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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짙게 낀 조금은 우중충한 날씨였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눅눅함이 공기중에 배여있었다.
[후덥지근하네.]
간단히 날씨를 품평하는 데이빗, 딱히 날씨에 크게 신경쓰는 성격은 아니지만 지금 긴장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괜히 날씨를 탓하는 중이었다.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긴장했냐?]
어깨를 감싸오는 손길, 고개를 돌려보니 조금은 친해진 제이 스피어링이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씨익 웃고 있었다.
[조금은. 근데 힘들지 않아?]
데이빗의 말에 뭐가?-라고 되묻는 스피어링이었고 데이빗은 씨익 웃으며 자신의 어깨와 조금 힘겹게 들고 있는듯한 스피어링의 팔을 응시했다. 스피어링의 표정은 당연히 일그러졌고.
[제기랄. 내가 더러워서 키 크고 만다. 좀 긴장했나 싶어서 풀어주려고 왔는데 그럴 필요 없었구만.]
그러면서 데이빗의 엉덩이를 툭툭 쳐준다.
[긴장했다니까 그러네.]
[그러시겠지. 뭐 조금은 긴장해도 좋아. 상대는 리버풀의 퍼스트 팀이라구. 오히려 조금은 긴장하고 덤비는 것이 나을 수도 있어.]
그러면서 가볍게 발을 튕기며 몸 상태를 점검하는 스피어링이다.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잘해보자고. 멋진 패스를 보내 줄테니 놓치지 말라고.]
[부탁할게.]
둘은 주먹을 살짝 마주치며 전의를 불태웠다. 후반 개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스티비, 저기 좀봐.]
[뭘?]
[에이 또 그런다. 저기 네가 관심있게 본 친구 나왔잖아.]
[딱히 관심가진적 없어. 애초에 공차는 거 한번 못봤는데 관심은 무슨.]
무뚝뚝하게 부정하는 제라드, 하지만 토레스의 장난스러운 표정은 가시지 않았다.
[그래그래. 이제 공차는 걸 볼 수 있겠네. 우리 캡틴이 공차는 것도 보지 않고 찍은 귀여운 친구가 말이야.]
쿡쿡거리는 토레스를 한번 쏘아보는 제라드, 그래봈자 평소 표정에서 별반 차이가 없었기에 별 효과가 없는듯 했다. 애초에 뭐, 토레스는 진짜로 노려본다고 해도 능구렁이처럼 잘 넘길 것 같았지만 말이다.
[그럼 확인해볼까. 과연 우리 캡틴이 눈여겨 볼만한 친구인지 아닌지 말이야.]
후반전 개시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고 제라드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후반 시작 휘슬과 함께 데이빗은 공을 뒤로 보냈다. 그리고 전방을 향해 달려가는데 마찬가지로 퍼스트 팀에서 최전방에 위치한 금발의 남자가 씨익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보기 좋은 미소였지만 뭐랄까...
'뭔가 오싹한 기분이 드는데.'
흡사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듯한 악동의 미소랄까, 괜히 몸서리가 쳐지는 기분이었다. 고개를 붕붕 흔들며 찝찝함을 털어냈다. 지금은 집중할 때,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 기회였다.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다짐했다. 데이빗의 눈이 깊게 침잠했다.
[일단 공격진을 바꾼다. 엘 자르가 빠지고 데이빗이 들어간다.]
[!!!]
생각지도 못한 호명에 데이빗은 크게 놀랐다. 순간 잘못들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감독은 진지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포지션은 왼쪽 윙 포워드다. 알다 시피 퍼스트 팀의 중앙 수비의 공중 장악 능력은 수준급이다. 파체코의 신장도 작은 편이니 크로스를 올리기 보다는 대각선으로 침투해서 슈팅을 노리거나 중앙의 파체코와 호흡을 맞춰보도록. 할 수 있겠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심장 박동이 미친듯이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들지 않았다. 여기서 대답할 말은 오직 하나뿐이다.
