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50화 (5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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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빨리 돌아와!]

황급히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오는 리버풀 선수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리버풀 진영으로 몰려오는 첼시, 마치 그라운드 위에 푸른 물결이 밀어 닥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데쿠로부터 공을 연결받은 램파드는 지체없어 공을 오른쪽 사이드의 칼루에게 연결했고 본인도 전방으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속도를 살리며 압박해오는 첼시 선수들, 뒤로 물러서며 막을 수밖에 없는 리버풀의 수비, 수적 우위도 첼시가 가지고 있었기에 리버풀로서는 최대의 위기였다.

[뛰어 들어가 디디에!]

[왼쪽이 비었잖아!]

리버풀의 왼쪽 수비수 인수아는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였다. 기존 주전 선수로 활약했던 아우렐리오의 부진과 부상을 틈타 자신의 영역을 확대해나가기 시작했다. 준수한 수비력과 빠른 발을 살린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자신의 능력을 개화해나가고 있는 인수아, 물론 상대적으로 부정확한 크로스 능력과 경험 부족으로 종종 드러내는 불안한 모습은 고쳐야할 부분으로 지목되었다. 그리 큰 체구는 아니지만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파이터 기질이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인수아는 그럭저럭 괜찮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방금전에도 마스체라노와 훌륭히 협력 플레이를 펼쳐 칼루로부터 공을 빼내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커트와 동시에 성급하게 역습에 참여하기 위해 약간 전진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루카스의 실수로 공을 빼앗겼다. 이를 악물고 앞으로 튀어나가고 있던 몸을 정지, 급히 되돌아 오기 시작했으나 이미 칼루에게 공이 다시 넘어간 상황이었고 칼루는 본인의 스피드를 살려 쭉쭉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제기랄, 망할!'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죽을 힘을 다해 뛰어들어오는 인수아, 본인의 발도 느린 편은 아니었기에 조금씩 칼루와의 거리를 좁혀나가기 시작했다. 그 죽을 힘을 다한 노력 덕분이었을까, 페널티 박스 근처에 다다라서 칼루를 사정권에 둔 인수아였다. 하지만 칼루는 그리 만만한 선수가 아니었다.

[뭣...!]

뒤에서 달려드는 인수아를 비웃듯 공을 살짝 접으며 방향 전환하는 칼루, 완벽히 수비를 따돌리는 움직임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인수아는 중심이 무너진 상태에서 반사적으로 다리를 뻗었고 칼루가 그라운드 위로 넘어졌다.

삑삑-

심핀의 휘슬이 들리자 인수아는 몸이 얼어붙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늦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발이 나가고 말았다. 스스로도 파울인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칼루가 넘어진 위치가 미묘했다. 떨리는 눈동자로 심판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자신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는 모습, 카드는 각오했다. 하지만 이어진 심판의 손짓을 보고 눈이 부릅떠졌다. 심판은 페널티 스폿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심판! 잘 보라고! 밖에서 넘어졌을 뿐이야. 억지로 페널티 박스로 몸을 던진 것 뿐이라고!]

제라드를 필두로 리버풀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그들로서도 인수아의 파울이 확실하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페널티 킥은 아니라는 주장, 그도 그럴것이 칼루가 인수아의 발에 걸려 넘어진 위치는 정말 미묘했다.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심판은 고개를 저으며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페널티 킥이 맞아. 확실히 박스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어. 그만 돌아가도록. 계속 항의하면 경고를 줄거야.]

계속된 항의에 심판이 카드를 꺼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선수들은 어쩔수 없이 물러났다. 벤치의 베니테즈 감독도 불같이 화를 내며 대기심에게 항의를 하고 있었으나 별 효과는 없었다.

우우우우우우우-

콥들의 엄청난 야유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그들은 심판의 판정이 매우 불합리하다고 여겼고 그에 대한 불만과 키커로 나설 상대 선수를 압박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첼시의 키커로 나선 것은 프랭크 램파드였다. 그의 정확한 킥과 파워풀한 슈팅은 리그에서도 정평이 나 있었고 특히 페널티 킥을 구사하는 데 있어서는 리그 최고로 꼽혔다. 프랭크 램파드는 천천히 공을 페널티 스폿에 놓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침착한 표정, 경기장을 울리는 야유소리도 그에게는 별 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심판의 휘슬소리가 울리고 램파드가 가볍게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골문까지의 거리가 11m, 프로 선수들의 일반적인 킥이라면 공이 골라인을 넘는데 걸리는 시간은0.4~0.5초정도 이다. 반면 골키퍼가 공의 방향을 판단하고 몸을 날리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0.6초, 이 말은 구석으로 정확하게만 찬다면 페널티 킥은 들어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성공률은 평균 70~80% 정도에 그친다. 당연히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키커를 압박, 실축하는 경우가 생길뿐 만아니라 골키퍼의 예측에 막힐 수도 있다.

