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6화 (76/87)

하지만, 그녀가 반응한 건,

키노시타씨가 노렸던 [여성]이라는 부분이 아닌...

히메오 : ㅈ, 저기...지금은 업무중이잖아?

         그런 사적인 전화, 내가 용서할 거라 생각해...?

아니, 뭐...그렇다고 해도,

아무 해결도 안 된다는 것도 확실하지만.

키노시타 : ...돌려드릴게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키노시타씨가 내 번호로 돌린다.

다행이다...

그녀는 이 전화 상대의 크리티컬함에 대해 눈치채지 못했다.

히메오 : 오, 오사무 씨, 어째서...

그건 그렇다치고...

비서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으로

울듯한 표정 짓지 말라구요...이사가.

오사무 : 네, 요시무랍니다.

         으음, 대체 무슨 일...

히메오 : ..........

오사무 : .........미안,

         잠깐만 기다려.

히메오 : .........

오사무 : 사와시마 씨...

         이사님!

히메오 : 흐윽!?

         ㄴ, 네...?

오사무 : 자리로 돌아가주세요.

히메오 : 에? 아...

히메오씨는 어느샌가 내 옆에 딱 붙어,

수화기에 귀를 바짝 대고 있다.

오사무 : 나중에 다 얘기할 테니까요.

         일단 지금은 그냥 계세요.

...완전 틀렸군, 이건.

어떤 작은 오해나 과대망상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사내 사람들이 이른 결론은 하나같이 비슷하고,

게다가 정답에도 가까울 것이다, 분명.

즉...[사와시마 이사와 비서인 요시무라씨는,

서로 눈맞은 게 아닌가?]

라는 노골적인 결론으로.

히메오 : 그, 그치만, 그치만...

         왜 부인이 지금...?

오사무 : 쉿!

키노시타 : 부...부인!?

오사무 : 아...

히메오 : 아...

약간 수정...

즉...[사와시마 이사와 비서인 요시무라씨는,

사실 불륜? 부잣집 딸과 유부남의 금단의 사랑!?]

이라는, 뭐랄까 엄청 지저분한 분위기의 결론으로...?

오사무 : 저기 말이죠...이거 아마 학교에서 온 걸 거예요.

         미토코짱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몰라요.

히메오 : 아...

아사미한테서의 전화라고 들은 순간,

난 약간의 예감이 있었다.

그건, 엄청나게 무겁고, 불길한 예감이지만,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징조.

오늘 아침의 미토코짱의 모습...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도...평소랑은 좀 달랐으니까.

히메오 : 토...토코짱?

         토코짱한테 무슨 일 있어...?

오사무 : 그러니까 들어 봐야죠...

키노시타 : 따...님?

오사무 : 아...

히메오 : 아...

다시 수정...

즉...[사와시마 이사와 비서인 요시무라씨 불륜 커플이,

딸의 양육권을 놓고, 헤어진 부인과 다툼중!?]

이라는, 더더욱 수습하기 힘든 결론으로...?

오사무 : 기다리게 해서 미안!

         대체 무슨 일이야, 아사미?

...그런 이유로, 더이상 신경쓰는 건 포기했다.

이젠 될대로 되라,다.

(원문은 산이되든 들이되든)

...분명 그 끝에는

아주 예쁜 소문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겠지만.

오사무 : ...뭐라고?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이때까지는 아직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우습게 보고 있었다...

오사무 : 미토코짱이, 없어...?

히메오 : 에...?

.........

오사무 : 저, 정말인가요, 그거...?

분타로 : 응, 검은 고급차.

         물론 히메사마 것보다는 싸보였지만,

         우리 연수입의 100배 정도는 돼 보이던데.

요시노리 : 뭐, 배율 자체에는 별 의미가 없지만.

카야 : 이럴 때까지 장난치지마.

키헤 : 소주인이 나가고 잠시 후였을까요.

       문앞에 잠시 섰다가...

사태는 내가 느꼈던 불길한 예감보다도,

훨씬 심각한 전개를 보이고 있었다.

아사미 :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 보셨어요?

분타로 : 그게...너무 멀은데다가, 차창도 썬팅돼서.

         금방 저쪽으로 간 것 정도밖에는.

오사무 : 저쪽이라면...

나와 미토코짱이 갔던 방향...

오늘 아침, 우리들이 헤어진 분기점에서,

니시노미야 학교까지는 도보로 5분.

하지만 그후,

등교 도중이었던 미토코짱은,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본인은 물론, 자칭 보호자인 나한테서도 연락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담임 교사인 아사미는,

우선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에 연락했다.

