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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독의 부임과 함께 리버풀의 프리 시즌이 시작되었다. 선수들은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몸 만들기에 나섰다. 달콤한 휴가를 보내는 동안 늘어져버린 몸을 다시 긴 시즌을 견뎌내기 위한 상태로 돌려야 했다. 그래서 어느 팀이나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 올리는 데 주력하곤 했다.
데이빗은 퍼스트 팀의 프리 시즌 트레이닝이 리저브의 그것을 넘는 수준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정도는 당연한 듯 소화를 해줘야 퍼스트 팀의 일정에 맞출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힘에 부쳐도 이를 악 물고 따라 붙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퍼스트 팀의 다른 선수들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프리 시즌 피지컬 트레이닝이 힘든 거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강도가 유독 장난이 아닌데.]
거친 숨을 토해내며 자리에 주저 앉은 카윗이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이번 새 감독은 라파보다 빡센 감독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리 루키는 벌써 죽으려고 하는데, 이봐, 누가 메디컬 팀을 좀 불러줘야 할 거 같은데?]
마찬가지로 죽을 상을 하고 있으면서 거의 눕다시피 앉아 있는 데이빗을 보며 농담을 하는 캐러거였다. 데이빗은 대꾸할 힘도 없다는 듯 손을 절레 절레 저었을 뿐이다.
[그렇게 말하기엔 캐라(캐러거 애칭)도 호흡기가 필요할 거 같은데?]
[난 아직 문제 없어 페페(레이나).]
데이빗은 아직 그들이 이야기를 할 힘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부러울 정도였다. 지난 시즌, 리저브 팀의 악마 조지 웨스트 코치와 지옥같은 훈련을 소화해 내며 어떤 힘든 훈련도 문제가 없을 거란 자신감을 가졌었다. 실제로 체력적으로 상당한 발전을 보여 이번 훈련에 임하면서 예전 같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자신의 오만이었다.
[휴식 끝, 다시 시작 합니다.]
훈련 재개를 알리는 코치의 말에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들려 왔지만 별 불평없이 일어서는 선수들, 데이빗도 힘을 쥐어 짜내 일어서서 훈련에 동참했다.
새로 리버풀의 사령탑을 맡은 로이 호지슨 감독은 지난 시즌 리버풀 선수들에 대한 리포트와 현재 치러지고 있는 트레이닝을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점검하고 있었다.
[페르난도는 무릎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토레스의 몸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다는 리포트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스티븐 제라드와 함께 가장 큰 역할을 맡아주어야 할 그가 시작부터 삐걱이고 있으니 기분이 좋을리 만무했다.
[스티븐은 큰 문제가 없고...]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이 언제나 문제인 제라드였지만 월드컵을 치르고 돌아 왔음에도 몸 상태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시즌 중에 늘 재발하는 부위였기에 언제나 관리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퍼스트 팀 전원에 대한 리포트를 읽어 나가며 머리 속에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입력해 나간 호지슨 감독, 수십 장으 리포트를 검토한 끝에 마지막 한 선수의 리포트만 남겨 놓았다.
[데이빗 장, 지난 시즌 첼시 전에서 골을 넣고 꽤 센세이셔널하게 데뷔했던 친구군.]
리포트를 읽는 호지슨 감독도 꽤 흥미를 보였다. 한동안 집중해서 데이빗의 리포트를 읽던 호지슨 감독은 약간 실망한 기색으로 리포트를 덮었다.
[체력이 너무 약해. 아직 어린 나이니만큼 발전이 있겠지만...일단 이번 프리 시즌에서 얼마나 체력을 끌어올리는 지 여부가 관건이 되겠군.]
감독이 바뀌었으니 선수단의 개편도 어찌보면 당연히 예전된 수순이었다. 가장 먼저 요시 베나윤이 550만 파운드의 금액으로 첼시로 이적했다. 팀의 핵심 선수 급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 주며 쏠쏠한 활약을 해준 선수였기에 팬들은 구단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선수를 파는 거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런 팬들의 분노를 달래려는 듯 몇 주 뒤 첼시에서 자유 계약으로 풀린 조 콜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팬들은 최근 몇년 사이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조 콜이었기에 조금 미심쩍은 영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보였으나 워낙 재능이 뛰어난 선수이기에 지켜보자는 정도의 입장이었다.
