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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14화 (1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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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야? 오늘 표정이 좋아 보이네?]

스트레칭 위주의 회복훈련을 진행하는 데이빗의 표정이 어제보다 좋아 보였길래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어보는 웨스트 코치였다. 분명 어제 힘든 훈련을 했기에 오늘 근육통이 만만치 않을텐데 표정이 좋아보이니 조금 의아했던 것이다.

[별 건 아니에요. 다만 웃는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데이빗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웨스트 코치였다.

[잘 생각했어. 긍정의 힘이란 말 들어봤지? 그게 생각보다 큰 차이로 나타날 수 있어. 힘들어도 웃어봐. 그럼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

'아니...절대 별게 아니란 생각은 안들것 같습니다만.'

속으로 가볍게 태클을 거는 데이빗, 하지만 코치가 말하고자 하는 뜻은 이해했다.

[끊임없이 최면을 걸어. 나는 대단하다고 말이야. 그렇기에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결국 별 것 아니라고, 극복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해. 사람은 보기보다 단순해서 그렇게 반복해서 생각하다보면 결국 세뇌되어버리지. 진심으로 그렇게 믿게 되버린다고.]

'...세뇌가 뭡니까 세뇌가...'

참 자극적이고 문제가 있는 단어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단어선택이야 어찌되었든 들어둘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좋아.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야. 집에 가서도 근육을 좀 더 풀어주도록 해. 유연성 운동도 거르지 말고. 알았지?]

샤워를 마치고 데이빗은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를 벗어났다. 평소라면 여벌의 트레이닝복을 대충 입고 나왔겠지만 오늘은 깔끔한 화이트 톤의 드레시 스포츠 셔츠(dressy sports shirt)에 살짝 어두운 빛으로 오일워싱 된 청바지를 입었다. 머리까지 손보고 싶었지만 태어나서 머리에 뭘 발라본 적이 없는 데이빗이라 깔끔하게 포기하고 나왔다.

카페 앞에 서서 가볍게 심호흡을 한 데이빗은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평소처럼 밝은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는 그녀가 보였다.

[어서오세요. 오늘은 트레이닝 복 차림이 아니네요?]

[네 오늘은 좀 다르게 입어봤어요. 이상한가요?]

[아뇨. 보기 좋아요. 훨씬 멋지네요.]

칭찬해주는 그녀의 모습에 밝은 미소로 화답하는 데이빗, 그렇게 몇마디를 주고 받은 뒤 가방에서 어제 챙겨간 모포를 꺼냈다.

[어제 감사했어요. 맡겨 놓고 갈까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깨끗하게 해서 돌려드리는게 나을 것 같아서요.]

데이빗의 말에 살짝 고개를 젓는 종업원이다.

[에이, 그냥 돌려주셔도 되는데. 한번 덮었다고 빨래까지 해오실 필요는 없었잖아요.]

'안될 말이지.'

기숙사로 모포를 들고와서 혹시나 침이라도 흘렸을까봐 이리저리 둘러봤던 데이빗이다. 다행히 별다른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고 이왕 가져온 것 깨끗히 빨아서 돌려주기로 마음먹었었다.

[호의를 입었는데 그냥 맡기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나저나 어제 주문하고 그냥 잠들어버려서 많이 당황했을 것 같아요.]

데이빗의 말에 살포시 미소를 짓는 종업원이었다. 어제의 기억이 생각나서였을까, 평소와는 달리 약간 장난기 어린 표정이었다.

[그럼요. 처음에는 깨울까 생각했었는데 너무 평온하게 자고 있어서 깨우기 난감했답니다. 자고 있을때 모습이 평소와 달라서 신기하기도 했고요.]

그 말에 살짝 얼굴이 빨개지는 데이빗이었다. 괜스레 헛기침이 나왔다.

[못볼 꼴을 보여드린 것 같아 부끄러워지네요.]

데이빗의 말에 손을 홰홰 젓는 종업원이다. 물론 표정은 여전히 장난스러웠다.

[그렇지 않아요. 평소에는 조금 무뚝뚝한 표정이었는데 자는 모습은 마치 아기 같았거든요.]