그리고 세입자들로부터 방금 그 얘기를 듣고,

지체없이 나한테 연락했다.

그래...우리 회사에 전화를 한 건,

제대로 된 판단을 근거로 한 최후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히메오 : 어떡하지, 오사무 씨, 어떡하지!

         토코짱이...토코짱이!

오사무 : 지, 진정해요, 히메오 씨.

         으음...우선은 팔 좀 풀고 얘기해요?

아사미 : 근데.........어떻게 된거야, 이거.

...하지만, 나한테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히메오씨는,

현재의 긴급 사태와는 관계없는

쓸데없는 긴박감을 조성하고 있다.

요시노리 : 아니, 뭐...

           히메사마가 여길 나간 이후부터 벌어진 일인데.

분타로 :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놓으면,

         뭐랄까, 추궁하는 재미가 없어진다고나 할까.

키헤 : ...그런데, 2호씨는 미치지 않나요?

카야 : 아니, 뭐...과자 세트도 받았고.

       ...덤으로 무릎까지 꿇어와서, 어쩔 수 없나하고.

도대체 여성들 사이에 어떤 밀약이 있던 건지...

히메오 : 그런 튀는 얘기를 하고 있을 상황이 아냐!

         토코짱에게 큰일이 생겼다고!?

카야 : 가장 튀는 건 당신의 모습인데.

어느샌가 내 가슴에 매달려있는...

아, 또 와이셔츠에 립스틱이...

아사미 : 하지만, 저 짜증나는 태도는 그렇다치고,

         그녀의 말이 맞아.

         이제는 경찰에 연락해야할 단계일지도 몰라.

오사무 : 경찰...

키헤 :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최악의 사태도 생각...

오사무 : 그런 소리 하지마세요!

         미토코짱은 당연히 무사할거예요!

요시노리 : 근거도 없는 낙관론을 믿고,

           끝까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그것도 좋지만.

영감님이나 쿠마자키씨의 말도 맞다.

하지만 경찰에 연락하면,

정보망이 넓어짐과 동시에, 소동도 확대되어,

더더욱 우리들의 불안을 부채질하고 말 것이다.

게다가...

분타로 : 하지만 경찰이 오면...

         이번 일이 무사히 해결된다고 해도, 주인 언니 어떡하나?

오사무 : .........

그래, 그렇다...

조서를 쓰는 단계에서,

경찰은 미토코짱의 현재 상황을 알게 된다.

그때, 그들은 우선 우리들에게 지시할 것이다.

그녀에게 [올바른] 보호자를 찾도록.

즉, 이번 사건이 무사히 해결된다고 해도,

새로운 시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로.

이건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

오사무 : 경찰한테 연락하죠.

히메오 : 오사무 씨...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미토코짱이 무사한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 따윈 없다.

설령 그녀의 상황에 경찰이나 주변에서 개입해,

더이상 여기에 있을 수 없게 된다고 해도...

어딘가에서 무사하고 행복하게 살수만 있다면, 난 그걸로 됐다.

...미토코짱이 뭘 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내 바람만 따지고 보면.

아사미 : 결정됐네.

         그럼 경찰한테는 내가 연락할게요.

         여러분은 친구나 아는 집에 연락해보시겠어요?

카야 : 알았어.

       왠지 지난달에도 똑같은 일을 했던 것 같지만.

분타로 : 그럼 나랑 쿠마짱은 주변을 찾아볼게.

         뭔가 있으면 영감한테 연락할게.

요시노리 : 나는, 돌아다니는 것보다 전화를 지키고 있는 게...

           시청률이 떨어지면 순직할 것 같아서.

분타로 : 리얼 타임으로 목숨이 위험한 건,

         점점 안색이 나빠져 등장 기회가 줄어드는

         베테랑 형사쪽이니까.

키헤 : 내 얼굴 보고 얘기하지 말아요!

아사미 : 오사무는...나랑 같이 경찰서로 가자.

         일단은, 보호자니까.

오사무 : 알았어...

아사미 : 근데, 당신은.........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야?

히메오 : 오사무 씨, 뭐야 이 여자...

         전처였다고 해서 이렇게 토코짱 일에

         참견해도 되는 거야?

오사무 : 나랑은 관계없이

         그녀는 미토코짱의 담임이니까요...

미토코짱이 무사하면 할수록,

나중에 난장판이 되는 건 틀림없겠지만.

히메오 : 사사키가 있었다면...사와시마 정보망을 이용할 수 있으면...

         왜 하필 이럴 때 입원을...

오사무 : 히메오 씨...

