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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아스날과의 프리미어 리그 개막전에서 다 잡은 승리를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놓친 리버풀은, 그 이후 이어진 경기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트라브존스포르와의 유로파 컵 플레이오프에서는 2승을 거두며 조별리그 진출에 성공했으나 프리미어 리그로 시선을 돌려보면 상황은 심각했다.
5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획득한 승점은 단 5점, 1승 2무 1패의 성적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리버풀이었다.. 리버풀을 아는 이라면 눈을 의심할만한 순위표였고 팬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시작이었다. 성질 급한 일부 팬들은 감독이 리버풀을 망치고 있다며 그를 데려온 것이 실수였다고 주장했으나 대다수의 팬들은 아직 시즌 초반이니 만큼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여하튼 그를 보는 팬들의 시선에 조금씩 의혹이 깃들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거기에 많은 이들이 부진한 성적에도 태평한 모습을 보이는 감독의 태도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10경기를 치르기 전까지는 경기력 비판을 듣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며 좀 더 나아질 거라 자신하는 모습이었다.
[......]
데이빗은 점점 불만이 쌓여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딱히 부상도 없었다. 하지만 경기에는 제대로 출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짜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지난 시즌, 2경기 뿐이었지만 결과를 만들어 냈다. 주전 선수 취급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로테이션에 들어갈 정도의 실력은 입증했다고 생각했다. 이번 개막전에서도 선취골을 어시스트하며 교체 투입으로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후 감독은 토레스와 은고그를 번갈아 가며 기용하며 데이빗에게 기회를 거의 주지 않았다. 2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전에서 90분이 지난 다음에 로스 타임 3분 가량을 뛰고 나온 것이 전부였으니 말 다했다. 유로파 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트라브존스포르 원정 명단에 포함되어 기대를 품었으나 데이빗이 한 일이라고는 전반전을 마치고 그라운드에서 몸을 푼 것이 다였다. 그 경기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찾으라면 트라브존스포르의 패배에 성난 팬들로부터 플라스틱 병뚜껑에 머리를 맞았다는 추억뿐이었다.
[오늘 정말 제대로 이야기를 해봐야 겠어.]
9월 들어서도 감독이 자신을 계속 벤치에 앉혀 두자 데이빗은 감독과 면담 신청을 했다. 도저히 이대로 벤치에 앉아 있자나 답답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똑똑-
감독 집무실 앞에서 숨을 한번 고르고 문을 두드리는 데이빗, 곧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렸고 데이빗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보고 있던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곧바로 물어오는 호지슨 감독이다. 데이빗은 목을 한번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오늘 이렇게 감독님에게 면담을 신청하게 된 이유는 제 출전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데이빗의 말에 감독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서류를 덮었다. 깍지를 끼며 데이빗을 바라보는 호지슨, 곧 한숨을 쉬며 조금은 딱딱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선수를 기용하는 문제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야. 팀을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모두를 만족시킬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자네에게 만족할 만큼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것은 이해하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에게도 플랜이 있고 자네는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군.]
완강한 감독의 태도에 데이빗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느꼈다. 사실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선수를 선발하고 운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역할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다. 같은 말을 한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이가 자존심 상하지 않게,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감독님의 플랜을 존중하지 않는 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충분히 경기를 뛸 만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언제쯤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말해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준비가 되었다고 확신하는 것은 젊음의 특권이지.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나의 답은 같네.]
말을 마치고 '그 외에 더 할말은 없는가' 라는 감독의 모습에 데이빗은 눈을 감았다.
[없습니다. 그럼 이만.]
말을 마치고 미련없이 몸을 돌려 감독실 밖으로 나왔다. 후욱 하고 거칠게 숨을 토해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 견디기 힘들었다. 토레스가 복귀한 이후(웨스트 브로미치와의 복귀전에서 팀의 1:0 승리를 이끄는 골을 기록했다) 감독은 자신을 철저히 외면했다.
[말이 안 통하네.]
자신이 불만을 가지는 이유를 알고는 있는지 궁금했다. 조금전의 대화로 데이빗이 감독에 대해 느낀 것은 단지 자신의 권위가 침해당한다는 불쾌감 뿐이었다.
[선수들이 이런 이유때문에 감독들과 싸우고 이적하는 구나.]
지금이라면 확실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데이빗은 한숨을 쉬며 복도를 빠져나갔다. 당연하게도 데이빗은 유로파 리그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출장하지 못하고 벤치에만 앉아 있었다.
