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오 : 사, 사사키라면...
미토코 : 아버지가 사사키씨를 곁에 두게할 리가 없잖아?
무슨 말을 해도 대꾸도 안하는, 엄청~ 퉁명스런 사람이라고.
히메오 : .........
미토코 :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만날 수 없고, 볼 수도 없고, 목소리도 못 듣는,
그런 나날이 한달, 두달, 반년...
히메오 : .........으
미토코 : 일년, 이년...오년이 지나,
겨우 오사무군의 소문이 들려와.
히메오 : 으...으...
미토코 : 듣는바에 따르면, 그는
평생 만날 수 없는 정혼자를 마침내 포기해....
히메오 : ~~~~~~으!?
미토코 : 나...가 아니라, 다른 여자랑, 그...
새로운 사랑에 눈을 떠...
히메오 언니는 완전 잊어버리고...
히메오 : 흐, 흐...흐에에에에에에엥~!
미토코 : 오, 완벽해요~
히메오 : 흐윽, 으으윽...토, 토코짱, 너무해...
그런 소릴 들으면, 나, 난...
미토코 : 알았지...
그러니까 히메오 언니는, 내 말대로 하면 돼.
히메오 : 흐윽, 흐윽...ㄴ, 나...나는...
미토코 : 자, 자자?
힘내서 감기 털어내야지.
안 그러면 오사무군한테 도움이 안된다고?
히메오 : 으윽...으, 으...으음!
미토코 : 그럼...잘 자.
히메오 : 토코짱...저기, 토코짱...
미토코 : 왜?
이제 그만 자.
히메오 : ㄴ, 나 말야...
요전에, 하지 못했던 얘기가 있어.
미토코 : 요전에...?
히메오 : 널, 내 동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경계해,
그랬는데 갑자기 이사하는 거 도와주고, 김밥도 줘서...
미토코 : 아, 그때 얘기...
히메오 : 너무 좋아져서, 진짜 동생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동생이 아니어서, 좀 아쉽다라고.
미토코 : 응, 나도 아쉽다.
히메오 언니를, 언니라고 부르고 싶었어...
히메오 : 하지만, 하지만 말야...
난 그때부터...
미토코 : 응...?
히메오 : 토코짱 같은 아내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
미토코 : .........아하...아하하...
히메오 :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구.
미토코 : 아하하하하...뭐라고 해야하나, 대답하기 힘들지만...
그치만, 히메오 언니답네.
히메오 : 난, 가사일도 못하고, 섬세한 일은 완전 꽝이라,
그래서 결혼해도 가정을 꾸리기 힘들겠다라고...
미토코 : 고마워, 히메오 언니.
날 이상적으로 생각해준 게 말야.
히메오 : 그러니까 말야...그러니까, 토코짱?
미토코 : 응
히메오 : 만약, 앞으로 5년 후에...
토코짱의 마음이 지금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면...
미토코 : ...?
히메오 : 나랑 둘이서...
같이, 오사무씨의 아내가 되자?
미토코 : .........
히메오 : 나...셋이 함께 다 행복해지고 싶어.
토코짱의 미소, 항상 보고 싶어...
미토코 : 히메오 언니...
히메오 : 토코짱이 그린 꿈...나도 보았어.
그러니까, 그러니까...영원히 함께 있고 싶어.
서로가 서로를 다 사랑하니까, 그런 미래, 가능하지?
미토코 : 욕심쟁이네, 히메오 언니는.
히메오 : 하지만 나, 누구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
토코짱도, 오사무씨도...
전부, 내걸로 만들고 싶어...
미토코 : 그런 꿈 같은 얘기는 말야...
깨어나면 사라져버릴 것 같은 이상은 말야...
히메오 : 진심이야, 진짜로, 나...
미토코 : 그만 자자?
히메오 : .........으응
미토코 : 잘 자.
히메오 : 잘 자...
미토코 : .........
히메오 : .........
미토코 : 고마워.
.........
......
미토코 : ...엣취
...
오사무 : ...그래, 태초부터 전해오는 도시전설대로,
남한테 옮기면서 나았다는 건가요, 히메오 씨?
미토코 : 콜록, 콜록, 콜록...
히메오 : 토코짱, 토코짱!
기운차려!?
