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4 - =========================================================================
강팀과 약팀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니 정정해서, 현재의 강팀과 강팀이었던 팀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그 팀이 보유한 스쿼드의 양적, 질적 우수함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어디까지나 축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고 잘하는 선수가 많은 팀이 강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우수한 선수들을 한데 모아 '팀'으로 만드는, 나아가 상대방의 전술에 대처하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능력있는 감독이 있는지 여부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예컨대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경우, 사실 우수한 스쿼드에 속하는 편이긴 하지만 매년 우승을 밥먹듯이 할 만한 멤버 구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뛰어난 지휘력을 발휘하여 팀을 우승시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이러한 감독을 지원하고 선수 수급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구단주 이하 프론트 진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단적인 예로 셰이크 만수르의 맨체스터 시티 인수 이후에 그들의 약진을 살펴보면 될 것이다. 리버풀이 상대적으로 처지는 사이 빅4는 이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날, 맨체스터 시티를 꼽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정도로 그들은 강해지고 있었고 그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은 역시 구단주의 아낌없는(지나칠 정도로!) 투자라고 봐야 했다.
우수한 선수, 능력있는 감독 이하 코치진, 부유하고 투자 의욕 넘치는 구단주와 소신있는 프런트진, 이를 모두 갖춘다면 강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팩트들의 나열만으로 과연 강팀의 조건을 모두 말했다고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축구는, 스포츠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나열한 모든 것을 다 갖춘 팀, 혹은 그에 근접하는 팀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성과를 얻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
리버풀의 수석 코치 새미 리는 옆에서 데이빗의 멋진 선제 골에 기뻐하는 달글리시 감독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마치 자신이 골을 넣은 것 마냥 좋아하는 감독을 보며 새미 리는 며칠전 나눈 감독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리버풀에게 부족했던 것은 선수가 아니라 위닝 멘탈리티, 그거였지.]
악몽같았던 전 구단주의 횡포로 인한 선수 수급의 어려움, 새로 부임한 감독의 전술적 역량의 한계, 이유는 많았다. 하지만 달글리시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자신감,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선수들의 마음가짐,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강팀 특유의 위압감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크다고 보았다.
[사실 맨유를 보면 심판이 도와주네, 퍼기타임이네 말이 많잖아.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로스 타임을 10분을 주면 뭘하나. 패배에 익숙한 팀이라면 쐐기골이나 안먹으면 다행이지. 안그런가?]
어쩌다보니 가장 싫어하는 라이벌 팀을 칭찬하는 모양새가 되버린 것 같다고 달글리시 감독은 쓰게 웃었다. 하지만 싫은 건 싫은 거고, 그들이 프리미어 리그 출범이후 쌓아 올린 위업은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퍼거슨과 함께 한 그들의 긴 시간 동안 그들은 흔들리지 않는 절대적인 자신감, 위닝 멘탈리티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전술적인 부분에서는 나보다 더 뛰어난 감독도 많을 거야. 나는 분명 현장에서 오랜 시간 멀리 떨어져 있었고 그동안 축구는 눈부시게 발전했으니 말이지.]
[하지만 선수들의 정신, 멘탈을 잡아주는 데에는 내가 적임이라고 생각했어. 나는 리버풀의 영광의 시절을 겪었고 점차 위용을 잃어가는 제국의 쓸쓸한 모습도 지켜보았네. 그래서 알고 있어. 과거 리그에서 적수가 없었던 시절의 우리들과 지금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허덕이는 저들의 차이를 말이야.]
[리버풀은 리버풀 다워야 하지. 언제나 승리에 탐욕스러워야 하고 골을 갈구해야 해. 어떤 팀을 만나더라도 상대가 우리를 두렵게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그건 선수들의 이름값에서 나올 수도 있어. 하지만 강팀의 진정한 위압감은 이름값 따위가 아니야. 그정도로 싸구려가 아니지. 절대 흔들림 없는 압도적인 자신감이 바로 그거야. 나는 선수들에게 그걸 채워주기 위해 다시 돌아 왔네.]
