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67화 (67/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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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리그 일정의 2/3가 지났다. 1월이 지나며 겨울 이적시장도 문을 닫았다. 리버풀은 이번 이적 시장에서 최대의 이슈를 만들어 낸 팀이었다. 팀의 간판이자 부동의 주전 스트라이커,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선수인 페르난도 토레스를 다른 팀, 그것도 같은 리그 내의 팀으로 이적시켰으니 말이다.

많은 이들이 비록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대체 불가에 가까운 토레스라는 월드 클래스 급의 선수를 잃은 만큼 리버풀의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비록 데이빗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나 아직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새로 영입한 수아레즈는 네덜란드 리그에서는 날아다녔다지만 리그를 옮긴 새내기였기에 적응 문제도 있을거라 내다 본 것이다.

하지만 리버풀은 흔들리지 않았다. 리그 25라운드, 스토크 시티와의 홈경기에서 2:0이라는 스코어로 깔끔한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로써 리그 3연승을 내달린 리버풀은 점점 상위권 도약을 가시권에 두고 있었다.

케니 달글리시 감독은 이적생 루이스 수아레즈와 현재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던 팀 내 유망주 데이빗 장을 동시에 기용하며 둘의 조합이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보고 싶어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데이빗은 1골을 기록하며 3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했고 수아레즈는 EPL 데뷔골은 기록하지 못했으나 데이빗의 선제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데이빗 장, "수아레즈와 뛰는 것은 즐거워"

리버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선봉, 리버풀 팬들이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유망주 데이빗 장(20)이 새로 들어온 루이스 수아레즈(24)의 합류가 기쁘다고 밝혔다.

"루이스는 정말 좋은 동료에요. 쾌활하고 유쾌한 사람이죠. 다들 그를 좋아하고 진심으로 그가 팀에 합류해서 기뻐하고 있습니다."

"훈련때도 우리는 잘 맞는 것을 느꼈어요. 오늘 그가 저에게 준 패스는 그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못 넣기가 더 힘든 패스였죠."

"앞으로 우리는 더 좋은 모습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와 함께 챔피언스 리그에 나갈 수 있다면 정말 환상적인 일이 될거에요."

[이야, 우리 데이빗, 이제 이런 인터뷰도 하고 말이야, 많이 컷다?]

낄낄거리며 읽던 신문을 돌돌 말아 데이빗을 쿡쿡 찌르는 디르크 카윗, 데이빗은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신문지를 쳐냈다.

[처음 올라왔을때 초롱초롱 눈을 빛내면서 '카윗 씨,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라고 말하던 데이빗은 어디 간거야?]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에게 달라 붙어 계속 장난을 치는 카윗, 데이빗은 그런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낄낄거리는 동료들의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어째 요즘들어 유독 내가 라커룸 내 분위기 전환용 간식거리가 된 것 같단 말이지.'

그만큼 다른 선수들로부터 동료로 인정을 받았다고도 볼 수 있기에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왜 매번 자신인가 하는 한탄도 있었다.

[내 사인은 안 필요해?]

디르크의 시달림에서 벗어나 한숨을 돌리고 있는 데이빗에게 다가온 이는 수아레즈였다. 데이빗은 한숨을 쉬었고 수아레즈는 웃으며 데이빗의 어깨를 쳤다.

[농담이야. 너무 한숨쉬지 말라고. 그나저나 다음 라운드는 정말 대단한 매치가 될거야. 그렇지 않아?]

수아레즈의 말에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다음 경기는 전 잉글랜드가, 아니 세계적인 이목을 끄는 매치가 될 것이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토레스의 거취를 두고 끊임없는 이야기거리를 만든, 그리고 결국 토레스를 떠나 보낸 리버풀과 그를 영입한 첼시와의 맞대결이었으니 말이다.

[저도 스탬포드 브릿지 원정은 처음이니까요. 홈에서는 첼시와 상대해 봤지만.]

자신의 프리미어 리그 데뷔경기였으니 잊어버릴리 만무했다. 데뷔골도 기록했고(카윗이 챙겨준 데뷔골을 기록한 공은 집에 잘 보관해 놓았다) 보싱와로부터 어처구니 없는 파울을 당하기도 했으니 더더욱 그랬다.

[거기에 신문 기사를 보니까 그네들하고 우리 팀하고를 벌써 토레스 더비라고 부르더라고.]

데이빗도 그런 기사를 보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 하자면 조금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이(비록 커리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위치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토레스에 대해서만 집중 조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려줘야죠. 경기가 끝나면 그들도 알게 될거에요. 이제 엘 니뇨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것을 말이에요.]

마침내 첼시와 리버풀, 두 팀이 맞붙는 프리미어 리그 26라운드 경기가 열리는 날이 왔다. 현재 순위만 놓고 본다면 3위(첼시)와 9위(리버풀)의 대결이었기에 첼시의 우세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2경기에서 한수 아래의 팀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둔 첼시보다 감독 교체이후 파죽의 3연승을 달리고 있는 리버풀이 현재 기세에서 앞서고 있음은 분명했기에 팽팽한 승부를 예상하는 이가 많았다.