[물론입니다.]
단호한 데이빗의 모습에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이는 맥마흔 감독, 이어서 다른 포지션에 대한 변동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그에 앞서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울렸다.
[감독님! 왜 제가 빠져야 합니까? 납득할 수 없습니다!]
불만 가득한 얼굴로 데이빗을 쏘아보고 있는 선수는 방금 데이빗과 교체를 지시 받은 나빌 엘 자르였다. 맥마흔 감독은 혀를 차며 조금은 냉랭하게 말문을 열었다.
[교체에 관한 권한은 감독인 내게 있다. 그리고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 시합은 자네 혼자만을 위한 시합이 아니야. 자네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고 그 시간 동안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자네를 계속 기다려 줘야할 의무는 없지.]
감독의 말에 이를 으득하고 깨무는 엘 자르, 데이빗은 계속해서 자신을 쏘아보는엘 자르가 탐탁치 않았다. 그래도 딱히 노려보기만 할뿐 뭐라 말을 한 것은 아니었기에 참고 있었다. 이내 엘 자르는 찬바람이 일 정도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럼 다음 변경사항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하지. 우선...]
라커룸 안에서 있었던 일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반드시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데이빗이라고 하는 사람이 어떤 선수인지 모두에게 확실히 각인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데이빗은 빠르게 주변 상황을 확인했다. 왼쪽 사이드, 그러니까 퍼스트 팀의 기준에서는 오른쪽 사이드를 책임지고 있는 베나윤과 글렌 존슨의 위치를 빠르게 파악했다. 현재 볼을 가진 진영은 리저브 팀, 베나윤이 조금은 적극적으로 압박을 위해 돌출되었고 풀백 글랜 존슨과의 간격이 벌어졌다. 데이빗은 그 공간을 찾아 들며 크게 손을 들었다. 마침 스피어링이 공을 받는 모습이 들어왔고 데이빗은 속도를 올렸다.
스피어링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퍼스트 팀의 이름값이 높다지만 자신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통용될 수 있을거라 믿었다. 그렇게 믿었었다. 하지만 시작 1분만에 자신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던 애송이에 불과했다. 퍼스트 팀 선수들의 압박은 부드러웠다. 아니 여유로워보였다. 하지만 소름끼치도록 정확했고 무자비했다. 공격을 지시한 감독의 지시가 무색하게 공은 후방에서만 맴돌았다. 빼앗기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크!'
방금도 루카스의 태클에 공을 빼앗길뻔 했다. 전반 벤치에 앉아 볼때 루카스의 움직임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겪어보니 예상 이상이었다. 어쨌든 루카스의 압박을 떨쳐내자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그런 스피어링의 눈에 빈 공간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선수가 보였다.
'데이빗!'
꽤나 좋은 타이밍에 치고 들어간다고 생각하며 지체 없이 패스를 연결해주었다. 하지만 힘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패스는 조금 길었고 데이빗이 잡기에는 빠듯해 보였다.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는 스피어링, 하지만 곧 그의 눈이 부릅 떠졌다.
데이빗은 스피어링과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는 자신을 놓치지 않고 패스를 시도했다. 문제는 그 패스의 정확도가 조금 떨어졌다는 것.
'조금 긴가.'
달리기에는 자신있었지만 아슬아슬했다. 그래도 어쨌든 뛰어야 했다. 앞에서 글렌 존슨도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글렌 존슨보다는 빠르다. 하지만 공이 라인을 벗어나버리면 의미가 없다. 데이빗은 한층 속력을 높였다. 그리고 공이 사이드라인을 넘어가기 직전 간신히 공을 살릴수 있었다.
'굉장히 빠르군. 하지만 그렇게 살린 것은 실수였어.'