달글리시 감독의 효과였을까, 그렇지 않으면 선수들 본인들의 각성에 의한 것이었을까, 리버풀은 그 이전의 경기에서 보인 답답한 경기력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에버튼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비록 왼쪽 사이드 미드필더로 나선 조 콜의 움직임이 효율적이지 못했으나 마침내 포텐셜이 터지기 시작한 루카스는 제라드가 안심하고 공격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었고 카윗은 특유의 엄청난 활동량으로 상대를 끈임없이 괴롭혔다.
[나이스 패스!]
중반에서 루카스가 빼낸 공을 건네 받은 메이렐레스가 오른쪽 사이드의 카윗에게 밀어주었다. 카윗은 수비를 달고 오른쪽 사이드를 질주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상대 수비를 떨쳐내지 못한 카윗은 공을 뒤로 돌릴까 고민하는 사이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디르크!!]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데이빗이 크게 손을 들고 공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공을 주려면 공을 띄워야 했다. 제공권 장악에 강점을 보이지 않는, 아니 오히려 약점에 가까운 데이빗이 공중볼을 달라니 의아했지만 반사적으로 공을 차는 것이 먼저였다.
뻐엉-
원하는 데로 공을 올려준 디르크였으나 곧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그가 경합해야 하는 상대는 필립 요보, 190에 가까운 장신에 흑인 특유의 강인한 피지컬이 장점인 선수였다. 카윗은 데이빗이 공을 따내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자리를 지키는 데 주력했다.
'따낼 수 있어!'
데이빗은 자신감이 넘쳤다. 평소라면 아마 다른 미드필더들이 카윗에게 공을 연결받아 자신에게 넘겨줄 때까지 기회를 옅보았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직접 카윗의 커버를 가며 자연스럽게 스위치를 시도하거나.
하지만 점점 몸에 힘이 붙는 것을 느끼며 이제는 혹시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83cm의 신장은 엄청나게 큰 것은 아니었지만 공중볼 경합에서 아예 승산이 없는 난쟁이도 아니었기에 힘만 붙는다면, 그리고 수비수들보다 자리를 조금만 빨리 선점할 수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한번 시험해보기로 했다.
'좋아!'
예상한 궤적대로 공이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덩치 좋은 수비수 요보가 몸을 밀어 오기 시작했다. 만만치 않은 압박, 예전같았으면 넘어지거나 넘어지지 않더라도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버텨냈다. 아니 버티는 것을 넘어 오히려 요보의 어깨를 슬쩍 누르며 점프하는데 성공했다.
요보는 당황스러웠다. 딱 봐도 비리비리한 녀석이(사실 그렇게 비리비리한 편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먼저 점프했기 때문이었다. 어깨를 걸지 못했다. 오히려 선점당했다. 뛰는 첫발째가 늦었다. 지금 뛰어서 공을 따낼 수 있을까? 몇 cm차이 안나는 신장에 걸어봐야했다. 요보는 바로 뛰어 올랐다.
뒤늦게 요보가 뛰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공중에서 몸이 부딪히는 두 선수, 데이빗은 몸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았다. 버틸만 했다. 직감적으로 지금 날아오는 공을 따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왜 아무도 없어?!'
박스 주변이었기에 직접 슈팅은 불가능 했다. 당연히 주변의 아군에게 공을 떨어 뜨려줘야하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없었다. 카윗은 크로스를 건네주고 오히려 약간 뒤에 물러선 느낌이었고 제라드가 그럭저럭 가까이 있긴 했지만 공격에 가담하려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공은 따낼 수 있는데 주변에 줄 동료가 없는 상황,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최대한 강하게 그나마 가까이에 있는 제라드를 향해 공을 떨궈주었다. 하지만 한발 먼저 펠라이니가 공을 가로챘고 리버풀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음? 저 친구, 제공권 장악은 영 소질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벤치에서 의아한 표정으로 리 코치를 돌아보는 달글리시 감독이다. 새미도 그렇게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연다.
[물론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데이빗에게 가는 공은 로빙 볼은 자제하라는 지시가 있었죠.]
[그렇지? 분명 그랬는데 지금 주변에 동료들이 없어서 그랬지 공을 잘 따냈잖아? 스티브가 조금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상태였으면 아마 좋은 찬스가 났을텐데.]
