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43화 (4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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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을 해도 계속 연참을 요구하시다니...살려주세요ㅠㅠㅋ

그랜트 조나단은 리버풀FC의 스카우트 부서 총괄 책임자이다. 젊어서 직접 현장을 뛰며 경력을 쌓은 그는 예사롭지 않은 안목으로 선수 발굴과 평가에 있어 훌륭한 실적을 남겼다. 능력을 인정받아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키워간 그는 리버풀FC라는 빅클럽의 스카우트 부서를 총괄하는 위치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높은 자리에 오르다 보니 예전처럼 현장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보다는 책상 앞에 앉아 서류와 씨름하는 일을 하게 된 조나단이었다. 연봉이나 대우에 있어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었지만 가끔은 일개 스카우트로서 현장을 보며 선수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인 양, 미안한데 리저브 팀 스카우트 담당자를 좀 호출해줘요.]

조나단이 출근하자마자 찾은 것은 리저브 팀 담당 스카우트였다. 자신이 본 바로는 진작 올렸어야 할 선수인데 아직까지 콜업 한번 된적이 없다니 의아했기 때문이다.

[기록도 엄청났지. 경기당 1골 이상씩을 넣어주고 있는데 말이야.]

고개를 갸웃하며 책상을 손톱으로 톡톡 두들기며 스카우트가 오길 기다리는 조나단, 곧 노크소리가 들렸고 문을 열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서와요. 호프먼 씨. 이쪽으로 앉아요.]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로 발걸음을 옮기며 자리를 권하는 조나단, 호프먼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 앉았다.

[바쁜데 불러서 미안합니다. 서로 할 일이 많은 입장이니 바로 용건을 이야기 하도록 하죠.]

[경청하겠습니다.]

[요즘 퍼스트 팀 사정이 좋지 못한 것은 알고 있죠?]

[리버풀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호프먼의 대답에 그렇죠 라고 짧게 중얼거린 조나단은 손을 깍지끼며 자세를 앞으로 당겼다.

[원래 스쿼드가 튼튼한 팀은 아니었지만 올해는 유독 부상 선수가 많았어요. 베스트 11으로 경기를 치러본게 몇경기나 될지 궁금할 정도로 말이에요.]

[이런 상황에서는 사실 외부에서 선수를 수급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될 테지만 구단도 사정이 있는거고 또 어떻게 보면 가장 이상적인 것이 자체적으로 선수를 수급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아직 조나단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감을 못잡은 기색의 호프먼이다. 조나단은 계속 말을 이었다.

[팀 사정이 안좋은 만큼 호프먼 씨를 비롯한 리저브 담당 스카우트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물론 우리가 감독도 아니고 코치도 아닙니다. 선수들을 키워내는 역할은 할 수 없죠. 하지만 잠재력있는 선수를 발견하는 것은 우리 스카우트들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올해 리저브 팀에서 퍼스트 팀에 콜업된 경험이 있는 선수가...어디 보자, 나빌 엘 자르, 제이 스피어링, 마틴 켈리, 다미앙 플레시스...적은 숫자는 아니네요. 그런데 이들 중에서 퍼스트 팀에서 결과를 낸 친구는 없었군요.]

[아무래도 리저브에서 보여준 능력과 프리미어리그 레벨은 좀 차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꾸준히 기회를 부여 받았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조금은 억울하다는 듯 항변하는 모양새의 호프먼이었다. 조나단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이었다.

[그렇죠. 사실 스카우트의 평가대로 선수의 잠재력이 폭발한다면 축구는 참 재미없는 스포츠가 될겁니다. 이걸로 호프먼 씨를 책망할 생각은 없어요.]

조나단의 말에 짧은 한숨을 내쉬며 안도하는 호프먼, 하지만 조나단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제가 궁금한 점은 당연히 콜업되었어야 할 선수가 빠져있는 이유입니다. 호프먼 씨. 짐작이 가는 이름이 없으십니까?]

날카로운 눈매로 호프먼을 바라보는 조나단, 호프먼은 자신도 모르게 위축이 되는 것을 느꼈다.

[리저브 리그 득점 1위를 한 선수가 콜업되지 않았다는 점, 이 사실이 이해할 수가 없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날카로운 질문에 침을 꿀꺽 삼키는 호프먼, 곧 목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 사실 선수를 올리고 내리는 것은 감독의 권한이지 제가...]

[내가 그런 것도 모를거라 생각합니까? 그럼 내가 지금 베니테즈 감독을 찾아가서 이 친구를 왜 올려서 쓰지 않느냐고 따져야 하나요? 지금 내가 말하는 건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살짝 언성이 높아졌기에 잠시 앞에 놓인 차를 한모금 마시며 호흡을 가다듬는 조나단이었다.

[감독이 리저브 선수를 전부 다 봅니까? 그럴 시간이 있다면 호프먼 씨와 다른 리저브 담당 스카우트를 굳이 둘 필요가 있습니까? 감독이 리저브 선수를 퍼스트 팀에 올리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게 우리 스카우트들이라는 사실을 설마 모르고 있지는 않겠지요.]

[......]

[그 친구, 그러니까 데이빗 장이라는 선수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가져와 봐요. 호프먼 씨가 그 친구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한번 봐야겠어요.]

사색이 된 얼굴로 리포트를 가져온 호프먼, 조나단은 가타부타 말 없이 조용히 데이빗에 관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읽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조용히 리포트를 탁자에 올리며 한숨을 내쉬는 조나단이다.

