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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66화 (66/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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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갑다. 루이스 수아레즈야. 루이스라고 불러도 좋아.]

데이빗은 자신의 앞에서 손을 내밀며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묘하게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웃고 있는 수아레즈를 보았다. 데이빗은 마주 웃어주며 손을 잡았다.

[데이빗 장이에요. 데이빗이라고 불러주세요 루이스.]

[알고 있어. 아약스에 있을 때 리버풀의 경기를 좀 봤거든. 그때마다 네가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을 보면서 기대를 많이 했어. 너하고 호흡을 맞추는 건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

자신을 알고 있다는 수아레즈의 말에 데이빗은 살짝 겸언쩍은 표정을 지었다. 지난 몇 경기 동안 분명 자신으로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자부하지만 말 그대로 몇 경기에 불과했다.

[저도 루이스의 경기는 많이 봤어요. 앞으로 잘해봐요.]

새로운 동료를 맞는 리버풀 선수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지난 월드컵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비록 골키퍼로 빙의한 희대의 핸들링 사건이 있었지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를 평정하고 합류한 선수였기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든자리는 몰라도 나간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라커룸 한 편에서 누구보다도 큰 존재감을 뽐냈던 이, 금발이 어울렸던 스페인 출신의 청년이 떠난 자리는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제라드 씨도 말은 안하지만 내심 정말 섭섭한 것 같고.'

데이빗은 그만큼 토레스라는 선수의 존재감이 컸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만남과 이별을 몸으로 느끼기에 어느 정도 익숙한 선수들도 조금은 아쉬워하는 마음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으니 팬들의 반응이 이해가 갔다.

애정과 증오는 종이 한장 차이라고 했던가. 그만큼 토레스를 사랑하고 지지했던 팬들이기에 그가 스스로 팀을 떠나겠다고 한 사실을 믿기 힘들었고 그가 환하게 웃으며 푸른 유니폼을 들고 입단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는 망연자실했다. 그리고 곧 맹렬한 분노로 바뀌었다.

리버풀 팬들이 모여 토레스의 유니폼을 불태우는 장면이 신문 기사거리에 오르고 커뮤니티 등에서는 그를 배신자라고 매도하며 비난과 악담을 퍼붓고 있었다. 그 탓인지 상대적으로 수아레즈의 영입은 조금 묻히는 모양새였다. 수아레즈 본인도 눈치가 있는지라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TV나 신문에서 자신의 이적 소식보다는 토레스의 소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모르는 것이 이상하긴 했다.

'상관없어. 내가 그를 대신할 만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그들도 곧 떠난 녀석은 금방 잊어버릴테니까.'

수아레즈는 자신이 있었다. 지금 당장은 자신의 이름값이나 경력이 토레스의 그것에 비해 부족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토레스보다도 어린 선수였고 발전할 잠재력이 훨씬 많다고 자부했다. 그리고 과거의 경력 말고 지금 현재의 폼은 자신이 토레스보다도 낫다고 생각했다.

[인사들은 다 나눈 것 같군.]

한발 늦게 라커로 합류한 케니 달글리시 감독은 조금은 피곤한 표정이었다. 선수들과 인사를 나눈 달글리시는 수아레즈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알다시피 루이스 수아레즈라는 친구다. 네덜란드 리그에서 아주 좋은 활약을 보인 친구지. 잉글랜드 리그는 처음이니만큼 주변에서 잘 도와주도록. 루이스 자네는 불편한 점이나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 오도록 해.]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보스]

제라드가 그의 적응을 도울 것을 약속했고 수아레즈는 미소를 지으며 감독의 배려에 감사를 표했다. 달글리시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라운드까지 시간이 별로 없다. 우리는 빠르게 팀을 다시 정비해야 하고 호흡을 맞춰야 하지. 하지만 난 여러분들을 믿고 있다. 여러분들의 능력이라면, 그리고 날 믿고 훈련에 충실히 따라 준다면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듯 달글리시가 강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어쨌거나 떠난 선수는 이제 잊어야 했다. 거기에 흔들리면 간신히 상승세를 탄 팀이 순식간에 무너져 버릴 수도 있었다. 달글리시 감독은 경험이 많은 이답게 그런 선수들의 상태를 꿰뚫어 보았고 이를 다잡으려 한 것이다.

[물론입니다. 다들 잘 알고 있어요.]

씩 웃으며 주먹을 들어보이는 제이미 캐러거, 강인해 인상과 달리 상당히 유머러스한 사람이었고 제라드가 카리스마와 플레이로 팀을 이끈다면 캐러거는 친근함으로 팀원들을 융화시켜왔다. 그래서 이번 감독의 의도를 누구보다도 빨리 깨닫고 호응에 나선 것이었다.

[다들 뭐 아쉽겠지만, 페르난도는 이제 없어. 그래도 우리에겐 이녀석하고 새로 들어온 루이스가 있잖아. 무서울거 없다구.]

넉살좋게 데이빗과 루이스의 목에 각각 팔을 걸며 이야기 한다. 다들 은연중에 이름을 꺼내지 않으려 했던 토레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하는 모습에 팀 분위기가 오히려 밝아진다.

[캐러거 씨, 사람 보는 눈이 있군요.]

수아레즈가 씩 웃으며 넉살좋게 대꾸했고 캐러거는 웃으면서 '제이미라고 불러도 좋아. 동료들은 캐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편한대로 해.' 라고 대꾸했다.

