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4화 (84/87)

오사무 : 아버지의 권위를 방패로 횡포를 부리는,

         짜증나는 유학파 주니어지요.

히메오 : 정답.

         지금의 난, 아버지의 변죽 때문에,

         세상 대다수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는, 분에 넘치는 지위를 얻고 있어.

따라서 앞으로 두 달...

사와시마 히메오 이사가,

그 포스트에 어울리는 책무를 다하도록 만들자.

내 생각대로

밤낮없이 일하게 하자.

...뭐, 조합원이 아니니까 문제 없다.

히메오 : 그럼...한번 써먹어 봐야지.

         당신이 기분으로 준 돈과 지위만으로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

         보여줄게요, 아버지.

오사무 : 히메오 씨...

히메오 : 응

그렇게, 내가 내민 손바닥에,

히메오씨는 힘차게 자신의 손을 맞추고...

히메오 : 음~!

오사무 : 으!?

히메오 : 자, 가자.

         쭈뼛거리지 말고 따라와요, 제2비서!

오사무 : 자, 잠깐만 기다리세요!

         립스틱 닦을 때까지만 기다려요!

마지막으로, 그녀다운 장난으로 마무리했다.

히메오 : 여러분, 다 모이신 것 같군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남은 한 달...

후회없는 전쟁을 하기 위해서.

.........

......

...

200X년 11월 30일

15시 42분

히메오 : 요시무라, 다음 페이지 부탁해.

오사무 : 네

슬라이드쇼에서 31페이지를 지정하자,

거기에는 몇개인가의 항목으로 나눠진 그래프가 표시되었다.

...이번 투자건 중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이른바 "심장"이다.

(원문은 "간")

히메오 : 계속해서 개산(槪算)효과입니다만...

         주식 비율을, 당사에 대해 상대방을 0.74로 환산해서...

부사장 : 잠깐 기다리시오.

         그건 희망적 수치 아닌가?

히메오 : 예, 희망적 수치입니다.

         ...그렇다기 보단 교섭이 실패했을 때의

         절망적 수치라고 하는 편이 타당하리라.

부사장 : 그건 대체 무슨 뜻인가?

히메오 : 이번 프로젝트 팀이 각자 계산을 해봐도,

         이 수치를 상회할 수는 없었습니다.

         ...회사의 규모나 장래성 전반에 있어 이쪽이 우위입니다.

전무 : 그, 그렇다면...

       이런 제안을 그쪽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지 않을지?

히메오 : ...아니요.

         반드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겁니다.

         단언합니다.

임원 : 대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건가요?

       사전에 충분한 조사를 하기라도 했나요?

히메오 : 맞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이야기를,

         이쪽에 처음 온 9월부터 차근차근 구상해왔습니다.

임원 : 헛...

상무 : 끄응...

오사무 : 으...

히메오 : ...(번뜩)

내가 살짝 뿜으려고 하는 걸 알아채고,

히메오씨는 따가운 시선으로 날 노려본다.

[공갈치라고 한 건 당신이잖아?]라고,

입을 작게 움직이고 있다.

히메오 : 그럼 계속하겠습니다.

         다음 그래프는 이번 건이 합의에 도달했을 경우에,

         당사의 매출 추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내 모습까지 파악할 정도로

지금의 히메오씨는 제법 좋은 컨디션이다.

평소라면, 길고도 무익한 감정론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요시토미 부사장조차

말을 못 꺼내는 상황이다.

히메오 : 여기에다, 사와시마 그룹 주요 회사의

         작년까지와 올해 예상 실적을 겹쳐 봤습니다...보십시오.

임원들 : 오오...

애니메이션 기능으로

화면상에 새로운 그래프가 계속해서 생성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맨 처음 그려진 그래프는,

절대적으로 높은 존재감을 계속해서 보이고 있다.

히메오 :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그룹내에서의 매출 실적이 3위에까지 상승...

히메오 : 9월에 말단으로 참여한 우리 회사가,

         겨우 3개월만에 사와시마 그룹의 중심이 되는 겁니다.

사장 : 으, 으음...

아무래도 이 숫자는 임팩트가 있던 것 같아,

사장을 위시해 임원 일동, 꿀먹은 벙어리처럼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참고로 이 숫자는 조작도 뭣도 아니다.

생각할 수 있는 요소를 전부 투입해

아무 자의적 조작도 없이 산출해낸 결과다.

실은 이 숫자가 나온 순간,

나도 히메오씨도, 지금 이 사람들처럼 할 말을 잃었다.

그 정도로까지 이 계획에 효과가 있다고 하면,

수단으로써가 아니라,

아예 목적으로 사용해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사장 : 하, 하지만 말이네...

         이러면 다른 관련 회사가 가만있지 않을 텐데?

히메오 :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부사장 : 어, 어쨌냐니...알고 있잖은가?

         이건 어떤 의미론 반란이라고?