그러면서 입을 가리고 미소를 짓는데 데이빗은 그저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부끄럽네요. 저 그런데...]

이야기를 꺼내다 살짝 망설이는 데이빗, 이내 마음을 정했는지 말을 계속 이었다.

[혹시 저녁에 시간이 괜찮으신가요? 괜찮으시다면 저녁을 대접해드리고 싶어요.]

[어머?]

데이빗의 제안이 의외라 생각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는 종업원이다.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고민하는 모습이다. 그 시간은 길지 않았고 이내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런데 만약 별거 아닌 제 호의에 답하고자 하는 생각이라면 부담가지지 않으셔도 되요.]

[그렇지 않아요. 물론 그런 생각도 있긴 하지만 당신과 순수하게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기 때문이에요.]

데이빗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 그녀, 그리고 작게 '보기보다 굉장히 적극적인 사람이었네' 라고 중얼거렸으나 데이빗은 듣지 못했다.

[알겠어요. 그런데 저 일이 끝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는데 괜찮겠어요?]

[물론이에요.]

[그럼 앉아서 쉬고 계세요. 아! 그러고보니 아직까지 주문을 받지 않았네요. 어떤 걸로 드릴까요?]

[늘 마시는 걸로 부탁드릴게요.]

데이빗의 말에 풋 하고 웃음을 짓는 그녀, 그러면서 '아직 두번 밖에 안왔었잖아요. 오늘까지 세번째인데 엄청 단골같은 멘트를 날리시네요' 라고 했다. 데이빗은 '세번이면 충분히 단골이죠.' 라며 뻔뻔히 응수했고.

[하긴, 3일 연속으로 오셨으니 100% 출근이긴 하네요. 그럼 오늘은 다른 메뉴를 맛보고 가세요. 괜찮죠?]

그러면서 대답을 듣지 않고 음료를 준비하러 들어가버렸다. 데이빗은 뭔들 어떻겠냐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애초에 입맛이 까다로운 편도 아니었으니 상관없었다.

데이빗은 카운터에서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카운터 건너편에서 그녀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데이빗은 기다리는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주문하신 애플티 나왔습니다.]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내려 놓는 그녀에게 데이빗도 마주 웃어보이며 응대했다.

[저는 이거 말고 다른 거 시켰는데요?]

[에이, 아까 별 말 안했잖아요. 침묵은 긍정이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이것도 제법 괜찮다구요?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되고 맛도 괜찮을 거라 자부한답니다.]

그러면서 가슴을 펴는 모습이 참 귀엽다고 생각하는 데이빗이었다. 농담으로 응수하는 것은 그만 두고 가볍게 감사를 표하고 차를 한모금 마셨다.

[맛있네요. 좋은 메뉴를 추천해줘서 고마워요.]

[그렇죠? 혹시나 마음에 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에요.]

별로 걱정하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지만 데이빗은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듯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되죠? 이름을 여지껏 모르고 있었네요. 저는 데이빗이라고 해요. 데이빗 장.]

데이빗의 말에 아 하고 작게 탄성을 흘리더니 눈매를 부드럽게 휘며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 해준다.

[저는 에리카에요. 에리카 켈리. 잘 부탁해요 데이빗.]

[켈리씨였군요. 좋은 이름인 것 같아요.]

데이빗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데이빗의 생각대로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중간중간에 에리카가 데이빗이 있는 테이블로 와서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더 그렇게 느껴졌다. 에리카의 근무 시간이 끝나고 뒷 타임을 맡는 사람과 교대를 마친 후 데이빗과 에리카는 함께 카페를 나섰다. 에리카는 한걸음 앞으로 나오더니 빙글 돌아 데이빗과 마주 보았다.

[그럼 생각해 두신 곳은 있어요?]

에리카의 질문에 속으로 뜨끔한 데이빗이었다. 패기 있게 제안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어디로 가야할지는 생각해 두지 않았던 것이다.

'친구들하고 늘 가는 펍에 갈수는 없는거고...내가 그외에 어디 외식하러 가봤어야 말이지.'

