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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25화 (2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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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네가 실수했어.

웃음기 어린 티티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녁식사때 코치로부터 리그 출전을 통보받은 사실과 에리카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자 티티는 드물게 큰 웃음을 터뜨렸다. 데이빗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실수라고? 무슨 말이야 그게?]

감을 못잡고 있는 데이빗의 말에 티티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됐어. 내가 말하는 것도 좀 웃긴 얘기같네. 하나 충고해주자면 눈치 좀 키우는 게 좋을 것 같아 데이빗.

[눈치? 내가 눈치가 없다는 거야? 그건 제임스 얘기겠지.]

-...아 물론 제임스가 눈치가 없다는 사실에는 동의해. 근데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게 아니라...

뭔가 말이 정리가 안되는지 티티답지 않게 횡설수설하는 모습이 새로웠다. 옆에 제임스도 같이 있었는지 '뭔데 내 이름이 나와?' 하면서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 뭐 어쨌든 중요한게 아니니까 넘어가자. 그나저나 경기는 일요일이라고?

[응, 혹시 올 수 있어?]

-아쉽지만 이번엔 힘들것 같아. 재수없게도 일요일에 작업이 잡혔거든.

[정말 재수없게 걸렸네. 아쉽다.]

-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보면 네 데뷔전인데 못보게 되다니 정말 아쉬워. 나중에 네 프리미어 리그 데뷔전은 꼭 보고 싶다. 그때 티켓 하나 정도는 보내 주겠지?

[물론이야. 그럼 나중에 또 연락할게.]

-그래, 내일 경기 잘 뛰고 켈리씨하고도 좋은 시간 보내.

통화를 마치며 침대에 몸을 싣는 데이빗,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린다.

[내가 무슨 실수를 했다는 거지?]

왠지 미소짓고 있는(그런데 뭔가 무서워 보이는) 에리카의 모습이 떠올랐다.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할리웰 존스 스타디움(The Halliwell Jones Stadium), 리버풀 리저브 팀의 전용 구장이다. 이 경기장은 리버풀FC의 심장 안필드,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와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으로 거리상으로는 오히려 맨체스터 지역에 가까울 정도였다. 그래서 홈 구장이라고는 하지만 마치 원정처럼 움직여야 했고 선수들은 오전에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에서 가볍게 몸을 푼 뒤 할리웰 존스 스타디움으로 이동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 양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나와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언제나 만원 관중을 이루는 안필드와는 달리 리저브 팀간의 경기라 그런지 관중석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런 썰렁한 경기장에서 시합을 할때마다 느끼는 건데, 하루라도 빨리 안필드에서 뛰고 싶어.]

한 선수의 투덜거림에 다른 선수들도 공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거의 한번씩은 퍼스트 팀에 콜업되어 안필드를 경험해 본적이 있었기에 리저브 경기의 썰렁함이 더욱 크게 느껴진듯 하다.

[경기장 위치가 좀 가까웠으면 그나마 좀 나았을텐데, 여긴 사실 맨체스터에 가깝다고.]

[그래도 맨체스터 리저브하고 붙으면 사람들이 꽤 많이 오잖아. 그때는 좀 할만 하던데.]

리저브 간의 경기라도 절대 져서는 안되는 경기가 있었으니 리버풀 최대의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였다. 데이빗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맨유하고 하면 어떤데?]

[장난 아니지. 일단 관중들도 꽤 많이와. TV에서 프리미어 리그 경기하는 건 본적 있지? 경기 내용으로 따지면 다를게 없어. 서로 다리를 향해 태클하는 건 예사고 경기가 끝날때면 잔디와 키스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정도지.]

[아마 경기 끝나고 샤워실 들어가면 놀랄걸? 온 몸이 멍투성이가 되어있을테니 말이야! 물론 염병할 맨유 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네가 만약 맨유와 경기를 치르고 난다면 축구가 발로하는 운동이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

그정도였던가 싶었다. 데이빗은 짧게 혀를 내둘렀다. 확실히 라이벌 간의 대전은 리저브 간의 경기라도 특별한가보다.

[뭐 어쨌든 오늘 상대는 똥같은 맨유 놈들이 아니고 블랙번이니까, 눈 앞의 상대에 집중하는게 좋겠지.]

