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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
공을 잡기도 전에 제라드가 전방을 향해 소리쳤고 기다렸다는 듯 리버풀의 두 최전방 공격수가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라드의 총알같은 스루패스가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
수아레즈보다 약간 처진 위치에 있던 데이빗은 달라 붙는 존 오비 미켈의 견제를 이겨내고 공을 잡는데 성공했다. 아니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가끔 그에게는 관성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스티븐 제라드가 인터뷰를 통해 말한 내용이었다. 그만큼 데이빗의 움직임은 유연했고 마치 딜레이가 없는 듯한 동작을 보여주곤 했다. 지금처럼 말이다.
왼발을 뻗어 패스를 트래핑한다. 여기까지는 무난하고 일반적이었다. 존 오비 미켈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래핑과 동시에 이어지는 방향전환, 어느새 왼발로 공을 오른쪽으로 밀었고 순간적으로 데이빗의 속도는 0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존 오비 미켈도 앞으로 쏠리는 몸을 잡아 세운다. 그리고 그때 미켈은 자신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어떻게 벌써 움직일 수 있는 거야?'
신체 능력이라면 어디가서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던 자신이다. 그런데 자신이 급 정지, 전환을 하기 위해 버티는 사이, 이미 데이빗은 마치 유령처럼 자신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데이빗은 드리블에 자신이 있는 선수였다. 웬만한 레벨의 수비수로서는 그의 돌파를 막기 어려웠고 자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더 나은 선택지를 고를 줄 알았다.
파앙-
미켈을 제치며 앞으로 치고 나갈것 처럼 뻗던 오른발이 그대로 공을 앞으로 차는 모습, 데이빗은 라인을 끌어올리느라 아직 정돈되지 않은 수비진 사이의 틈을 발견했고 굳이 드리블로 뚫고 올라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미켈을 제쳐낸 것은 그런 빈틈을 찌르기 위한 패스 코스를 열기 위함이었고 데이빗은 자신의 머리속에 그렸던 궤적을 실현시켰다.
제라드의 스루패스가 신속하고 강렬했다면 데이빗의 패스는 부드러웠다. 느린 것도 아니고 빠른 것도 아닌, 적당한 속도, 수비수가 커트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공격수가 잡을 수 있을 것도 같은 아슬아슬한 패스였다. 존 테리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고 수아레즈를 동료에게 맡기고는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결정을 후회했다.
'큭...이런 잔재주를...!'
미묘한 회전이 걸린 공은 마치 약올리듯, 절묘하게 자신의 발을 빗겨 지나갔다. 이미 몸을 날린 상황이었기에 어쩔수 없었다. 이제는 동료가 잘 막아주길 바랄 수 밖에 없었다.
수아레즈는 자신의 발에 정확히 안착한 공을 느끼며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제라드로부터 뛰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슬슬 찬스가 올 거라는 예감을 했고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데이빗에게 패스가 연결되는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날 믿고 뛰어!'
데이빗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 했다. 근거는 없었다. 다만 축구 선수로서의 감, 골잡이로서의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고 수아레즈는 그에 충실했다. 그리고 그 보답을 받았다. 바로 지금.
자신의 보폭까지 맞춘 완벽한 패스, 패스의 강도도 아주 적당했다. 완벽한 찬스, 수아레즈는 왼발을 강하게 디디고 슈팅 모션을 가져갔다. 그리고 정확히 임팩트에 성공한 수아레즈는 골을 확신했다.
철썩-
낮은 탄도로 골문 왼쪽 하단을 노린 수아레즈의 슈팅은 리그에서 손끕히는 골키퍼 체흐로서도 손쓸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분한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치는 체흐 골키퍼, 수아레즈는 끓어오르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포효하며 골 세레모니를 시작했다.
[빌어먹을, 완전히 당했구먼.]
벤치에 앉아 있던 카를로 안첼로티 첼시 감독은 위기라고 생각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벼락같은 역습에 의해 실점을 허용하자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골을 넣은 녀석도 위협적이지만 저 어린놈이 더 문제야.]