오늘의 회의를 8시부터 시작해,
끝남과 동시에 신간센을 타고 날아온 날 기다린 것은...
뭐, 환자인 건 분명한데...
오사무 : 히메오 씨...
미토코짱은 수험을 앞둔 힘든 시기라구요?
그런데 밤새 간병을 하게 하다니.
히메오 : ㄱ, 그건...저기...
히메오씨의 기억에 의하면, 둘 다 잠든 이후에도,
기침을 하면 물컵이 닿거나,
어느샌가 얼음베게가 바뀌어 있었다고 한다.
미토코 : 콜록, 콜록...
오, 오사무군한테...히메오 언닐 탓할 권리 같은 거 없어.
오사무 : 미토코...짱?
그건 즉...
내가 없는 동안에,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극적인 전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로.
히메오 : ㅁ, 맞아!
사람이 고열로 끙끙 앓고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1박2일 출장 같은 걸 가버리고!
오사무 : 그, 그렇지만 그건...
히메오씨도, 이번 출장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미토코 : 예정을 바꾸던가, 저쪽이 여기로 오게 한다든가, 말야...
어떻게 해보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해봤어?
오사무 : 아니, 그치만...상대방은 나고야라서.
그리고, 내가 힘들게 부탁한 내용이라서.
히메오 : 남자는 항상 이래.
골치아플 땐 일하는 걸로 다 떼우려고 해.
미토코 : 이러니까...첫번째 결혼 기념일에 말야,
밤새 접대하는 걸로 넘어가버리고 하는 거야.
히메오&미토코 : 그러게~
오사무 : 왜 전부 다 알고 있는 건가요 그걸...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는 집안에서만 브로드밴드인가요...
그리고, 그 [있었을지도 모르는 급전개는]는...
나와, 히메오씨와, 미토코짱의 가슴에,
너무나도 기분 좋은 바람을
가져다준 것일지도 몰라.
오사무 : 아무튼, 오늘은 내가 간병할 차례지요.
히메오씨는...카야씨 방에서라도.
히메오 : 싫어. 토코짱한테 감기 옮긴 건 나니까.
내가 간병하는 게 당연한 권리잖아?
오사무 : 다시 감기 걸려도 난 몰라요.
다음주초까지 쉬게 되면 이 작전은 실패한거나 다름 없으니까요?
히메오 :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지금의 나에게 그 정도의 일이 문제가 된다는 거야?
오사무 : 감기만 나은 게 아니군요, 그 강경한 태도는.
미토코 : 콜록...으으...
아무튼 머리맡에서 떠들지마.
머리에 울리니까.
오사무&히메오 : 정말 죄송합니다!
따라서, 공기가 다르다.
항상 들이마셨던 것 같은,
세 사람의 웃음이 넘치는, 낙원의 공기로 돌아와 있다.
우리들이 줄곧 돌아가고 싶어했던, 그 나날로...
.........
히메오 : .........윽
오사무 : 저기, 아무래도 제가...
히메오 : 토코짱의 주방권(權)은 넘겨줄 수 없어!
오사무 : 식칼 휘두르지 말아요!?
히메오 : 당신은 재료 써는 걸 포기하는 대신에,
간 맞추는 거 하기로 했잖아?
자기 위치로 돌아가요.
오사무 : 그러니까 재료가 투입되는 걸
한참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난 오래전에 냄비에 담긴 국물과 밥,
그리고 풀어넣기 위한 달걀을 갖다 놓고 준비 오케이인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배추와 파와 버섯과 닭고기가 도착하지 않는 건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히메오 : 쪼~끔 기다려.
이 표고버섯, 자구 굴러가서 짜증나네...
오사무 : 그야, 머리를 떼지 않았으니 당연한.
히메오 : 배추도, 칼이 드는 부분이랑
안 드는 부분이 있어서...이거 초보한테는 무리네.
오사무 : 배추에는 심지가 있는 거 알아요?
그렇게 둥글게 자르는 사람이 어딨어요...
히메오 : 으!
그렇게 잘 알면 당신이 해봐!
오사무 : 아까부터 얘기했잖아요.
칼 줘보세요.
히메오 : 아앗, 유도심문!
