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63화 (6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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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튼과 리버풀간의 프리미어 리그 23라운드 경기가 열리는 안필드는 입추의 여지 없이 관중들로 꽉 들어찼다. 머지사이드 더비라 불리우는 두 팀간의 경기 답게(우호적인 더비라 불리긴 했지만) 이 경기에 대한 양 팀 팬들의 관심은 지대했고 특히 리버풀은 돌아온 킹, 케니 달글리시의 감독 복귀전인만큼 더욱 더 많은 이목이 쏠려있었다.

리버풀의 베스트 11

------------데이빗-------------

------------제라드--------------

-조 콜-----------------------카윗-

--------루카스------메이렐레스-----

----켈리------------------존슨-----

---------캐러거----스크르텔----------

--------------레이나---------------

에버튼의 베스트 11

----------------사하---------------

--------------케이힐---------------

--콜먼---네빌---펠라이니---오스만--

-베인스--------------------히버트--

---------요보--------헤이팅아------

--------------하워드----------------

4-4-1-1의 전형으로 나온 리버풀이었다. 그동안 미드필드에서 포제션 확보에 주력하던 제라드를 과감히 공격에 집중하도록 끌어 올렸다. 그 배경에는 지난 시즌까지 허술한 플레이로 욕을 먹던 레이바의 급성장이 있었다. 그랬기에 상대적으로 수비가담이 적은 조 콜을 기용하면서도 제라드를 전진 배치 시킬 수 있었던 케니 달글리시 감독이었다. 디르크 카윗이야 워낙 수비가담이 좋고 활동 반경이 넓은 선수였으니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토레스 복귀 이후, 비록 예전의 강력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 토레스였지만 선발 출전 멤버에서 빠지는 일은 드물었기에 많은 이들이 새 감독이 오면서 토레스의 입지가 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너희들도 알겠지만, 이 경기를 두고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선수들이다. 그들도 눈이 있고 귀가 있으니 알고 있었다. 레전드의 복귀, 라이벌 팀과의 승부, 하위권으로 떨어지느냐, 중 상위권으로 도약할 발판으로 삼느냐의 기점 등 많은 것들이 이 경기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신경쓰지마라. 너희들이 해야할 일은 명확하다. 상대가 누가 되었든 경기에 나가서 최선을 다할 것만 생각해라. 그 외의 문제는 내가 책임질 문제다.]

[지금 우리는 리그 12위다. 너희들의 클래스가 여기에 머무를 만한 레벨이 아니라는 건 내가 잘 알고 있다. 여기는 안필드다. 나가서 팬들에게 너희가 건재하다는 것을, 더 높이 올라갈 만한 팀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와라.]

길지 않은 멘트를 마치고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는 달글리시 감독, 데이빗도 감독과 악수를 하며 점점 고조되는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데이빗, 너의 능력을 믿고 있다. 나가서 팬들에게 너를 증명하고 와라. 저 열렬한 콥들이 너의 이름을 외치도록 만들어.]

[알겠습니다. 감독님.]

신뢰의 표시, 단순한 립 서비스일수도 있지만 데이빗에게는 힘이 되는 한 마디였다. 호지슨 감독 시절에는 전혀 겪어 보지 못한 바였기에 더욱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그럼 나가자. 나가서 저 파랭이 녀석들에게 이곳 리버풀, 아니 머지사이드의 주인이 누군지 똑똑히 알려줘.]

[네가 말했던 녀석이 저녀석이지?]

에버튼의 센터백 욘 헤이팅아가 레이튼 베인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베인스는 시선을 멀리 둔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바라보는 끝에는 데이빗이 제라드와 함게 센터 서클에서 킥오프를 기다리고 있었다.

[맞아, 지난 시즌에 내가 부상당한 적 있었잖아. 그리고 리저브에서 복귀전을 준비하고 있을때 한번 만나본 적이 있어. 그때 정말 놀랐거든. 그정도 레벨의 공격수를 리저브에서 볼 줄은 몰랐으니까.]

꽤나 경계하는 모습, 헤이팅아는 흐음-하는 탄성과 함께 베인스가 극찬한 공격수를 바라보았다.180은 넘어보이는 키, 덩치가 좋다기보다는 날렵해보이는 체형, 무엇보다 이곳 프리미어 리그에서 흔하지 않은 검은색의 머리색이 인상적이었다.

[동양인인가? 요즘 맨유에서 뛰는 그...누구냐, 박(Park)이 코리아 출신이라고 했나? 암튼 동양인이잖아. 일본이나 중국쪽일 수도 있고.]