[맞아. 블랙번은 프리미어 리그에서야 크게 인상적이지 않은 팀이지만 요즘 리저브 리그에서는 꽤 잘나간다고. 방심할 수 없는 상대야.]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몸을 풀던 선수들, 경기 시작을 앞두고 스타팅 멤버와 전술에 대한 감독의 지시를 듣기 위해 라커룸으로 향했다.

[오늘 상대는 다들 알겠지만 블랙번이야. 우리가 속한 북부 디비전에서 초반이긴 하지만 제법 잘나가고 있지. 승점은 우리와 같지만 저녀석들이 골 득실에서 앞서서 지금 디비전 1위야. 오늘 그 순위를 바꾼다.]

그러면서 보드에 포메이션을 만들고는 스타팅으로 나설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맥마흔 감독이 그려낸 포메이션은 4-4-2 의 포메이션, 퍼스트 팀 감독인 베니테즈가 선호하는 포메이션이었다. 골키퍼, 수비수, 미드필더의 호명을 차례로 끝낸 맥마흔 감독 마지막으로 공격수 한 자리만이 남아있었다. 데이빗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마지막 포워드의 한 자리는 데이빗이다.]

불렸다. 자신의 이름이 불린 것을 확인하자 데이빗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옆에서 스피어링이 어깨를 툭 쳐주며 축하해주는 모습이 보였다. 시즌 개막은 퍼스트 팀에서 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결국 다시 리저브로 내려온 스피어링이었고 오늘 데이빗과 함께 선발출장을 하게 되었다. 감독은 계속하여 세부전술과 각 포지션 별로 중점사항을 언급하고 있었다.

[데이빗, 넌 오늘이 공식전 첫 출장이야. 그렇다고 너무 긴장할 것 없어. 특별한 것을 하려고 하지말고 네가 할 수 있는 것만 해. 알겠지? 다만 한마디 해주자면 너무 드리블 돌파에만 집착하지 말도록, 조금 더 주변과 연동해서 움직이도록 해.]

감독의 격려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데이빗이다. 긴장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오늘은 프로 축구 선수로서의 데이빗이 드디어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당연히 데이빗은 긴장했다. 하지만 긴장이 지나쳐 몸이 굳어버리는 불상사는 없었다. 오히려 기분좋은 떨림에 가까웠다.

[시간이 거의 다 됐군. 상대를 짓밟을 시간이 말이야. 그럼 나가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해.]

[노인네가 정정하기도 하지.]

그라운드에서 경기 개시를 기다리는 선수들, 스피어링은 데이빗에게 농담을 건네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런가?]

[그렇잖아. 그냥 이기고 오라면 될 걸 짓밟으라니, 거참. 혈기 왕성하기도 하시지.]

[그래.]

건성으로 대답하는 데이빗, 그는 지금 관중석을 훝어보고 있었다. 이내 누군가를 찾은 데이빗의 표정이 환해진다. 그리고 손을 들어 크게 흔들었다.

[뭐야, 너 내 말 듣고 있는거야? 어? 누구한테 손을 흔드는거야? 친구들이라도 왔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데이빗을 보던 스피어링은 데이빗이 누군가에게 손을 흔들자 그쪽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눈을 크게 뜨며 데이빗을 돌아본다.

[오, 저기 앉아 있는 아가씨하고 아는 사이냐? 친구? 애인? 귀엽게 생긴 아가씨 잖아. 제법인데 데이빗?]

[...경기 이제 곧 시작한다. 집중해야지.]

훌륭한 핑계를 대며 스피어링의 손에서 벗어난 데이빗, 뒤에서 뭐라뭐라 계속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깔끔하게 무시했다. 크게 한번 심호흡을 했다.

'에리카가 보는 앞이야. 멋대가리 없는 플레이를 할 수는 없지.'

경기 시작이 가까워지자 1시간 전에 비해서는 관중들이 조금 더 늘었다. 하지만 데이빗에게 가장 크게 보이는 이는 역시 한 사람 뿐이었다. 좀전에 자신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준 그녀, 거리가 좀 있었지만 환한 미소까지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발목을 살짝 돌려보았다가 통통 튕겨본다. 그럭저럭 몸은 가벼운 것 같다. 약간의 떨림이 느껴지지만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좋아. 이제 시작이야.'

그리고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고 데이빗은 빠르게 전방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리버풀 리저브는 강한 팀이다. 퍼스트 팀이 리그에서 한손에 꼽히는 강팀인 이유중의 하나가(비록 프리미어 리그 출범 이후 우승은 못했지만!) 그 밑을 받히는 리저브, 유소년 그룹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07-08 리저브 리그를 제패했고(그 당시 우승의 주역이었던 크리스티안 네메스가 현재 임대가 있는 상태였지만) 지난 시즌에도 리저브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왔다. 그리고 올해도 개막 이후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강팀의 면모를 이어가고 있었다.