진짜 토코짱이랑 관련되면 나쁜쪽으로 머리가 돌아간다니까~
오사무 : 빨리 미토코짱한테 밥 먹이고 싶어요!
방해하지 말아요!
히메오 : 피차 똑같은 마음으로 하는 건데 뭐야 그 적대적 태도는!
미토코 : .........저기
머리맡에서 그렇게 우당탕거리면~
오사무 : ...그럼, 전 말만 할게요.
손 똑바로 움직여요.
히메오 : 아, 아무래도 그게 좋을 것 같네...
잘 부탁해요, 제2비서.
오사무 : 알아 모시겠습니다.
그럼 우선 칼을 제대로 쥐는 방법부터.
히메오 : 그런 단계부터 잘못돼 있었으면
좀 더 빨리 지적하라고...
미토코 : 후훗...
오사무 : 자, 이런식으로.
검지를 칼등에 대구요...
히메오 : ㅇ, 응...
겨우 배추를 써는데,
우리들은 오른손을 겹치고, 함께 칼을 쥔다.
실은 누가 더 낫다고 할 레벨은 전혀 아니라,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몸에 익은 걸 더하면,
두 사람 다 오십보백보로.
오사무 : 그럼 다음은 파네요.
이건 양념이니, 잘게 썰어야해요.
히메오 : ㅂ, 바라는바야.
미토코 : .........
미토코짱이 항상 들려준 빠른 리듬이 아니라,
시시오도시 같은 웃긴 스피드로, 정확하게.
(시시오도시는 대나무에 물을 흘려 일정 시간이 되면 무게 때문에
대나무가 떨어지며 소리를 내는 것으로,
농사에 방해가 되는 짐승들을 쫓기 위한 장치)
오사무 : .........
이렇게 둘이서 같이 야채를 썰고 있으니,
뭐랄까 마치....
히메오 : ...케이크 같네.
오사무 : 에?
히메오 : 아...아무것도, 아냐.
오사무 : .........
그때 나는...
단지 멍하니, 히메오씨의
새빨갛게 물든 목덜미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설마 그녀가 나와 완전히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미토코 : .........쿠울
.........
그렇게...
우리가 악전고투 끝에 겨우 완성시킨,
혹시 우리들의 피와 땀이
리얼로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는 죽은...
오사무 : 아...
히메오 : 아...
미토코 : 스으...으음~
몇시간 후, 그제야 눈을 뜬 미토코짱에게
[맛있어, 진짜 맛있어! 식었어도 말야!]
라는 위로를 받을 정도로까지 방치되는 사태를 맞이했다.
......
...
히메오 : 스으으으으~, 하아아아아~
오사무 : 젊은 사원과의 스터디는,
키노시타씨의 협력을 받아 두 번 실시한 상태입니다.
각 사원의 엄청난 호기심의 시선과,
[힘내세요!]라는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가,
날 여러 가지 의미로 괴롭혔지만...
히메오 : .........으
오사무 : 남은 건 각부의 정리.
그게 다 되면, 마지막으로 전(全)임원의 결의로 넘어갑니다.
히메오 : 현재 정세는?
오사무 : 영업 각부는 비교적 호감적이에요.
특히 부동산계는 명예 회복의 기회라는 듯이 기합이 바짝 들어가 있습니다.
히메오 : 그렇다는 건,
아직 당신의 은인을 설득시키지 못했다는 거네?
오사무 : 히라키 부부장의 판단은...뭐, 타당하다고 봐요.
뭐니해도 이 결의가 통과되면,
일시적으로 엄청난 자금난에 빠질 건 틀림 없기에,
경리 담당으로서는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히메오 : 그를 설득시키는 게,
오늘 부-과장 회의의 포인트라는 거네.
오사무 : 뭐, 그렇죠.
히메오 : 작전은 있어?
오사무 : 아뇨...일단 천천히 설득시킬 수밖에.
예측상, 수익이 나는 건 거의 확실하기에,
그걸 집중적으로 어필해서...
히메오 : 헤에, 겨우 그 정도야, 오사무씨답지 않네.
오사무 :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당신한테는 비장의 카드라도 있나 보죠?
히메오 : 있어.
아니, 실은 이미 손을 써뒀어.
오사무 : 에...?
그냥 별 의미없이 한 말을,
절묘한 타이밍으로 받아친 히메오씨에,
나도 모르게 꺾인 소리가 나오고 만다.
