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5화 (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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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티티.]

[응.]

[데이빗 녀석, 지금쯤 테스트를 다 보지 않았을까?]

[글쎄...?]

[글쎄가 아니라고. 넌 네가 꼬셔 놓고 기대도 안되냐?]

[이봐 제임스. 그렇게 말하니 내가 꼭 나쁜짓이라도 한 것 같잖아. 꼬시긴 뭘 꼬셨다고 그래. 그리고 10분전에도, 그 10분전에도 계속 물어보는 질문인데, 다시 한번 대답해 줄게. 물론 10분뒤면 넌 다시 까먹고 질문하겠지만 말이야. 내가 테스트하는 코치도 아닌데 어찌 알겠어?]

초조한 기색으로 안절부절하는 모습의 제임스와 그런 제임스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티티였다.

[제기랄. 걱정되니까 그러지. 그리고 솔직히 얘기해봐. 넌 기대 안되냐? 응?]

[끈질기네 거참. 나라고 기대 안되고 걱정 안될리 있겠어?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기다리는 수밖에 답이 없잖아.]

[젠장. 여자하고 처음으로 잘때도 이렇게 긴장되진 않았을거야. 만약에 진짜로 데이빗이 리버풀의 선수가 되면 정말 믿기지 않는 엄청난 일이 될거라고!]

[그래 그래. 알고 있어. 그러니 이제 좀 차분히 기다리자. 그리고 제발 일좀 하자고. 4시까지 이거 끝내 놓지 않으면 분명 지랄맞은 핏불이 또 지랄해댈게 분명하니까!]

[에이 그놈의 핏불자식은 어디가서 뒈지지도 않지. 하필이면 또 오늘처럼 엿같이 더운날 옆동네 지원나가게 되는건 뭐야! 원래 우리 비번이었다고?! 끙. 그나저나 데이빗 이놈은 끝나면 바로바로 연락을 좀 할 것이지 뭐 이렇게 굼떠?]

[아직 테스트 안끝났을 수도 있잖아. 그리고 넌 분명 잊어버렸겠지만 데이빗은 전화기가 없어! 그러니 제발 닥치고 이제 일좀 하자!]

자신의 친구들이 한참 자신의 테스트 결과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데이빗은 테스트를 마치고 멜우드 트레이닝센터를 나서는 중이었다. 분명 나쁜 반응들은 아니었다고 생각되지만, 아니 괜찮은 반응들이었지만 아직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기대반 걱정반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데이빗씨, 오늘 정말 멋진 퍼포먼스였어요.'

'검토가 끝나는 대로 연락이 갈겁니다. 연락처가 없다구요? 이런, 샘에게 연락을 하면 됩니까?'

'데이빗씨라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믿어요.'

호평이 대부분이었던 테스트였기에 내심 기대가 되는 건 어쩔수 없었다. 연습경기에서도 대부분의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며 괜찮은 활약을 했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마음에 걸리는 점은 정식 규격의 구장에서 시합을 치러본 경험이 거의 처음이었던 지라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서 후반전에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점이랄까. 거기에 테스트라고 생각하니 흥분해서 달려든 감도 있었다.

'체력도 나쁘지 않은데...'

분명 감점 요인일 거라고 생각했다. 조금 흥분을 가라 앉히고 페이스 조절을 했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 같았다.

'아 그러고보니 티티하고 제임스가 걱정하고 있을텐데 연락을 못했네.'

아침에 나올때 자신을 붙잡고 일장연설을 늘어놓던 제임스와 늘 그렇듯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잘 치르고 오라고 격려해주던 티티의 모습이 떠오르자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떠오른다.

'그래. 뭐 리버풀에 입단 못하면 어때. 언제는 내가 프로 선수가 될거라고 생각이나 했었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익숙한 리버풀 항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된 일상이 반복되던 곳이었으나 집에 돌아온 것 같으 느낌에 자연스럽게 표정이 풀어진다. 안쪽에 있을 자신들만의 성지 '리틀 안필드'의 모습도 자연스레 그려지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안되면 여기서 우리들만의 우승컵을 들어올리면 되는거야.'

생각을 정리하자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자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친구들이 보고 싶어졌다.

[무슨일입니까. 매칼리스터씨. 며칠전에 정기 스카우팅 리포트 제출은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 내의 한 집무실, 벗겨진 이마에 검은테 안경, 그리고 짧게 기른 수염이 특징인 남자가 보고 있던 서류를 덮으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선한 인상의, 동네에서 흔히 볼수 있을 것 같은 생김의 이 남자가 현재 거함 리버풀을 이끌고 있는 수장 라파엘 베니테즈(Rafael Benitez Maudes)였다.