히메오 : 어머?

         여러분, 이런 수단에는 익숙하지 않으셨던가요?

부사장 : 헉...

전무 : .........

상무 : .........

임원 : .........

여름의 쿠데타 같았던 사와시마 그룹에의 참여는,

아직 그들 안에서는 전부 삭제되지 않은 역사인 듯하다.

...내가 냉정하게 이런 소리를 하면,

히라키 부부장님한테 얻어 맞겠지만.

히메오 : 걱정 마세요.

         뭐니해도, 전 사와시마 준페이의 외동딸...

         제 결단은 아버지의 결단과 같습니다.

사장 : 그건 다시 말해...

       사와시마 그룹 자체가 경쟁을 바라고 있다는?

히메오 : 지금은 비주류 의식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닙니다.

임원 : 으...

히메오 : 고래에 삼켜졌다면,

         작살로 뚫고 나올 정도의 기백이 필요한 겁니다.

상무 : 끄응...

히메오 : 그게 [사와시마의 일원]으로 있다는 겁니다.

전무 : 사와시마...라

히메오 : 그런 반골심이 있는 자야말로,

         아버지, 준페이가 원하는 자입니다.

부사장 : 진짜 무섭군

히메오 : ...그럼 결단을, 여러분.

사장 : .........

.........

......

...

200X년 12월 8일

20시 15분

히메오 : 할아버지, 와인 더 드실래요?

센쥬로 : 아냐, 이제 됐어.

         ...히메오짱이 취하면 곤란하니까.

         으하하하하하핫!

히메오 : 정말, 또 그 말씀이세요...

         이젠 향기만으로는 쓰러지지 않아요.

센쥬로 : 아, 미안미안.

         오랜만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히메오 : 겨우 두 달 전에 봤잖아요.

         ...혹시 잊어버리셨나요?

센쥬로 : 당치도 않아!

         이 쿠라하시 센쥬로, 아직 머리도 몸도 쌩쌩해.

         ...적어도 히메오짱이 시집가는 걸 보기 전까지는 죽지 않으니까 말야.

히메오 : 어머, 난처하네요...

         그럼 저, 할아버지가 오래 사시도록

         당분간 결혼하지 말아야겠네?

센쥬로 : 뭐야?

         그 말은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는 소리냐?

히메오 : .........

센쥬로 : 하, 하, 하...그런가! 이야, 놀랄 노자구만!

         바로 얼마전까지 기저귀를 차고 다니던 히메오짱이...

히메오 : 아이 진짜!

         그렇게 옛날 얘기만 자꾸 떠올리는 건

         노화의 시작이라구요?

센쥬로 : 아니 잠깐, 분명 요전 파티 때,

         이상하게 사이가 좋아보이던 비서가...

히메오 : 아~ 오늘은 그런 얘기를 하러 온 게 아니에요!

         좀 더 진지한 상담을 하러 온 거예요!

         (작은 소리로)...정답이지만.

센쥬로 : 아, 미안미안.

         그래, 무슨 일이야?

히메오 : 쿠라하시 자문위원님...

센쥬로 : 응...?

히메오 : 오늘은 파티 때와 마찬가지로,

         미치하마 상사의 임원으로서

         사와시마 부동산 자문위원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센쥬로 : ...호오?

오사무 : 엣취!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다 초조감을 억누를 수 없어

밖으로 나왔는데...역시 12월의 밤이었다.

역앞의 광장에서 보이는 트리튼 최상층의 불빛...

저기서 히메오씨가, 최후의 전투를 벌이고 있다.

...참고로 오늘 이 자리를 위해,

오랜만에 소비자금융에서 돈을 빌렸다.

.........

11월말에, 간신히 사내의 의견 통합을 이끌어내,

남은 건 상대방과의 최종 교섭, 그리고 오늘의 승부.

쿠라하시 센쥬로.

전(前)중부권 은행 총재이자, 사와시마 부동산의 자문위원.

현재 사와시마 그룹의 주요 거래은행인,

슨다이테이오JFK은행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노인이다.

80을 넘겨, 사와시마 준페이씨와는 부자간 정도의 나이차가 나지만,

아직도 정정해, 그(준페이)에게 유일하게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우리들의 이번 작전에 있어,

최대의 키맨이라는 인식에 이견이 없다.

이 노인만 구워삶으면,

우리 작전의 정상이 보인다...

오사무 : 에, 에...에췻!

따라서 나는, 이 장소에서 두 사람의...

아니, 세 사람의 미래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곳은 결단의 장소이기에.

히메오씨와 내가, 2인3각의 첫걸음을 내딛는 장소이기에.

.........

히메오 : ...라는 게,

         지금까지의 경위입니다.

센쥬로 : .........

히메오 : 아버지는, 기어이 히가시하기모리의 개발 계획을

         추진하려는 것 같습니다.