또한 스탕다르와 계약기간이 만료된 밀란 요바노비치를 역시 자유 계약으로 영입하며 공격진 보강에도 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7월 말, 창조적인 움직임과 테크닉으로 리버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하지만 체력적으로 일찍 방전되는 모습 또한 보여 아쉬움을 샀던 알베르토 리에라가 400만 파운드와 200만 파운드의 옵션이 포함된 금액에 올림피아코스로 이적했다.
그런 가운데 팀의 핵심 플레이어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이적을 요구하며 팀의 프리 시즌 친선 게임에 불참을 선언했다. 호지슨 감독은 마스체라노의 이적은 절대 불가하다며 지키기에 나섰으나 이미 선수의 마음이 떠난 것을 알고는 합당한 이적료가 아니면 팔지 않겠다는 태도로 전환했다.
신임 감독의 부임, 선수들의 이적과 영입 등의 요인으로 리버풀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프리 시즌 기간 동안 몇차례 펼쳐진 친선 매치에서 카이저슬루테른, 뮌헨 글라드바흐 등과 경기를 가진 리버풀은 불안정한 경기력을 보이며 팬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대다수의 팬들은 아직 로이 호지슨 감독이 팀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다소간의 시행착오는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크게 동요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 로이 호지슨 감독의 리버풀이 공식적으로 첫 발을 내 딛는 2010-2011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했다.
리버풀의 초반 대진은 정말 이럴 수도 있나 싶을 정도의 말이 절로 나오는 수준이었다. 8월 15일 아스날과의 홈 경기를 시작으로 19일에 트라브존스포르와 유로파 컵 플레이오프 1차전을, 23일에 맨체스터 시티 원정 경기를 치르게 된다. 바로 3일 뒤 26일에는 트라브존스포르로 원정을 떠나 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로고 또 3일 뒤에 웨스트브로미치와 경기를 치르게 되니 가히 살인적인 일정이라 할만 했다.
[도대체 누가 일정을 이따위로 짠 거야?]
로이 호지슨 감독이 탄식할 만큼 초반부터 마치 박싱데이 무렵의 강행군을 펼쳐야 했다. 시즌 초반, 아직 완전한 몸상태가 아닌 선수들로 강행군을 치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상의 위험이 커지기 마련이고 온전한 경기력을 발휘하기도 힘들었다. 호지슨 감독이 해당 사무국의 욕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미치겠군, 페르난도는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고...]
지난 시즌부터 잦은 부상으로 컨디션을 잃었던 토레스는 월드컵에 다녀온 이후 폼이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보였고 심리적으로 조급함이 느껴졌다. 할 수만 있다면 토레스를 개막전 선발로 내고 싶은 호지슨 감독이었으나 그를 내세우기에는 그의 상태가 좋지 못했다.
[다비드 은고그, 아니면 데이빗 장,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두 선수를 놓고 고민하는 이유는 본인이 선호하는 스타일과 기록의 차이 때문이었다. 데이빗 장은 지난 시즌 대부분을 리저브에서 소화하면서 경기당 1골 이상 득점하는 모습을 보였고 표본수가 적어 속단하긴 어려웠으나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2경기 출장에 2골을 기록하며 좋은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피지컬 적인 면을 보았을 때 약점이 두드러진 선수라고 판단했다. 기술보다도 체력을 중요시하는 로이 호지슨 감독의 스타일에는 맞지 않는 공격수라고도 할 수 있었다.
반면 은고그는 지난 시즌 토레스의 백업으로 프리미어 리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지만 임팩트 있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아니 그를 기대했던 이들을 실망시켰다고 보아도 좋았다. 09/10 시즌, 리그에서 10경기 선발 출장, 14경기에 교체로 출장한 그는 총 5골을 넣는데 그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컵대회에서는 준수한 모습을 보였으나 토레스의 빈자리를 메우는 데는 실패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경험이 데이빗에 비해 많고 피지컬적으로 앞서 있는 모습을 보였기에 안정적이고 체력적으로 밀어 붙이는 축구를 선호하는 호지슨의 스타일에 맞는 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의 기용 여부도 골치거리였다. 마음 같아서야 쓰고 싶지 않지만 성적을 내야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그만한 선수를 빼놓고 스쿼드를 짜기도 쉽지 않았다.
[할 수 없지.]
마음을 정한 듯 베스트 11 명단을 작성하기 시작하는 호지슨 감독이었다.
