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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리버풀은 급격한 변화를 다시 맞이 했다. 6년에 걸친 라파의 시대가 끝나고 로이 호지슨의 리버풀이 출범한지 약 반년, 호지슨은 빅4의 재진입을 노리던 리버풀을 강등권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으며(1월 현재 12위로 약간 반등에 성공하긴 했다) 팬들과 보드진의 신뢰를 잃었다.
위기의 리버풀,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존 헨리와 펜웨이 스포츠 그룹(FSG)이 선택한 카드는 리버풀의 레전드 '킹 케니' 였다. 리버풀을 지지하던 많은 이들은 이와 같은 결정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고 언론에서는 '왕의 귀환' 이라고 케니의 감독 취임에 대하여 연신 기사를 써내리고 있었다.
킹 케니의 귀환에 앞서 존 헨리와 FSG는 프랑스의 생테티엔의 단장으로 있던 데이만 코믈리를 단장으로 영입해오며 자신들이 추구하는 구단 운영의 첫 걸음을 걷기 시작한 상태였다.(코믈리는 2011년 3월 경에 리버풀의 단장에 오릅니다만 글에서는 바로 단장으로 온 것으로 하겠습니다.)
존 헨리, 그리고 FSG의 운영 방식은 그들이 메이저 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성공을 거둔 '머니볼' 방식이라고 볼 수 있었다. 존 헨리는 자신과 함께 레드삭스에서 성공을 거둔 젊은 테오 엡스타인과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하고 준수했다.
1. 선수 영입(혹은 평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통계로 나타나는 효율이다. 단 반드시 필요한 영입이라면 큰 지출도 감수할 수 있다.
2. 선수 영입보다 팜(유스)의 콜업이 우선시 된다. 팜(유스)로 채우지 못한 자리만 1번 룰에 의하여 선수를 영입한다. 즉, 팜(유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3. 이러한 선수단 운영과정에서 혹시나 실수가 발생하면 인정하고 곧바로 되짚어 수정한 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코믈리는 이와 같은 존 헨리와 FSG의 운영방식에 그대로 들어 맞는 인물이었다. 그가 2005-2008년까지 토트넘 핫스퍼의 단정으로 있으면서 보여준 영입 수완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그는 토트넘에서 총 26명의 선수를 영입했으며 모드리치, 파블류첸코, 가레스 베일, 아수 에코토, 지오반니, 콜루카 등 우수한 선수를 발굴했으며 이 기간 그가 투자한 금액의 총 액수는 9500만 파운드였고 그는 이 금액으로 1억2200만 파운드의 가치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 받았다.
즉, 주어진 자원으로 최대의 효율을 이끌어 낸다는 머니볼의 이상에 딱 맞는 행보를 보인 단장이라고 볼 수 있었고 존 헨리는 그의 수완을 인정하여 영입해 온 것이다.
새로운 감독의 부임, 구단주의 철학과 새로운 단장의 영입은 필연적으로 리버풀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호지슨 체제에서 실망스러웠던 라이언 바벨이 호펜하임으로 완전 이적했고 폴 콘체스키 또한 노팅엄 포레스트로 임대를 떠나게 되었다.
[루이스 수아레즈의 영입 자금으로 2200만 파운드 규모의 금액을 사용하는 데 승인이 이루어졌습니다.]
케니 달글리시 감독은 자신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수아레즈의 영입건에 구단의 승인이 떨어지자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데이빗이라는 새로운 재능과 토레스만 가지고 시즌을 치르기에는 부족함을 느꼈다. 그랬기에 에레디비지에를 평정하고 지난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친 루이스 수아레즈를 이번 1월 이적시장에서 반드시 영입하고 싶었고 구단의 허락이 떨어진 지금 기분이 나쁠리 없었다.
[시간이 많지 않네. 어서 아약스에게 비드를 넣도록. 그나저나 루이스 그 친구 지금 징계를 받았다고?]