그리고 개리 매칼리스터는 오늘 자신이 발견한 놀라운 재능을 이 남자에게 보고할 의무와 권리를 가진 리버풀의 스카우터였다.

[바쁘신 와중에 갑작스레 찾게되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도저히 가만히 기다릴 여유를 갖지 못하겠군요.]

흥분한 기색이 역력한 개리의 모습에 베니테즈 감독의 눈에 이채가 감돈다. 그가 알기로 이 젊은 스카우터는 평소 진중하고 사려깊은 모습이 장점이었던 친구로 기억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흐트러진 모양새는 처음보는 만큼 신선했고 또 어떤 용무인지 궁금해졌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진정하는게 좋겠군요. 홍차라도 한잔 하시겠습니까?]

[배려에는 감사드립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그것보다 이 영상을 먼저 봐주시죠.]

'당신도 잠시 후엔 분명 나처럼 진정할 수 없을테니까!'

여전히 서두는 기색이 만연한 개리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하는 베니테즈였다.

[아무래도 매칼리스터씨가 괜찮은 선수를 한명 찾았나 보군요. 그래서 이렇게 흥분한 것으로 보이는데 맞습니까?]

'괜찮은 선수 정도가 아닙니다! 잭팟이라고요!'

베니테즈의 물음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개리, 그리고 손짓으로 어서 보라는 제스추어를 취한다. 그 모습에 헛웃음을 삼키며 영상을 재생시키는 베니테즈, 그리고 곧 영상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런 감독의 모습을 초조한 모습으로 지켜보는 개리,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개리를 바라보는 베니테즈였다.

[믿을 수 없군요. 이 친구 도대체 뭡니까?]

데이빗은 어느새 제임스의 손에 이끌려 늘 가던 펍에 있었다. 물론 티티도 함께 말이다. 데이빗을 보자마자 폭풍처럼 질문을 쏟아냈던 제임스, 그러다 목이 탔는지 다짜고짜 제임스를 잡고 펍으로 달려온 것이다. 그런 제임스의 모습에 어쩔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뒤따라온 티티였고 데이빗이야 폭풍같은 제임스의 기세에 휘말려 들었고 말이다. 펍에 들어서면서 가게가 떠나가라 맥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은 제임스, 맥주가 나오기가 무섭게 벌컥벌컥 원샷을 하더니 맞은편에 앉은 데이빗을 향해 얼굴을 주욱 내밀며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봐 데이빗. 오늘 테스트 어땠어? 잘봤지? 물론 너라면 분명 잘 봤겠지만 말이야 혹시나 해서 묻는거야. 이해하지? 코치들은 뭐라고 하디? 계약은 언제 한다고 하고?]

흥분해서 얼굴을 들이미는 제임스가 부담스러웠을까. 조금은 질린 기색으로 몸을 뒤로 빼는 데이빗이다. 그런 친구들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티티가 끼어들었다.

[제임스. 네 맘은 알겠는데 데이빗은 이제 막 테스트를 보고 왔을 뿐이야. 벌써 결과가 나왔을리 없잖아? 네 말을 듣고 있으면 마치 내일 모레쯤에는 데이빗이 챔피언스리그라도 나갈 것 같아. 안그래?]

[티티 말이 맞아 제임스. 일단 넌 좀 진정할 필요가 있겠어. 얼굴은 좀 그만 들이 밀고. 내가 남자 얼굴에는 취미 없는거 알잖아.]

[날 진정시키고 싶으면 빨리 오늘 어땠는지 이야기를 하란 말야! 제기랄 궁금해 죽겠다고!]

흥분한 제임스의 모습에 혀를 차며 '역시 리버풀에서 가장 성질 급한 남자 제임스'라고 가볍게 중얼거린 데이빗은 자신의 앞에 놓인 맥주를 한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이 친구의 완벽한 볼컨트롤 능력과 엄청난 순발력이었습니다. 오른발과 왼발을 가리지 않고 완전히 공을 통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심지어 톱 스피드 상태에서도 공을 완벽히 컨트롤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일류 선수들도 하기 힘든 재주를 일개 테스트 생이 선보였으니 제가 얼마나 놀랐을지 짐작하실 수 있을겁니다.'

