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47화 (47/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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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내 이름은 제이미 캐러거라고 한다. 팀에서 부주장을 맡고 있지. 퍼스트 팀에 올라온 걸 환영한다.]

차례 차례 라커룸으로 들어오는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는 데이빗, 선수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기에 데이빗도 마음을 편히 풀고 웃으며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프리 시즌에 한번 봤었지? 글렌 존슨이다. 생각보다 좀 늦게 올라왔네. 잘해 보자.]

특히 프리 시즌 팀 내 청백전에서 부딪혔던 글렌 존슨은 다른 이들보다 더 친근한 태도로 맞이 해주었다. 데이빗은 씩 웃으며 글렌 존슨이 내민 손을 잡았다.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아, 기억났다. 그때 청백전에서 글렌을 엿먹였던 그 친구잖아? 글렌이 그때 꽤 자존심 상해서 씩씩거렸는데.]

[디르크,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나보다는 다니엘이 그랬지.]

[어이 글렌, 가만히 있는 날 왜 걸고 넘어지는 거야? 아무튼 반갑다. 다니엘 아게르야. 다니엘이라고 불러도 좋아.]

아게르는 자신을 걸고 넘어지는 글렌 존슨을 장난스럽게 발로 툭 차며 데이빗과 인사를 나누었다.

[데이빗이라고 불러주세요 다니엘 씨.]

[반갑다 데이빗, 디르크 카윗이야. 여기 못생긴 친구는 라이언 바벨이라고 하지.]

[무슨 소릴 하는거야! 저리 꺼지라고 디르크. 반갑다. 디르크가 한 소리는 무시해. 워낙 헛소리를 잘하는 사람이니 너도 조심하는게 좋을 거야.]

[솔직히 네가 못생겼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

[너는 잘 생긴것 처럼 얘기하지 말라고 디르크. 너도 못생겼어.]

[너보단 내가 낫지. 안그래 데이빗?]

서로 못생겼다며 투닥거리던 둘, 갑자기 자신에게 불씨가 날아오자 데이빗은 당황했다.

[둘 다 못생겼으니 그만 해.]

[캡틴!]

[스티븐! 그게 무슨 소리야?]

뚱한 표정으로 끼어드는 제라드를 향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소리치는 둘의 모습에 라커룸안은 웃음 바다가 되었다. 그때 라커룸 문이 열렸다.

[인사들은 다 나눈 것 같군요.]

리버풀을 이끄는 수장 라파 베니테즈 감독이 라커룸 안으로 들어오자 선수들은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소개할 필요는 없겠지요? 이번에 리저브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팀에 합류한 데이빗입니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앞으로 계속 볼 수 있는 친구이니 잘 지냈으면 합니다. 데이빗은 불편한 점이나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이야기 하세요.]

[알겠습니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살짝 고개를 숙이는 데이빗의 어깨를 두드려 준 베니테즈 감독, 곧 선수들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첼시와의 37라운드 경기가 이틀 뒤, 우리의 홈 구장 안필드에서 열립니다.]

좀 전까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데이빗도 감독의 말에 집중했다.

[이번 시즌, 우리는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팬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보여주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번 첼시와의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홈에서 콥들을 실망시킨 채 보내고 싶은 분은 이자리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하죠!]

큰 목소리로 감독의 말에 대답하는 선수들, 베니테즈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그라운드로 나갑시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아요.]

데이빗은 처음 합류하는 퍼스트 팀의 훈련에 당황하고 있었다. 퍼스트 팀은 분명 리저브와는 다른 훈련을 하고 있을 거라 기대했다. 진지하면서도 전문적인, 열정이 있는 그런 훈련 모습을 기대했었다. 그런 데이빗의 예상은 일부만 맞아 떨어졌다. 리저브와 다른 방식의 훈련인 것은 확실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자면...

-하하하, 꽉 잡으라고!

한쪽에서 요시 베나윤을 꽉 잡고 있는 레이나가 보였고 옆에서 그런 베나윤의 이마에 딱밤을 날리는 카윗이 있었다.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흔드는 베나윤과 악동같은 모습으로 그런 베나윤을 괴롭히는 레이나와 카윗.

[......]

-우와 이거 진짜 힘든데?

박스 위에 한쪽 발로 서서 무거운 공을 들고 팔을 뻗고 있는, 요가인지 다이어트인지 모를 동작을 하고 있는 선수도 보였으며,

[......]

뿌잉 뽀잉

유연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는 커다란 공 위에서 선수들이 데굴 데굴 굴러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와...이거 뭐지. 나 여기 퍼스트 팀 올라온 거 맞아?'

벙찐 얼굴로 선수들이 뛰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이빗이다. 순간 자신이 어딘가의 어린이 집 같은 곳에 온것은 아닌지 생각할 만큼 쇼크를 받은 데이빗이다.

'잠깐, 잠깐만, 침착하라구 데이빗. 여긴 퍼스트 팀이야. 그래, 맞아. 저기 공 위에서 굴러다니는 건 캡틴이라고. 옆에서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건 캐러거 씨고, 내가 어디 유치원에 온게 아닌 것은 확실해.'