[데이빗 너는 자신 없는거야? 너도 한마디 하라고!]

데이빗의 목에 왼팔을 건 채 웃으며 힘을 주기 시작하는 캐러거, 데이빗은 장난스럽게 캑캑거리며 입을 열었다.

[나만 믿고 따라와요. 여러분이 알까 모르겠는데 제가 뛴 경기에서 우리 팀 무패라구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나한테...켁!]

거만스럽게 자랑하는 데이빗의 태도에 라커룸 안은 순식간에 야유소리가 넘쳐났고 캐러거는 '뭐라고? 이런 건방진 녀석!' 이라 외치며 데이빗의 목을 감은 팔에 한층 힘을 더했다.

[캐라! 저 건방진 루키의 버릇을 좀 고쳐두라고!]

[오! 나만 믿어 디르크!]

낄낄거리며 데이빗과 캐러거의 희극과도 같은 모습을 지켜보는 선수들, 어느새 평상시와 같은 팀 분위기가 찾아왔다. 데이빗은 한참이 지나서야 캐러거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목을 어루만지며 캐러거를 째려보았다.

[제길, 살인 미수야 이건. 감독님, 캐러거 씨한테 주급 정지같은 조치가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데이빗의 장난스러운 항의에 달글리시 감독은 '난 아무것도 못봤네' 라며 능청을 떨었고 데이빗은 흡사 '브루투스, 너마저!' 라는 표정으로 좌절했다.

[오케이, 장난은 여기까지 하자고. 우리 귀여운 루키가 곧 울어버릴지도 모르니 말이야.]

달글리시 감독은 자신의 의도보다도 더 좋게 팀 분위기가 풀리자 만족한 표정이었다. 이런 것이 바로 베테랑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재기 넘치는 신인이라고 해도 이런 역할은 무리겠지.'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분위기를 이끄는 베테랑의 존재 여부는 명 감독의 존재 만큼이나 중요했다. 그런면에서 리버풀은 충분히 축복받았다고 할 수 있었다.

'저 친구도 생각보다 잘 어울려줬고, 기특하군.'

궁시렁거리며 캐러거에게 투덜거리는 데이빗의 모습을 보며 달글리시 감독은 미소를 지었다.

[잘하는데.]

훈련을 마친 리버풀 선수들은 하나 둘 흩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선수도 있었고 연습때 있었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선수도 있었다. 마무리 운동으로 근육을 풀어주고 있던 데이빗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을 붙여오는 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루이스.]

[같이 해도 괜찮지?]

딱히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닌듯 으쌰-하고는 자리에 주저 앉아 스트레칭을 시작하는 수아레즈였다.

[아까 훈련할때 보니까, 잘하던데?]

[고마워요. 루이스도 2골이나 넣었잖아요.]

데이빗으로부터 돌아오는 칭찬에 수아레즈는 기분좋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패스가 좋았으니까. 물론 우리 팀 수비수들도 인상적이었어. 나는 좀 더 수준 높은 곳에서 뛰길 원했거든.]

그래야 내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사실 말야, 이번에 리버풀로 이적하려고 프랑크 감독한테 엄청 사바사바했거든.]

구단에서 하도 안보내준다고 그래서 어쩔수 없었어-라고 이야기하는 수아레즈의 모습에 데이빗은 쿡 하고 웃고 말았다. 표정이 워낙 익살맞았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마치 지금 눈 앞에 프랑크 데 부어 감독이 있는 것 처럼 두손을 모아 읍소하는 모습을 흉내내자 웃음을 참기 힘들었던 것이다.

[아약스는 좋은 클럽이었어.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이렇게 발전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곳이니 말야. 아, 물론 지금에 만족하고 있진 않아. 난 앞으로 더 잘할 거고, 그렇게 될 거라 믿고 있어.]

그러면서 '너도 그렇잖아?' 라고 물어온다. 데이빗은 당연한 질문이었기에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리버풀이 요 근래 들어 좀 주춤했잖아. 그래서 주변에서는 이왕 이적할 거라면 좀 더 경쟁력있는 구단을 선택하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많이 했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선수들이 이적협상에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하는 부분은 구체적인 액수, 즉 돈 문제를 가장 중요시 하는데 그에 못지 않게 팀의 경쟁력, 즉 챔피언스 리그에 나갈만한 팀인가, 리그 우승을 노릴만한 저력이 있는가 등의 문제도 중요하게 여기곤 했다.

[최근 폼만 보면 다른 팀이 더 매력적이었겠지만, 나라면, 내가 합류한다면 더 나아질거란 자신감이 있었거든.]

리버풀의 조건도 맘에 들었지만 말이야-라며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씩 웃는 수아레즈, 데이빗은 또다시 묘한 오싹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루이스.]

[응? 왜?]

별건 아니구요 라고 말문을 여는 데이빗.

[치아가 참 고르고 하얗네요. 관리를 잘 하시나봐요.]

[고마워. 알아주는구나? 우리 와이프도 내가 웃을때 치아가 참 이쁘다고 말을 많이 해. 그러고보니 데이빗 너도 치아 배열이 참 깔끔한데, 좀 더 자신있게 웃어 봐. 훨씬 보기 좋을 걸?]

만족스럽게 활짝 웃는 수아레즈, 데이빗은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갑자기 생각난 블리치와 수아레즈

가서 물어라! 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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