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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은 괜찮아?
[응, 근데 내일 내가 뛸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니까?]
-에이, 분명 뛸 수 있을거야. 난 그렇게 믿어. 그러니까 데이빗 너도 그런 생각하지 말고 긴장 풀고 있으면 안돼!
[알고 있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리버풀 퍼스트 팀과의 연습경기 전날, 데이빗은 오전에 간단한 훈련을 소화한 뒤 일찍 방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평소와 달리 에리카를 만나지 않고 그냥 왔기에 혹시 기다릴까 싶어 전화를 걸었고 에리카는 안그래도 얘가 오늘은 안오나 싶었다며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내일 퍼스트 팀과의 경기가 있다고 하자 반색을 하며 어디 나가지 말고 푹 쉬라며 신신당부 했다. 당연히 데이빗은 그러겠다고 약속했고 말이다.
-아, 나도 구경가고 싶은데! 비공개 게임이라 볼 수 가 없잖아. 너무 아쉽다.
정말 아쉬운지 목소리에 힘이 없는 에리카였다. 왠지 지금 에리카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오는 데이빗이다. 분명 시무룩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이고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잘 보고 얘기해줄게.]
-...어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에리카의 모습에 데이빗이 왜그러냐며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됐네요 이 둔탱이씨' 였다. 데이빗은 왜 내가 둔탱이냐며 계속 물었고 에리카는 '그걸 물어보는 시점에서 이미 둔탱이야!' 라고 했다.
-아무튼 내일 시합 잘 해. 안다치게 조심하고 알겠지?
[알았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전화를 마친 데이빗은 침대에 몸을 던졌다. 아직 자기에는 과하게 이른 시간이었고 조금씩 긴장되는 마음에 잠이 오지도 않았다. 기회를 받을 수 있을까 자문을 해봐도 확신할 수 없었다. 선발은 애초에 생각도 안했지만 10분이라도 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럴수가! 생각해보니 내일은 제라드, 토레스, 캐러거 같은 선수들을 그라운드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거잖아.]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이제서야 실감이 났다. 심지어 볼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이 경기를 뛸 수도 있는 기회였다. 데이빗은 '에리카가 그래서 아쉬워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경기 끝나고 사인이라도 부탁해봐야 할까. 에리카가 좋아할텐데...]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 앞의 카페, 에리카 켈리는 데이빗과의 전화 통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이 둔탱이는...]
분명 보나마나 자신이 리버풀 선수들을 직접 못봐서 아쉬워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을 것같다. 그런 이유가 아닌데 말이다.
[...무...물론 조금 보고 싶긴 하지만...]
무표정한 캡틴 제라드, 하지만 그래서 골을 넣고 행복한 얼굴로 세레모니 하는 모습이 더 멋져보인다고 생각했었다. 금발을 휘날리며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토레스도 보고싶었다. 아주 조금.
[멍청이...내가 보고 싶은 건 네가 뛰는 모습이라고!]
쿠아-하며 짜증스럽게 테이블을 닦는 에리카, 그러면서 바보 멍청이 둔탱이 라며 계속 중얼거렸다.
마침내 리버풀 리저브팀 선수들이 오매불망 기다렸던 퍼스트 팀과의 연습 시합 당일이 밝았다. 생각보다 어제 잠을 푹 잘 수 있었던 데이빗은 컨디션이 괜찮다고 느꼈다. 식당에서 아침도 평소처럼 마쳤다. 긴장해서 식욕이 없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다. 스크램블 에그에 베이컨을 곁들인 아침식사는 평소처럼 맛있었고 데이빗은 좋은 컨디션으로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로 출발했다. 데이빗이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실감하게 된 것은 라커룸 안으로 들어갔을 때 부터였다.