'내가 상상하던 퍼스트 팀은, 음 그러니까...아주 진지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철저한 분위기였는데...'

다시 돌아봐도 이건 훈련이라기보단 노는 것에 가까웠다. 데이빗은 혼란스러운 자신의 마음을 가라 앉힐 필요성을 느꼈다.

[어이 데이빗, 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는 거야? 얼른 훈련 시작하라구.]

자신을 재촉하는 목소리에 주인 없이 굴러다니는 커다란 공 앞에 선 데이빗, 침을 꿀꺽 삼키며 그 위에 올라 탔다.

뽀잉 뿌잉 데굴데굴

'...재...재밌잖아?'

급 화색을 띄며 데이빗은 훈련에 집중했다.

노는 것인지 훈련하는 것인지 모를 프로그램이 끝나고 데이빗이 상상하던 보통의(?) 훈련이 시작되었다. 첼시와의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전술 훈련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다. 데이빗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동안 새미 리 수석코치의 곁에서 전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우리 팀의 주력 포메이션은 4-2-3-1 이야. 자네가 만약 경기에 출전한다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서겠지. 우리 팀은 최전방 스트라이커에게 크게 수비 부담을 주지 않아. 하지만 포어체킹은 확실히 해줘야 해. 상황에 따라 윙어들과 스위치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전방에서 골을 노리는 게 주 임무야.]

[무리하게 포스트 플레이를 수행하려고 들 필요는 없어. 그보다는 너의 빠른 발을 살려서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노리는 것이 좋겠지. 디르크가 우리 팀 공격진에서 피지컬이 상당한 편이니 그를 이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거야.]

[수비수와 1대1 대치 상황이라면 적극적으로 승부하도록 해. 그렇다고 무조건 공을 질질 끌라는 말은 아니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코치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이는 데이빗, 리저브에서는 주로 투 톱으로 나서거나 윙어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원 톱 스트라이커도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큰 부담은 없었다.

[좋아. 그럼 A팀의 라이언과 교체해서 들어가도록 해.]

코치의 투입 지시에 데이빗은 사이드 라인에 섰다.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기분 좋게 느껴졌다. 곧 교체 사인을 확인 한 라이언 바벨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데이빗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잘해봐 루키.]

데이빗은 빠르게 경기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지금 리버풀의 훈련은 공격진과 수비진을 나누어 반코트로 진행되고 있었다. 공격진 다섯(데이빗, 카윗, 베나윤, 제라드, 루카스)과 수비진 여섯(레이나, 존슨, 아게르, 캐러거, 인수아, 마스체라노)이 참여하고 있었는데 공격진의 숫자와 수비진의 숫자는 상황에 따라 조절하고 있었다. 데이빗이 투입되자 공격진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던 제라드가 손짓하여 불렀다.

[지금은 상대가 수비를 강하게 굳히고 있는 상황에 대비한 훈련이야. 공간이 별로 없는 상황이지. 강한 포스트 플레이어라면 공중볼 경합을 시켜볼 수 있겠지만 너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건 아니야.]

제라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데이빗, 스스로의 단점과 장점 정도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약간 사이드 쪽에서 1:1 상황을 만들어. 자신있게 돌파를 시도하도록 해. 너같은 스타일을 스스로 공간을 만들줄 알아야 한다.]

제라드의 지시에 알겠다는 대답을 남기고 전선으로 올라가는 데이빗, 선수들의 표정이 조금 전과는 완전히 딴판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다들 무섭게 집중하고 있네.'

숨을 크게 들이 마시며 긴장을 푸는 데이빗, 그러면서 슬금 슬금 페널티 박스 왼쪽 사이드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데이빗이 왼쪽 사이드 근처로 이동하자 요시 베나윤은 별 말 없이도 자연스럽게 약간 중앙쪽으로 이동하며 데이빗의 백업과 패스 코스 확보를 이루어냈고 제라드의 패스가 왼쪽 사이드에 포진한 데이빗에게 연결되었다.

[......]

자신을 막아선 수비수는 글렌 존슨, 지난 여름 그를 뚫고 한 골을 넣었으나 그 이후 피지컬 싸움에서 밀려 경기에서 완전히 지워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오늘은 다를 것이다. 데이빗은 제라드의 패스를 받은 채 가만히 서서 글렌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글렌 존슨은 자신이 있었다. 분명 예전에 데이빗으로부터 한 번 뚫리긴 했었으나 방심한 것도 있었고 처음 만났기에 일어난 일이라 생각했다. 제대로 한다면 자신이 당할리 없다 는 것이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측면 수비수 중의 한명인 글렌 존슨의 자신감이었다.

'이녀석 분명 스피드와 테크닉이 아주 훌륭했지. 몸싸움은 실망스러웠지만 어느 정도 극복했으니 콜업됐을거고, 방심하지 말자.'

