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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22화 (2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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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지만 소득이 있었다. 데이빗은 그렇게 생각했다. 분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지금도 속에서는 뜨거운 무엇인가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데이빗은 이 열기가 자신이 한단계 위의 수준으로 올라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었다.

경기를 마치고 맥마흔 감독은 의외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의례적인 몇마디만 남긴후에 해산을 선언했고 선수들은 샤워실로 이동하여 씻기 시작했다.

[제길,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분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중얼거리는 한 선수가 있었고 다른 선수들도 아쉬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전반에 좋은 흐름을 탔을때 마무리 짓지 못한게 컸어. 그때 조금만 더 침착하게 운영했다면 결과는 이렇게 까지 차이가 나지 않았을 거야.]

[맞는 말이야. 그나저나 오늘 경기만 봐서는 퍼스트 팀에 올라갈 만한 사람은 없다고 봐야하나...]

[빌어먹을...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묵묵히 듣고 있던 스피어링이 한마디 꺼냈다.

[데이빗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래도 한골도 넣었고 말이야.]

데이빗은 갑자기 언급된 자신의 이름에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오늘 경기로 자신은 아직 퍼스트 팀에 올라가기에는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선수들은 스피어링의 말에 데이빗의 퍼스트 팀 진출 가능성을 두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떤 선수는 첫 골을 넣을때 분명 좋은 움직임을 선보였으니 가능성이 있을것이다 라는 선수도 있었고 한골 넣는 건 좋았지만 그 이후 인상적이지 못했기에 아직은 부족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뭐 어찌 되었던 데이빗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흥, 퍼스트 팀은 무슨.]

그 와중에 들려오는 코웃음 소리, 엘 자르는 심사가 뒤틀린 표정으로 샤워기를 틀었다. 신경질적인 태도가 꽤나 지금 기분이 불편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빌, 기분 풀라고. 아쉬운 건 알겠지만 경기는 이제 끝났어.]

[제길, 납득할 수 없어. 후반에 내가 교체되지 않았다면 이길 수 있었다고!]

아직도 교체된 것에 불만을 품고 있는 엘 자르의 모습이었고 데이빗은 속으로 혈를 찼다. 본인만 아쉬운 것이 아니고 엘 자르보다 더 적은 시간만 허락받은 동료들도 있었다. 그들 앞에서 자신만 기회를 충분히 못받았다고 짜증내는 것은 데이빗이 보기에 참 한심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데이빗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스피어링은 데이빗과 달리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너만 선수냐? 우리는 네 들러리가 아니야. 그리고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네가 교체 안되었다면 이겼을거라고? 네가 전반에 한게 뭐가 있는데?]

[뭐라고?]

무섭게 스피어링을 노려보는 엘 자르, 이를 으드득 갈며 스피어링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다.

[다시 한번 말해봐.]

[귀까지 먹었냐? 네가 전반에 도대체 뭘했길래 그런 소리를 지껄이냐고 했다! 내 기억에는 너한테만 공이가면 흐름이 죄다 끊긴 기억밖에 없는데 넌 다른데서 축구하고 왔냐?]

[이 빌어먹을 새끼가!]

순식간에 격해지는 분위기에 주변 동료들이 둘 사이로 달려들에 말리기 시작했다.

[이봐! 너희들 그만둬!]

[놔! 저 빌어먹을 자식 오늘 죽여버리겠어!]

하지만 이미 극도로 흥분한 둘이었기에 말리는 것이 쉬울리 없었다. 둘은 동료들에게 잡힌 상태에서도 한동안 계속 욕설을 주고받으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런 둘을 말리기 위해 데이빗을 포함한 다른 선수들은 진땀을 흘렸고 간신히 분위기가 진정되었다. 진정되었다기보다는 엘 자르가 성질을 이기지 못한채 괴성을 지르며 샤워실 문을 걷어차고 나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스피어링, 마음은 알겠지만 말이 너무 심했어.]

[그래, 뭐 나도 저녀석 짜증내는 건 보기 싫었지만 말이야.]

[난 속이 시원했어. 솔직히 스피어링이 틀린 말을 한건 아니잖아? 저녀석 지만 자존심 있는 줄 아나. 하여간 성질머리 존나 엿같다니까.]

대충 분위기는 스피어링에게 호의적이었다. 스피어링은 흥분해서 미안했다고 동료들에게 사과했고 선수들은 웃으면서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스피어링은 데이빗을 보며 말을 붙였다.

[데이빗, 엘 자르가 헛소리한 건 신경쓰지마. 나쁜 놈은 아닌데 워낙 자존심이 센놈이라서 말이야. 그게 지나치면 방금처럼 좀 재수없어 보일때가 있지.]