[일단 과연 올바르게 선수를 평가했는지 여부는 둘째치고, 왜 매달 갱신되어야 할 스카우팅 리포트의 내용이 전부 똑같은지 듣고 싶군요.]

[...그게...]

[설마 이 선수가 발전이 없어서 스탯의 변동폭이 적었기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않을거라 믿습니다.]

그러면서 호프먼에게 얇은 서류철을 건네는 조나단이다. 흔들리는 눈으로 서류와 조나단을 번갈아보는 호프먼, 조나단은 읽어보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내가 어제 직접 리저브 경기를 보고 와서 쓴 스카우팅 리포트입니다. 보면 알겠지만 호프먼씨가 쓴 리포트와는 내용이 완전히 달라요. 누가봐도 이 두개의 리포트가 같은 선수에 대한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을 겁니다.]

장담하죠-라고 덧붙이는 조나단, 호프먼은 안절부절 못하며 그런 조나단을 바라볼 뿐이었다.

[일단 해명을 듣고 싶군요. 지난 리포트에서 호프먼씨가 데이빗을 평가한 부분은 '스피드와 기술이 좋고 골 결정력이 우수한 편이지만 팀 플레이에 문제점을 드러냈고....수비 가담 능력이 떨어지며...체력적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대충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네요. 이번에는 제가 쓴 리포트를 요약해 볼까요?]

호프먼에게 건넨 리포트를 받고 다시 한번 눈으로 훝어보는 조나단, 이윽고 조용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스피드와 기술이 상당히 뛰어나고 골 결정력이 우수하다. 수비 가담이 월등히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포어체킹은 성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에도 문제가 없다. 체력적으로 완성된 단계는 아니지만 발전가능성이 있는 선수로 보인다. 뭐 이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혹시 다른 생각이 있으십니까?]

흑빛이 된 안색으로 고개를 조그맣게 젓는 호프먼이다.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라도 호프먼 씨가 작성한 리포트의 수준에서 한달만에 제가 본 수준이 되지는 못합니다. 그러니 듣고 싶은 겁니다. 호프먼 씨가 이 친구를 이렇게 평가한 근거를 말이죠.]

[......]

[대답하지 않는다면 호프먼 씨 당신이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특정 선수에 대해 좋지 않은 평가를 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게 맞습니까?]

서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조나단의 모습에 움찔하는 호프먼, 곧 애처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저의 미스였습니다. 좀 더 선수를 자세히 분석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실수였다며 이야기하는 호프먼의 모습에도 조나단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다. 조나단은 그렇습니까 하고 중얼거리더니 손톱으로 탁자를 톡톡 두들겼다. 곧 짧은 한숨과 함께 조나단의 입이 다시 열렸다.

[실수라...물론 사람이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처리는 솔직히 실망입니다. 우리는 선수를 공정하고 엄격하게 평가할 의무와 권리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 건은 아무리 생각해도 호프먼 씨의 기본 역량이 의심되는 부분이군요.]

[좋게 평가한 선수가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는 것은 우리 책임이 아닙니다. 하지만 응당 받아야 할 평가를 받지 못한 채 기회를 잃어버리는 선수가 생긴다면 그건 누구 책임이겠습니까.]

조용하지만 힘이 실린 목소리로 담담히 이야기하는 조나단의 모습이 호프먼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일단 돌아가세요. 곧 호프먼 씨에 대한 처우가 결정될겁니다. 이번 리저브 리포트는 호프먼 씨는 손을 떼는게 좋겠어요.]

호프먼을 내보내고 소파에 깊이 몸을 묻는 조나단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생각난 듯 전화기를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스티브, 납니다. 조나단이에요.]

-아 조나단 씨.

[솔직히 말하면 스티브 덕분에 살았어요. 우리 스카우트 부서가 이 정도로 멍청이 같은 짓을 하고 있었을 줄 몰랐습니다.]

-......

사실 정말 창피한 일이었다. 스카우트 부서가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에 생긴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다른 이도 아니고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로 인해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으니 스카우트 부서의 책임자로서는 얼굴을 들 수 없을만큼 부끄러웠다.

[다 내 책임입니다. 책임자라고 앉아서 전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스티브에게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아닙니다 조나단 씨. 조나단 씨도 사람이고 직원들도 사람이니까요. 실수나 착오가 있을 수도 있겠죠.

'그거는 그것대로 문제지. 능력이 부족한 인간을 자리에 앉혀 놨으니 말이야.'

속으로 혀를 차며 자책한 조나단이다.

[일단 어제 경기와 리저브 팀에 저장된 자료를 토대로 제가 리포트를 새로 작성했습니다.]

-조나단 씨의 리포트라면 믿을 수 있습니다.

[과분한 말입니다. 그나저나 스티브의 안목도 상당하더군요. 상당히 좋은 선수를 찍은 것 같습니다. 나중에 은퇴하면 이쪽으로 나서는 것도 괜찮아 보일 정도로 말이죠.]

조나단의 말에 수화기 건너편에서 짧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는 아직 현역입니다 조나단 씨. 은퇴는 우승 컵을 들어 올리고 나서 해도 늦지 않겠지요.

[물론이에요 스티브. 아무튼 이번 건은 정말 고맙고 미안합니다. 그럼 몸 관리 잘하고 남은 시즌 잘 치르도록 해요.]

-조나단 씨도 수고하세요.

============================ 작품 후기 ============================

전 이제 누워서 축구를 보다 자야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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