         ...설령 자신의 추억의 장소를 잃더라도.

센쥬로 : 그 녀석다운 막무가내식 방법이구만.

         그리고, 그녀석답지 않은 낡은 방법이야.

히메오 : 아버지가 말하는 [히가시하기모리 개발 계획]을,

         당사 자체적으로 계산해봤습니다.

         ...그 결과, 10년안에는 흑자로 전환시키는 건 불가능으로 나왔습니다.

센쥬로 : 하지만, 준페이가 가능하다고 했잖아?

         녀석은 항상 우리가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걸 가능으로 바꿔왔어...

히메오 : 쿠라하시 자문위원님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말인가요?

센쥬로 : 으음...

히메오 : 지금의 아버지는, 분명히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고 있어요.

         누군가가 막아야만 합니다.

센쥬로 : 하지만 말이지, 히메오짱...

히메오 : 미치하마 상사의 사와시마입니다.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센쥬로 : 그렇다고 해서,

         그쪽의 계획을 승인할 수는 없어.

         그거야말로 준페이의 최종 판단이 필요해.

히메오 : 종업원지주회의 보유 주식이 25%입니다.

         거기에 슨다이테이오FJk은행의 10%, 자문위원님의 10%,

         다른 임원들의 10%를 보태면 총회에서도 과반수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센쥬로 : 으...은행은 내 힘으로 어떻게든 해본다고 해도,

         다른 임원들은.

히메오 :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전원의 위임장을 받아 놨습니다.

         자문위원님의 협조만 있으면 55%입니다.

         아버지 보유의 30%는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센쥬로 : ...어느새

히메오 : 다들, 아버지의 원맨 형태를 인정하면서도,

         유일한 브레이크 역할이신 쿠라하시 자문위원님에 대해서도

         동등한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센쥬로 :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누구야, 이렇게까지 빠르고 강력한 손을 쓴 못된 녀석은?

         마치 준페이 같군.

히메오 : (작은 소리로)으아~, 오사무씨가 들으면 울겠네.

센쥬로 : 그렇군, 알았어.

         확실히 승산이 있어 보여.

         ...그룹에 난리가 날지도 모르겠지만.

히메오 : 예, 그래서 한가지 더 부탁이 있습니다.

센쥬로 : ...뭔데?

히메오 : 저희가 이긴 후에도, 협력해주셨으면 해서.

         그룹의 내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센쥬로 : 히메오짱...

히메오 : 네, 지금부터는 히메오예요.

         응? 부탁해요, 할아버지.

         나, 아버지랑...화해하고 싶어요.

.........

오사무 : 엣취취! 에, 에...엣취!

오사무 : 으~.........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역앞의 시계는 마침내 밤 10시를 가리켰다.

원래대로라면 9시쯤에 끝났을 자리인데,

히메오씨가 내려올 기색이 전혀 안 보인다.

덕분에 나는, 몇 번이고 로비와 밖을 왕복해,

결국 도어보이에게 완전 의심받고 말았다.

오사무 : 어떻게 된거야...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건,

얘기가 아주 잘 됐나...아니면 다투고 있나.

.........

최상층까지 올라가볼까?

만약 히메오씨가 백전노장 노인에게,

완전히 당하고 있다면,

내가 응원해줘야만 한다.

히메오씨는 아무리 사와시마의 외동딸이라고 하나,

아직 대학생이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공부와 동아리 활동과,

분명 볼런티어에 빠져,

바쁘겠지만 우아하고 쾌적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을 터로...

따라서 이런, 100명 이상의 사회인의 운명이 결린 교섭 같은 건,

원래의 그녀에게는 너무 무거운 짐이라는 건 당연한 이유로...

오사무 : 아니...믿어야 돼.

하지만 믿자...

그녀는 누군가가 도와주기만 하면...

아니 그런 일반론 따윈 아무래도 좋다.

그녀는 나만 있으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수 있다...

그래, 내가 가까이에만 있으면...

오사무 : ...안돼, 가봐야겠다!

라는 건,

내가 가까이 있지 않으면 실력을 발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로.

히메오 : 오사무 씨.

오사무 : 아, 히메오씨 마침 잘 됐네!

         지금 당신한테 가려던 참이었어요!

히메오 : 그래?

오사무 : 예,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도우러 갈 테니까요!

히메오 : 누굴 도운다고?

오사무 : 왜 여깄는 거예요!?

히메오 : 여전히 때때로 알 수 없는 소릴 하네, 당신은.

걱정했다가, 믿었다가, 하지만 그래도 걱정되어,

너무 심장이 떨려 스스로도 어떡해야 할지 모르게 됐을 무렵.

결국 이렇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 눈앞으로 돌아와주었다.

오사무 : ㅈ, 저기, 그래서...?

히메오 : 응? 뭐?

오사무 : 어떻게 됐나요...?

히메오 : 뭐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