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44화 (4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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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두고 리버풀의 스카우트 부서가 뒤집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채 데이빗은 오랜만에 제임스와 티티 두 친구를 만났다. 늘 그렇듯 그들이 가는 곳은 부두 근처의 허름한 Pub이었다. 가끔 오는 곳이지만 올때마다 예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는 데이빗이었다. 마치 고향에 온 것과 같은 느낌, 데이빗은 그런 기분을 이 Pub에 올때마다 느끼곤 했다.

[이거 진짜냐 데이빗? 설마 사인받기 귀찮다고 니가 위조한 건 아니지?]

[......]

자신이 받아온 제라드의 사인을 받고는 흥분해서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제임스를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데이빗이다.

[이봐 제임스,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야. 캡틴에게 가서 사인을 부탁하는게 귀찮겠냐 아니면 캡틴의 사인을 위조해서 만드는게 귀찮겠냐? 도대체 내가 왜 위조했다고 생각하는데?]

[데이빗, 제임스에게 그런 상식적인 판단을 기대하지 마. 잘 알면서 왜그래?]

쿡쿡 웃으며 끼어드는 티티, 데이빗은 그건 그래 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시끄럽다고 니들. 뭐 위대한 리버풀의 캡틴의 사인을 받아왔으니 내가 너그러이 용서해주겠어. 크하하. 오늘 내가 쏜다. 맘껏 먹으라구!]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거야 티티? 내가 살다살다 제임스가 쏘겠다는 소리를 들을 줄이야.]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데이빗의 모습에 티티가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뭐 제임스가 지갑이 넉넉할때는 언제나 이유는 하나 아니겠어? 어제 카드를 좀 쳤거든. 그런데 뭐 갑자기 저녀석 엄청 운이 좋아서 말이야. 어제 아주 쓸어 담았지.]

[더 믿기 힘든데...제임스 카드 더럽게 못치잖아. 좋은 패들면 얼굴에 다 드러나고. 블러핑은 티가 팍팍나고 말이야. 단체로 약이라도 하고 친거야?]

[어이어이 데이빗, 니가 잘 모르지만 내가 사실 카드를 존나 잘친다고. 그동안은 니들이 수준이 낮아서 내가 말렸지만 이제 내가 적응한거지 니들 수준에 말이야.]

[말을 말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앞에 놓인 맥주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는 데이빗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급히 말문을 열었다.

[맞다 너희들. 혹시라도 나중에 에리카를 만났을때 내가 제라드씨의 사인을 받아줬다고 얘기하면 안된다!]

[그거야 어렵지 않은데...왜? 설마 너 켈리씨 거는 안받아 온거야?]

그러면서 켈리씨도 콥이잖아. 사실을 알면 엄청 실망하겠는데-라고 덧붙였다. 데이빗은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말을 받았다.

[...나중에 생각이 났다고. 아 또 부탁하기도 뭐하고...애초에 생각난 다음에는 캡틴이 다시 퍼스트 팀으로 올라가버렸다고. 그래서 못받았지 뭐.]

[...뭐 나야 말할리 없지만 저기 리버풀에서 가장 입이 싼 남자는 어떨지 모르겠네.]

[...나도 티티는 걱정 안해. 이봐 제임스, 들었지? 너 에리카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된다?!]

[제기랄, 니들 날 그렇게 생각했다 이거지? 좋아 그렇다면 니들 기대에 부응해주겠어. 다 얘기할거다.]

툴툴거리며 뻗대는 제임스를 보며 혀를 찬 데이빗, 이내 살살 구슬리기에 들어갔다.

[입을 다물어 준다면 내가 다음에 다른 선수들의 사인도 받아다 줄게. 오케이?]

데이빗의 제안에 급 화색이 도는 제임스였다. 콧김까지 내뿜으며 얼굴을 데이빗에게 들이 밀며 소리쳤다.

[디르크, 제이미, 페르난도 세 명의 사인으로! 콜?]

[딜.]

굳게 손을 맞잡는 두 남자, 티티는 진지한 표정으로 거래를 마친 두 친구를 보며 잔을 들어 올렸다.

[거래가 성사 됐으니 한잔 해야지? 자 데이빗이 받아올 사인을 위하여.]

[위하여!]

그 어느때보다 큰 목소리로 치어스를 외친 제임스, 데이빗은 영 떨떠름한 표정을 짓다 못당하겠다는 듯 픽 웃고 말았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정말 오랜만에 보네. 어디보자...맙소사. 작년 12월에 보고 처음 보는 거였다니.]

손을 꼽아보던 티티가 놀랍다는 듯 외쳤다. 제임스는 옆에서 그렇게 오래됐나 라고 중얼거렸고 말이다.

