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33화 (3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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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와의 관계가 급 진전된 이후 데이빗은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나갔다. 비록 고백을 한 날 있었던 맨시티 리저브와의 경기에서 골을 기록하지 못하며 연속 경기 골 기록이 4경기에서 끝났으나 이어진 2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리저브 북부 디비전에서 압도적인 승률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리버풀 리저브의 주전 멤버로 완전히 발돋움한 모양새였다.

반면 리버풀 퍼스트 팀의 경우 작년 2위를 기록한 모습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만큼 기복이 심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었다. 개막전에서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1:2로 패하며 좋지 못한 출발을 하였고 이어진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에서는 4:0 대승을 거두더니 3라운드 아스톤 빌라전에서는 루카스의 자책골이 터지며 1:3으로 패하고 말았다. 그 이후 이어진 하위권 팀들과의 경기에서는 무난히 승리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지만 첼시를 상대로 2골을 허용하며 힘없이 무너졌고 이어진 9라운드 선더랜드 전에서 이번 시즌 최악의 불운으로 기억될 만한 사건이 터졌다.

리버풀을 응원석에서 한 꼬마 팬이 경기장으로 풍선(실은 비치볼)을 쳐서 날렸고 이어진 선더랜드의 공격에서 벤트의 슈팅이 비치볼에 맞고 골로 연결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 골로 인해 리버풀은 패배하였고 리그 8위까지 추락했다. 이어진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3라운드에서도 올랭피크 리옹에게 1:2로 역전패를 당하며 최근 치러진 4경기에서 모두 패하는 좋지 못한 흐름을 이어갔다.

FIFA 규정상 경기장에 장애물이 있으면 경기를 중단시켜야하고 만약 장애물이 골에 영향을 주었으면 골이 취소되어야 하는데 그대로 골로 인정하고 경기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리버풀 팬들은 분노했고 경기를 그대로 진행한 주심은 리버풀의 극성팬들로부터 살해 위협까지 받게 될 정도였다.

리버풀을 침몰시킨 이 공포의(?) 풍선은 큰 이슈를 몰고오며 엄청난 판매량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리버풀의 엠블럼이 선명히 찍힌 비치볼의 대량 구매지역이 맨체스터 지역이라는 사실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리그 10라운드 맞대결이 이후에 바로 예정되어 있었기에 이런 대량 구매의 원인은 리버풀 팬들을 조롱하기 위한 맨유 팬들의 행동이라고 예상되었다. 심지어 이 비치볼은 현재 품절되어 경매 사이트에서 40파운드(한화로 약 8만원) 선에서 거래가 되고 있을 정도였다.

이쯤되니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이 리버풀의 입장이었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맨유 팬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한 동안 문제의 비치볼을 팔지 않기로 했으며 경기 당일에는 경기장 안팎에서 풍선등의 반입을 시도하는 관중을 색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거 철없는 애새끼 한놈 때문에 분위기가 완전히 개판되버렸네.]

혀를 차며 보고 있던 TV를 꺼버리는 스피어링이었고 데이빗은 읽고 있던 신문을 던져버렸다. 파체코는 그런 동료들의 모습에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애초에 부모는 애새끼가 사고치는 동안 뭐하고 있었던 거야?]

[난 그것보다 주심이 제정신이었는지 의심스러워. 어떻게 골대 앞에 풍선이 굴러다니고 있는데 그걸 그대로 방치해둘 수가 있지?]

[데이빗, 풍선이 아니고 비치볼.]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그 빌어먹을 것이 풍선인지 비치볼인지는. 문제는 그 염병할 것 때문에 지금 우리 퍼스트 팀의 분위기는 엉망이 되어버렸다고.]

[그래, 문제는 미친 맨유놈들이 그 저주받을 풍선을 단체로 사고 있다는 사실이지. 이새끼들은 분명 다음 경기에서 우리의 안필드를 그 염병할 풍선으로 덮어버릴 생각인거야.]

[그거 막는다고 하더라고. 참 우리 홈구장에서 우리 엠블럼이 찍힌 풍선을 막아야 한다니. 이것도 참 웃기지 않아?]