무엇보다도, 언론에서, 그리고 팬들에게 토레스 더비라고 이름 붙여진 신흥 더비의 첫 경기, 그리고 토레스의 첼시 이적 이후 첫 선발 경기였기에 그 어느때보다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경기였다.

-리버풀 베스트11

------------------수아레즈---------

-------데이빗----------------------

--------------제라드---------------

----메이렐레스-------루카스--------

-켈리-------------------------존슨-

----캐러거---스크르텔---아게르-----

--------------레이나---------------

-첼시 베스트 11

----토레스---드로그바---아넬카-----

-------------램파드----------------

-----에시앙----------미켈----------

---보싱와---테리----알렉스---콜----

--------------체흐-----------------

리버풀이 전술의 변화를 꾀했다. 3-5-2의 전술, 아니 양 윙백의 성향이 다분히 수비적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공격 가담능력과는 별개로) 5-3-2에 가까운 전형이었다. 스탬포드 브릿지 원정이라는 점, 그리고 리그 최상위권의 공격력을 갖춘 첼시에 토레스가 더해졌다는 것은 충분히 경계할만 했기에 조금은 수비에 중점을 둔 포진이었다.

선수들은 오랜만의 3백이었으나 별 부담은 없어 보였다. 이번 첼시와의 경기를 앞두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전술 훈련을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수비진의 경우에는 전의를 활활 불태우고 있었다.

'이번 첼시전에 우리는 절대 골을 허용할 수 없다. 페르난도는 좋은 동료였어. 나는 그에게 나쁜 감정은 없어. 그의 결정이었고 우리는 그의 선택을 존중해줘야해. 그렇지만 이제 그와 우리는 다른 팀이고 그의 재능은 우리의 골문을 위협할 거야. 그의 발목을 부러뜨릴 태클을 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결코 그녀석에게는 골을 허용하지 않을거야. 다들 나와 비슷한 생각일거라 믿어.'

평소 유쾌한 캐러거가 보기 드물게 진중한 말투로 이야기를 했을때 수비진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데이빗은 전율을 느꼈다. 그들은 그 어느때보다 이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고 골을 지켜낸다는 열정을 품고 있었다.

데이빗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가 리버풀에 있을때 자신은 그를 뛰어넘지 못했다. 그가 컨디션 난조로 경기에 빠져있을때 활약했지만 자신이 받은 평가는 '기대되는 유망주' 내지는 '토레스의 빈 자리를 잘 메웠다' 정도였다. 그리고 본격적인 경쟁 혹은 공생이 이루어지기 전에 그는 떠났다.

'운 좋게 주전자리를 꿰찼다는 말은 절대 듣고 싶지 않으니까. 이번에 확실히 보여주겠어.'

맞대결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다면, 팀을 승리로 이끈다면 그보다 더한 비교 우위는 없을 것이다. 그랬기에 데이빗은 전의를 활활 불태우고 있었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훈훈했네.]

킥 오프를 기다리며 센터 서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데이빗과 수아레즈였다. 선수 입장 터널에서, 그리고 입장 후 양 팀 선수들간의 악수를 나눌때 따뜻하게 토레스와 인사를 나눈 리버풀 선수들이었다.(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뭐 다들 페르난도를 좋아했으니까요. 이적했다고 해도 프로로서 이해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근데 저 걸개를 보면 팬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은데.]

수아레즈가 턱짓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데이빗, 그리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HE WHO BETRAYS WILL ALWAYS WALK ALONE

[배신자는 영원히 혼자 걸을 것이다, 라...그만큼 좋아했으니 배신감도 큰거겠죠.]

[그래. 나도 아약스를 떠났지만 그곳 동료들이나 팬들이 싫은건 아니니까. 그들도 나에 대해 실망을 많이 했을거야.]

조금은 아련한 표정을 짓는 수아레즈, 잠시 아약스 시절을 떠올린 듯 하다.

[집중해요. 어쨌든 우리는 이겨야 해요. 이제 리버풀의 공격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하잖아요.]

데이빗의 충고에 수아레즈가 씩 웃으며 주먹을 들어 올렸고 데이빗은 가볍게 마주쳐주었다. 그리고 곧 경기 시작 휘슬이 울렸다.