안첼로티의 시선은 수아레즈와 얼싸안고 기쁨을 표하고 있는 데이빗에게 향해 있었다. 그 말대로 이번 골은 그야말로 데이빗이 모든 것을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스스로 패스 코스를 만들어 내는 기술, 찰나에 지나지 않는 빈틈을 정확히 포착하는 시야, 그리고 머릿속에서 상상해 낸 그림을 현실로 이끌어 내는 능력까지, 솔직히 적이지만 감탄의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1골을 빼앗긴 뒤 첼시는 홈에서 패배할 수 없다는 듯 이를 갈고 덤비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 전의 전광석화와 같은 리버풀의 역습에 실점하고나니 무턱대고 라인을 끌어올리기도 겁났다. 오프 사이드 트랩으로 커버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더구나 발 빠른 공격수가 둘이나 포진되어 있다면 그 위험은 더욱 더 컸고 말이다.
첼시가 조심스러운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자 리버풀은 급할 것이 없다는 듯 여유로운 경기 운영으로 맞섰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제라드가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중원에서의 수적우위를 지켰고 데이빗이 살짝 아래로 내려오며 수아레즈와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을 커버했다.
-데이빗 장! 정말 오늘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군요! 완벽한 볼 키핑입니다.
-에시앙 선수와 미켈 선수 둘이 달려들었음에도 공을 지켜내고 제라드에게 안전하게 패스했죠. 수비적인 능력에서 손꼽히는 첼시의 미드필더들을 상대로 저렇게 안전하게 공을 지켜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치 예전 지주(지단의 애칭)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데이빗은 팀의 느린 템포에 맞춰 공을 지켜내고, 소유하는 역할에 신경쓰기 시작했다. 첼시도 바보가 아닌 이상 방금전에 당했던 역습에 그대로 똑같이 당해줄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저들이 조급할때까지 참고 견디면서 저들을 이끌어 내야했다.
드리블을 잘하는 것과 공을 잘 지키는 것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야기였다. 볼 컨트롤 전반이 뛰어나야함은 물론이었지만 일반적으로 드리블에 강점을 가진 선수들이 순발력이 뛰어나고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데 비해 안정적인 볼 키핑 능력을 가진 선수들은 준수한 몸싸움 능력과 밸런스를 잡는 능력 등이 뛰어나곤 했다.(물론 일반적인 이야기이다)
데이빗은 볼 키핑에 있어서 최고라 불렸던 지네딘 지단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지단이 예술에 가까운 기술과 준수한 피지컬 능력을 활용하여 볼을 지켜냈다면 데이빗은 마치 무용수처럼, 유연하고 우아하게 부딪혀 오는 상대에게서 슬쩍 피하고 물러서며 공을 지켜냈다. 물론 리저브 시절부터 끊임없는 훈련으로 피지컬적인 부분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재주였다. 예전처럼 대놓고 몸으로 밀어버리는 플레이에 픽픽 나자빠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제기랄!]
미켈은 약이 올라 미칠 노릇이었다. 딱 봐도 유약해 보이는 인상이었고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녀석이 흔들 흔들하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오히려 요리조리 공을 몰며 자신에게 공을 허용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투우가 된 것 같았고 저 얄미운 녀석이 공을 미끼로 삼아 자신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투우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삑삑-
결국 화를 참지 못한 미켈이 거칠게 데이빗을 밀어버렸고 심판이 파울을 선언했다.
[괜찮나?]
제라드가 다가와 다친 곳은 없는 지 물어보았고 데이빗은 문제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지금 아주 잘하고 있어. 상대가 바짝 약이 올랐으니 더 거칠게 나올 수도 있어. 조심하도록 해.]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였고 제라드는 씩 웃어주며 데이빗의 머리를 헤집고 프리킥을 준비했다.
-첼시 선수들, 조급해졌는지 플레이가 조금씩 거칠어 집니다.
-데이빗 장 선수에게 거친 태클을 가한 미켈 선수 옐로 카드를 받습니다. 데이빗 장 선수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쓰러져 있는데요.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랍니다.
-아, 일어서는 군요. 다행입니다. 오늘 데이빗 장 선수의 활약을 생각하면 리버풀로서는 절대 잃어서는 안될 선수 아닙니까?
-맞습니다. 오늘 데이빗 장 선수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십니다. 골은 기록하지 못했습니다만 수아레즈의 선제골을 완벽하게 만들어주었고 이후 미드필드 지역에서의 포제션 확보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현재 전반 32분이 지나고 있는데, 25분까지의, 그러니까 리버풀의 선제골이 들어가기 전까지의 점유율을 보자면 첼시가 65%로 크게 앞섰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재개되고 나서는 오히려 리버풀이 58%의 점유율로 앞서나가고 있어요.