케니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직원, 서류를 한번 훝어보더니 확실히 대답하는 모습이다.
[지난 PSV와의 시합에서 오트만 바칼의 목을 깨물었다는 군요. 그래서 현재 7경기 징계를 받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거참 목을 물었다고. 한 성질 하는 녀석이구먼. 어쨌든 그런 사고를 친 상태라면 조금이라도 싸게 영입할 수도 있을테니 우리로서는 나쁠 것은 없겠지.]
실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달글리시, 눈 코 뜰새 없이 바빴지만 일하는 즐거움이 느껴지는 요즘이었다. 구단주는 아주 통이 큰 양반은 아니었으나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고 토레스의 폼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것은 아쉬웠으나 제라드가 연신 최고의 활약을 보이며 팀을 이끌고 있었다. 거기에 다음 경기인 리그 23라운드, 에버튼과의 머지사이드 더비에는 자신이 눈여겨 보았던 데이빗이 프리미어 리그 복귀전을 치르게 된다.
[일단 수아레즈의 이적이 빨리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군. 카드는 많을 수록 좋으니 말이야.]
서류철을 뒤적이며 미간을 찌푸리는 달글리시 감독, 이내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는지 고개를 들어 직원을 바라본다.
[근데 그 친구, 상대 선수 목은 왜 물었다고 하나? 갑자기 궁금해지네. 그 친구가 온다면 미스터 타이슨이라고 불러야 하려나?]
데이만 코믈리는 확실한 철학이 있는 단장이었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뽑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라는 질문을 끈임없이 던졌고 결국 가장 확률이 높은 방식은 구체적인 수치, 통계, 트랙 레코드를 따르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케니 달글리시가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에 대해 파악하고 현재 스쿼드가 변화해야 할 방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달글리시 감독의 스타일은 전형적인 잉글랜드 스타일, 미드필드에서 사이드로 크게 벌리고 발빠르면서 크로스 능력이 좋은 윙어가 중앙으로 연결, 그리고 박스 장악력이 뛰어난 공격수가 마무리하는 축구다.]
과거의 기록을 되돌아 봄으로 감독의 스타일은 파악이 되었다. 그렇다면 현재 스쿼드가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적합한 것인지, 적합하지 않다면 정리해야 할 대상과 영입해야할 부분은 어디인가 연구해야 했다.
[아약스에 비드를 넣은 수아레즈의 경우 제공권 장악은 크게 강점이 있는 공격수는 아니다. 리저브에서 올라온 데이빗이란 친구도 마찬가지. 둘 모두 빠른 발과 드리블링이 주무기인 공격수이지 박스 내에서 터프하게 자리를 잡는 스타일은 아니다.]
토레스의 경우 만능형 스트라이커이지만 현재 폼이 떨어지고 있고 폼이 올라온다고 해도 역시 정통 타겟 스트라이커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달글리시 감독이 이적 시장에서 에딘 제코나 앤디 캐롤에 대한 영입을 요청할 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해야하나. 사실 이들로는 선이 굵은 잉글랜드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기는 코믈리, 사실 그가 파악한 달글리시의 스타일은 과거의 것이다. 지금 달글리시가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다.
[오히려 그가 현재의 자원으로 구사하기에 적합한, 말하자면 라파와 비슷한 스타일을 추구한다면 이야기는 쉬워진다. 생각보다 빅 사이닝은 없어도 될 것이니까.]
그게 아니라 예전 달글리시 자신이 선호했던 스타일을 추구할 것이라면 대대적인 개편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분명 공중볼 장악이 뛰어난 스트라이커가 필요할 것이고 그에 맞춰 크로스 능력이 뛰어난 자원도 필요해질 것이다. 리버풀의 현재 윙어, 미드필더들은 크로스를 전문적으로 올리는 자원들이 아니다.