시작부터 프리미어 리그에서 손꼽히는 두 팀이 맞붙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 입장에서 서로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승리를 거둔 다면 강 팀과의 일정을 초반에 한 경기 줄이면서 탄력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패한다면 시작부터 꼬인다는 인상을 주게 될 것이 분명했다.
경기 시작 전, 양 팀의 엔트리가 발표되었다.
리버풀FC
GK-호세 레이나
DF-다니엘 아게르, 마틴 스크르텔, 제이미 캐러거, 글렌 존슨
MF-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스티븐 제라드, 밀란 요바노비치, 조 콜, 디르크 카윗
FW-다비드 은고그
sub-디에고 카발리에리, 파비오 아울렐리오, 막시 로드리게스, 루카스 레이바, 페르난도 토레스, 라이언 바벨, 데이빗 장
아스날
GK-마누엘 알무니아
DF-바카리 사냐, 로랑 코시엘니, 토마스 베르마엘렌, 가엘 클리쉬
MF-아부 디아비, 잭 윌셔, 안드레이 아르샤빈, 사미르 나스리, 엠마누엘 에보우에
FW-마루앙 샤막
sub-루카스 파비앙스키, 키어런 깁스, 토마스 로시스키, 시오 월콧, 알렉스 송, 카를로스 벨라, 로빈 반 페르시
양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가 나란히 벤치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월드컵을 치르며 몸 상태가 좋지 못한 두 선수였기에 리버풀에서는 은고그가, 아스날에서는 이적생 샤막이 원톱으로 배치되었다.
벤치에서 출발하게 된 데이빗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감독이 바뀌면서 훈련의 대부분이 피지컬 트레이닝으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원래 이런건가 싶었으나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도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공을 가지고 훈련하지 않는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 했다. 선수들 중에서도 전술 훈련이나 기술 훈련을 너무 소홀히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만을 가진 선수도 있을정도로 로이 호지슨 감독은 체력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데이빗은 감독이 자신의 체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90분을 뛰는데는 충분한데...'
중 하위권의 팀들처럼, 공격수들이 수비시에 죽어라 수비에 가담하지 않는 리버풀의 전술상 데이빗처럼 체력적으로 강인하다고 볼 수 없는 선수도 경기를 뛰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데이빗은 새로운 감독과 시작부터 조금 잘 맞지 않음을 느꼈다.
============================ 작품 후기 ============================
사족 1.
실제로 호지슨 감독이 풀럼을 떠나고 나서 풀럼의 한 선수가(누군지는 기억이 잘 안나네요) '호지슨의 훈련보다 마크 휴즈의 훈련이 더 낫다' 고 인터뷰를 했었습니다. 그 이유로 '전임 감독보다 공을 많이 가지고 훈련하고 공격적인 철학때문' 이라고 했었던게 기억이나네요.
10-11 호지슨 시절의 경기 내용을 아직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라파 시절에 비해 공을 가지고 있을때의 플레이가 굉장히 딱딱해 졌죠. 미숙한 볼터치, 불안한 볼키핑, 전체적인 패스의 질과 킥의 정확도 등 모든 면에서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게임내의 캐릭터처럼 능력치 100짜리 선수가 별다른 훈련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100의 능력을 가진 선수가 그 수준을 유지하려면 꾸준히 연습을 해야하겠죠. 근데 이 양반은 주구장창 뜀박질만 시켰으니 뭐...;(그러고 보니 그때 리버풀 선수들이 후반되서도 비교적 쌩쌩히 뛰어댕기긴 했던거 같네요. 다만 공을 못차서 그렇지-_-;)
사족 2.
이때 리버풀의 굵직한 영입, 이적 현황을 살펴보면
in
조 콜(첼시-자유계약)
요바노비치(스탕다르-자유계약)
폴센(유벤투스-550만 파운드)
메이렐레스(포르투-1000만 파운드)
out
마스체라노(바르셀로나-2000만 파운드) *추정치입니다. 1800~2000만 정도로 성사되었다고 합니다.
리에라(올림피아코스-4백만 파운드+ 옵션 200만)
베나윤(첼시-550만 파운드)
입니다. 구단주의 입김 탓인지(그게 아니라면 호구슨의 삽질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계약상황이 참 아름다웠죠.ㅋㅋ저는 자유 계약 선수가 2명이 포함된 것을 학질콤비가 돈을 어떻게든 아껴보려는 발악이 아니었나하는 추측으로 글을 썼습니다. 뭐 마스체라노야 다들 아시겠지만 이적 안시켜준다고 하도 땡깡을 피웠으니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