[동료를 믿어야겠지만...사실 저 친구가 공을 따낼것 이라고는 아마 예상 못했을테니까요. 팀내 훈련에서 자신보다 키가 작은 수비들에게도 공을 못따내던 친구가 190에 가까운 장신 수비를 상대로 해서 공을 따낼 거라고 예상하겠습니까?]
그러면서 '어차피 못따낼 확률이 높으니 역습이나 당하지 말자는 거겠죠' 라고 덧붙였다. 달글리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방금의 장면이 우연히 얻어걸린 장면인지, 아니면 데이빗이 슬슬 공중볼 경합에 대한 감을 잡고 있는 것인지 확인해 볼 필요성은 느꼈다. 자리에서 일어난 달글리시 감독은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가 카윗을 불러 지시를 내렸다.
[감독이 데이빗의 머리에 한번 맞춰보라고 말하네.]
[그래? 알겠어. 다른 친구들에게는 내가 사인을 보낼게.]
공이 터치라인 밖으로 나간 틈을 타 카윗이 제라드에게 감독으로부터 지시받은 전술 변화를 전달했고 제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제라드는 왼쪽 사이드의 조콜과 마틴 켈리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이어진 경기, 리버풀은 2선에서 곧바로 데이빗의 머리를 겨냥하는 롱 볼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바뀐 리버풀의 패턴에 에버튼 수비는 일순 당황하는 모습이었으나 오히려 그들의 장점으로 승부해온다는 생각을 했고 좀 더 강하게 데이빗과 공중 볼을 경합하기 시작했다.
'니들이 왜 갑자기 패턴을 바꿨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우리로서는 고마운 일이라고!'
조 콜이 크게 때려 넣은 롱 패스를 한발 먼저 클리어하는데 성공한 요보는 그렇게 생각했다. 선취골을 내준 장면은 상대의 빠른 패스워크에 대처하지 못한 바가 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점 이후 마크와 커버에 대해 확실히 점검을 했는데 의외로 공중볼로 승부를 걸어오는 모습에 황당했다. 하지만 자신은 어디에서도 공중볼을 따내는 능력으로 크게 밀려본 경험이 없는 베테랑이었다. 처음에 한번 헤딩을 따냈다고 계속 통할줄 안다고 생각하면 오산임을 똑똑히 알려주겠다고 생각했다.
[흐응...좀 늦었나. 이렇게...? 아니, 반대쪽에서 뛰어보면 어떨까.]
경합에서 진 상대의 공격수가 뭐라뭐라 중얼중얼하는 것이 들렸다. 공을 못 따냈지만 딱히 아쉬워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의아할 정도였다. 평소같으면 한마디 트래쉬 토킹 정도는 날려줬겠지만 또다시 시작된 리버풀의 공격에 경기에 집중하는 요보였다.
[고전하는 모양새이긴 합니다만, 생각보다 잘 버티는 수준이군요.]
벤치에서 지켜본 코치의 평가, 몇차례 롱볼이 날아갔고 데이빗은 거의 머리에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아예 경합이 성립되지 않는 수준은 아니었고 한번은 머리에 맞추는 데는 성공했다. 비록 아군에게 정확히 연결시키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달글리시도 코치의 견해에 동감했다.
[그런 것 같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예 못 써먹을 패턴은 아닙니다만 확률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군요. 좀 더 훈련을 통해 갈고 닦은 뒤라면 모르겠지만 사실 저 친구는 뚫어내는 데 재능이 있는 선수이지 제공권 다툼에 능한 선수는 아니니까요.]
실험은 이쯤에서 그만 두는게 어떠냐는 코치의 의도에 달글리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니 이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때라고 생각했다.
[뭐, 시간이 부족할때 한번에 전방으로 때려 넣어도 아예 무기력하진 않을 것 같으니 수확은 있었다고 봐야겠지.]
시간도 충분하고 한골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확률 떨어지는 롱볼 축구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 달글리시가 다시 한번 전술 변화를 주기 위해 사이드 라인쪽으로 다가설 때였다.
'힘들지만 이것도 나름 재미있는 것 같네.'
몇번의 경합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점점 감을 잡고 있는 데이빗이었다. 그간 리저브에서, 그리고 퍼스트 팀 훈련과 몇번의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겪은 무력했던 경험을 계속 곱씹었다.