히메오 : 히라키씨랑 밀약을 맺어놨어.
그는 오늘 회의에서 전적으로 찬성할거야.
...승리한거나 다름없어.
오사무 : 자, 잠깐만요!
내가 몇 번이고 머리를 숙였지만 꼼짝도 안 했다구요?
이렇게 말하면 자기 자랑 같지만,
히라키 부부장은 히메오씨의 명령보다도,
내 의뢰를 우선시해준다고 생각했었는데...
히메오 : 그랬겠지.
아마, 당신 이외에 그 누구도
그를 움직일 수 없지 않았을까.
오사무 : 하, 하지만 히메오씨는...
히메오 : 그래서 이렇게 말했어...
[이번 일이 잘 풀리면, 우리 비서를 경리부로 돌려줄게요]
라고 말야.
오사무 : 에...?
히메오 : 간절히 당신을 원했나봐.
그 자리에서 계약서까지 썼어.
여기.
히메오씨가 펼쳐보인 한장의 종이에는,
분명하게 그녀의 인감과, 부부장의 인감이
나란히 찍혀 있었다.
오사무 : 무슨...소리예요?
문서도 분명히 그녀의 친필로,
[200X년 1월 1일부로, 요시무라 오사무를 경리부에 넘긴다]
라고 뚜렷하게 적혀 있다.
오사무 : 저는...당신의 비서에서 해임된다는 건가요?
그 내용은 9월 초순에 간절히 바랬던 일.
내 경험과 지식을 좀 더 살릴 수 있는, 최적의 배치.
눈앞의 여성에게, 내 인생을 휘둘리기 전이었다면,
기꺼이 그 간결한 지령을 받아들었을 텐데...
히메오 : 지금까지 고생 많았어.
이게 나와 당신이 콤비를 이루는, 마지막 일이야.
오사무 : 히메오 씨!
그런데 지금은...
화나고, 분하고, 용납할 수 없다.
그리고...무엇보다, 슬프다.
당신은 아직도 갈길 먼 신인인데...
앞으로도 배워야만 하는 일이,
내가 아는 것만도 2, 3년분은 있는데.
히메오 : 어쩔 수 없어...
사와시마 이사의 비서라는 포스트 자체가 없어지는 걸.
오사무 : 그게...무슨...
하지만 히메오씨는...
내게 장난스러움과, 사랑스러움과...
그리고 슬픔이 섞인, 미묘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히메오 : 이번 일이 정리되면, 대학으로 돌아갈거야.
적어도 졸업은 하고 싶으니까.
오사무 : 아...
줄곧 학생티를 낸다고 꾸짖어왔던 나였는데,
어느샌가 그녀가 학생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히메오 : 으으응(아니), 졸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지금까지 이상으로 [쓸만한]인간이 될거야.
대학에서밖에 얻을 수 없는 지식과 경험을 습득해올게요.
오사무 : 히메오...씨
히메오 : 언제까지고 당신한테 기댈수만은 없어.
진정한 의미의 파트너가...되고 싶어.
오사무 : 으...
힘도, 장래성도, 희망도, 모든 게 빛나는 사람인데,
어느샌가 내가 없으면 안돼, 라고 생각하게 됐다.
뒤에서 밀어줄 생각이었는데,
항상, 언제까지나, 앞에다 두고 싶다고...
밤뿐만 아니라, 낮에도 줄곧 같이 있고 싶다고...
단순한 독점욕만 보이는 [남자]가 되어 있었다.
히메오 : 아~, 아니, 그치만, 그...
회사, 에서만 이니까?
사적으로 멀어지면 울어버릴거니까 말야?
오사무 : 아하하...
그녀는 약간 어른이 되어...
나와의 나이차를, 조금은 느끼지 않게 되었다.
선배로서 슬프고,
남자로서 기뻐.
히메오 : 내가 대학 졸업하면 각오하라고...
그때야말로 여길 일류 자선기업으로 만들어 보일 테니까.
오사무 : ...그럼, 우선은 오늘 부-과장 회의부터예요.
만장일치를 얻어낼 때까지 해산시키지 않을 테니까요?
히메오 : ...자꾸 하는 말이지만,
날 누구로 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