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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27화 (27/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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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말 멋졌어 데이빗!]

들뜬 표정으로 데이빗을 반겨주는 에리카, 데이빗도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고마워 에리카. 네가 보는 앞에서 괜찮은 플레이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헤에. 내가 와서 부담됐었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어오는 에리카의 모습에 데이빗은 황망히 손을 저었다. 그러면서 뭐라고 말을 해야하는 지 고민하는 모습, 이내 정리를 마치고 입을 열었다.

[아니야. 그런건 아닌데. 나를 보러 와준건 네가 처음이잖아. 날 응원해주는 사람도 처음이고.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

데이빗의 말에 상냥한 미소를 짓는 에리카였다.

[실망하지 않아. 네가 오늘처럼 골을 많이 못넣는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그런 생각하지 말아줘. 알았지?]

배려깊은 에리카의 말에 데이빗은 작은 감동을 느꼈다.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고마워 에리카. 약속할게. 네가 날 보러오면 골을 넣지 못한다고 해도 최선을 다해 뛸거야.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게.]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겠네? 나 앞으로 매 경기 보러 갈건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 하는 에리카, 데이빗도 핏 웃으며 대꾸한다.

[갑자기 네가 코치로 보이는데. 평가 잘 좀 부탁해. 이 친구 빨리 퍼스트 팀으로 올리라고 말이야.]

그 말이 웃겼는지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에리카였다.

[에헴, 그러니까 잘 하란 말이야. 앞으로 요령 피우면 가만 안둘거야. 알았지?]

[여부가 있겠나요. 알아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한차례 농담을 주고받은 둘, 분위기를 추슬러 이야기를 계속했다.

[근데 오늘 좀 아쉬워.]

[뭐가? 3골이나 넣고 아쉬운게 남으셨어?]

욕심도 많네-하는 표정을 짓는 에리카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젓는 데이빗이다.

[그게 아니라, 전반전밖에 못뛰었잖아. 좀 더 뛰고 싶었거든. 체력도 충분히 남아 있었는데 교체되서 정말 아쉬웠어.]

[아...하지만 이미 경기가 많이 기울었고, 감독 입장에서는 많은 선수들을 기용해보고 싶지 않았을까?]

그렇게 이야기하며 박빙이었다면 널 빼지 않았을거야-하며 주먹을 불끈 쥐는 에리카였다. 데이빗은 그 모습이 단호하다기 보다는 귀엽다고 느꼈다.

[그랬을까.]

[분명 그렇다니까?! 다음에는 분명 더 많이 뛸 수 있을거야.]

해맑은 표정으로 데이빗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에리카, 데이빗은 납득했고 다음에는 다를 것이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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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후반에는 교체다.]

선더랜드 리저브와의 리그전, 이번에도 데이빗은 선발 출장할 수 있었고 의욕에 불타올랐다. 지난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자신감도 넘쳤다. 그리고 전반 35분에 스테판 다비의 크로스를 가슴 트래핑에 이은 오른발 발리슈팅으로 연결하여 골을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2경기 연속골이었고 리버풀이 경기를 앞서갈 수 있는 선제골이었다. 기세가 오른 데이빗은 이후 활발하고 자신감있는 돌파를 선보였지만 추가골을 기록하는데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았기에 후반에는 충분히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거라 기대하고 있었기에 감독의 교체지시에 납득하기 힘들었다.

[저는 더 뛸 수 있습니다.]

그랬기에 조금은 경직된 목소리가 튀어나올 수 밖에 없었다. 감독은 그런 데이빗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체력적인 문제로 교체한다고 하지 않았다. 후반에는 전술적으로 변화를 주고 싶었을 뿐이고 그를 위한 교체일 뿐이다.]

조용한 목소리, 하지만 반론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역력히 느껴졌다. 데이빗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분했지만 선수 기용에 관한 전반사항은 감독 고유의 권한, 아쉽다고해도 납득해야만 했다.

후반전을 위해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향하고 라커룸안에는 코치와 감독만이 남아 있었다. 생각에 잠긴 맥마흔 감독의 눈치를 보며 코치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감독님의 뜻은 이해하지만 조금은 지켜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플레이가 시원찮은 선수를 교체하는 것과 괜찮은 활약을 한 선수를 교체하는 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코치의 말에 감았던 눈을 뜨는 맥마흔 감독, 짧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오늘도 나는 데이빗에게 주변과의 연계를 생각하면서 플레이하라고 지시했지. 자네도 봐서 알겠지만 저 친구가 내 말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던가? 단지 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질책성으로 교체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지금 저 친구에게는 아무리 얘기해도 들리지 않아. 왜냐하면 모든 것이 순조롭거든. 패스할 필요가 있나, 그냥 다리 한번 흔들면 수비수들이 나가 떨어지는데.]

조금은 냉소적인 어투가 되어버린 맥마흔 감독이었다. 코치는 묵묵히 감독의 말을 경청했다.

[자네 혹시 베이스 볼을 좀 아나?]

[대충은 압니다만 자세히는 모르겠군요.]