-키가 2m가 넘고 탄력이 우수한 수비수라도 모든 공중볼을 따낼 수는 없다.
키가 작은 공격수라고, 힘이 부족한 선수라고 해도 무조건 지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숙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리버풀 팬들에게 배신자라고 욕먹는 마이클 오웬의 전성기 시절, 그는 170대의 작은 키로 숱한 장신 선수들 사이에서 헤딩을 성공시키곤 했었다. 우수한 점프력,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치 선정이 가능케 했다.
'배신자의 플레이에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이 좀 걸리긴 하지만 뭐 써먹을 수 있는 건 써먹어야겠지.'
물론 데이빗도 선수가 되기 이전부터 리버풀FC의 팬이었기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오웬의 욕을 정말 많이 했고 지금도 싫어하고 있었다.
어슬렁거리며 상대 수비를 달고 움직이던 데이빗은 조 콜이 다시 한번 크게 공을 차는 모습을 보았다. 킥이 이루어지기 전이었지만 본능적으로 조 콜이 어디로 보내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발 밑에 전달하는 짧은 땅볼 패스건, 머리로 향하는 로빙 패스건, 공간으로 뿌리는 스루 패스건 스트라이커는 언제나 패스를 예측할 줄 알아야 했다.
'제 자리에서 싸우기 힘들다면 내 장점으로 싸우면 되지!'
순간적인 데이빗의 가속, 그리고 낙하지점까지 톱스피드로 뛰어 가는 데이빗, 조셉 요보는 순간적으로 놓쳤다는 판단에 파울로 끊을 생각으로 데이빗의 유니폼을 잡아 당겼지만 곧 자신의 팔을 쳐내는 데이빗의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에 자유롭게 점프할 수 있었고 왼쪽 사이드에서 날아온 패스를 오른쪽으로 크게 돌려 놓는데 성공했다.
[굿 잡!]
데이빗이 떨군 공은 카윗에게 정확히 전달이 되었다. 공중에서 이루어진 원터치 패스에 에버튼의 수비진은 완벽히 허를 찔렸고 카윗의 사이드 돌파를 저지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부랴부랴 접근한 베인스를 놀리듯 크로스를 올리는 카윗, 눈깜짝할 사이에 페널티 박스 중간 지점에서 니어포스트로 나타난 데이빗은 헤이팅아보다 한발 먼저 공을 잘라먹는데 성공했고 머리로 가볍게 공의 방향만 바꿔 놓는 헤딩을 시도했다.
출렁-
전반 20분, 리버풀의 두번째 골이 터졌다. 데이빗은 포효했고 에버튼 선수들은 고개를 떨굴수 밖에 없었다.
-킹 케니, 황태자 책봉이 이루어지다.
안필드에서 열린 프리미어 리그 23라운드, 리버풀과 에버튼의 경기는 케니 달글리시의 감독 복귀전으로 많은 관심이 쏠렸다. 리버풀을 지지하는 많은 팬들은 팀의 레전드 달글리시가 부진에 빠진 리버풀을 구원해주길 바랬고 달글리시는 자신의 복귀전을 5:0이라는 엄청난 스코어로 장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이날의 진정한 주인공은 킹 케니가 아니었다.
09-10 시즌 막바지에 프리미어 리그에 데뷔한 20세의 젊은 스트라이커 데이빗 장이 주인공이었다. 그가 경기를 지배했고 그를 위한 경기였다. 이 재간 넘치는 플레이어는 77분간 경기를 소화하며 3골을 퍼붓고 1골을 어시스트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반 7분, 스티븐 제라드와 환상적인 연계 플레이를 맞추며 상대 수비를 완벽히 따돌린 데이빗은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로빙 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13분 뒤에는 오른쪽 사이드에서 올라온 카윗의 크로스를 머리로 방향만 바꿔 놓으며 두번 째 골을 성공시켰다.
전반에만 두골을 몰아친 데이빗 장은 후반 시작 3분만에 디르크 카윗에게 완벽한 스루 패스를 찔러주며 팀의 세번째 골을 어시스트했다. 그리고 후반 75분, 메이렐레스로부터 훌륭한 패스를 이어받아 돌파를 시도했고 그를 막다 패닉에 빠진 헤이팅아의 태클에 발이 걸려넘어지며 PK를 유도해냈다.