[벌써 그렇게 됐네. 참 시간 빠르다.]

[그동안 간간히 전화 통화는 했지만 말이야.]

[그랬지. 유독 근 몇달 동안 서로 스케줄이 더럽게도 안 맞았었어.]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데이빗, 너 요즘에 굉장히 잘하고 있던데? 조만간 프리미어 리그로 데뷔하는 거 아니야?]

티티의 질문에 쓴 웃음을 지으며 손을 젓는 데이빗이다. 제임스도 맞아 맞아 하고 맞장구를 치며 언제 올라 가냐고 묻는 모습이다.

[뭐 불러 줘야 올라가지. 나도 올라가고 싶지만 말이야. 안 불러주는 걸 어쩌겠어.]

[이상하네. 솔직히 퍼스트 팀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고, 공격수가 넘쳐나는 것도 아니잖아. 영입을 한 것도 아니고. 리저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공격수가 있는데 왜 안올리는 거야?]

[너 뭐 거기 인간들한테 밉보인거 아니야? 아니면 그 놈들 눈깔이 죄다 썩은 생선인가.]

불만스럽다는 듯 툴툴대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면 손을 우두둑 꺾는 제임스, 데이빗은 고개를 저었다.

[밉보일건 또 뭐 있겠어. 그냥 내가 아직 경력이 짧으니까 그런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쉽고 납득이 안가는 건 어쩔수 없었는지 쓴 웃음을 지으며 맥주 잔을 들어 한모금 삼키는 데이빗이다.

[그래. 사실 우리도 아쉽긴 하지만 크게 걱정은 안해. 이런 실력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조만간 분명 좋은 소식이 있겠지.]

[쳇, 솔직히 퍼스트 팀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얼간이들 대신에 데이빗이 올라가야 한다고! 거기 놈들 뭔가 제정신이 아니야. 눈이 썩었거나 아니면 뒤에서 돈 받아 처먹고 더럽게 처리한게 분명해.]

[...설마 그랬겠어?]

[그래 제임스. 날 생각해주는 건 고마운데 너무 그렇게 안좋게 생각할 건 없어. 조만간 분명 좋은 소식이 있을테니 조금 더 기다려 보라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뇌물이야 더러운 자식들, 내가 그 놈들을 한번 만나봐야겠어!' 라고 외치는 제임스를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달래는 데이빗과 티티였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제임스가 홧김에 내뱉은 말이 상당히 진실에 근접했다는 것을 말이다.

[특정 선수의 에이전트로 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집무실에 앉아 보고를 듣는 조나단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차라리 호프먼 이라는 인간 개인의 무능력으로 기인한 상황이길 바랬다. 그랬다면 그냥 호프먼을 해고하는 선에서 정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아...역시 그렇습니까.]

뇌물이라면 상황 자체는 납득이 갔다. 콜업의 문은 좁았고 비슷한 포지션으로 한정한다면 그 자리는 더욱더 좁아진다. 특정 선수가 좋은 평가를 받아 올라간다면 다른 선수에게 기회가 오기란 정말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다.

[호프먼이란 작자를 해고하는 건 당연한 거지만...]

거기에 호프먼과 접촉한 에이전트, 나아가 에이전트가 담당하고 있는 선수까지 영향이 미칠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스카우트 부서 내부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 지역 언론에 화려하게 대서특필되는 것은 물론이고 잉글랜드 전역에 걸쳐 이슈가 될지도 모른다. 창피한 일이지만 조나단은 그렇게까지 일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스카우트 부서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것이 아닌 리버풀이라는 구단의 이미지를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최대한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것, 그것이 조나단의 목표였다.

[하지만 조용히 처리하자면 제대로 된 처벌을 하기 힘들어...]

손톱을 깨물며 장고를 거듭한 조나단, 이내 한숨을 푹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버풀을 이끄는 구단주 이하 운영진이 모인 회의실의 분위기는 상당히 저조했다. 가뜩이나 팀 성적이 못한 마당에 구단 내부에서 비리가 적발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조지 질레트, 톰 힉스 두 구단주는 찌푸린 표정으로 회의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근래에 들어 리버풀을 지지하는 이들로 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두 구단주는 2007년 이전 구단주였던 데이비드 무어로 부터 구단을 인수하였다. 많은 이들이 두 구단주의 구단주 취임 소식에 우려를 나타낼때 그들은 첫 공식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을 안심시키고자 했다.

리버풀에서 그들이 무엇을 성취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지난 밤 스티븐 제라드와 제이미 캐러거와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이 우리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특별한 자리를 가졌다. 그들은 승리에 대한 것과 팬들의 열정에 대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몇가지 질문을 했다.