[잘 모르겠는데.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아무턴 저녀석 생각보다 엄청빠르고 스킬도 좋아. 방심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경계를 늦추지 않는 베인스의 모습에 흠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헤이팅아, 솔직히 처음 보는 공격수였기에 감이 잘 오진 않았지만 동료의 조언을 허투로 들을만큼 꽉막히진 않았다.

[걱정하지마. 방심같은 건 안하니까. 오늘도 이겨서 4위권을 노려봐야되지 않겠어?]

[물론이지.]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울렸고 서로 맡은 포지션으로 이동하는 둘, 그리고 양 팀 선수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데이빗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최고의 컨디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박싱 데이가 지나면서 다른 선수들의 체력이 슬슬 떨어져가고 있는데 반해 데이빗은 부상 이후 착실히 몸 상태를 끌어 올리는 데 주력하여 지금은 부상 이전의 몸 상태 그 이상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거기에 자신을 믿어주는 감독까지 있으니 출전시간을 놓고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었다.

'아니, 기회가 왔을때 머저리 같이 발로 걷어 차버린다면 벤치신세가 되겠지.'

선수로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벤치에만 앉아 있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스트레스였다. 자존심도 상하고 덩달아 자신감도 떨어지는 그 더러운 느낌은 자리를 잃어버리지 않은 사람이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감정이다. 데이빗은 절대로 그런 비참한 느낌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데이빗!]

자신의 이름을 크게 부르는 제라드, 고개를 돌려 확인할 것도 없었다. 캡틴이라면, 제라드라면 지금 자신이 본 공간으로 공을 찔러 올 것이다. 생각은 짧았고 움직임은 신속했다. 데이빗의 허벅지에 불끈 힘이 실리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는 수비를 등 뒤에 두지 마. 내가 너를 골대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겠어.'

경기 시작전에 센터서클에서 제라드가 해준 말이었다. 사실 지금 몸상태라면 어지간한 수비수의 견제는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주장, 그리고 플레이 메이커의 지시를 따르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가 모르는 자신의 변화된 모습은 천천히 알려주면 된다.

'캡틴이 공격에 전념하니 정말 편한데.'

에버튼의 수비형 미드필더 펠라이니와 센터백 헤이팅아 사이의 약간의 빈 공간, 그 사이를 노린 제라드의 절묘한 패스, 데이빗은 완벽한 트래핑으로 공을 자신의 오른발에 정확히 붙여 놓았다. 빠르게 시선을 돌려 수비 상황을 확인, 헤이팅아가 자신의 돌파에 대비해 포지션을 무너뜨리지 않으며 압박하고 있었고 뒤쪽에서 펠라이니가 뛰어들어오고 있었다. 데이빗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았다.

'니가 날 그렇게 막으러 오면 누군가가 빈다고 생각 안해?'

그리고 터져나온 지체없는 노룩 힐 패스, 죽어라 뛰어오는 펠라이니를 조롱하는 것처럼 그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간 공은 빈 공간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리고 그 공을 향해 맹렬히 달려드는 선수가 있었다.

[막아-!!]

무표정하게 공을 향해 달려드는 스티븐 제라드를 발견한 요보가 뒤늦게 뛰어나오며 소리질렀다. 막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슈팅 코스를 좁히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느꼈다. 그의 옆으로 공이 예상보다 느릿하게 스쳐지나가기 전까지는.

데이빗의 힐 패스 한번에 펠라이니는 몸이 순간 굳어 버렸다. 제라드의 슈팅을 막으러 달려나간 요보, 그리고 헤이팅아는 시선을 완전히 제라드에게 빼앗겨 버렸고. 즉, 데이빗은 그 순간 노마크나 다름이 없었다. 그는 요보가 달려나오고 헤이팅아의 시선이 팔리며 생긴 틈 사이를 재빠르게 파고 들었다. 그리고 기대대로 제라드로부터 부드러운, 그리고 치명적인 패스를 연결받았다.

데이빗의 쇄도가 늦었다면 공은 그대로 골키퍼에게 굴러갔을 것이다. 반대로 제라드의 패스 타이밍이 늦었다면 데이빗은 오프 사이드에 걸렸얼 것이고. 절묘한 둘 사이의 호흡, 마치 한 몸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치밀한 움직임이었고 에버튼의 수비진은 단 두명의 콤비 플레이에 의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제기랄!]