키커가 엄청난 부담감 속에서 차는 것에 비해 골키퍼는 상대적으로 압박감이 덜하다. 키커의 경우 넣으면 본전, 못넣으면 역적이 되는데 비해 골키퍼는 못 막는 것이 당연했고 막게 된다면 영웅이 되는 것이다. 리버풀의 레이나 골키퍼는 공을 향해 다가오는 램파드의 동작 하나 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차는 것을 보고 움직이면 늦게된다. 무조건 동작을 읽어서 예측이 성공할 확률을 높여야 막을 가능성이 생겼다. 그 시간은 몹시 짧았고 레이나는 선택을 해야했다.

-프랭크 램파드, 킥을 준비 합니다. 램파드 슈웃! 성공시킵니다! 프랭크 램파드!

-레이나 골키퍼가 몸을 날려보지만 프랭크 램파드 선수! 대담하게도 한 가운데로 때려 버리는 군요!

-사실 페널티 킥에서 가장 확률이 높은 코스가 한 가운데라고 하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골키퍼가 서 있는 방향에 찰 만한 배짱을 지닌 선수는 드물죠!

-그렇습니다. 경험 많은 프랭크 램파드 선수다운 골입니다. 첼시가 램파드의 페널티 킥으로 선취골을 기록하며 1:0으로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제기랄!]

레이나는 골문에 틀어박힌 공을 걷어차며 분함을 표출했다. 다른 선수들의 표정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특히 자신의 실수로 페널티 킥을 주고 실점의 빌미가 된 인수아는 그야말로 죽을 상을 하고 있었다.

[잊어버려 에밀리아노. 경기 아직 안끝났어.]

아게르가 인수아의 어깨를 두드리며 흔들린 그의 멘탈을 잡아주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제라드는 큰 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하며 떨어진 사기를 끌어 올리고자 노력했다. 골을 허용할 수도 있다. 아무리 수비가 강한 팀이라고 해도 골을 먹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실점 이후 의욕이 꺾이고 위축되는 것은 곤란했다. 특히 실점의 원인이 된 루카스와 에밀리아노 모두 어린 선수였기에 멘탈이 무너지기 쉬웠다. 그랬기에 베테랑들이 나서서 어린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게끔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했다.

'...전반에 두 번이나 킥 오프를 하게 되네.'

데이빗은 기분이 참 더럽다고 생각했다. 리저브에서는 주로 상대의 킥오프를 지켜보는 입장이었기에 잘 몰랐는데 이게 생각보다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라고 느꼈다. 특히 골을 넣고 밝은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첼시 선수들을 보자 그런 감정은 더욱 커졌다. 이를 악 물고 반드시 저들의 여유로운 표정을 깨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선제골을 허용한 리버풀은 이번 시즌, 그들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었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루카스가 완전히 말려버리며 마스체라노에게 걸리는 부담이 커지고 볼 배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자 어쩔수 없이 제라드가 내려가서 공을 받기 시작, 자연스럽게 최전방의 데이빗이 고립되는 수순으로 흘러갔다. 그러니 리버풀의 공격패턴은 양 사이드의 윙어를 고집할 수밖에 없었는데 사이드 공격만으로는 첼시의 수비를 깨드리기 어려워보였다. 데이빗도 몇차례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사이드에서 1:1 상황을 만들고 돌파를 시도했으나 크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전반 남은 시간 동안 지지부진한 모습으로 동점골을 기록하는데 실패한 리버풀이었다.

리버풀의 라커룸 분위기는 냉랭했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였음에도 홈에서 상대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다녔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 시즌 팀 득점 1위, 최소 실점 2위의 공수 양면에 걸쳐 최고의 밸런스를 자랑하는 첼시였기에 실점이 더욱 뼈아팠다.

[도대체 뭣들 하는 겁니까? 한 골을 내줬을 뿐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마치 경기가 이미 끝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군요!]

성난 목소리로 선수들을 질책하는 베니테즈 감독이다.

[레이바와 인수아 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까? 실수할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이후에 당신들이 보여준 것이 무언지 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실수는 괜찮지만 실수를 두려워하는 겁쟁이는 용서가 안됩니다. 내 말 알아 듣겠어요?]