프리미어 리그 6라운드, 리버풀은 선더랜드와 안필드에서 대결을 펼쳤다. 중 상위권으로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했던 리버풀은 이 경기에서 2:2의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 획득에 그치고 말았다. 많은 팬들은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했던 경기였다며 무승부라는 결과에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의 팬 포럼에서는 이 경기의 결과를 두고 많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로이의 인터뷰, 그리고 선더랜드 전에 대한 감상
일단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는데 우리 팀은 오늘 아쉽게 못 이긴 팀이 아냐. 그냥 비긴 팀이었어. 오늘 이기진 못했지만 다음엔 나아질 거란 소리가 통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물론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몇 번의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볼 수 있어. 하지만 이건 아니라고. 내가 단지 홈에서 약팀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지 못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야. 우리는 어제 분명히 비길 만한 경기력과 전술을 보였고 당연한 결과를 거뒀을 뿐이야. 그러니까 근본적인 부분이 변하지 않는 이상 더 나아질 거란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우리의 긍정적인 로이는 10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어떤 비난도 듣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지금 우리는 리그 6라운드, 유로파 리그 3경기, 합쳐서 9경기를 치렀어. 9경기 동안 보인 실망스러운 모습이 10경기 째에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은 들지 않아. 일단 지난 선더랜드 전이 끝나고 나서 로이가 한 인터뷰를 올려 볼게. 난 이거 읽다가 이 양반이 나랑 다른 경기를 봤나 싶었어.
우리가 원했던 결과가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력은 대체로 우리가 바라던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중략...
......무효로 선언된 토레스의 골에서 오프사이드 판정이 정당하지 않았다...중략
의도하지 않은 핸드볼, 선수의 손이 공을 건드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핸드볼 파울에서 페널티가 나왔다. 나는 핸드볼 판정은 반드시 의도적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 어느 누구도 이런 내 생각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얻은 승점에 비해 우리의 경기력은 훨씬 나았다고 생각한다. 후반전은 정말 재미있었고 팬들은 선수들의 노력, 정신력, 결단력에 박수를 보내는 내 입장을 지지해 줄거라 생각한다. 이것은...중략...
후반 초반에 2-1로 뒤지면서 우리는 좋은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면서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 중 유감스럽게도 골로 연결된 것은 한번에 불과했다.
오늘 경기 결과를 보자. 첼시, 토트넘, 아스날이 모두 패했다. 모든 경기에서 이길 필요가 있지만 리그의 차이는 매우 좁다. 만일 우리가 이겼다면 우리는 4위나 5위까지 올라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중략...
더욱더 함께 뛸 필요가 있다. 우리는 새로운 선수들이 많고 아직 많은 시간을 함께 한 팀이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더욱 더 많이 뛴다면 팀은 점점 하나가 되어갈 것이고 우리의 앞날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약하면 대충 이런 내용이야. 난 인터뷰를 보고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어. 일단 토레스의 오프 사이드, 핸드볼 파울로 인한 PK 등은 이야기 하지 않을게. 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감독이 지난 경기에서 보인 퍼포먼스에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이야.
안필드에서 직접 본 사람들이나 중계로 본 사람들이나 느꼈을 거야. 우리 팀의 라인 간격이 뭐가 저렇게 넓은 거지? 라고 느끼지 않았어? 대충 봐도 최전방의 토레스와 포백라인 간의 간격이 70m는 되어 보이더라. 선더랜드가 사실 그렇게 촘촘한 팀이 아니었음에도 우리 스스로 그들을 바르셀로나로 만들어줘버렸다고!
우리의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상대의 압박을 개인 기량으로 이겨내는 팀이 아니라 조직력으로 이겨내는 팀이었어. 공격수들의 포어체킹으로 상대의 후방 전진을 막고 상대가 중원에서 개싸움을 유도하면 풀백들이 전진해서 숫자 싸움에서 이기는 축구였다고.
자, 그런데 지금 상황을 봐. 우리 라인은 70m에 걸쳐 늘어져 있어. 이런 상황에서 상대와 숫자 싸움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선수들 전원이 디르크처럼 뛴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야.
후반전 '막판'에 경기력이 올라온 건 인정해. 그건 멍청한 퍼포먼스로 일관하던 폴센이 빠지고 데이빗이 들어왔기 때문이야. 데이빗이 투입되자 데이빗이 내려와도 앞에서 센터백을 잡아줄 선수가(토레스) 생긴거지. 이게 바로 선더랜드가 라인을 전진시키지 못한 이유야! 라인이 벌어진 건 그들이었고 상대적으로 우리는 데이빗이 내려오며 라인간 연결이 긴밀해졌고. 라파 시절과 흡사한 장면이야. 차이라면 제라드가 예전에 하던 역할을 데이빗이 한거고. 우리 캡틴은 뭘하고 있었을까?