[그게 다 그 개념없는 애새끼때문이지. 그나저나 그 망할 꼬맹이가 누군지 캐는 사람은 없나보네? 조용한 걸 보니 말이야.]

문득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표하는 스피어링에게 데이빗이 입맛을 다시며 대답해주었다.

[그거 중계 화면에는 잡혔다고 하는데 이후에 전부 모자이크처리를 했다고 하더라고. 그거 얼굴 안가려주면 그 꼬맹이 앞으로 세상 살기 힘들었을걸?]

[뭐, 사고친 본인도 정말 엄청 놀랐을 거고 말이야. 앞으로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을테지.]

[기분도 더러운데 게임이나 한판 하자. 데이빗을 밟으며 기분을 풀어야겠어.]

[입닥쳐 스피어링.]

낄낄거리며 패드를 건네는 스피어링을 발로 차서 밀어낸 데이빗은 소파에 드러누웠다. 계속해서 도발을 해대는 스피어링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가볍게 중지를 세워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데이빗은 방금 던졌던 신문을 주워들었다. 현재 리버풀의 부진을 두고 자극적인 타이틀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우승을 못해서 그렇지 이렇게 긴 연패(4연패)는 그야말로 이례적인 일이었으니 아예 호들갑이라고 치부하기도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조만간 우리 중에서 퍼스트 팀으로 콜업될 것 같지 않아?]

파체코와 축구게임을 하면서도 입은 쉬지 않고 있던 스피어링이 이야기했다. 데이빗은 신문을 덮으며 고개를 돌렸다.

[무슨 말이야? 이번 연패때문에?]

[그것도 그런데 지금 퍼스트 팀 주전 멤버들이 영 예전 같지가 않잖아. 뭐 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부상이고 말이야. 이쯤에서 한번 기회를 줄법 하지도 않아?]

스피어링의 말에 그런가-하고 중얼거리는 데이빗이다.

[에이, 지금 퍼스트 팀 멤버들의 구멍을 메우고 있는 선수들이 다 작년까지 리저브에 있던 사람들인 거 잊었어? 인수아라던가 은고그도 그렇고, 루카스도 엄밀히 말하면 올해가 첫 풀타임이니만큼 그렇다고 봐도 될걸. 굳이 여기서 새로 리저브에서 뽑아 가려고?]

[근데 그치들이 제대로 못해주고 있잖아. 인수아는 그럭저럭 잘해주고 있지만 말이야.]

[글쎄...어떻게 될지...]

더 이상 깊게 얘기하지 않는 그들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묵묵히 준비하다보면 언제가 되었든 기회는 찾아온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확실한 건 우리가 이정도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이번 시즌에 분명 한번은 기회가 올거야. 그때 놓치지 말자.]

[그래. 내가 먼저 갈테니 니들 잘 따라와라.]

[저번처럼 1주일만에 다시 내려오고 울지나 마 스피어링.]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치러진 레즈더비에서 리버풀은 맨유를 상대로 2:0으로 승리하며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다. 하지만 풀럼과의 리그 11라운드에서 데겐과 캐러거가 퇴장당하며 9명으로 싸운 끝에 1:3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설상 가상으로 이 경기에서 리버풀의 유일한 골을 기록한 토레스가 부상을 당하며 분위기는 더욱더 암울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베니테즈 감독은 백업 공격수로(은고그를 주전으로 올리고) 리저브에서 나빌 엘 자르를 콜업시켰다. 이는 리저브 팀 내에서도 의외의 콜업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엘 자르는 이번 시즌 데이빗이나 파체코에 비해 출전시간이나 활약상이 좋다고 말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위건 리저브와의 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 늘 그렇듯 파체코와 데이빗 스피어링은 함께 공을 주고 받으며 몸을 풀고 있었다.

[저자식 라파의 숨겨진 자식이라도 되는거야 뭐야?]

