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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님의 자율공상축구탐구만화 53화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164320&no=53
중간에 나오는 하노버96컷이 마치 지금 제 마음과 같습니다. 엄마 뭐야 이거 무서워
[운 좋았다 애송이. 그런 똥볼로는 두번 다시 득점할 수는 없을거다.]
등 뒤에서 으르렁 거리는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힐끔 곁눈질로 살피니 웨스 브라운이 자신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다. 데이빗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딱히 거친 플레이를 하지 않고 스피트와 테크닉으로 승부하는 성향이 강한 데이빗이었기에 그를 아는 이들은 데이빗이 온순한 성격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마냥 착해빠지기에는 그가 살아온 평탄치 못했던 나날들이 너무 길었다. 한마디로 데이빗도 알고보면 한 성질 하는 성격이고 얕보이거나 조롱을 당했을때 가만히 듣고 있을 성격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댁들 상대로는 그정도 똥볼로도 충분한 거 같은데. 차고나서 설마 이것도 못막겠어 싶었는데 들어가더라고. 땡큐 땡큐.]
피식거리는 비웃음과 함께 들리는 한 마디에 웨스 브라운은 열이 뻗치는 것을 느꼈다.
[뭐라고? 이 건방진 애송이가...]
[패스!]
뒤에서 으르렁 거리며 무언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데이빗은 깔끔히 무시하고 손을 크게 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싸움하러 그라운드에 나온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데이빗의 움직임에 맞춰 제라드로 부터 짧은 패스가 이어졌다.
쿠웅-
데이빗이 공을 킵하자 웨스 브라운은 바로 강한 체킹을 걸었다. 키가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덩치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고 코치들의 이야기도 이 비리비리해보이는 녀석은 몸싸움을 그렇게 즐겨하는 편은 아니라고 했었다. 다만 스피드와 테크닉이 아주 뛰어나 공간을 타고 들어가면 위협적인 공격수라고 했다.
'그것도 골문을 등진 상태에서 이렇게 몸으로 부딪혀 오면 무용지물이지. 꼴사납게 자빠져 버리시지!'
그런 생각을 하며 더욱 거칠게 데이빗을 압박하는 웨스 브라운, 본인도 경력이 꽤나 쌓인 베테랑이었기에 파울이 될락말락한 아슬아슬한 선에서 몰아 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데이빗을 너무 얕보았다.
기초적인 몸싸움에서 밀려버리면 아무리 훌륭한 테크닉을 가지고 있어도 써먹을 데가 없다.
언제나 자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던 부분이 몸싸움이었기에 데이빗도 이를 보완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거기에 리버풀의 리저브 팀을 이끄는 코칭스탭들도 멍청한 월급도둑들이 아니었다.
-이게 뭐죠?
그라운드에 조그만 원을 그리고 자신보고 들어가라 지시하는 코치에게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씩 웃으며 옆에 있던 마틴 켈리도 같이 들어가로 했다.
-거기서 둘이서 공을 서로 뺏으면 돼. 눈이 있으니 다들 알겠지만 선 밖으로 나오면 실격이야. 서로 뜨겁게 몸을 부딪히며 관계를 돈독히 해 보라구.
-......
-......
매일 같이 켈리, 혹은 다른 수비수들과 함께 원안으로 들어가 몸을 부딪혔다. 처음에는 상대의 바디체크에 픽픽 쓰러지기 일쑤였고 원밖으로 밀려나곤 했다. 그때마다 해맑은(그러나 무시무시한) 미소를 지으며 벌칙을 지시하는 코치가 있었기에 치를 떨며 어떻게 해서든 버티려 노력했다.
그렇게 수백번, 혹은 그 이상 그라운드 위를 구르고 나자 조금씩 몸싸움의 요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코치들이 말로 했던 부분을 몸으로 깨달아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웨스 브라운의 몸싸움은 강렬했지만 데이빗은 버텨내는데 성공했다. 자신은 현재 팀의 원톱(One up front), 미드필더가 넘겨준 공을 제대로 지켜내야만 했다. 최전방 공격수가 공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매번 픽픽 자빠져 버린다면 그런 공격수에게 팀원들이 패스하고 싶어질리가 없다. 데이빗은 확실히 공을 지켜냈고 왼쪽 사이드로 치고 올라가는 다미앙 플레시스를 발견하고 가볍게 찔러 주었다.
