그러했다. 다시 한번 맨유의 골문을 흔드는 데 성공한 데이빗, 해트트릭의 완성이었다. 데이빗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을 번쩍 들었다. 물론 이번에 데이빗이 편 손가락은 세개였고 쏟아지는 함성속에서 데이빗은 자신을 덮치는 동료들을 느끼며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기쁨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