자신은 어차피 미드필더이기에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지만 납득이 안가는지 당사자들 보다 불퉁한 기색을 보이는 스피어링이었다. 데이빗은 아직 전술적인 움직임을 좀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큰 불만은 없었지만 말이다. 파체코는 드러내놓고 표현은 안했지만 엘 자르가 자신을 제치고 콜업된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솔직히 올해 리저브 성적만 놓고보면 데이빗이나 내가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뭐 생각이 있겠지.]

[생각은 무슨...저 감독 예전부터 엘 자르를 존나 좋아했다고. 네메스가 임대가기 전에도 그랬단 말이야.]

[진정해 스피어링. 나나 파체코보다 그가 더 이 팀에 오래 있었잖아. 아무래도 좀 더 파악이 잘되어있다는 거겠지.]

[니들은 열받지도 않냐? 도대체 콜업의 기준이 뭐야? 아 도대체 알수가 없네.]

불퉁거리는 스피어링을 오히려 파체코와 데이빗이 토닥이는 모양새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스피어링이 포지션 라이벌에게 밀려 콜업에 실패한 것으로 오해할 만 했다.

[뭐 좋게 생각하자고. 난 그가 없어서 오히려 편한 점도 있는 것 같은데. 파체코와는 호흡이 잘 맞지만 그 양반은 도무지 맞질 않아서 짜증난다고.]

[너하고는 애초에 시작부터 좀 사이가 안좋았으니까. 보고 있으면 서로 패스 드럽게 안하긴 하더만.]

[난 했었어! 근데 패스 주고 달려가도 뭐 오는게 있어야지! 패스 준다고 골을 넣어주는 것도 아니고 말야.]

툴툴거리는 데이빗, 말마따나 속된말로 더럽게도 안맞는 둘이었다. 그러니 가끔 엘 자르와 공격진을 이뤄 경기를 하다보면 말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파체코와 아주 좋은 호흡을 맞춰가고 있는 상황이라 그런 감이 더했다. 그나마 파체코와 함께 나서는 경기가 훨씬 많았던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뭐 좋게 생각하자고. 저런 얼간이도 기회를 주는데 우리같이 우수한 선수들을 언제까지 리저브에 처박아 놓지는 않겠지.]

[그래. 일단 오늘 경기부터 이기고 말이야.]

[위건 정도야 가볍지. 오늘도 가볍게 이겨주자고.]

[의외네요. 저는 데이빗이나 파체코 둘 중에 한명이 콜업될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그러게. 나는 파체코 쪽이 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 데이빗은 개인기에 비해 팀 단위의 움직임이 부족하니까 말이야.]

의외의 인선인 것은 리저브 팀을 이끄는 코칭스태프들에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았다. 물론 엘 자르의 앞에서는 그런 티를 보이지 않았고 축하해주었지만 말이다.

[뭐 우리로서는 나쁜 일만도 아냐. 저 친구들을 좀 더 키워서 올리는 것도 괜찮을 테지. 저 둘에게는 좀 아쉽겠지만 말이야.]

맥마흔 감독의 눈에 파체코의 멋진 힐 패스를 받아 골을 가볍게 성공시키는 데이빗의 모습이 들어왔다. 손가락으로 파체코를 가리키며 뛰어가는 데이빗과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런 데이빗을 맞아주는 파체코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정말 멋진 움직임이야. 그렇지 않나?]

[그렇네요. 리저브 레벨에서 저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를 막으라는 건 지나치게 가혹한 일인 것 같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하는 맥마흔 감독이다. 그만큼 둘의 콤비 플레이는 날이 갈 수록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경기는 리버풀의 3:1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데이빗의 선제골 이후 스피어링이 간만에 멋진 중거리 슈팅을 성공시키며 추가골을 기록했다. 이후 위건이 반격에 나서며 한골을 성공시켰지만 후반 20분 경 데이빗의 스루패스를 받고 페널티 에어리어에 진입한 파체코를 위건 수비수가 뒤에서 잡아끌며 페널티킥이 선언되었다. 이를 스피어링이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점수차를 다시 두점으로 벌렸고 이후 양 팀은 추가 득점에 실패하며 경기가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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