[다미앙!]
[나이스 패스!]
플레시스에게 공을 전달하고 지체없이 몸을 돌려 에어리어로 진입하는 데이빗, 타이밍 좋게 플레시스의 크로스가 올라왔고 거기에 머리를 맞추기 위해 점프했다. 하지만 재빠르게 커버 들어온 웨스 브라운이 한발 먼저 크로스를 잘라내며 클리어하는데 성공했다.
[움직임이 하품이 나오네. 그정도 실력으로 입만 살았지 애송이.]
[오, 생각보다 잘 뛰네. 미안 내가 너무 얕본거 같아.]
기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괜찮네. 확실히 움직임이 좋아.]
관중석에서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다른 팬들과 달리 침착한 시선으로 경기를 바라보며 수첩에 연신 무언가를 적는 사람이 있었다.
[스티브가 갑자기 와서 부탁할때는 좀 놀랐지만 말이야.]
어제 밤 제라드의 연락을 받고 조금 당황했었다. 뜬금없이 전화하여 내일 리저브 경기에 와서 한 선수를 지켜봐달라고 부탁했으니 그럴수 밖에 없었다. 열심히 수첩에 필기를 하던 그-조나단은 잠시 펜을 내려놓고 어제의 일을 회상했다.
-스티브, 갑작스러워서 좀 당황스럽군요. 제가 굳이 가서 보지 않더라도 괜찮은 선수라면 이미 구단 내에서 보고가 이루어 졌을텐데요.
-알고 있습니다. 그저 개인적인 호기심입니다. 그리고 조나단 씨의 안목이라면 확실한 평가를 해줄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별일이군요. 스티브가 그렇게 까지 말하다니. 좋아요. 알겠습니다. 요즘 바쁜 일도 없고 하니 한번 가서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티브가 기대할만한 선수인건 확실하네. 아직 압박에서 벗어나는 능력이 훌륭한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합격점, 주변을 보는 시야도 괜찮고, 들어가는 타이밍과 공간 선점은 조금 아쉽군. 오히려 뒤따라 들어오는 수비수에게 자리를 내주다니 말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수첩에 다시 필기를 시작하는 조나단, 이내 곧 그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몸싸움이 어느정도 보완이 되었다고 해도 데이빗의 최대 장점은 스피드와 테크닉이다. 본인도 그 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상대 수비를 등지고 있는 상황보다는 골문을 향하고 있을때 더 멋진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었다. 마치 농구에서 포스트 업 보다 페이스 업에 더 능숙한 플레이어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원톱 플레이어가 공을 등지고 받지 않는 상황이라면 어떤 상황이 있을까. 몇가지의 경우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속공 상황을 들 수 있겠다.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 말이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제라드의 노련한 태클로 상대의 패스를 잘라내는 데 성공한 리버풀, 제라드는 지체없이 시선을 전방으로 향했다. 공격 가담을 위해 상대 풀백이 어중간한 위치에 머무르고 있었고 미드필더들의 간격도 흐뜨러져 있었다. 이럴때 필요한 것은 빠르고 정확한 전진패스였다. 제라드는 그런 패스를 할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선수였다.
뻐엉-
낮은 탄도의 패스가 빠르게 상대의 오른쪽 풀백 뒷공간(리버풀 측에서 보자면 왼쪽 사이드)을 노리고 날아갔다. 중앙쪽에서 어슬렁 거리던 데이빗이 상대 풀백의 뒷공간을 노리며 빠져들어가는 움직임과 정확히 일치했다. 심지어 그의 보폭까지 고려한 정확한 패스에 데이빗은 감동마저 느낄수 있었다.
달리는 속도를 죽이지 않고 그대로 공을 발 아래 붙인 데이빗은 그대로 왼쪽 사이드를 뚫고 치고 올라갔다. 단순한 치고 달리기,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단순한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공을 달고 뛰면 되는 상황에서 굳이 화려한 발재간을 보일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자신이 왼쪽 사이드로 이동함과 동시에 원래 왼쪽 사이드에서 공격을 펼쳐야 했던 다미앙 플레시스가 중앙쪽으로 쇄도했다. 패스를 준 제라드도 곧바로 전선에 합류했고 오른쪽 사이드도 마찬가지로 연동하며 공격 가담이 이루어졌다.