-거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데이빗입니다. 중반 지역에서 상대의 엄청난 견제를 받으면서도 공을 단 한번도 빼앗기지 않았어요. 그가 공격과 미드필더를 있는 가교역할을 맡으면서 제라드 선수는 완전히 중반으로 내려와버렸습니다. 그리고 모든 패스가 그에게 집중되고 있어요. 그럼에도 완벽히 공을 지켜내고 주변으로 이어준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패스의 기점이 되는 선수가 저렇게 안정적으로 공을 지키고 연결해 준다면 동료들로서도 마음이 편해질 수밖에 없죠. 어려우면 공을 다시 돌리면 되니까요.
중계진의 말처럼 데이빗은 조금씩 자신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중계진의 오버가 섞이긴 했지만 정말 오늘 데이빗의 플레이는 일견 지단이 생각날 정도였다.
-절대 공을 빼앗기지 않는다, 언제나 안정적으로 패스가 이루어 진다.
이는 단순히 상대에게 공격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저 친구에게 공을 주면 절대 빼앗기지 않는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도 된다는 뜻이 된다. 이는 신뢰의 문제였고 데이빗은 이번 경기에서 조금씩 동료들의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점유율은 이미 우위를 가져왔다. 리버풀은 자연스럽게 라인을 끌어 올리며 오히려 상대의 진영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글렌!]
제라드로부터 온 패스를 원터치로 오른쪽 사이드로 크게 여는 데이빗, 오늘 윙백으로 나선 글렌 존슨의 발에 정확히 안착했다. 그리고 자신도 전선으로 합류하기 위해 뛰어 올라가는 데이빗, 골 냄새가 났다. 볼 키핑과 배급도 재밌지만 역시 자신은 골을 넣을 때 가장 행복했다.
글렌 존슨은 공격력이 우수한 풀백이었다. 그는 자신의 공격능력을 뽐내듯 자신을 마크하는 조세 보싱와를 매끄럽게 제쳐내고 전방을 주시했다. 그리고 지체없이 크로스를 시도했다.
얼리 크로스, 존슨의 의도는 상대 라인이 박스 안으로 진입하기 전에, 상대 수비 라인과 골키퍼 사이에 공을 투입하여 스피드 경합을 시키려는 것이었다. 높이에서는 열세인 수아레즈였지만 공간을 선점하는 것이라면 승산이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장거리 크로스인 만큼 정확도가 아쉬웠고 한발 먼저 존 테리가 헤딩으로 클리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세컨 볼!!]
크게 외치며 볼의 행방을 쫓는 글렌 존슨, 그리고 그는 이미 공이 떨어지고 있는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붉은 유니폼을 발견했다.
'너는 어떻게 세컨 볼이 튕겨져 나오는 위치를 잘 잡는 거야?'
글렌 존슨은 팀 훈련 당시, 얄미울 정도로 세컨 볼을 챙겨가는 데이빗의 모습에 자신이 투덜거리며 말했고 데이빗이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냥요. 그냥 웬지 공이 그쪽으로 갈 것 같았어요.'
공이 수비수의 발에 맞고, 골키퍼의 손에 맞고, 때로는 골대에 맞고 튕기는 각을 예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뭐했고 경험이 많다고 무조건 세컨 볼에 강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운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데이빗의 대답에 존슨은 결국 '감' 이라고 뭉뚱그려서 해석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저 감 좋은 녀석은 마치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자리를 잡고 공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글렌은 곧이어 그가 보여줄 퍼포먼스가 기대되기 시작했고 데이빗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리 높이로 들어 올린 왼팔이 우아하게 돌아가며 허리가 부드럽게 회전한다. 그리고 왼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몸을 지탱하는 왼발, 어느새 오른발이 허리 높이에서 강하게 휘둘러지고 있었고 허공으로 떠올랐던 공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정확히 때려낸다. 중심에 정확히 맞아 강렬한 기세로 골문을 향해 날아가는 슈팅, 체흐 골키퍼가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렸고 간신히 손 끝에 맞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궤적을 바꿔놓기에는 힘이 부족했고 결국 리버풀의 두번 째 골이 터져나왔다. 데이빗은 주먹을 불끈 들어올리며 골을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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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독자여러분의인내심을블라블라'
독자: 너이 XX같고 XX한 XX!$ㅃ#@%#$%ㅇ[email protected]
작가: 호오, 전투력이 올라가고 있군요? 저정도 전투력이라면 그냥 도망가는게 낫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