라커룸 안의 공기가 무겁다고 생각했다. 떠드는 선수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고 다들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어제와는 완전히 달라진 동료들의 분위기에 데이빗은 혀를 내둘렀다. 이제 프로선수로서 첫 걸음을 시작한 데이빗은 아직 이들만큼 절박한 심정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구단은 언제까지고 선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구단에서 만족할 만한 재능,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것이 리저브 선수들의 현실이었다. 그랬기에 자신을 어필할 기회가 찾아온다면 언제든지 전력을 다할 준비가 되있는 리저브 선수들이었고 데이빗은 그런 선수들의 모습에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은 아직 프로로서의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길...'
막연히 열심히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었다. 1군이 아닌 2군 선수 중에서도 천재소리 한번 듣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 중 정말 노력이 부족해서 1군 무대를 밟아보지 못하고 잊혀져간 사람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 데이빗은 그 차이가 생각보다 작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기회는 여러번 찾아오지 않는다. 데이빗과 다른 선수들과의 차이는 바로 그 사실을 알고 있느냐 모르고 있느냐 였다. 데이빗은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고 반성했다.
맥마흔 감독은 라커룸에 들어와 선수들을 한번 훝어보았다. 그리고 간단히 몇마디를 남겼다.
[집중하고 있는 것은 좋아. 하지만 의욕이 너무 앞서면 오히려 베스트 플레이를 못할 수도 있다. 여러분의 능력은 충분히 1군을 상대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리고 우리 코치들이 그렇게 가르쳤으니 말이야. 여러분은 할 수 있다. 1군을 상대로 여러분의 능력을 보여줘라.]
감독은 말을 마치고 포메이션과 선발로 출전할 선수들의 명단, 그리고 전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선발로 출전하게 된 선수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투지를 불태웠고 아쉽게 벤치에서 시작하게 된 선수들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안타까워했다.
[선발이 아니라고 해서 아쉬워할 것 없다. 오늘 이자리에 있는 모두는 다들 기회를 얻게 될 거야. 아쉬워할 시간에 좀 더 집중하고 준비하는 것이 좋을 테지.]
그렇게 격려를 마친 감독은 시간이 되었다며 라커룸을 문을 열고 나섰다. 선수들도 그 뒤를 분분히 따라 갔다. 데이빗은 가볍게 자신의 뺨을 두드리며 일어섰다. 예상대로 선발 명단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낙심하지 않았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고 감독은 모두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 공언했다. 자신이 할 일은 주어진 시간이 5분일지라도 그 시간에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감독 말대로 낙심하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마음을 정리한 데이빗은 굳은 표정으로 라커룸을 나섰다.
그라운드에 도착한 리저브 팀, 아직 1군 선수들은 도착하지 않은 것 같다. 선수들은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데이빗도 가벼운 러닝 이후 다른 선수들과 짝을 이뤄 간단히 패스를 주고 받으며 감각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지났을 때 드디어 그들이 도착했다. 2군 선수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움직임을 멈추고 모습을 드러낸 1군 선수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서 리버풀의 캡틴 스티븐 제라드와 부동의 스트라이커 토레스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뒤로 캐러거에게 장난을 걸고 있는 레이나의 모습도 보였고 무슨 일인지 화를 내고 있는 바벨의 모습과 그런 바벨을 손가락질하며 웃고 있는 카윗과 베나윤 또한 보였다.
데이빗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TV에서만 보던 선수들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너무나도 여유로운,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하는 모습 마저도 멋있어 보였다. 이게 바로 1군의 관록이라고 하는 것인가 싶었다. 그러다 몸을 풀던 제라드와 눈이 마주쳤고 데이빗은 흠칫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살짝 숙였고 제라드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데이빗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데이빗은 속으로 크게 놀랐다.
가까이 다가온 제라드는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뿜어내는 것 같았다. 키는 자신과 비슷할 텐데 훨썬 더 커보였고 특유의 살짝 찌푸린듯한 표정은 앞에 선 데이빗을 주눅들게 했다.
[못보던 얼굴인데, 누구야?]