-리버풀이 오늘 평소와는 다른 진형을 들고 나왔군요. 캐러거, 스크르텔, 아게르, 세명의 중앙 수비 요원으로 3백을 구성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거기에 양 윙백으로 출장한 켈리와 존슨의 경우 사실 측면 수비수 아닙니까? 글렌 존슨 선수의 경우 공격력도 뛰어나지 만요. 사실상 5백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첼시의 공격력을 달글리시 감독이 경계한다는 뜻이겠죠. 경기 초반이기는 하나 리버풀의 전술이 잘 먹혀 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글렌 존슨과 마틴 켈리 두 선수가 아주 잘해주고 있습니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어요. 거기에 오늘 리버풀은 템포를 상당히 천천히 가져가고 있군요. 점유율은 첼시가 많이 가져가고 있지만 별 소득은 없는 상황이에요.

-리버풀이 단단히 굳히면서 느린 템포로 운영하다보니 첼시의 수비라인이 상당히 많이 올라온 모습입니다. 리버풀의 두 공격수 데이빗 장 선수와 루이스 수아레즈 선수 모두 빠르고 기술이 좋은 선수들인데 조심해야할 것 같습니다.

-아, 파울입니다! 다니엘 아게르 선수의 파울입니다. 예전 동료였던 토레스 선수였지만 인정사정이 없군요!

-경기 시작전에는 서로 악수를 나누며 훈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경기에 들어서니 봐주는 것이 없습니다. 토레스 선수, 코를 감싸쥐고 있네요. 아, 아게르 선수가 팔로 토레스의 얼굴을 가격했군요.

'이제는 적이라는 건가...'

쓰러진 자신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멀어져가는 아게르를 보며 토레스가 쓴 웃음을 지었다. 쓰러진 자신에게 다가와 괜찮은지 물어보는 푸른 유니폼을 입은 새로운 동료들보다 자신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붉은 유니폼의 그들이 아직은 더 친숙했다. 고개를 흔들며 상념을 털어내는 토레스, 이제는 바뀌었다. 그것도 자신이 선택한 일이었다. 지금은 경기 중이었고 감상에 빠질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휘유, 다니엘 씨도 한 성질하시는구만?]

최전방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수아레즈가 휘파람을 불며 중얼거렸고 데이빗이 씩 웃으며 맞장구쳤다.

[평소 성격과 그라운드에서는 좀 괴리감이 있죠. 외모는 곱상하고 귀공자처럼 생겼지만 우리 팀에서 누구보다도 파이팅이 넘치고 거친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이죠.]

[그랬구나. 훈련때도 좀 느끼긴 했지만 확실히 경기가 시작하니 또 달라지네.]

수아레즈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덧붙이는 데이빗.

[예전에 페페(레이나)씨가 인터뷰에서 만약 싸움이 나면 누구를 부르겠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니엘 씨를 부르겠다고 대답했을 정도니까요.]

아게르의 거친 플레이로 주눅이 들어서였을까, 그게 아니라면 컨디션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서 였을까, 토레스는 이후로도 그리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드록바도 리버풀의 견고한 수비에 막혀 별 다른 기회를 잡지 못했고 첼시의 3명의 공격수 중 유일하게 아넬카만이 괜찮은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었지만 혼자의 힘으로 골을 만들어내기에는 무리였다.

그만큼 오늘 리버풀의 수비진은 집중력이 뛰어났고 파이팅이 넘쳤다. 경기를 해설하던 중계진은 이를 두고 '마치 붉은 장벽이 푸른 물결을 막아내고 있는 것 같다' 고 이야기 할 정도.

점유율은 65:35로 크게 차이가 났다. 하지만 경기장을 메운 홈 팬들은 답답함을 느꼈다. 대부분 미드필더들과 수비진들이 공을 돌리는 시간이었고 공격지역에서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주도권은 쥐고 있었고 공격을 하는 입장이었으니 자연스럽게 첼시의 수비진은 점점 하프라인 부근으로 올라와서 점유율 확보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고 이는 리버풀에게 찬스이기도 했다.

루카스는 이번 시즌들어 가장 많이 성장한 선수로 꼽혔다. 지난 시즌까지 팬들, 그리고 전문가들에게서 좋지 않은 평을 가장 많이 들은 선수들 중 한 명이었으나 이번 시즌에는 완전히 달라졌다. 폭넓은 활동량과 파이팅 넘치는 수비, 그리고 정확한 숏 패스 능력까지, 지금은 바르셀로나로 떠나고 없는 마스체라노가 전혀 아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오늘 리버풀의 첫번째 기회도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울!]

아게르와의 협력수비를 통해 토레스로부터 공을 빼앗아 내는데 성공한 루카스는 지체 없이 가까이 있던 하울 메이렐레스에게 공을 넘겼다. 메이렐레스는 이전까지의 느린 템포가 거짓말이었던 것 처럼 다이렉트로 공격의 기점 스티븐 제라드에게 연결해주었다.

[뛰어!]

공을 잡기도 전에 제라드가 전방을 향해 소리쳤고 기다렸다는 듯 리버풀의 두 최전방 공격수가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라드의 총알같은 스루패스가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

============================ 작품 후기 ============================

독자 여러분의 인내심을 시험하기 위해 이쯤에서 한번 끊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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