그러면서 시원해졌다 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그간 좀 눈꼴 사나웠었나보다. 데이빗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난 별로 신경안썼는데, 오히려 좀 불쌍해 보이던데.]

그렇게 이야기 하며 쿡쿡 웃는 데이빗이었다.

[불쌍해보였다고? 뭐 그럴수도 있겠네. 근데 그게 그렇게 웃겨? 뭘 그렇게 웃는거야?]

[아아, 그게 아니고 갑자기 내 친구가 생각이 나서 말야.]

[친구?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거야?]

영문 모를 소리라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스피어링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을 흔드는 데이빗이다.

'갑자기 왜 제임스가 생각난건지 모르겠네.'

성질급한 제임스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 엘 자르가 저렇게 성질부릴때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저렇게 성질내면서 샤워실 문을 박차고 나가지는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어쨌든 아까 네가 한 얘기 말인데, 난 아직 멀었어. 오늘 한골 넣은건 운이 좋아서야.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어.]

데이빗의 말에 호오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스피어링은 씨익 웃으며 데이빗의 어깨를 쳐주었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그래도 첫 골은 운이 아니었다고 생각해. 아주 멋진 골이었어 데이빗.]

[스피어링 말대로, 정말 멋진 골이었어. 그때만 해도 이제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맞아, 솔직히 깜짝 놀랬어. 그러고보니 우리하고 처음 경기를 치렀잖아? 첫 경기에 골을 기록하다니 시작이 좋잖아?]

[초심자의 운이지 뭐. 어쨌든 축하해줘서 고마워 모두들.]

[그래도 몸싸움은 좀 많이 부족하더라. 그러고보니 키는 꽤 큰데 너무 말랐네. 무작정 체격을 키우는 건 바람직하진 않지만 너무 가늘어도 곤란해.]

[압박할때는 주변을 살피는 것이 좋아. 뭐 합류한지 얼마 안되서 그렇겠지만, 앞으로는 충분히 우리하고 대화를 할 필요성이 있겠어.]

어느새 데이빗의 오늘 플레이에 대하여 전체적인 조언을 해주는 동료들이었다. 데이빗으로서는 고마울 따름이었고 말이다.

[다 좋은 말들인데 일단 씻고 나가지 않겠어? 남자들 몸매 보는 취미들이 있는게 아니라면 말이야. 뭐 취향이라면 존중해 주겠지만 나는 그런 취미 없으니 참고해줘.]

스피어링의 장난스러운 말에 선수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우릴 게이로 만들지 말아줘 스피어링. 만약 우리중에 게이가 있다고 해도 널 보고 흥분하는 사람은 없을거야.]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를 나서는 데이빗의 표정은 가벼웠다. 무엇보다도 동료 선수들과의 관계가 조금 친밀해진 것 같아 다행이었다. 리버풀에 입단하면서 무엇보다도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가장 걱정이었던 데이빗이었기에 오늘 동료들과의 관계 진전이 무엇보다 기뻤다.

[뭐...재수 없는 놈도 하나 있긴 하지만...]

자신을 죽일듯이 노려보던 엘 자르의 눈빛이 생각나 혀를 차는 데이빗이다. 아직 신입인 것도 있고 그 마음을 아예 이해못할 바는 아니었기에 참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자신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참지 않을 것이다. 걸어오는 시비를 그냥 넘기기에는 데이빗의 지난 세월이 평탄치 않았고 그렇게 멍청할 정도의 순둥이도 아니었다.

[신경끄자. 그나저나 몸싸움은 진짜 어떻게 좀 해야하겠는데, 이거 농담이 아니라고.]

몸싸움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되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질문을 받은 코치는 체격, 근력,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고 했다.

'일단 체격이 크면 기본적으로 먹고 들어가는게 다르지. 거기에 근력, 그러니까 근육량이 많으면 아무래도 밀거나 버티는 힘이 좋아지니까 당연히 몸싸움에 유리하지. 근데 너도 TV에서 봤을지도 모르겠는데 체격도 작고 다른 선수들에 비해 호리호리한 선수들이 덩치가 엄청난 선수들하고 부딪혀도 크게 안밀리는 장면을 본적 없어? 체격이 작고 근력이 좀 부족해도 자신만의 요령을 알고 있다면 크게 밀리지 않을 수 있어.'

'일단 너는 키는 큰데 좀 호리호리한 편이잖아. 근육을 붙이면 좋겠지만 함부로 덩치를 키웠다가는 네 장점인 민첩함에 마이너스가 될수 있어. 아 물론 덩치는 좀 키워야지. 근데 무식하게 키우면 안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거야. 근육을 키우면서 충분히 유연성 훈련과 민첩성 훈련을 병행해야겠지. 그리고 요령은 기본적인 부분은 가르쳐줄 수 있지만 결국 이런건 다 경험이거든. 훈련이나 시합에서 열심히 부딪혀보라고. 한 백번쯤 구르다보면 요령을 알지 않겠어?'

