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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48화 (48/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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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프리미어 리그는 이제 2라운드만 남겨놓고 있었다. 리버풀은 현재 승점 59점으로 리그 7위를 달리고 있었다. 지난 시즌 2위를 차지한 팀 답지 않은 성적이었고 빅4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었다. 리그 4위를 달리고 있는 토튼햄 핫스퍼와의 승점차는 7점,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한다고 해도 4위권 진입은 불가능했다. 오히려 8위 에버턴에 승점 3점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라 자칫 잘못하다가는 유로파 리그 출전권까지 빼앗길 수 있었다.

그랬기에 남은 2라운드를 허투로 치를 수 없는 리버풀이었고 37라운드, 안필드에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첼시를 맞아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쳐야 했다. 리버풀 팬들은 당연히 팀의 승리를 바라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찜찜한 면도 있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봐 티티, 근데 오늘 우리 팀이 이기면 말이야, 맨유 놈들이 우승할 수도 있는거 아니야?]

[우리가 지고 맨유가 이기면 승점 동률이 될거야. 근데 내가 알기로 첼시가 골 득실을 많이 앞서고 있어서 그래도 순위는 바뀌지 않아. 마지막까지 가봐야 알겠지.]

바로 자신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리그 우승 팀의 향방이 뒤바뀔수도 있다는 점이다. 리그 7위팀 주제에 무슨 우승 팀의 향방에 관심을 갖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우승 팀이 맨유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었다.

현재 리그 우승 18회 씩으로 최다 우승 타이틀을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두 팀이었기에 어느 한팀이 치고 올라간다면 다른 팀 입장에서는 반길수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사이가 나쁘기로는 잉글랜드 내에서 첫손에 꼽는 두 팀이었으니 말이다. 특히 프리미어 리그 출범이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승승장구하며 우승횟수를 늘려온 반면 리버풀은 무관의 제왕으로 전락하고 말았기에 더더욱 맨유의 우승은 보고 싶지 않은 리버풀의 입장이었다.

[에이 씨, 우리가 이겨야 하는 건 당연한 건데 재수없는 맨유 놈들이 우리 덕에 우승하면 그건 또 기분 나쁜데 말이야.]

[그래도 이겨야지. 맨유놈들 우승 걱정하기 전에 우리 팀이 유로파 리그도 못나갈 수도 있거든.]

[그거야 그렇지만, 에이 우리가 이기고 맨유 놈들이 지는 게 가장 좋긴 한데.]

'그렇게 된다면야 바랄게 없겠지.'

머리를 긁적이며 시선을 그라운드로 돌리는 제임스, 아직 경기가 시작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남았기에 텅 비어 있었다. 감개가 무량한듯 제임스가 중얼거렸다.

[정말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데이빗이 이곳 안필드에서 경기를 하게 되다니.]

[그러게 말이야. 데이빗은 우리의 자랑이야. 오늘 경기에서 뛰는 걸 꼭 봤으면 좋겠어. 그렇죠  켈리 씨?]

살짝 고개를 돌려 에리카를 바라보는 티티, 에리카는 살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꼭 티켓을 사서 보겠노라며 이야기했지만 데이빗의 완강한 고집에 결국 티켓을 받아 들었다.

[맞아요. 데이빗은 정말 안필드에서 뛰는 것을 원했어요. 그가 오늘 꿈을 이루길 바래요.]

[그렇게 될겁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경기가 시작되길 기다리는 티티와 에리카, 제임스는 어느새 여러 콥들과 함께 You'll never walk alone 을 목청껏 부르고 있었다.

[바람을 헤치고 걸으세요. 빗속을 뚫고 걸으세요-]

라커룸에 있어도 팬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데이빗은 의자에 앉아 팬들이 부르는 YNWA을 따라 흥얼거렸다.

[언제 들어도 힘이 나는 노래야.]

제이미 캐러거가 중얼거리는 말에 라커룸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오직 자신이 사랑하는 팀의 승리를 기원하며 부르는 노래, 리버풀의 선수라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은 당연했다.

[진심이 깃든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이지.]

[오~캡틴, 시인 같은 표현인데? 방금 좀 멋있었어.]

과장된 표정으로 박수를 치는 바벨의 모습에 씩 웃으며 그의 머리를 헤집는 제라드, 경기 전의 긴장을 가벼운 농담과 장난으로 푸는 모습이었다.

벌컥-

라커룸이 열리며 베니테즈 감독이 새미 리 수석코치와 함께 들어왔다. 자신에게 쏠리는 선수들의 시선을 느끼며 성큼성큼 라커룸의 가운데로 발걸음을 옮기는 베니테즈 감독, 곧 바로 옆에 비치된 보드에 선발 출전 선수와 포지션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무조건 이깁니다. 다른 팀이 우승하고 말고는 우리와 관계없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하고 홈에서 승리를 거두어야 합니다. 먼저 골키퍼는 호세 레이나, 언제나처럼 선방을 부탁합니다. 오른쪽 풀백에 글렌 존슨, 아마 상대 왼쪽 측면 공격수 말루다와 상대하게 될겁니다. 그를 막으면서 공격시에는 적극적으로 지원을 나가세요.]

선발 선수 한명 한명을 호명하며 각자 해야할 일을 간략히 짚고 넘어가는 베니테즈 감독, 선수들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 될 때마다 크게 대답하며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다짐했다.