'후반들어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걸로 봐서 체력적인 부분은 확실히 부족해 보입니다만 정식으로 축구를 배운적도 없는 친구임을 감안하면 나쁜 수준은 아닙니다. 페이스 조절이 능숙해 보이지도 않았구요. 이런 점은 트레이닝으로 충분히 보완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팀 플레이를 평가하기에는 너무 갑작스러운 게임이었고 한번도 발을 맞춰보지 않은 팀원들과의 호흡이라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만은 한템포 빠르면서 예측할 수 없는 타이밍의 패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오히려 유소년 팀 선수들이 그 패스에 따라가지 못했다고 봐야겠지요. 다만 자신의 드리블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만큼 패스보다는 드리블을 선호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생긴 모습은 분명 동양인이지만 국적은 잉글랜드더군요.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이부분도 분명 메리트가 있으니 말이죠.'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만 결론은 이 친구를 반드시 리버풀에 데려와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재능을 놓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어쩌면 우리는 세계 최고의 재능을 얻게 될지도 모릅니다.'

[...해서 테스트는 그럭저럭 본 것 같아. 하지만 아직 결과가 나온건 없으니 기다려야 해. 아 티티. 내 개인 연락처가 없어서 일단 네 번호를 알려주고 왔는데 괜찮겠지?]

데이빗의 말에 웃으며 물론이라고 말하던 티티의 목소리는 크게 터져나오는 제임스의 웃음소리에 묻혀버렸다.

[크하하하하! 역시 데이빗! 내가 넌 분명 될 거라고 했잖아! 안그래?! 리버풀의 유소년이라고 하지만 그런 햇병아리들이 데이빗의 상대가 될리는 없지!]

[......]

[......]

'아니 딱히 결과가 나온건 아닌데' 라고 중얼거리는 티티였고 '난 아직 햇병아리도 아니다만?' 이라고 중얼거리는 데이빗이었지만 제임스에게는 들리지 않은 듯 하다.

[그나저나 패스하고 슛도 구별 못하면서 대가리에 똥만 찬 그 멍청한 자식은 어떻게 됐다고?]

[...글쎄. 일단 감독이 꺼지라고 소리지르긴 했는데, 솔직히 관심없어. 그런 멍청이 따위 내가 알게 뭐야.]

게임 당시에는 솔직히 화가 났지만 감독이 나서서 쫓아냈고 그 이후로는 경기를 즐겼으니 별로 감정이 남아있지 않았다. 뭐, 살면서 옐로우 몽키 소리 정도야 수두룩하게 들었으니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렇다고 열받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좀 전에 테스트 당시 있었던 그 일을 이야기 하자 제임스는 노발대발해서 날뛰었고 티티는 제임스를 말렸지만 인상을 찌푸리며 데이빗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위로했었다.

[운 좋았네 그자식. 감독이 제정신 박힌 양반이 아니었으면 이 제임스님께서 직접 교육을 시켜줬을텐데 말이야. 두번 다시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새겨줬을텐데.]

위협적으로 손가락 뼈를 우두둑 꺾으며 누런 이빨을 드러내는 제임스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마 이 자리에 당사자가 있었다면 내일 아침 리버풀 앞바다에 변사체로 발견되지 않을까.

[그놈에게는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너라면 웬지 그녀석이 눈앞에 있으면 바로 시멘트 포대에 쳐넣고 바다에 던져버릴 것 같아.]

[어이 어이, 아무리 나라도 그렇게까진 안한다고. 다만 그놈 엄마 아빠도 아들 얼굴을 몰라볼 정도로 만들어 줄수는 있지. 아니면 엉덩이로 숨 쉬는 법을 가르쳐 주거나 말이야.]

[어련하시겠나.]

뭐가 그리 즐거운지 낄낄거리며 잔을 들어올리는 제임스, 그런 제임스를 향해 어쩔수 없다는 미소를 지으며 잔을 마주 들어올리는 티티와 데이빗이다.

[그럼 데이빗의 성공을 위하여 건배하자고! 티티! 너 앞으로 전화기 확인 잘 하라고! 분명 합격을 알리는 전화가 올게 분명해. 알겠지?!]

'당신 말대로 훌륭한 재능을 가진 친구라는 사실에 동의합니다. 오늘 일은 당신의 경력에 빛나는 부분이 될 것이 분명해요. 한 건 하셨군요. 매칼리스터씨.'

'그렇다면...?!'

'정식 계약서를 꾸며 놓으세요. 그리고 이 친구에게 반드시 리버풀의 유니폼을 입혀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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