내일부터 팀 훈련 이후 개인 트레이닝 시간을 확보해야할 것 같다. 시키는대로만 해서는 남들보다 앞서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미 마음에 불이 붙어버렸기에 뭐라도 하지 않으면 이 열기를 가라앉힐 수 없을 것 같았다. 데이빗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웨스트 코치님? 저 데이빗입니다.]

-아 데이빗? 무슨 일이야? 오늘 퍼스트 팀하고 경기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일이 있어서 못봤네. 어떻게 됐어?

[뭐 박살 났죠.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말인데 내일부터 팀 훈련 이후에 개인 트레이닝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훈련 메뉴를 짜는데 코치님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데이빗의 말이 끝나자 수화기 건너편에서 그래?-하는 소리와 뭔가 즐거워하는 듯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시...실수한 건 아니겠지?'

힘든 훈련은 각오했지만 뭔가 저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자니 살짝 소름이 돋는 건 어쩔수 없었다. 이윽고 코치의 말이 들려왔다. 묘하게 텐션이 올라간 목소리로 말이다.

-물론 도와줄 수 있지. 내일부터 시작할 거라고 했지? 그럼 먼저 어떤부분을 중점적으로 훈련하고 싶은지를 알아야겠는데? 이렇게 말하는 걸 들어보니 오늘 경기에서 느낀점 때문인 것 같은데. 맞아?

[그렇죠. 오늘 스피드나 테크닉이 모자랐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상대가 몸으로 부딪혀 왔을때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제가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 애초에 네 약점이 그쪽이었으니까. 그나마 지구력쪽을 강화하면서 하체 근력이 좀 붙긴했지만 아직 부족하지. 좋아, 그런데 너도 알고 있겠지만 거의 웨이트 트레이닝이 주가 될거야. 거기에 유연성과 민첩성을 유지시키려면 추가로 훈련이 필요해. 그럼 생각보다 하드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는데, 자신 있어?

코치의 말에 침을 한번 꿀꺽 삼키는 데이빗이다. 이 코치와는 이미 한번 운동을 해봐서 알고 있다. 절대 대충하는 법이 없는 사람이다. 아마 괴롭고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각오했잖아'

프로가 되기로 마음 먹은 시점에서 편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할 수 있잖아.'

이미 한번 이겨냈었다. 두번이라고 다를까.

'내가 미쳤다고 도망을 쳐?!'

그럴거면 애초에 먼저 시작하자고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데이빗은 심호흡을 크게 한번하고 흔들림없이 이야기했다.

[물론입니다. 어중간한 것은 질색이에요. 다시 한번 잘 부탁합니다 코치님.]

-좋아. 마음에 드는 자세야. 그럼 내일까지 프로그램을 짜서 가도록 하지. 내일 보자구.

코치와 전화 통화를 마친 데이빗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일부터는 아마 지옥같은 날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였다. 이겨낼 자신도 있었다. 고통이 자신의 시간을 단축시켜준다면 웃으면서 감수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러니까, 앞으로 팀 훈련 이후로 추가로 운동을 하게 됐다고?]

[응, 그래서 앞으로 카페 오는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얼마나?]

[정확한 시간은 잘 모르겠어. 내일부터 시작이라서 일단 해봐야 알 수 있을것 같아.]

[흐응.]

뜻 모를 표정으로 데이빗을 살피는 에리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운동선수가 훈련한다는데 어쩌겠어. 근데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니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좀 힘들긴 하겠지만...]

말 끝을 흐리는 데이빗, 조그맣게 여유부리면서 살아남을 만큼 만만한 세계는 아니니까- 라고 덧붙였다.

[그렇구나. 응.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그래도 다치지 않게 조심해. 알았지?]

[알겠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에리카.]

그 말을 마치고 잠시간 이어진 침묵, 데이빗은 에리카가 타준 차를 마셨고 에리카는 조용히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얼마간의 침묵이 이어지고 데이빗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침묵을 깼다.

[에리카.]

[응?]

에리카는 데이빗의 눈빛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꼈다. 데이빗은 조용하지만 힘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난 더 높은 곳으로 갈거야. 반드시.]

주먹을 불끈 쥐는 데이빗, 속으로 강하게 맹세했다.

'그리고 그 날이 오면 좀 더 당당하게 네 앞에 설 거야.'

============================ 작품 후기 ============================

어제 연재를 못한건 다 롤챔스때문입니다. 솔직히 경기가 재미없었으면 TV꺼버렸을텐데 너무 재밌어서 계속보다보니....기다리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그럼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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