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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유. 장난아닌데?]
휘파람을 불며 미소를 짓는 토레스, 고개를 돌려 여전히 인상을 쓰고 있는 캡틴을 쳐다본다.
[스티비, 저 친구 확실히 네가 찍을만 한데? 보통이 아니야.]
제라드는 또 그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토레스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다는 것은 아니었다.
[안 찍었다니까. 뭐 보통이 아니라는 데는 동감한다만.]
찌푸린 표정이지만 눈빛은 조금 전과 다르다고 느꼈다. 토레스는 그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제법이잖아. 솔직히 스피드도 스피드인데 기술이 정말 대단했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어.]
[동감해. 너와 내가 동시에 눈이 이상해진 것이 아니라면 저 친구는 분명 괜찮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게 분명해.]
그 말을 할 때 제라드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 괜찮은 전력이 될 선수를 발견했기에 캡틴으로써 느끼는 기쁨일까, 토레스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야. 리저브 팀에게 한골을 빼앗기고 가만히 있을 생각은 아니겠지?]
[당연한 말을.]
돌아서며 '저 친구에게도 더 높은 레벨을 경험시켜 주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 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토레스는 오랜만에 제라드가 즐거워하고 있다고 느꼈다. 제라드는 멀리서 인상을 구길대로 구긴채 분해하고 있는 글렌 존슨을 크게 불렀다.
[멋진 슛이었어. 음, 그러니까 뭐라고 불러야 하지?]
센터 서클 안에서 시작 휘슬을 기다리는 토레스, 서클 밖에 서 있는 데이빗을 보며 질문했다. 데이빗은 갑자기 토레스가 말을 걸어오자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 추스리고 대답했다.
[데이빗 장이에요. 데이빗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데이빗이었구나. 내가 누군지는 알지? 굳이 소개가 필요해?]
자랑하는 것인지 장난치는 것인지 모를 토레스의 태도에 데이빗은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모를리가 없다는 표현에 토레스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방금 전 골 멋졌어. 잘하던걸?]
[칭찬 고마워요. 하지만 아직 멀었어요.]
[겸손떨거 없어. 덕분에 말이야. 우리 쪽에 굉장히 감동받은 사람이 한명 있거든.]
그렇게 말하며 장난스럽게 자신의 옆에 있는 제라드를 쳐다보는 토레스였고 제라드는 왜 또 자신을 걸고 넘어지냐며 인상을 더욱 더 일그러뜨렸다.
[뭐, 캡틴 뿐만 아니라 나도 그런 멋진 골을 본 이상 가만 있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아직 시간이 많으니 충분히 즐겨보자고.]
씨익 웃는 토레스의 모습에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지는 데이빗이었다. 전반에만 이미 2골을 넣어놓고 뭘 가만 있지 못하겠다는 것인지, 4골은 넣어야 만족할까 싶었다. 그때 대화는 끝이라는 듯 경기 재개 휘슬이 울렸고 토레스는 제라드에게 공을 건네고는 전방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데이빗 또한 빠르게 뛰어나가며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시도했다.
한골을 내주고 퍼스트 팀 선수들의 눈빛이 변했다. 데이빗의 골이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일까 전반과는 다른 기세가 느껴졌다. 특히 방금전 실점의 빌미가 되었던 글렌 존슨과 아게르는 데이빗을 잡아먹을듯한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데이빗은 순간 위축될뻔 했던 자신을 다잡았다. 눈빛따위에 겁먹을 정도로 녹록한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다. 축구 경험은 짧지만 한번 얕보이면 끝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데이빗이다.
'쓸데 없는 생각할 시간도 있고, 팔자 좋구나 데이빗.'
속으로 스스로를 질책하고는 빠르게 압박을 시작했다. 아직 전술적인 움직임에서의 데이빗은 걸음마 수준이었기에 그리 효율적인 움직임은 아니었다. 빠르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퍼스트 팀 선수들에게는 어떠한 감흥을 줄 수도 없는 움직임이었다. 단순히 무식하게 달려드는 것은 압박이 아니고 수비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험이 중요했고 데이빗에게는 그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서서 기다릴 수는 없잖아!'
어설퍼도 무언가를 해야했다. 단지 자신을 평가하는 누군가의 눈에 들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좀 더 근원적인 투쟁심, 지기싫다-는 감정이 더욱 컸다. 데이빗은 이를 악 물었다.
[역시 아직 어설프군.]
맥마흔 감독은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그 시선의 끝에는 전방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는 데이빗이 있었다.
[하긴, 한번의 충고로 고쳐지는 부분이 아니지. 그건 아무리 천재라도 불가능 해.]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 중얼거려본다. 하지만 아쉽지만 그뿐이다. 아직 시간은 많았고 데이빗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을 이미 갖고 있었다.
[열정이 없는 재능은 공허한 법이지. 이미 저 친구는 스스로 빛나는 법을 알고 있구먼.]
만족스러운 웃음이 흘러나왔다. 말년에 갈고 닦을만한 원석을 발견했다. 아직 어설픈 저 젊은 친구가 완성되는 날이야 말로 기분 좋게 은퇴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맥마흔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이런, 아직도 젊군 맥마흔. 심장이 이렇게 뛰는 모습이라니.]
실소가 흘러나왔다. 감상은 여기까지, 아직 경기중이고 자신은 한 팀의 사령탑으로써 팀을 지휘해야할 의무가 있었다. 맥마흔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냉철한 감독의 모습으로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큭!]
한골을 넣은, 득점자에 대한 대접이 시작되었다. 포지션상 데이빗과 마주치는 글렌 존슨은 공이 없을 때도 데이빗을 귀찮게 했다. 아니, 심판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은근히 잡아 당긴다던가, 발을 슬쩍 건다거나 하는 등 데이빗의 신경을 계속해서 건드리고 있었다.