통상적으로 리버풀이 얻어 낸 페널티 킥은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전담한다. 하지만 이날 제라드는 해트트릭을 눈앞에 둔 데이빗에게 기회를 양보했고 데이빗은 그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그리고 77분에 다비드 은고그와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떠나는 그에게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며 그의 활약에 만족을 표시했다.
리버풀은 후반 83분에 터진 제라드의 멋진 중거리 슛으로 한 점을 추가하며 5:0 완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왕의 복귀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번 경기는 데이빗 장이라는 새로운 황태자의 책봉이 이루어지는 자리였다. 09-10 시즌부터 조금씩 자신을 알리기 시작한 이 젊은 스트라이커는 마침내 자신의 가치를 완벽히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리그에서 총 5경기를 뛰며 5골 2어시스트를 기록 중인 데이빗 장이 부진에 빠진 리버풀을 부활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경기 후 인터뷰, 달글리시 "데이빗, 정말 환상적인 활약이었어."
케니 달글리시 감독이 자신의 감독 복귀전을 승리로 이끌며 기쁨을 표했다. 특히 이날 해트트릭을 몰아치며 승리의 주역이 된 데이빗 장을 극찬하며 그의 활약에 만족한다고 이야기 했다.
"감독으로 복귀한 첫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쁩니다. 많은 이들이 이 경기에 주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했고 다행히 승점 3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라이벌 팀과의 대결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언제나 환상적인 일입니다. 우리는 오늘 모든 면에서 그들(에버튼)보다 나았으며 승리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데이빗은 오늘 정말 환상적인 밤을 보냈습니다. 그는 자신이 빅 리그에서 뛸만한 재능이 있음을 알고 있었고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드레싱 룸에서 동료들과의 관계도 아주 원만하고 모두가 그와 함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훈련에 가장 성실히 참여하는 친구죠. 매일같이 새벽에 멜우드로 찾아오는 그로 인해 우리의 트레이닝 센터 직원이 하소연할 정도로 말이죠."
"오늘 승리로 중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갈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좀 더 높은 곳에 머무르길 원하며 시즌이 끝날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라드, "그는 더욱 더 많은 골을 원했다."
리버풀의 심장 스티븐 제라드도 팀 내 유망주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인터뷰를 통해 "그는 정말 환상적인 선수" 라고 이야기한 제라드는 데이빗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 말했다.
"첫 골을 넣고 그를 축하해줄때 저는 그가 더 많은 골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어요. 그는 마치 매 순간 골을 넣길 원하는 듯 보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약점을 지적했고 그도 동의했어요.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약점을 그대로 남겨둘 생각이 없었죠. 우리는 좀 더 완벽해진 데이빗과 함께할 수 있었고 앞으로 그가 더욱 더 좋은 모습이 될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어요."
"그는 클럽에 애정이 넘치고 리버풀에서 성공하길 원하고 있어요. 나는 그의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고 이곳에서 그와 함게 더 많은 승리를 거두길 원합니다."
============================ 작품 후기 ============================
1. 사족
퍼기 타임은 통계로 봐도 확실히 존재하더군요. 뭐 한두경기면 모르겠는데 누적된 기록이 거짓말을 할리는 없겠죠. 그래도 대단한 건 적게는 1~2분, 많게는 3분 정도의 +시간으로 맨유는 이기거나 패배를 면해 왔다는거죠. 참 영감님 진짜 싫어했었는데 능력은 인정 안할수가 없는듯요.
사족 2.
모예스는 좀 운이 없는 거 같아요. 사실 제가 봤을때 맨유 전력은 딱 그정도거든요. 근데 너무나도 위대한 선대로 인해 삽시간에 병신이 되버렸네요. 사실 호구슨 이후 달글리시가 초반에 각광받은 이유도 11년 1월에 감독을 맡은 이후 순위를 꽤나 끌어 올렸잖아요. 사실 그렇게 잘한건 없는데 전임이 하도 꼴통소리를 들었기에...
사족3.
한 시간 뒤면 리버풀 경기가 있네요. 이기자 리버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