[일단은 지켜봐야겠군. 감독과 대화를 좀 더 나눠볼 필요도 있겠어.]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데이빗 개인에게는 나쁜 시간이 아니었다. 새로이 감독으로 취임한 케니 달글리시 감독은 자신의 불안을 알고나 있다는 듯 먼저 개인 면담을 하자고 이야기 했고 대화를 통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자네가 데이빗이군. 만나서 반갑네. 내 소개가 필요한건 아니겠지?'
'나는 데이빗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너의 모습을 지켜봤어. 내 생각에 데이빗 자네는 이미 프리미어 리그에서 뛸만한 수준이야. 지난 리저브 경기도 잘 봤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발목은 이제 괜찮나? 괜찮다고? 그거 좋은 소식이군.'
'다음 에버튼 전에서 기회를 줄거야. 지금 주전 공격수 토레스가 폼이 많이 떨어진 상태인 것은 알고 있겠지? 내가 선수를 기용하는 전제는 간단해. 누가 지금 나가서 결과를 낼 수 있느냐, 이것 뿐이야.'
'즉, 지금 내 판단에는 컨디션이 떨어진 토레스보다 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거야. 그렇게 긴장할 건 없어. 평소처럼, 오케이?'
리버풀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레전드, 그리고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으며 감독으로 부임했기에 데이빗은 새로운 감독에 대해 약간의 거리감이랄까, 부담감이랄까,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호지슨으로부터는 철저히 외면받았기에 그런 느낌이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엄청 소탈한 사람이었지.]
긴장한 상태로 시작한 면담, 하지만 달글리시는 마치 친근한 고향 아저씨처럼 편하게 대해 주었고 자신이 품고 있던 불안감을 말끔히 날려주었다. 덤으로 다음 에버튼 전에서 선발 출장시켜줄 것이라는 약속도 받았고 말이다.
[확실히 토레스 씨가 좋지 않은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지금 내가 남 걱정해줄 때는 아니지.]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는 언제든 팀의 플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사실을 호지슨 감독의 6개월간 절실히 배웠다. 그리고 라파 시절보다 떨어진 경기력을 보인, 자신과 좋은 친구로 지냈던 라이언 바벨이 이적하는 모습을 보며 프로의 세계는 정말 냉정하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동경하던 토레스 씨지만, 이번 기회에 확실히 넘어선다는 각오로 덤벼야겠지. 토레스 씨가 컨디션을 회복한다고 해도 내 자리가 남아 있도록.]
새로운 감독 밑에서 출전하는 첫 경기였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눈도장을 찍어 놓지 못한다면 지금은 자신을 믿어주는 듯한 달글리시 감독이라고 해도 금방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설 것이다. 데이빗은 절대 그렇게 되지 않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어떤 감독이 온다고 해도 자신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 위치까지 올라가는 것, 그것이 데이빗의 목표였다.
============================ 작품 후기 ============================
사족 1.
전편에 인용한 명언의 주인이 샹클리 감독이 아니냐고, 샹크스는 오타 아니냐고 하셨는데 샹클리 감독의 애칭이 샹크스였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그렇게 썼습니다^^
사족 2.
찾아보니 수아레즈가 리버풀에 합류하기 전에 징계로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고 있었다네요. 근데 그 이유가 상대 목을 물어서...-_-;이녀석 전생에 뭐였길래
사족 3.
사실 존 헨리 구단주가 온 뒤(코믈리와 함께) 시도했던 초반 영입은 대부분 실패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리버풀이 헛돈 썼다. 돈지랄도 역시 제대로 해야 된다고 혀를 찼습니다만(저도 그랬습니다) 나중에 여러 정보를 접하며 알게된 사실이 아예 근거 없는 돈지랄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문제는 그런 판단을 내리게 된 배경, 근거가 통계와 같은 수치, 즉 야구의 머니볼에서 선수를 평가하는 방식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문제였다는거죠. 야구도 통계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축구는 애초에 통계라는 개념자체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상당히 희박하죠. 스탯을 따지는 방식을 보면 다들 아실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