그들은 클업 운영을 무어와 페리가 계속하길 원했다. 나는 그들이 무어와 페리를 매우 존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라파에 대해서도 특별히 언급했다. 그들이 라파를 근래의 스포츠 역사상 가장 천재적인 사람 중 하나라고 느낀다는 걸 우리는 알게 되었다. 드레싱 룸에서 그들은 라파가 팀을 이끄는 것에 대한 큰 존경을 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우리에게 선수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했고 라파가 팀을 만드려는 노력을 지원해 달라고 했다. 덧붙여서 그들의 자랑스러운 홈 구장에 대한 시각도 분명했다. 앤필드가 가진 소리와 에너지 그리고 열정이 새 구장의 디자인에도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들은 우리가 들었으면 하는 메세지들을 전달했고 우리는 그것들을 명확하게 들었다.

질레트와 힉스 두 사람은 구단을 맡은 뒤 팬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선수 영입에 힘을 쏟았다. 스페인 출신의 훌륭한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토레스를 영입하는데 성공했고 투지넘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또한 영입하며 팬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며 상황은 바뀌었다. 그들은 리버풀을 통해 자신들이 기대한 이득을 얻지 못하며 구단 운영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구단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만 갔고 최근 스코틀랜드 로얄뱅크로부터 클럽 부채 2억 3700만 파운드를 갚으라는 권고를 받은 이후 리버풀을 팔겠다는 의사표시를 하게 되었다. '양키 몰아내기' 캠페인을 벌이던 안필드의 팬들은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두 구단주가 리버풀을 6억파운드에 매물로 내놓았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분노를 표하고 있었다.(2007년 그들이 데이비드 무어로부터 리버풀을 인수한 금액은 2억1900만 파운드였다)

구단을 팔아야 할 처지에 놓인 두 구단주로서는 클럽의 이미지가 더 이상 손상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랬기에 지금 터져나온 잡음이 전혀 반갑지 않았고 불쾌했다.

[이건 전통있는 클럽 리버풀의 치욕입니다.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해서 강력히 처벌해야 합니다.]

[처벌하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조심스럽게 접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이 외부로 새어 나갈 경우 구단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어요.]

[단기적으로는 구단 이미지 손실에 타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클럽의 미래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오히려 이 일을 계기로 비리를 용납하지 않는 구단이라는 것을 팬들에게 인식시켜줄 수 있습니다.]

[평소라면 그렇겠지요. 하지만 지금 구단 성적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터진다면 팬들이 가만 있겠소?]

[왜 팬들이 무조건 구단을 잡아먹으려 들것처럼 보십니까? 일의 전말을 명백히 밝히고 일부 부패한 이들의 행위였다는 점을 명시하면 크게 문제는 없을텐데요. 오히려 이 일을 어중간하게 덮을 경우 차후에 일이 드러날 경우 더 큰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해보셨습니까?]

[순진한 사람 같으니.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건 왜 모르시오? 일개 스카우트만 잘못했고 우리는 아무 잘못없다- 이렇게 발표하면 과연 믿겠소? 꼬리 자르기니 내부 감사를 엄중히 해야한다는 말이 안나오고 배기겠소?]

갑론을박,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묵묵히 회의가 진행되는 것을 듣고 있던 조지 질레트 구단주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이야기하는 것은 잘 들었습니다. 이에 구단주로서 제 입장을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에게 모인 시선을 느끼며 조용히 말하기 시작하는 구단주, 이를 듣고 있던 이들의 일부는 분개했고 다른 일부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조나단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책임지는 부서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회의석상에서 크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죄인처럼 주변의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이렇게 될 줄은 알았다. 저 두 구단주가 지금 시점에서 조용히 덮으려 들 것이라고는 당연히 예상할 수 있었으니까...]

당장 내일이라도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얼씨구나하고 리버풀을 팔아 치울 작자들이다. 그런데 상품 이미지에 큰 손상을 줄만한 스캔들을 본인이 직접 터뜨리겠는가.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최대한 좋게 좋게 티 안나게 덮어두라고 할 것이 분명해보였고 회의의 결과도 그렇게 났다.

-일단 그 직원은 권고사직 정도로 처리하는 것으로 합시다. 물론 입막음은 잘 시켜야겠지요. 본인도 켕기는 것이 있으니 어디가서 왜 그만두었냐고 했을때 별말 못할 겁니다. 그 에이전트와 선수도 조용히 접촉해 보세요. 절대 일을 크게 벌려서는 안됩니다.

============================ 작품 후기 ============================

제가 이름을 들었을때 이를 가는 구단주 혹은 감독이 몇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양반들이 바로 두 분이죠. 질레트&힉스...-_-;저는 질레트 면도기 절대 안씁니다. 사실 관계는 없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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