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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8화 (8/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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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5 시즌부터 안필드의 사령탑으로 재임하여 그 유명한 이스탄불의 기적을 일구어 낸 명장, 하지만 리그에서는 08-09 시즌 기록한 2위가 최고인 정도로 큰 임팩트 있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리버풀의 스쿼드가 경쟁상대들인 맨유, 첼시 등에 비해 부족한 면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도 볼 수 있었지만 라파 베니테즈 감독의 전술적인 선호 역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제점으로 꼽힌다.

베니테즈 감독은 공격적인 전술보다는 상당히 방어적인 면을 중시하는 감독으로 경기 중 과감한 도박은 거의 시도하지 않는 감독이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많이 치중하여 리버풀이 가끔 답답하고 지루한 경기를 하게 만드는 원인으로도 꼽히고 있다. 리그 우승을 다투기 위해서는 중, 하위권 팀들을 얼마나 잘 잡아내느냐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데 리버풀에 부족한 점이 바로 이러한 점이다.

베니테즈 감독의 전술 중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양 사이드이다. 주전 윙어로 경기에 나서는 리에라와 카윗, 이 두선수가 리버풀의 전술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양 날개는 수비할 때 상당히 밑으로 내려워 수비에 임한다. 리버풀의 두 풀백인 아르벨로아와 아우렐리우가 두 윙어와 함께 협력 수비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심지어 공격의 핵심 키 플레이어인 캡틴 제라드 또한 수비 시에 상당히 후방까지 커버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윙어들의 적극적인 수비가담은 상대가 약팀이든 강팀이든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데 이로 인해 리버풀의 답답한 모습이 파생된다. 리에라의 경우 전반 초반부터 좋은 움직임을 보이며 활발히 움직이는데 후반전만 되면 방전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바벨이나 베나윤과 교체는 경우가 많았다.

수비시에 4백과 중앙 미드필더 2명에 양쪽 날개, 거기에 제라드까지 합세하여 9명이 수비진에 득실거린다. 상대 팀 입장에서는 정말 토나오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08-09시즌의 리버풀은 이기는 팀이라기 보다는 지지 않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이 차이가 결국 우승컵을 라이벌 맨유에게 내주는 결과로 나타났다.

08-09 시즌 맨유의 성적은 28승 6무 4패 승점 90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리버풀은 25승 11무 2패로 승점 86점으로 마무리 지었다. 골 득실 차이는 맨유가 +44, 리버풀의 +50을 기록하였다.

승부처에서 과감해지지 못했고 지나치게 안정적인 경기를 추구하다보니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것이 리버풀이었다. 그리고 09-10 시즌의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온 지금 리버풀의 전력은 오히려 작년만 못하다. 팀 전술의 핵심이었던 사비 알론소가 팀을 떠났고 마스체라노는 공공연히 이적설을 터뜨리며 팀을 떠나고 싶다는 말을 하며 팀 케미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제라드-토레스 라인은 건재한 편이지만 두 선수를 대체할 만한 자원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지라(이 문제는 지난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 않아도 얇은 스쿼드가 더욱더 무게감이 떨어져 버렸다.

이제 프리미어리그에서 6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베니테즈 감독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이번 시즌이었다.

[어제는 정말 놀라운 하루였어요. 아침에 일어나 평소와 같이 출근할 때까지만 해도 특별할 것 없는 평소와 같은 날이 지나갈 거라 생각했죠.]

일행에게 자리를 권하고 간단한 차를 주문한 베니테즈 감독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우리 리버풀의 현명한 스카우트 개리 매칼리스터씨가 절 찾아왔죠. 평소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놀랄 모습으로요. 전 그 친구가 그렇게 흥분한 모습을 여지껏 보지 못했어요. 어제가 아니었다면 앞으로도 보기 힘들었겠죠.]

그러면서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데이빗을 쳐다보았는데 데이빗은 그냥 뺨을 한번 긁으며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그가 들고온 짧은 영상에 왜 그 친구가 그렇게 흥분했는지 알 수 있었죠.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당신은 어제 갑작스럽게 계약서를 준비하느라 우리 직원들이 얼마나 정신없이 움직였을지 상상할 수 없었을 겁니다.]

장난스러운 어조였지만 그 안에 포함된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아 챈 데이빗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빙빙 돌려서 말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닙니다. 우리는 해야할 일이 많고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재능을 사고 싶습니다 데이빗씨.]

주변이 살짝 어둑어둑해질 무렵, 데이빗과 티티, 제임스 일행은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를 나섰다. 상기된 표정, 흥분과 감격이 셋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이봐 티티.]

[왜?]

[미안한데, 내 볼을 한번만 꼬집어 줄래?]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꼬집어 달라는 제임스, 티티는 피식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빠악

[남자의 볼 따위 만지고 싶지 않아. 이정도면 됐겠지?]

[제기랄 고맙다! 어쨌든 꿈이 아니잖아 이거! 크하하하! 데이빗!!!]

시원스레 뒤통수를 후려갈긴 티티의 손길에 현실감을 찾은 듯한 제임스, 크게 웃으며 데이빗의 어깨를 강하게 잡아갔다.