블랙번 로버스는 퍼스트 팀의 경우에는 리그 중위권 정도의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었지만 리저브 팀은 묘하게 리그에서 강한 팀 중의 하나로 꼽혔다. 현재까지 치러진 리그에서도 마찬가지로 무패행진을 달렸고 골득실로 리버풀 리저브를 제치고 1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리그 수위의 두 팀간의 대결인 만큼 초반부터 주도권을 놓고 강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양 팀의 미드필더들은 중반에서 치열하게 경합을 벌였고 이 싸움에서는 근소하게 나마 리버풀의 미드필더들이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윙백으로 나선 스테판 다비가 상대의 공을 커트하는데 성공했고 지체 없이 중앙 미드필더인 제이 스피어링에게 연결시켜주었다.

데이빗과 파체코, 리버풀의 두 전방 공격수들은 수비에 크게 가담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수비시에 전방에서 가벼운 압박정도로 그쳤고, 그보다는 좋은 포지션을 물색하며 공격 기회를 옅보고 있었던 것이다. 스피어링이 공을 잡자 데이빗은 공을 받기 위해 조금 내려왔고 파체코는 빈 공간을 향해 움직일 준비를 했다.

[데이빗!]

스피어링의 패스가 약간 내려온 데이빗에게 정확히 전달되었다. 내려오면서 공을 받았기에 수비를 등 뒤에 둔 상황, 상대 수비가 데이빗의 등으로 강하게 부딪혀 왔다.

[...흥.]

약간 흔들렸지만 예전처럼 넘어지지 않고 버텨낸 데이빗이다. 가볍게 코웃음을 친 데이빗은 그 사이 오버랩 해온 스피어링에게 공을 주고 전방으로 질주해들어갔다. 스피어링은 데이빗의 리턴 패스를 받아 지체없이 이미 빈 공간을 선점하고 있던 파체코에게 스루패스를 찔러주었다.

[나이스 패스!]

다니엘 파체코(Daniel Pacheco Lobato),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이적해 온 선수로 바르셀로나 유스에서도 상당한 평가를 받던 선수였다. 몇년 전 바르셀로나에서 아스날로 왔던 파브레가스가 상당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었기에 파체코를 향한 리버풀 팬들의 기대도 작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왜 기대받는 유망주인지 보여주겠다는 듯 거침없이 블랙번의 수비진영을 가르며 질주해들어갔다. 체격이 작은 선수였지만 이를 커버할만한 빠른 발과 괜찮은 기술을 가진 선수였기에 순식간에 페널티 박스에 진입하여 슈팅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블랙번의 수비진도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빠르게 빈 공간을 커버하며 순식간에 파체코를 압박했다. 파체코는 순식간에 좁아진 슈팅 코스에 고민했다. 때릴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확률이 떨어졌다. 그런 파체코의 후방에서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선수가 있었다.

데이빗은 파체코가 드리블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반대사이드를 질주해 들어가다가 방향을 바꾸었다. 파체코의 뒤편을 향해 이동한 것, 원래는 파체코가 슈팅을 때릴거라 예상하고 세컨드 볼을 노리기 위해 쇄도할 생각이었는데 파체코가 드리블을 한번 더 치고 들어가는 바람에 슈팅때리기가 애매해져버렸다.

다행히 파체코는 욕심을 내지 않고 데이빗에게 공을 흘려주었다. 데이빗은 지체 없이 슈팅 모션을 취했고 놀란 수비진이 몸을 날려왔다. 하지만 그 수비수의 움직임은 조금 늦었고 데이빗의 슈팅을, 아니 킥을 막지 못했다.

투웅-

마지막 임팩트 순간에 발목을 꺾어 공을 가볍게 띄운다. 슛이 아닌 로빙 패스, 순간적으로 그라운드에 있던 모든 사람이 속아버렸다. 문제는 패스를 받아야 하는 파체코마저 속아버렸던 것이다.

[...어?!]

뒤늦게 반응한 파체코가 패스를 잡기 위해 달려들어보지만 골키퍼가 한발 먼저 처리해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머리를 감싸쥐는 파체코, 데이빗에게 다가와 미안함을 표시했다.