감독의 질책에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인수아, 반면 루카스는 고개를 숙인채 자신감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한숨을 쉰 베니테즈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시선이 내려가 있는 선수들을 돌아보았다.

[고개를 드세요. 그리고 귀를 기울여봐요.]

라커룸 안까지 울리는 팬들의 노래소리, 휴식 시간임에도 승리를 열망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저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플레이를 하고 오세요. 최소한 저들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결과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실수를 겁내지 말고 공격적으로 부딪히세요. 그게 내가 아는 여러분이고 리버풀입니다.]

선수들의 고개가 하나 둘 들리는 것을 보고 베니테즈 감독은 전술판의 앞에 섰다.

[후반, 일단 교체는 없습니다. 상대는 후반, 공격보다는 수비에 조금 더 중점을 둘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마음을 놓아서는 곤란하겠지요. 저들의 양 사이드를 이용한 속공은 언제나 위협적이고 세트 피스에서도 강점을 보이는 팀입니다. 위험지역에서 파울을 조심하세요. 에밀리아노와 글렌은 오버래핑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역습을 두려워하며 주춤하는 것은 오히려 상대가 원하는 바입니다. 자신있게 올라가세요.]

[스티븐은 후반 지나치게 내려와서 플레이하지 마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루카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루카스, 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을 응시하며 물어오는 감독의 모습에 루카스가 이를 앙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베니테즈는 '믿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좋아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는 안필드입니다. 우리의 홈에서 상대가 우승을 확정하길 바라는 선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필드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는 팀은 오직 리버풀이어야만 합니다. 나가서 이곳 안필드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보여주세요.]

[휘유. 감독님도 화나니까 장난 아니에요.]

[감독들은 다 그래. 평소에는 아주 인자한 모습이라도 열받으면 선수들보다 더 난리를 치는 사람들도 많지. 그나마 라파는 아주 점잖은 감독이야.]

[하긴 너는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를수도 있겠네. 근데 리저브의 맥마흔 그 영감님도 한 성질머리 하시는데? 나이가 들어서 좀 얌전해 지셨나?]

데이빗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중얼거리자 주변에서 한마디씩 던진다. 하긴 데이빗도 느꼈지만 언성이 높고 강한 어조를 사용했지만 그래도 선수를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후반에는 다들 정신차리고 하자. 나는 우리 홈에서 첼시 녀석들이 우승 컵을 들고 즐기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상대가 틀어박혀서 공간이 나지 않을 경우에는 카윗이 중앙으로, 데이빗이 사이드로 빠져서 플레이 하도록 하세요.

후반, 정신을 차린 듯한 리버풀이 주도권을 잡고 밀어 붙여오자 첼시는 수비라인을 내리고 수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 날개와 중앙의 드록바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한 상황, 데이빗은 감독의 지시대로 카윗과 포지션 체인지를 하며 오른쪽 사이드에서 공을 받았다. 그런 데이빗을 마크하는 선수는 마이클 에시앙이었다. 수비라인을 끌어 내린 만큼 제라드에 대한 마크를 데쿠에게 넘기고 데이빗을 마크하러 온 것이었다.

'뭔가 껄끄럽네.'

데이빗은 사이드 라인을 타는 것보다 중앙쪽으로 돌파하길 원했다. 하지만 그런 데이빗의 마음을 알고나 있는 듯이 에시앙은 데이빗의 페인팅 동작에 넘어가지 않으며 그를 사이드 라인으로 몰기 시작했다. 공격수가 오히려 수비수에게 밀려나는 상황, 데이빗은 '어?' 하는 사이에 일이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느새 마치 토끼 몰이를 당하는 것처럼 밀려 코너플랙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등진 채 공을 지키는 데이빗을 몸으로 밀며 압박하는 에시앙, 데이빗은 에시앙의 발에 맞춰 공을 아웃시켜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때 보고도 믿기 힘든 장면이 눈에 들어 왔다.

퍼억-

갑자기 자신의 등이 무언가에 떠밀리는 것을 느낀 데이빗은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넘어지고 나서 에시앙을 노려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에시앙도 상당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누군가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데이빗은 에시앙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

등번호 17번, J. BOSINGWA 라고 적힌 유니폼이 눈에 들어 왔다. 아픈 것보다도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영문을 몰랐기에 멍하니 주저 앉아 있는 데이빗이었다. 분노한 팬들의 목소리도, 불같이 화를 내며 보싱와와 대치하고 있는 캡틴의 모습도 영문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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