무섭게 집중하고 있는 글렌 존슨, 데이빗은 뚫기 힘들다고 생각한 것인지 왼발로 공을 중앙쪽으로 가볍게 찼다. 자연스레 글렌의 시선과 중심이 그쪽을 향했고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

[...!!!]

왼발로 차낸 공을 마치 중간에서 커트하듯 순식간의 데이빗의 오른발이 튀어나왔다. 그 민첩한 움직임에 글렌 존슨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고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공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몸을 추스리고 나자 이미 데이빗은 자신을 뚫고 지나가 버린 상황이었다.

글렌 존슨을 뚫어내자 곧바로 커버에 들어온 다니엘 아게르, 데이빗은 무리하게 중앙쪽을 뚫는 대신 사이드를 더 깊게 파고 들었다. 가속이 끝난 데이빗의 속도는 무지막지하게 빨랐고 아게르는 쫓아가기에도 버겁다는 것을 느꼈다. 죽을 힘을 다해 데이빗을 쫓던 아게르는 순간적으로 속도를 0로 만드는 데이빗의 급정지에 몸이 휘청이는 것을 느꼈다. 공을 접어 놓은 채 오른발로 크로스를 시도하는 데이빗, 날카롭게 휘어들어간 크로스는 반대쪽 사이드에서 중앙쪽으로 쇄도해 들어오던 카윗의 머리에 정확히 떨어졌고 레이나가 몸을 날려 보았지만 미치지 못했다.

[휘유...저 친구 확실히 보통이 아닌 걸.]

완전히 데이빗에게 공략당했기에 자존심이 상하는 수비진이었으나 그렇게 기분나쁘지는 않았다. 골을 먹기는 했지만 넣은 상대가 같은 팀원이다. 같은 팀 공격수의 능력이 뛰어난 것을 두고 싫어할 수비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것과 별개로 선수로서의 자존심이 살짝 상하는 것은 어쩔수 없었지만 말이다.

[빨리 다시 시작하라고! 이번에는 절대 지지 않을거다.]

이를 갈며 외치는 수비진, 훈련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재개된 훈련에서 데이빗은 확실히 퍼스트 팀의 레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리저브 레벨에서는 그를 제대로 막는 수비수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불붙은 퍼스트 팀 수비진은 처음처럼 허무하게 그에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무력하지도 않았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수비에 휘청일 지언정 공을 지켜냈고 돌파가 여의치 않을 경우 무리하지 않고 공을 돌리며 기회를 엿보는데 주력했다.

[오케이.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

선수들의 집중력이 최고조를 달리자 제동을 걸 듯 코치가 나서서 훈련 종료를 선언했다.

[어이 데이빗.]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오늘 유독 자신과 매치업을 많이 했던 글렌 존슨이 보였다.

[잘하던데. 지난 여름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된것 같아.]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칭찬해주는 모습에 데이빗도 씩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요. 하지만 아직 멀었어요.]

[만족하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네. 한 가지 오늘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 하자면 상대가 몸으로 부딪혀 왔을때 너무 안전하게 공을 지키려고 하더라. 연습이니까 오히려 더 과감하게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오늘 플레이에 대하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데이빗에게는 돈주고도 할 수 없는 귀한 조언이었다.

[이야 글렌, 벌써 루키에게 노하우 전수에 들어간거야? 근데 넌 수비수잖아.]

[저리 꺼져 디르크. 수비수니까 가르쳐 줄수 있는 것도 있단 말야.]

[그러기엔 오늘 우리 귀여운 루키에거 너무 많이 당한 글렌인걸. 여기서 더 늘어버리면 글렌은 우리 루키의 발 아래 농락당할게 분명한데, 아아 우리 글렌은 마음도 넓은 선수였어.]

[당하긴 뭘 당해. 저리가. 너랑 똑같이 못생긴 라이언한테나 가보라고.]

오버스러운 표정으로 장난을 걸어오는 디르크, 글렌은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쫓아내려 했다.

[우리 루키, 그러니까 이름이...]

[데이빗이라고 했잖아. 멍청이 디르크.]

[그래 데이빗, 오늘 괜찮더라. 그런데 크로스를 올릴 때 조금 더 강하게 줬으면 좋겠다. 타이밍은 괜찮은데 패스가 약하면 수비수들한테 시간을 주게 되거든.]

[그리고 만약 첼시전에 출장하게 된다면 크로스를 올릴때 어중간한 하이 볼은 자제하는 편이 좋을거야. 너도 알겠지만 그쪽 중앙 수비 라인은 높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거든.]

데이빗은 존슨과 카윗의 조언이 고마웠다. 주위를 보니 자신들 뿐만 아니라 연습이 끝나고 선수들은 하나 둘 모여 연습때의 미진한 점과 고쳐야 할 점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스스로 부족한 점을 채울 줄 아는 능동적인 태도야 말로 리저브와 퍼스트 팀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아아 정말 경기에 나가고 싶다. 이 사람들하고 같이 시합을 하고 싶어.'

이들과 함께라면 새로운 수준의 축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데이빗은 그 시간이 빨리 오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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