[미안, 패스일거라고 생각 못했어. 멋진 패스였어. 다음 번엔 놓치지 않을게.]

데이빗은 그런 파체코의 어깨를 툭 쳐주었다.

[괜찮아. 이제 시작인데. 아직 시간은 많다고. 멋진 장면을 한번 만들어 보자.]

미소를 지으며 격려해주는 데이빗의 모습에 파체코의 표정도 조금은 밝아졌다.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자신의 포지션으로 돌아가는 파체코, 데이빗도 아쉬움을 떨쳐내고 다시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 그냥 슛 하지...]

데이빗의 멋진 패스가 무위로 돌아가자 관중석에서 아쉬운 탄성을 흘리는 에리카였다. 충분히 슈팅을 날릴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

[저런 패스는 넣어줘야 할거 아냐. 에이...]

괜시리 패스를 날려먹은 파체코를 향해 약간의 원망을 날려본다. 만약 파체코가 조금만 더 빠릿빠릿했다면 데이빗에게 데뷔 첫 어시스트가 되었을 터였다.

[방금 저 친구, 누구지? 처음 보는 선수인데. 제법 움직임이 괜찮지 않았어?]

[그러게. 동양인처럼 보이는데 방금 플레이는 꽤 좋았던 것 같아.]

다른 관중들이 데이빗의 방금 플레이를 두고 칭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리카는 귀가 쫑긋 서는 느낌을 받았다.

[파체코가 조금만 빨리 반응했다면 분명 엄청난 찬스였을텐데, 아쉬운걸!]

[우리도 다 속았잖아. 아마 신인 선수로 보이는데 아직 호흡이 맞지 않는 것 같아.]

데이빗이 누군지 궁금해하는 관중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에리카였다. 가만 있어도 입꼬리가 올라갔고 마치 자신이 칭찬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빨리 데이빗이 공을 잡고 더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피어났다.

슈팅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방금 전의 리버풀의 섬뜩한 공격을 맛본 블랙번은 조금은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점차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리버풀이었고 왼쪽 사이드 빈공간을 향해 달려 들어가던 데이빗에게 패스가 이어졌다. 데이빗은 왼발 인사이드로 정확히 공을 받아냈고 가속을 시작했다. 드리블을 하면서도 그냥 뛰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데이빗이었기에 가속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다.

[제기랄!]

상대 윙백의 거친 욕설이 들려왔다. 데이빗은 상대를 제치는데 별다른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상대보다 월등히 빠를경우 굳이 발재간을 부릴 필요도 없다. 상대 윙백은 데이빗이 선택한 속도전에 눈을 뜨고 뒷공간을 내주어야 했다.

왼쪽사이드를 뚫고 계속달리는 데이빗, 박스를 힐끔 쳐다보자 파체코가 문전 쇄도를 하고 있었고 2선에서 미드필더들도 페널티 박스로 맹렬히 달려오고 있었다. 아군의 상황, 그리고 상대 수비진의 움직임 모든 것이 순식간에 데이빗에게 인식되었다. 그리고 데이빗은 왼발로 센터링을 준비했다.

파앙-

생각보다 날카롭지 않은 크로스가 문전을 향해 날아갔다. 조금은 높은 코스의 볼, 파체코가 처리하기에는 너무 높았고 크로스가 길어보였다. 이대로 라면 페널티 박스를 지나 반대편 사이드로 넘어갈 것 같았다. 그때 날아가던 공에 이변이 생겼다.

빙글-

부드럽게 왼쪽으로 파 포스트를 향해 휘어지기 시작한 공, 그러면서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뒤늦게 크로스가 아니라 슈팅이었음을 깨달은 키퍼가 몸을 날려보지만 공은 마치 약을 올리듯 골키퍼의 손에 살짝 스치며 지나갔다.

통-토옹-

그물에 살짝 감기며 바닥에 튕기는 공은 분명 골라인 안쪽에 있었다. 리버풀의 첫골이자 데이빗의 첫 골이 터져나왔다.

[허...참나 저 친구 정말 엄청나구먼.]

벤치에 앉아 있던 맥마흔 감독은 너무 놀란 나머지 기뻐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분명 크로스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슈팅을 날리다니 생각도 못했다.

[왼발 러닝 크로스를 왼발 아웃사이드 슈팅으로 바꾸다니, 저 친구 발목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거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맥마흔 감독, 그 시선의 끝에는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받고 있는 데이빗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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