속으로는 진땀이 흘렀지만 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태도를 고수했다. 물론 데이빗 혼자만의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평소에 좋아하시는 게 있나요?]

이정도면 위기를 잘 넘겼다고 뿌듯해하고 있는 데이빗의 표정은 1초도 안되어 경직되어버린다.

[어머. 생각 안하시고 그냥 만나자고 하신거에요?]

표정이 마치 데이트코스도 안짜오다니, 남자로서 부끄럽지도 않나요-라는 듯한 표정이었기에(물론 데이빗의 착각이다) 데이빗은 안절부절할 수 밖에 없었다. 에리카는 그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농담이에요. 그러니 그렇게 당황하지 말아요. 하지만 앞으로 여자와 데이트를 한다면 코스를 미리 생각해 두는게 좋아요.]

그렇게 말하고는 자기가 괜찮은 곳을 알고 있으니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데이빗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속으로는 자신의 한심함을 탓하고 있었다.

'제길. 어제 티티에게 이런 것도 좀 물어봤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미 늦었고 다행히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기에 그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일단 라임 스트리트(Lime Street)으로 가요. 제가 아는 곳은 거기에 있거든요.]

버스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버풀의 중심, 라임 스트리트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이곳은 리버풀이란 도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리버풀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철도 노선이 이곳 라임 스트리트에 정차하며 리버풀에서 다른 도시로 가는 기차 또한 마찬가지이다. 도시 외부로 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도시 내부에서도 교통의 중심지이다. 길 건너편에 위치한 '퀸즈 스퀘어 버스 터미널'은 '리버풀 원 버스 터미널'과 함께 리버풀에서 가장 큰 시내버스 정류장이다. 또한 리버풀의 중심가가 그리 넓지 않기에 알버트 독, 볼드 스트리트, 리버풀 대성당과 각종 박물관 등이 라임 스트리트 스테이션에서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이쪽이에요. 걸어서 5분 정도면 도착할 거에요. 아! 지금 가려는 곳은 베트남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 괜찮나요?]

'먹어본 적은 없지만 뭐 괜찮겠지. 내가 지금 까다롭게 유난 떨 타이밍도 아니고 말이야.'

[물론이에요.]

뭔들 어떠겠는가 싶었다. 에리카와 북적이는 인파를 통과하여 몇분 걷자 목적지에 도착했다.

[저기에요. 노란색 간판 보이죠? 네, Tay Do 라고 적힌 간판이요. 바로 옆에도 베트남식 레스토랑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긴 좀 더 비싸요. 인테리어는 좀 더 고급스럽지만 말이에요. 맛은 비슷하니까 여기로 가요.]

레스토랑 내부로 들어가자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리카의 말대로 맛이 괜찮은 곳인지 빈 자리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자리를 잡고 앉자 웨이터가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다.

[어떤 걸 드시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스타터 메뉴로는 스파이시 스퀴드를 추천하고 싶어요. 살짝 매콤한 맛이 있는데 매운 걸 못드시면 다른 메뉴로 하시구요.]

[괜찮을 것 같아요. 그걸로 하죠.]

메뉴판을 이리저리 훝어보는 데이빗, 무슨 메뉴가 이렇게 많은지, 그리고 도대체 처음들어보는 요리가 이렇게 많은지 살짝 놀랐다. 맞은 편에 앉은 에리카는 능숙하게 이것저것을 주문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카페에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안해요. 데이빗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서 제가 괜찮았던 것 같은 메뉴를 시키긴 했는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쩌죠?]

[아니에요.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제가 외식을 거의 해본적이 없어서 조금 난감했었는데 덕분에 살았어요.]

데이빗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에리카는 데이빗의 말에 조금 의아한 기색이다.

[리버풀에서 뛰는 선수라고 했잖아요? 훈련이나 경기 마치고 동료들하고 가끔 식사하러 나오지 않나요?]

에리카의 질문에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하는 데이빗이다.