[센터 백은 제이미 캐러거와 다니엘 아게르가 출전합니다. 다니엘이 일단 디디에 드드록바를 마크하고 제이미는 라인 통솔에 신경을 쓰며 백업과 커버에 주력합니다. 상황에 따라 스위치를 할 경우에는 확실히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왼쪽 풀백은 에밀리아노 인수아가 맡겠습니다. 살로몬 칼루가 요즘 크로스 정확도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니 사이드 쪽으로 몰아 내는데 중점을 두고 마크하세요.]

[수비형 미드필더는 하비에르와 루카스가 출장합니다.하비에르는 램파드를 집중 마크하되 데쿠가 지나치게 프리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루카스는 하비에르와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빼낸 공을 전방으로 안전하게 연결시켜줬으면 좋겠군요.]

침이 마르는지 물병을 따 목을 살짝 축이고 말을 잇는다.

[왼쪽 윙어는 라이언이 나갑니다. 아시겠지만 첼시의 센터 백들의 공중볼 장악 능력은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입니다. 사이드에서 중앙쪽으로 대각선 침투를 노리거나 중앙의 플레이어들과 적극적으로 연계해서 움직여주세요. 오른쪽 윙어인 디르크 카윗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양 윙어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수비 가담을 확실히 해줘야 합니다. 플레이 메이커는 스티븐이 맡아 주어야겠어요. 스티븐은 평소처럼 플레이 해주면 됩니다. 기회가 나면 적극적으로 슈팅을 노리세요. 에시앙이 스티븐을 집중적으로 견제할 텐데 스티븐이라면 잘 이겨낼 거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전방 스트라이커는...데이빗이 나갑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를 최대한 끌어 내는데 중점을 둡니다. 양 사이드의 라이언이나 요시와 적극적으로 스위칭을 시도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찬스가 왔을때 과감히 도전하세요. 데이빗이라면 충분히 첼시 수비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선발이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데이빗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했다.

'진정해. 원했던 기회가 온 것 뿐이야. 긴장해서 시합을 망쳤다고 할 셈이야? 얼간이 같긴. 어서 대답해. 감독님이 날 보고 있잖아.'

크게 심호흡을 한 뒤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분명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전술 설명을 마치고 단호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둘러보는 베니테즈 감독, 한명 한명 시선을 맞추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오늘 우리는 반드시 이깁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도 실망할 필요 없습니다. 오늘 경기 총력전이 될 것이고 반드시 벤치에 있는 여러분의 힘이 필요할 때가 옵니다. 집중력을 잃지 말고 준비해 두세요.]

[알겠습니다!]

선수들의 함성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베니테즈 감독은 경기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갑시다. 팬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환하게 밝혀진 복도를 지나 선수 입장 대기 터널로 내려가는 계단에 새겨진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THIS IS ANFIELD' 라는 문구가 새겨진 벽에 선수들은 한번씩 손을 가져다 대며 내려갔다. 데이빗은 조금은 떨리는 손을 들어 그 벽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귓가에 울리는 팬들의 노래와 함성때문일까, 수많은 리버풀의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염원이 담긴 벽에서 느껴지는 감상때문이었을까 데이빗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한 감정이 드는 것을 느꼈다.

[여기는 안필드, 나는 리버풀이다...]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한 마디, 자연스럽게 나온 한 마디였다. 그런 데이빗을 보며 다른 선수들은 씩 웃으며 어깨를 한번씩 툭 쳐주곤했다. 옆에 서 있던 디르크 카윗도 손을 한번 대고는 데이빗에게 이야기했다.

[이곳을 올때마다 우리도 너처럼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 사실 별거 아닌 복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다른 팀 선수들이 느끼기에는 그냥 시끄럽고 별 볼일 없는 장소겠지. 하지만 너는 이곳에서 분명 특별한 어떤 것을 느꼈을 거야. 그렇지?]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자신은 분명 이곳에서 무엇인가를 느꼈고 받았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같은 것 느낄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우리는 여기서 질 수 없다는 거야.]

선수들이 입장하기 시작하자 안필드를 가득 채운 함성과 노래는 더욱 커졌다.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이 소개되고 팬들은 리버풀의 베스트 11이 불릴때 마다 큰 함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오 세상에! 데이빗이 선발이야! 이럴 수가! 이봐 티티! 보고 있어? 데이빗이 지금 선발로 나오고 있다고!]

놀라움, 감격,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이 드러난 얼굴로 소리치는 제임스, 티티도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맞장구쳤다.

[보고 있어. 정말 대단하다. 엄청나다고. 오늘은 정말 엄청난 날이야.]

감격스럽기는 에리카도 마찬가지였다. 리버풀의 다른 선수들과 함께 당당히 그라운드로 나서는 데이빗을 보며 눈물이 글썽일 만큼 감동한 상태였다.

[정말 믿기지가 않아요. 데이빗이 지금 저기에 있는 거 맞죠?]

티티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물론이에요 켈리 씨, 우리의 자랑스러운 데이빗이 지금 저 무대에 서 있는 거에요. 벌써 눈물을 보이기엔 일러요. 우리는 그의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는 행운을 가졌으니까요.]

티티의 말에 에리카는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을 닦아내고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옆에서 크게 소리지르며 응원하고 있는 제임스처럼 목소리 높여 응원을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이들과 같이 데이빗의 프리미어 리그 첫 데뷔를 기뻐하고 축하하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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