글렌 존슨은 데이빗의 속도에 감탄했다. 하지만 살리는데만 급급하여 오른발로 공을 뒤로 굴리는데는 성공했으나 무게 중심이 아직 앞으로 쏠려있었다. 속으로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아예 라인을 벗어났다면 이렇게 역습찬스는 주지 않을 것을 이라며 혀를 찼다. 아니 차려고 했다. 데이빗의 퍼포먼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이드 라인을 벗어나려는 공을 오른발로 굴려 살리는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수비수가 살려놓은 공을 노리고 달려드는 모습이 느껴졌다. 어떻게 살린 공인데 죽쒀서 개 줄수는 없다. 데이빗의 왼발이 부드러운 반원을 그렸고 이어 몸 전체가 유려한 회전과 함께 글렌 존슨의 몸을 타고 넘어갔다.
글렌 존슨의 눈이 찢어져라 커졌다. 공을 뺏기 위해 달려들었기에 오히려 자신의 무게 중심이 쏠려버렸다. 이미 상대 공격수에 완벽히 뚫려버렸다. 좀 전에 보았듯 이 공격수의 속도는 수준급이었다. 뒤늦게 따라가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파울로 끊겠다고 다짐하고 데이빗의 유니폼을 잡으려고 했다.
[!!!]
하지만 이미 가속을 시작한 데이빗은 마치 환영처럼 유니폼을 잡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허공을 움켜잡는 꼴이 되어버린 글렌 존슨이 결국 넘어지는 추태를 보이고 말았던 것이다. 데이빗은 순식간에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접근했다. 데이빗과 마찬가지로 후반 교체 투입된 아게르가 데이빗을 저지하기위해 길목을 막아섰다. 이 시점에서 아게르는 두가지 실수를 했다.
첫째는 같이 중앙 수비를 보던 스크르텔과 사인을 맞추지 않고 움직여버린 것, 그래서 수비라인의 균열이 조금은 크게 벌어졌다.
둘째는 데이빗의 개인능력을 과소 평가한 것, 그는 이 흑발의 청년이 글렌 존슨을 바보로 만들어 버린 사실을 보고도 자신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거라 자신했다. 그리고 그는 그 대가를 치렀다.
데이빗은 속도를 전혀 죽이지 않았다. 단 한번의 속임동작,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갈듯 흔들며 아게르의 축을 흔들었다. 그리고 벌어진 아게르의 다리 사이로 공을 툭 차넣고 그대로 왼쪽으로 방향 전환, 순식간에 제쳐버렸다. 뒤늦게 스크르텔이 커버를 위해 뛰어왔고 골키퍼 레이나까지 각도를 줄이기 위해 뛰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는 현명한 판단이 되지 못했다. 데이빗은 욕심을 내지 않았다.
투웅-
느릿하게 굴러가는 공, 하지만 절묘하게 무너진 수비라인 사이를 꿰뚫는 패스, 부드럽지만 치명적인 궤적, 그 끝에는 리저브 팀의 공격수 다니엘 파체코가 기다리고 있었다. 골키퍼도 없고 방해하는 수비수도 없는 상황, 이 상황에서 골을 못넣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체코는 너무도 완벽한 상황이라 생각했는지 안일한 슈팅을 날리고 말았다. 그는 퍼스트 팀의 No.1 골키퍼 레이나를 너무 얕보았다. 그래서 위력도, 코스도 애매한 슈팅을 날리고 말았던 것이다.
레이나는 데이빗의 킥모션에서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제는 자신이 느끼기에 너무 늦게 느꼈다는 것이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역시 예상대로 데이빗은 중앙에 있던 공격수에게 패스를 했고 늦지 않기를 바라며 몸을 날렸다. 다행히 상대 공격수의 슈팅이 밋밋했기에 펀칭해낼 수 있었다. 어서 수비진에게 걷어내라고 소리치려는 찰라 한발 먼저 공을 향해 달려드는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데이빗은 패스를 하고나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반드시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판단은 옳았다. 믿을 수 없는 반사신경으로 파체코의 슈팅을 펀칭해 낸 레이나 골키퍼의 모습이 들어왔고 데이빗은 그 전에 이미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뒤늦게 루즈볼을 향해 달려드는 수비수들이 있었으나 데비빗은 이미 공을 향해 몸을 날리고 있었다.