데이빗은 어느새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접근했다. 완전히 수비 라인이 정리된 것은 아니었으나 어느 정도는 정돈된 수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데이빗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고 순식간에 공격 방법을 정했다.
파앙-
중앙쪽으로 밀어주는 짧은 패스, 자신과 자연스레 포지션이 바뀐 다미앙이 패스를 받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받지 마라 다미앙...!'
데이빗의 마음을 알아챈 것일까. 공을 킵 할것 처럼 보였던 다미앙은 절묘하게 공을 그대로 흘렸다. 진짜는 다미앙이 아닌 조금 더 뒤에서 달려오던 제라드였다. 제라드는 그대로 가볍게 공을 찍어 찼다.
투웅-
데이빗은 다미앙, 실제로는 제라드에게 패스를 하고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대로 된다면 제라드는 분명 자신에게 다시 패스를 줄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제라드는 지체없이 공을 살짝 띄워 자신에게 리턴해주었고 데이빗은 가볍게 공을 가슴으로 트래핑했다. 그리고 아무 미련없다는 듯 가볍게 공을 다시 옆으로 굴렸다. 공의 주인은 다시 한번 스티븐 제라드, 리버풀의 캡틴이었다.
꽈앙!
골키퍼가 반응할 새도 없었다. 계속된 원터치 패스에 이리저리 시선이 분산된 골키퍼는 제라드의 강슛이 골대를 꿰뚫을때 까지 움직이지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제라드는 주먹을 불끈 쥐고 골 세레모니르 시작했다. 완벽한 패스워크로 만들어 낸 아름다운 골이었다. 데이빗은 망연자실한 웨스 브라운의 곁을 스쳐지나가며 한마디 남겼다.
[이리저리 머리 굴려봤자 소용없다니까. 몸이 움직여야지 아저씨. 안그래?]
그 말을 남기고 골 세레모니를 하고 있는 제라드에게 달려갔다. 자신이 골을 넣지 못했지만 뭐 어떤가 싶었다. 수비수에게 있어 최대의 굴욕은 골을 허용했을때니까 말이다.
[휘유. 스피드가 정말 보통이 아니네. 거기에 볼 컨트롤도 안정적이고 주변하고 연계도 깔끔해.]
멋진 골이 들어갔음에도 조나단은 침착했다. 주변 관중들이 기쁨에 미쳐 날뛰고 있으니 더욱 그렇게 보였다. 조나단은 쓴 웃음을 지었다.
'매번 느끼지만 이것도 못할 짓이야. 축구가 좋아서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축구를 즐기지 못하니까 참 웃긴 일이야.'
축구 자체를, 멋진 플레이를 즐기지 못하고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야했다. 어느새 자신이 멋진 골을 보았을때 두팔 벌리며 환호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마나 씁쓸했던가. 골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패스, 오프 더 볼 상태의 무브먼트, 선수들의 순발력과 집중력, 임팩트 시의 파워와 타이밍 등을 평가하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렸다.
[뭐...팬들이 멋진 축구를 보며 즐거워할때 보람을 느끼면 되니까.]
그런 자부심이 없었다면 이 일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괜히 담배 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스티브도 안목이 괜찮군.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선수를 가장 잘 아는 건 같은 선수라는 거겠지.]
수첩을 정리하며 조나단은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밝은 표정으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선수들이 보였다.
[그나저나 저 친구 저렇게 잘하는데 왜 그동안 안올린거야? 리저브 담당 스카우트는 도대체 그동안 뭐한거지?]
============================ 작품 후기 ============================
원래 1위에 계셔야 할 분들이(다 아시는 그분들요.ㅎ) 연재가 잠시 주춤한 틈에 무주공산 어부지리 빈집털이를 한 거라 스스로 분석했습니다만...그래도 1위라는거 정말 부담스럽네요ㄷㄷ뭔가 더 잘써야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속도도 안붙고 오히려 더 안써지는 느낌입니다.
저 스스로도 부족함을 느끼는 글이고 만족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과분하게 이 글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힘이 납니다. 그럼 저는 다시 글쓰러 가보겠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