우리 얼간이 같은 폴센과 메이렐레스가 붕괴시켜버린 미들진을 메우려고 밑으로 내려와서 고군분투했지! X발! 마치 제로섬 게임같은 거야! 두 얼간이 때문에 생긴 빈자리를 메우려고 캡틴이 내려오니 캡틴의 자리가 붕 떠버리는 거고. 그러니까 공격에 전념해야 할 데이빗이나 토레스가 내려오고. 악순환의 반복이었다고.
앞서 말했듯 머저리 폴센이 빠지고 데이빗이 투입된 이후 우리는 대등, 혹은 그 이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어. 전방에서 두 명이 포어체킹을 하며 상대를 함부로 내려오지 못하게 했고, 페르난도야 말할 것도 없는 월드 클래스지만 데이빗 장 이 친구의 능력이 아주 뛰어난 것을 느꼈어. 우리가 실질적인 수적 열세(두 멍청이들의 존재감 없는 형편없는 퍼포먼스로 인해) 에도 더 나아진 이유는 선수 개인의 기량이 상대를 압도했기 때문이야.
동점골 상황에서 루카스로부터 전진패스를 받고 상대 수비 두명을 완전히 얼간이로 만들어버렸지. 드리블로 한 명을 제치고 페르난도와 박스 근처에서 원-투 리턴으로 가볍게 나머지 한명도 요리했지. 그리고 상대의 파울로 PK를 얻어 냈고. 불행히도 우리는 동점골의 기회와 맞바꿔 유능한 어린 공격수를 2달 가량 잃게 되었어. 다행히 어린 루키가 몸으로 만들어 낸 기회를 캡틴이 놓치지 않았지만 나는 그보다 데이빗 그 친구를 앞으로 몇달 동안 못 볼 거라는 사실이 더 마음에 걸려. 은고그는 많이 늘었어. 인정해. 하지만 그는 페르난도와 같이, 혹은 그를 채울만한 클래스는 아니라는 건 인정해야 할 거야. 오히려 나를 포함해 지난 시즌 막판부터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기 시작한 데이빗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해. 그만큼 그의 부상이 슬퍼.
아무튼 우리 로이 감독이 알아야 할 점은 어제 경기력은 절대 좋지 못했으며 운좋게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해 지지 않았을 뿐이야. 인정할건 인정하자고. 토레스의 골은 오프사이드가 맞아. 폴센의 멍청한 핸들링 파울도 PK를 줄만했고. 운이 좋지 못했다, 점점 좋아질 것이다 라는 말로 넘어갈 만한 수준이 아니란 말이야.
팬 포럼에 어떤 이가 올린 장문의 글은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그만큼 로이 호지슨이 보여준 전술적인 역량은 라파의 그것에 비해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거기에 후반 천금같은 PK를 얻어내며 팀을 패배에서 구해냈으나 상대 수비의 태클에 발목 부상을 입게된 데이빗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많은 출장 수는 아니었으나 몇번의 경기에서 번뜩이는 재능을 선보였던 그였기에 어느새 키워볼만한 유망주라고 다들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데이빗과 리버풀 팬들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다.
============================ 작품 후기 ============================
데이빗: 경기에도 제대로 못뛰는데 부상까지 당하게 하면 어쩌자는 거야ㅠㅠ
자까: 암흑기를 빨리 넘기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다. 참아라.
며칠간 휴식을 취하니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원래는 공지로 때웠던 62편을 지우고 올렸어야 하는데...
독자 여러분의 너무도 따뜻한 댓글을 보자니 감동해서..ㅠ지울 엄두가 안나요. 정말 걱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진짜 눈물이 찔끔 나올정도로 제몸을 생각해주셔서 감동했어요.
지금 소설 내에서 리버풀이 본격적인 암흑기의 한 가운데에 있기에...글이 영 흥이 안나고 저도 쓰면서 'X발, X친 호구슨, 거지같은 힉질 개객끼' 하면서 쓰니 성질 버리겠다라구요. 그래서 최대한 빨리 암흑기를 넘기려고 합니다. 그래도 '눈뜨고 일어나니 구단주가 짤리고 호지슨이 경질됐어요!' 할수는 없는 노릇이라...타임 스킵의 기본 공식이랄까(어이..) 주인공이 좀 다쳐야 될 것 같더군요. 미안해 데이빗. 하지만 맨정신에 벤치에서 썩는 것 보단 낫지 않겠니..
어쨌든 다시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다려주신 분들, 그리고 걱정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독자님들 사...사...
...사탕 좋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