[이럴수가! 진짜라고! 해냈어! 해냈다고! 이런 제기랄! 이건 말도 안돼!]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번씩 시선을 주고 갈 정도로 제임스의 흥분은 굉장했다. 데이빗 또한 상당히 격앙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도 믿기지 않아. 오늘 밤에는 잠을 자긴 힘들겠어. 자고 일어나면 꿈이 아닐까 두려워져. 지금도 마치 허공에 붕 뜬 것 같은 기분이야.]

[현실이라고! 우리가 단체로 약을 한게 아니라면 이건 분명 현실이야! 오 이럴 수가!]

[그래, 이건 현실이었지. 내가 이제 리버풀의 선수라고!]

환하게 웃으며 제임스와 부둥켜 않는 데이빗, 티티는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았다.

[티티,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나에게 이런 행운은 오지 않았을 거야.]

[다 너의 능력이야 데이빗. 축하해. 너라면 분명히 성공할 줄 알았어.]

[그래! 말 잘했어 티티. 데이빗이라면 분명 성공할 거라 그랬잖아! 가자! 오늘은 정말 기분좋게 술 한잔 할 수 있겠어! 데이빗의 성공을 축하하며 한잔 하자고!]

[오우!]

이번만은 티티와 데이빗도 제임스와 같은 마음이었다.

[이제 이런 싸구려 펍은 우리 데이빗의 클래스에 안맞는 것 아냐? 좀 더 근사한 곳으로 가야하지 않겠어?]

데이빗의 어깨를 툭 치며 장난스럽게 놀리는 제임스, 데이빗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런가? 하지만 제임스의 클래스에는 딱 맞는 것 같은걸? 제임스가 수트를 쫙 빼입고 교양있게 와인향을 음미하며 즐기는 모습은 상상이 안가.]

[그건 그렇지. 상상만 해도 뭔가 무서워 지는걸.]

[제기랄! 내가 뭐가 어때서!]

악의 없는 농담이 오고가고 익숙한 자리에 앉아 늘 주문하던 메뉴를 시킨다. 커다란 잔에 시원한 맥주가 날라져오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셋은 잔을 높이 들고 건배를 외쳤다. 그리고 시원하게 들이켰다.

[오늘은 데이빗 네가 쏘는 거지?]

[물론이지. 얼마든지 마시라고.]

[역시 주급 4000파운드의 남자 다워! 오늘 네 1주일치 주급만큼은 먹어주겠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너스레를 떠는 제임스의 모습에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둘이었다.

'4000파운드라...'

데이빗은 좀 전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멜우드의 사무실에서 데이빗은 구단 직원이 건넨 계약서를 받아 읽어보았다. 그리고 눈을 한번 비벼보았다. 처음에는 잘못 봤나 싶었다. 다시 보아도 잘못 본게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돈에 대한 부분을 살펴 보니 다음과 같았다.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25만 파운드, 그리고 주급 4000파운드. 데이빗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돈이 적혀있었다.

[이...이거.]

[아, 마음에 안드나요? 어쩔 수 없어요. 당신은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을 남긴 플레이어가 아니니까. 그정도 액수를 승인 받는데도 꽤나 힘들었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유망주 계약 중에서는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뭔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데이빗은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이 깨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 쪽은 원래 이게 보통인가. 아 하긴 리버풀 정도 되면 이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긴...개뿔, 아직 현실감은 돌아 오지 않았다. 물론 TV에서 일주일에 10만 파운드 이상 받는 슈퍼스타들의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옆에서 제임스도 힐끗 계약서를 보았다가 액수를 보고는 깜짝 놀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당장 마음에 드는 액수가 아니라고 낙심할 것 없다는 것을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이제 당신은 돈을 받고 뛰는 프로선수가 될 것이고 당신이 능력을 보여준다면 이런 계약서는 1년이면 바뀔 수 있어요.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엄청난 계약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모든 건 당신이 하기에 달렸어요.]

그러니까 난 그런 이유로 놀란게 아니라니까-라고 외치고 싶은 데이빗이다. 옆을 보니 구단 직원은 대충 데이빗의 상태를 눈치 챈 것 같지만 감독의 착각을 바로 잡아 줄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아무래도 이 감독, 눈치가 그렇게 빠른 것 같지는 않다.

'아 모르겠다. 이럴 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거지?'

어쩌니 저쩌니 해도 기대 이상으로 돈을 준다는 데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데이빗 또한 마찬가지였다. 구단에서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가 생각보다 큰 것 같다는 부담은 있어도(데이빗의 착각이다) 자신이 더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준다는 걸 거절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니 좋게 받아 들이기로 했다. 펜을 들어 계약서에 서명을 마치자 환한 표정으로 손을 내미는 베니테즈 감독의 모습이 보였다.

[이것으로 당신은 리버풀의 선수입니다. 환영합니다.]

데이빗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좀 전에 베니테즈와 악수를 나눈 것이 이 손이다. 리버풀이 제시한 계약서에 사인을 한 것도 이 손이다. 이 손은 앞으로 어떤 믿을 수 없는 것들을 손에 넣어 갈까. 데이빗은 마치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잡아가듯 손을 강하게 움켜 쥐었다.

'내 삶은 바뀌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변해 갈거야.'

생각이 길어졌는지 제임스가 잔을 들어올리며 마시라고 강권해온다. 데이빗은 언제나 한결같은 친구들을 보며 생각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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