[아, 이번에 새로 리저브 팀에 합류한 데이빗 장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데이빗의 대답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제라드, 그러더니 특유의 조곤조곤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역시 그랬군. 처음보는 친구라 궁금해서 한번 물어봤어. 리저브 선수들은 대부분 알고 있거든. 어쨌든 환영한다. 조만간 퍼스트 팀에서 보길 기대하겠어.]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1군 선수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제라드, 데이빗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흥분을 느꼈다. 자신의 우상 캡틴 제라드와 대화를 나누다니, 물론 립 서비스였겠지만 그런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한 제라드와의 대화는 데이빗을 활활 불타오르게 만들었고 최고의 동기 부여가 되었다.
'이거 농담이 아니라고. 분명 현실이야 진정하자 데이빗. 캡틴 제라드가 나에게 1군에서 보자고 했다고! 맙소사! 믿을 수가 없어!'
[아는 친구야?]
제라드가 리저브 팀 선수 한명과 대화를 나누고 돌아오는 모습을 흥미있게 지켜본 토레스는 여전히 살짝 인상을 쓰고 있는 캡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물어보았다.
[아니, 못보던 친구라 물어본 것 뿐이야. 신입이라더군.]
단답으로 뚝뚝 끊어지는 대답에 '여전하군, 우리 캡틴은' 하고 중얼거린 토레스였다.
[그래도 간 김에 좀 덕담이라도 해주고 오지 그랬어.]
[해줬다. 조만간 1군에서 보자고 했지.]
[호오?]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토레스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러더니 장난스럽게 제라드를 쿡쿡 찔렀다.
[신입에게 그런 얘기해준 것은 처음 아니야? 기대할만한 구석이라도 보인거야?]
[처음봤다고 했잖아. 몰라 그런건. 다만...]
[다만?]
끈질기게 물어오는 토레스의 모습에 살짝 인상을 쓰는 제라드(늘 인상을 쓰는 표정이라 별 차이가 없어보이긴 했다) 였고 귀찮다는 듯 한마디를 툭 던졌다.
[표정이 너무 뜨거워서 말이야. 마치 팬 사인회에 나온 줄 알았어. 그 표정을 보니 무슨 말이라도 한마디 해줘야겠다 싶더라고.]
그 말에 토레스는 결국 푸하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선수들의 몸풀기가 끝나고 선수들은 경기 시작을 준비했다. 여유로운 표정의 퍼스트 팀 선수들과 대비되는 굳은 표정의 리저브 팀 선수들이었다. 제라드와 토레스는 센터 서클에서 시합 개시 신호를 기다렸다.
[스티비가 기대했던 그 검은 머리 친구는 선발이 아닌가보네.]
[딱히 기대하지 않았어.]
단답으로 끊어지는 대답, 토레스는 이런 무뚝뚝함이야 말로 캡틴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토레스는 장난스럽게 말을 계속 붙였다.
[에이 또 그런다.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면 다가가지도 않았을 거면서.]
[네 말대로 검은 머리라 눈에 띄어서 그랬나보지.]
그러면서 '영어는 잘하던데, 정말 어디 출신이지?' 라고 고개를 갸웃하며 작게 중얼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토레스는 웃음이 터질뻔 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조금은 신경쓰고 있었으면서 관심없는 척 하는 모습이 재밌었다.
[그게 뭐야. 아 그러고보니 검은 머리면 동양인인가? 어디 사람 같았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궁금하면 네가 가서 물어 보던가.]
그렇게 티격태격하고 있자니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제라드와 토레스는 입을 다물었고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토레스가 공을 살짝 건드렸고 제라드가 공을 뒤로 패스하며 시합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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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정말 아름답군요.-_-; 이런날은 진짜 나가기 싫은데 쩝...
오늘 뭔가 선작 추천 조회수 등이 평소보다 엄청나네요. 아마 연재 이래 역대 최고를 갱신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전 약속을 나가봐야 하죠...;
저는 슬슬 씻고 나갈 준비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마 더 올리기 힘들 것 같고 내일 저녁or밤에나 한편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느긋하게 즐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