'제기랄. 퍼스트 팀 주전 정도 되는 선수가 치사하게...!'
내심 이가 갈리는 데이빗이다. 공을 가졌을때 반칙을 하는 거야 열받긴 해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공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계속 따라다니면서 사람 신경을 건드리니 미칠노릇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데이빗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당하고만 있자니 열받고 갚아주자니 오히려 말려들 것 같았다.
'역시 아직은 애송이였군.'
글렌 존슨은 느낄수 있었다. 기술과 스피드는 놀라웠지만 경험이 일천한, 전형적인 애송이였다. 만약 공식전이었다면 도발적인 멘트도 함께 날려 확실히 멘탈을 흔들었겠지만 상대는 리버풀의 리저브, 처음부터 너무 심하게 밟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나마 살살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타이밍 좋게 데이빗을 향해 패스가 날아왔다. 데이빗은 글렌 존슨의 마크를 벗어나 뒷 공간으로 달려들었다. 아니, 달려 드려고 했다. 자신의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존슨의 손이 아니었으면 분명 오픈 찬스를 맞이했으리라. 하지만 가속하는 시점에 미묘하게 속도가 죽어버렸고 결국 공은 라인 밖으로 나가고 말았다.
[......]
짜증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데이빗의 시선이 느껴지자 글렌 존슨은 피식 웃었다. 흥분한 공격수 만큼 막기 쉬운 존재가 또 있을까. 흥분하게 되면 움직임이 단조로워지고 저돌적으로 달려들게 된다. 눈 앞에서 자신을 짜증스럽게 하는 수비를 박살낼 생각밖에 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요리하기는 간단했다.
'그렇지만 일단은 귀여운 후배고...오늘은 보완할 점을 알려주는 게 먼저겠지.'
자신이 데이빗을 특별 마크하는 것 처럼 리저브 선수들도 데이빗에게 기대를 걸기 시작한 것 같다. 미드필더들은 공을 잡으면 가장먼저 왼쪽 사이드의 데이빗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데이빗을 향해 패스가 날아왔고 글렌 존슨은 이번에는 반칙을 하지 않았다.
쿠웅-
[...!!!]
단지 어깨를 집어 넣으며 강하게 밀어 붙였을 뿐이다. 데이빗은 버티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이정도 몸싸움은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숨쉬는 일이나 마찬가지야. 이렇게 맥없이 튕겨져 나가서야 곤란하지.]
말해놓고 나니 뭔가 도발처럼 들렸을 것 같아 속으로 혀를 찬 글렌 존슨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등 뒤에서 무시무시한 시선이 느껴졌고 속으로 쿡쿡하고 웃었다.
'그래, 열받지 않으면 남자도 아니겠지. 그 분함을 잊지 말라고.'
아직은 미숙한 이 친구가 성장해서 자신들의 앞에 다시 서는 날, 분명 재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결국 데이빗은 첫 골을 만들어 낸 이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종 스코어는 4:1, 퍼스트 팀의 압승으로 끝났다. 토레스는 후반 15분에 교체되기 전까지 한골을 더 때려 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했고 베나윤이 한골을 더 추가했다. 결국 이번 연습경기는 리저브 팀과 퍼스트 팀과의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또한 리저브 팀까지 포함한 리버풀FC의 스쿼드가 얇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켜준 결과였다.
데이빗은 낙심해 있었다. 첫 골을 넣을 때 까지만 해도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비겁한 반칙때문이라고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이후에 글렌 존슨은 반칙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의 말마따나 자신은 그가 옆에서 숨만 쉬어도 넘어졌으며 공을 전혀 지키지 못했다. 문제는 글렌 존슨이 프리미어 리그 레벨에서 몸싸움이 월등한 레벨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은 퍼스트 팀의 수비진들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한골을 기록했을 뿐, 아직 그 레벨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개가 땅으로 떨구어졌고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고개를 들어.]
익숙하지 않은, 하지만 기억에 남아 있는 목소리가 들렸고 데이빗은 고개를 들었다. 눈 앞에는 여전히 뭐가 그리 불만인지 인상을 쓰고 있는 제라드가 서 있었다.
[제라드씨...?]
제라드는 뭔가 할말이 정리되지 않는듯 계속 인상을 쓰면서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이내 할말이 정리되었는지 데이빗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조금은 표정이 부드러워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망할 것 없어. 오늘 넌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을 뿐이야.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 지를 알게 되는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이야. 너는 오늘 글렌에게 큰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해도 좋아.]
[!!!]
[뭐...그럭저럭 스피드나 테크닉은 볼만 했으니까...]
마지막 말은 점점 작아져서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대충 칭찬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데이빗은 환하게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조언 감사합니다. 제라드 씨.]
데이빗의 감사에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 제라드, 그러더니 열심히 해라-라고 한마디 던지고는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로 토레스가 붙으며 데이빗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제라드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뭐라뭐라 이야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제라드는 좀 귀찮아 하는 기색이었지만 말이다.
[하아...]
데이빗은 잠시 그라운드에 주저 앉았다. 방금전까지 느꼈던 패배감과 비참함과는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 아마 공식전에서 이런 세례를 받았다면 충격이 엄청나게 컸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프로의 무대에 뛰어들기 전에 경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르침은 고맙지만 다음엔 당신은 제 유니폼을 건드리지도 못할 겁니다.]
============================ 작품 후기 ============================
뭔가 쓰다보니 제라드가 좀 츤데레처럼 써지는 건 제 착각일까요; 근데 뭔가 잘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_캡틴이 이렇게_츤데레일리_없어.t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