다이빙 헤더(diving header), 앞으로 뛰어들면서 엎어지듯 시도하는 슈팅에 이번에는 레이나 골키퍼도 어쩔 수 없었다. 데이빗은 그라운드 위를 굴렀고 동시에 공은 골망을 흔들고 있었다.
후반 시작 3분만에 만회골을 터뜨린 리저브 팀, 경기는 지금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지난편 후기에 제가 왜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ㅋㅋㅋㅋ저는 츤데레가 아닙니다(하지만 내 독자들에게는 따듯하겠지.)
오늘은 간만에 리리플을 하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하고 싶었어요.ㅎㅎ
희랑g : 으어어어어어어어어 [2013.08.05 19:46]
RE: 으아아아아아
OLD-BOY : 잘 봤습니다. [2013.08.05 17:00]
RE: 감사합니다^^
데롱데롱 : 우와벌써 선작이 1천이넘엇내요.. 역시재밎는 보물은 초장부터 다들알아보시는듯.. [2013.08.05 14:34]
RE: 저도 선작이 갑자기 무지막지하게 늘어서 놀랐습니다. 보물이라니; 과찬을 해주시는군요;ㅎㅎ
ㅋㅁㅋㅁ : 이것이 츤데레입니까 [2013.08.05 11:34]
RE: 어흑..ㅠㅠ
scar마스터 : 담편 담편 얼른보고싶어요 [2013.08.05 10:13]
RE: 다음편입니다~ㅋㅋ
SPARTANS : 츤데레 [2013.08.05 09:07]
RE: 으으...앞으로는 술먹고 글 안써야겠어요.ㅠ
도끼천사야 : 오오~ 더뎌 데이빗나오는가~!! [2013.08.05 04:28]
RE: 그렇습니다!
반엘샤 : 따...딱히 오늘 글이 올라와서 쿠폰 쏘는거아님..오해하지 마세요. [2013.08.05 03:13]
RE: 헉.ㅋㅋ감사합니다. 오해할거에요
깜장이아찌 : 작가님의 ...한마디 ...연참을 부탁 드립니다~~~~~~~~~~~ [2013.08.05 02:09]
RE: 저도 정말 연참하고 싶어요..ㅠ
임페리어 : 제발 연중만 하지 말아주세요, 연참은 가능합니다 기대하고 있어요! [2013.08.05 01:41]
RE: 연참은 현재 불가능합니다.ㅠㅠ기대해주시니 감사합니다.ㅎㅎ
까망콩하얀콩 : 잘 봤습니다. [2013.08.05 01:23]
RE: 감사합니다^^
에스티니안 : 작가님 츤츤..... [2013.08.05 00:49]
RE: 술먹고 쓰는게 아니었어요.ㅠㅠ
시오네 : 남자 츤데레라니 ... [2013.08.05 00:37]
RE: 죄...죄송합니다.ㅠ
하룻밤의불장난 : 좋네요 [2013.08.05 00:31]
RE: 저도 리플 달아주셔서 좋네요.ㅎㅎ
장마와방 : 퍼스트팀이 퍼스트팀한태 중거리슛을... 옥의티!! [2013.08.05 00:00]
RE: 수정했습니다. 오류 지적 감사합니다^^
B더하기N : 작가님...츤데레? [2013.08.04 23:55]
RE: 아 아닙니다..ㅠ
소림00 :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2013.08.04 23:52]
RE: 죄...죄송합니다?
소림00 : 오오 좀더 좀더 [2013.08.04 23:52]
RE: 오늘은 여기까지..ㅠ
데블러 : 잘보고 있습니다 재미있어요~~~~~~연참 플리즈~~~~` [2013.08.04 23:48]
RE: 저도 연참을 하고 싶습니다ㅠ
정근 : 잘 보고 갑니다 [2013.08.04 23:48]
RE: 예 감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