[어려운 얘기는 아니야. 야구에서 100마일이 넘는 무지막지한 공을 던지는 투수가 있어. 사실 90마일 정도 되는 공도 눈으로 보고 칠 수는 없다고 하더군. 100마일은 오죽하겠나? 그런데 그런 무시무시한 공도 계속 똑같이 던지다 보면 맞는다는 거야. 그래서 의도적으로 투수들은 느리게 던진다고 하더군.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야!]

[데이빗은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심지어 패스를 못하는 친구도 아니야. 다만 지금 시야가 극단적으로 좁아져 있는 상태야. 아무리 훌륭한 무기라도 계속 사용한다면 상대는 대응할 수 있어. 그 사실을 알아야 해. 그리고 난 그 사실을 일깨워 줄거야.]

[어떻게 말입니까? 감독님 말대로라면 지금 저 친구는 주변의 말이 들리지 않는 상태인데 말입니다.]

코치의 걱정에 피식 웃음을 흘리는 맥마흔 감독,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간단히 이야기했다.

[리저브 리그라지만 저런 스타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거 알고 있을거야. 상대 팀도 이제 슬슬 데이빗의 존재를 알게 될 것이고 정보를 얻었을테니까 말이야. 점점 골을 넣기 힘들어질 것이고 자기 마음대로 안되는 것을 느낄거야. 그때 쐐기를 박는거지.]

맥마흔 감독의 말에 어떻게요?-라는 질문을 흘리는 코치, 맥마흔은 별걸 다 묻는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선발 명단에서 빼버리는 거지 뭐가 있겠나. 벤치에서 따뜻하게 이야기 해줄거야. 너 같은 드리블러는 후반 30분, 상대 수비수들의 발이 굳었을때나 쓸 수 있는 카드일 뿐이라고.]

벤치에 앉아 조금은 침울한 얼굴로 경기를 관전하는 데이빗, 감독의 지시가 기껍지 않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중이었다. 방금 자신과 교체로 투입되어 들어간, 그러니까 이름이 분명...

'엘 자르였지. 그 재수 없는 녀석.'

방금전에도 뭔가 상당히 재수없는 표정으로 은근슬쩍 이죽거리고 나갔기에 데이빗의 불쾌감은 두배가 되었다. 심사가 상당히 꼬인 상태였기에 얼마나 잘하는지 봐주겠다고 작심했었다.

[뭐야, 별거 아니잖아.]

방금 꽤 괜찮은 찬스 상황이었는데 수비수를 제압하지 못하고 공격 기회를 날려버린 엘 자르의 모습에 절로 냉소가 튀어나왔다. 자신이었다면 분명 달랐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저런 어설픈 마크 따위 순식간에 벗겨내고 슈팅을 날릴 수 있었을텐데. 저자식은 입만 살았지 하는 짓은 영 어설프잖아.'

그렇게 멍청한 자식이라며 속으로 비웃던 데이빗, 결국 자신을 빼고 저런 얼간이를 투입한 감독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슬쩍 감독을 바라보는 데이빗, 그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것인지 감독은 일어서서 열심히 선수들에게 이것 저것 지시를 하고 있었다.

[좀 더 움직여! 패스 코스를 만들란 말이야!]

[뒤로 물러서지 말고 강하게 몰아 붙여! 뛰어! 뛰란 말이야!]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그런 감독의 지시를 들었는지 선수들은 좀 더 활발히 움직이며 빠르게 패스를 이어나갔고 적극적으로 공간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유기적인 움직임, 정교한 패스워크가 이루어졌고 상대는 그런 리버풀의 조직적인 공세에 움츠러들수밖에 없었다. 경기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쥔 리버풀, 하지만 잔뜩 웅크린 상대의 방어태세에 결정타를 날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과정은 좋았지만 결국 밀집된 상대 수비를 확실히 제압하지 못했던 것이다.

선더랜드는 현재 최전방 공격수 마저 하프라인 아래로 내리며 극단적인 수비태세에 들어갔다. 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리버풀의 공세가 워낙 거셌기에 일단 위기를 넘기고 기회를 엿보는 의도로 보였다. 리버풀은 중앙 수비수 두명을 제외하고 양쪽 풀백도 공격에 가담하여 8명이 공격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10명과 8명의 차이, 효율적인 패스워크로 빌드업을 한다고 해도 박스 근처에 워낙 밀집되어 있는 상대 수비 숫자로 인해 아웃넘버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리버풀이었다. 중거리 슈팅을 때리기에도 쉽지 않았고 사이드를 흔들어 크로스를 올리자니 장신의 포스트 플레이어가 없는 리버풀 공격진이 문제가 되었다. 결국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에어리어 근처에서 상대 수비수 2~3명을 몰고 다닐 수 있는, 개인의 능력으로 아웃넘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수였다. 맥마흔 감독은 데이빗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나이 만큼이나 경험이 풍부한 맥마흔 감독이었기에 지금 데이빗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짐작이 갔다.

'알겠나. 너의 멋진 드리블은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거야. 팀 전술로 해답이 보이지 않을 때, 그때야말로 선수 개개인의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지. 네가 이 상황을 보며 느끼는 것이 있기를 바란다.'

맥마흔 감독은 한시라도 빨리 데이빗이 틀을 깨고 나오길 원했다. 자신만의 플레이에 빠진 독불장군이 아닌, 진정 팀이 원하는 답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해결사가 되길 바랬다.

[그래...진짜 리버풀의 답(The Answer)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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