갑자기 센터백 두명 사이에서 튀어나온 데이빗으로 인해 놀란 골키퍼가 뛰어 나와본다. 하지만 그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기도 전에 공이 자신의 머리 위를 지나는 것을 느꼈다. 둥실 떠서 머리 위를 지나는 공, 마치 약올리듯  천천히 골라인을 넘어 그물에 안착한다. 데이빗의 로빙슛, 리버풀이 선취득점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데이빗 장, 멋진 힐패스!! 펠라이니를 완전히 바보로 만들어 버립니다! 스티븐 제라드! 슈팅~~

-아, 패스입니다! 스티븐 제라드의 완전히 허를 찌르는 패스! 다시 한번 데이빗 장입니다! 데이빗 골키퍼와 1대1 상황!

-슛! 들어갔습니다!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로빙 슛으로 본인의 이번 시즌 1호골을 성공시킵니다! 굉장한 골이 나왔습니다!

-스티븐 제라드 선수와 데이빗 장 선수의 완벽한 호흡이 골을 만들어 냅니다! 정말 아름다운 콤비군요!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은 그라운드 위에서 5분동안이라도 완벽한 축구가 구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 이자리에 완벽한 플레이가 나왔습니다.

-데이빗 장 선수, 20세의 젊은 스트라이커가 자신의 재능을 안필드의 팬들에게 알립니다! 완벽한 볼터치와 침착함이 돋보였습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 그리고 경기를 중계하던 중계진들도 난리가 났다. 경기 시작 7분만에 터진 골이었다. 그것도 토레스를 대신해 올 시즌 첫 선발로 나온 유망주가 기록한 골이었다. 자신의 팀 출신의 유망주가 활약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하는 팬들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들은 점점 이름을 알려가고 있는 그들의 신세대 공격수에 열광했고 멋진 골을 보여준데 대한 보답으로 그들의 자랑스러운 응원가 You'll never walk alone을 그 어느때보다 크게 부르기 시작했다.

When you walk through the storm, hold your head up high,

폭풍속을 걸어가더라도 당당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세요

And don't be afraid of the dark

어두움 속에서 두려워 하지 마세요

At the end of the storm is a golden sky,

저 폭풍이 지나면 금빛 하늘이 열릴테니까요

And the sweet silver song of a lark.

그리고 종달새의 은빛 노래가 들려오죠

Walk on through the wind, walk on through the rain,

저 거친 바람 속을 당당히 걸어요, 저 폭풍우 속에서도 전진하는 거죠

Though your dreams be tossed and blown,

비록 젖혀지고 바람에 흔들릴지라도

Walk on, walk on with hope in your heart

걸어가요, 가슴속에 희망을 안고 걷고, 또 걸어요

And you'll never walk alone,

그래, 우리는 절대로 혼자가 아니니까요

You'll never walk alone.

절대로 혼자 걷는게 아니니까요.

[끝내주네요.]

골을 넣고 어떻게 세레모니를 했는지 기억도 나질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동료들과 부둥켜 안고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고 있었던 데이빗이다. 수많은 콥들이 목청껏 부르는 그들의 응원가를 듣자 온 몸에서 찌르르 하는 전율이 느껴졌다. 그의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 뜨리며 제라드가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들에게 골을 선사해준다면 언제든 이런 감동을 느낄수 있지. 아직 부족한 것 같은데 오늘 몇번은 더 들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제라드의 말에 씩 웃는 데이빗, 좋은 생각이네요-라고 중얼거리고는 입을 열었다.

[좋네요. 오늘 온 팬들의 목이 완전히 쉬어버릴때까지 골을 넣고 싶어요. 구장 매점에 목 아플때 먹는 약을 비치해야할 만큼 말이죠.]

당찬 데이빗의 포부에 제라드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계획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라고 웃으며 어깨를 두드려준다.

[한 두골 넣어서는 안될텐데. 우리 팬들을 우습게 보면 안되거든. 가끔 난 그들의 목이 성악가들의 그것보다 훨씬 강하다고 생각할때가 있거든.]

화기애애한 분위기, 반면 센터 서클에서 전반 10분도 안되어 킥 오프를 준비하는 에버튼 선수들의 표정은 벌레를 씹은 듯 했다. 데이빗은 고개를 돌리며 경기에 집중할 준비를 하고 가볍게 마무리했다.

[오늘 우리 팬들의 목이 얼마나 건강한지 한번 시험해 봐야겠네요.]

씩 웃음을 지으며 에버튼 진영을 바라보는 데이빗, 아직 시간은 많았고 경기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저기 보세요. 저쪽에 야생의 에버튼이 있어요. 에버튼은 훌륭한 단백...아니 득점 공급원이죠. 네 저건 먹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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