[리버풀에 입단한지 얼마 안됐거든요. 아직 일주일도 안됐어요. 아직 다른 선수들은 보지도 못한걸요. 다들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다고 들었어요. 저는 늦게 합류해서 지금 혼자서 훈련을 받고 있구요.]

데이빗의 말에 아-하고 가벼운 탄성을 발하는 에리카였다. 그러면서 눈을 반짝이더니 리버풀FC에서의 생활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리버풀에 입단하게 된거에요? 다른 팀에서 뛰다가 이적한거에요? 아니면 유소년 출신?]

[아뇨. 원래 축구선수는 아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기회를 얻어 리버풀에서 테스트를 받을 수 있었고 다행히 거기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았는지 입단할 수 있었어요.]

[그렇구나. 대단해요. 축구선수도 아니었는데 리버풀에 입단하다니, 신기해요.]

반짝이며 '대단해요' 라는 눈빛을 보내는 그녀의 모습이 부담스러웠는지 데이빗은 작게 '리저브 팀인데요 뭐.' 라고 작게 이야기했지만 그다지 먹혀들지는 않았다.

[리저브라도 대단한거죠! 그것도 리버풀의 리저브인데요. 머지사이드에서 두번째로 위대한 팀이 리버풀 리저브잖아요.]

그러면서 자신을 가져요-라고 격려해주는데 데이빗은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빌 샹클리의 명언까지 인용하는 모습이 아무래도 이 여자, 열성적인 더 콥인 것 같다.

[축구를 좋아하시나 봐요?]

[그럼요! 그중에서도 리버풀을 사랑하죠. 제가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 앞에 있는 카페에서 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요. 혹시나 선수들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했다구요. 근데 시즌이 끝난 뒤라 그런지 선수들을 볼 수 가 없어요.]

그러면서 데이빗이 제가 실제로 만난 첫번째 리버풀 선수에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깜박할뻔 했다고 중얼거리더니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종이와 펜이었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데이빗에게 내밀었다.

[여기 사인 좀 해주세요 데이빗. 처음 만난 리버풀 선수인데 사인받는 것을 잊을뻔 했네요. 조금 있다가 사진 함께 찍어도 되죠?]

해맑은 표정으로 사인을 요구하는 에리카의 모습에 데이빗은 난감했다.

[근데 저...사인이 없는데.]

[사인이 없어요? 이런! 축구 선수가 사인이 없으면...아, 선수가 된지 아직 일주일도 안됐다고 했죠. 그럴만 하네요.]

눈에 띄게 침울해지는 모습에 안쓰러운 마음 마저 들었다.

[약속할게요. 제가 사인을 만들게 되면 제일 먼저 에리카씨에게 해드리겠어요. 그러니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정말이죠? 알았어요. 그럼 일단 오늘은 사진으로 만족할 게요. 괜찮죠?]

그러더니 이번에는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며 들이밀며 데이빗에게 웃으라고 이야기했다. 그 모습이 재밌어서 데이빗이 웃음을 터뜨리자 찰칵하는 셔터음이 들렸다.

[오, 잘나왔어요. 데이빗씨도 그렇게 웃으니까 훨씬 보기 좋아요.]

그러더니 이번에는 옆자리로 넘어온다. 데이빗이 살짝 당황하자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으며 혀를 살짝 내민다.

[단독 샷을 찍었으니 이번에는 같이 찍어야죠. 괜찮지요?]

데이빗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에리카는 데이빗에게 팔짱을 끼고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그러면서 웃으라고 이야기했지만 데이빗은 이미 경직되어 있었다.

찰칵

카메라를 내려 사진을 확인한 에리카는 데이빗에게 표정이 왜이렇게 굳었냐며 가볍게 타박했지만 데이빗은 여전히 석고상처럼 굳어 있었다.

자신의 팔에 와 닿는 부드럽고 뭉클한 감각, 어깨에 살짝 기대오는 그녀의 머리에서는 좋은 향기가 났다.

[음...혹시 기분 나빴어요? 마음대로 사진찍어서?]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에리카, 뻣뻣하게 고개를 가로 젓는 데이빗이었다. 데이빗이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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