         지금 여기서 사사키씨를 탓하는 건 잘못이에요.

히메오 : 그치만, 그치만...

아사미 : ...그럼, 신고하기 전에 정보를 정리해보자.

         알았지, 오사무?

오사무 : ㅇ, 어...

약간 흥분한 분위기의 아사미가,

그래도 냉정함을 애써 유지하며,

단 한명의 외부자답게 이 상황을 정리한다.

...옛날에는 긴급 사태에 꽤 약했었는데 말이지.

혼자서 살아가면서 이렇게 강해져 버린건가?

.........

[버린건가]라는 건...실례인가.

아사미 : 아침에 검은 고급차가 아파트 앞에 섰었다고? 

         그게 몇 시쯤?

분타로 : 응, 리스토라랑 주인 언니가 나가고 바로였으니까,

         7시 45분 정도려나?

아사미 : 또 뭐 기억나는 건 없어요?

         차의 특징이라든가, 번호라든가.

분타로 : 아까도 말했지만...

         기껏해야 방 창문으로 내다본 거라서...

아사미 : 뭐든 좋아요...생각해봐요.

분타로 : 그렇게 말해도...

카야 : 요코하마 3XX...

오사무 : 에..?

카야 : 케...6XXX...려나.

       차는...크론

아사미 : ㄷ, 당신...봤어?

요시노리 : 방금 전까지 한 마디도 안 했잖아...?

카야 : 운전했던 건, 40대 정도로,

       회색 수트 입은 남자...

키헤 : 그런 자세한 부분까지...

       대체 어디서 봤나요?

       이건 중대한 단서다!

카야 : 어디서라니......지금 여기서.

오사무 : ...에?

카야 : 아, 집주인씨 내렸다.

       무사한가보네, 아무래도.

히메오 : ......에?

카야씨의 시선 앞에는,

문 앞에 서있는 한 대의 검은 고급차...

카야 : 어이~, 어서와~

       학교 땡땡이쳤다고?

       제법인걸~

미토코 : 카야 씨...

그리고 회색 수트 차림의 남성과,

교복 차림의 작은 여자 아이...

아사미 : .........에?

이렇게...

미토코짱의 납치 의혹은

전원의 오판이었다는 걸로, 평화적 해결을 맞이했다.

...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기에는,

아직 이때까지는 이번 사태를 가볍게 보고 있었다...

.........

오사무&히메오&아사미 : 에에에에에에에엣!?

무사함을 기뻐하는 포옹도

땡땡이를 혼내는 설교도...

미토코짱이 돌아오면 하려고 했던

그 이후의 계획은...

그녀와 같이 온 남자 때문에

전부 날아갔다.

정장남 : 거짓말도 착오도 사기도 아닙니다.

         분명히 이건 히노사카가(家)의 인감입니다.

         ...이 서류에는 법적 구속력이 있습니다.

오사무 : 그, 그, 그...그런...

히메오 : 왜 이제와서...

미토코 : .........

침묵에 휩싸인 미토코짱의 방과는 대조적으로...

분타로 : 어, 어떻게 된거야 이거...?

요시노리 : 다시 말해, 10년도 더 된 빚을 갚으라는 소리야.

카야 : 갚지 못하면,

       담보로 잡힌 이 땅을 가져가겠다나봐.

키헤 : 빼앗은 아파트를 부수고,

       거기다 맨션을 짓는다는 듯.

분타로 : .........

요시노리 : .........

카야 : .........

키헤 : .........

분타로&요시노리&카야&키헤 : 에에에에에에에에엣!?

오사무 : 저기요!

         훔쳐 듣는 건 뭐라 안 할테니까, 조용히 해주세요!

오사무 : ㅈ, 죄송합니다...

정장남 : 아뇨, 세입자 분들이 놀라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아, 소개가 늦었습니다만, 저는 조우사이(城西) 건설의 니시카와라고 합니다.

오사무 : 아, 정중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는 미치하마 상사의 요시무라라고 합니다.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아사미 : 저기 오사무...

         당신이 명함을 줄 필요는 없잖아?

히메오 : ㄷ, 당신이 뭐라고 할 필요 없는 것 같은데요!

         오사무씨는 내 부하니까요!

아사미 : 당신, 아직도 하고 있었어? 중역 놀이.

히메오 : 놀이가 뭐야 놀이가!

         난 언젠가 사와시마 그룹의 중추를 맡게 될 거라고?

         ...뭐, 우수한 반려자가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만.

오사무 : 미안한데요, 본건이랑 전혀 관계없는 것 갖고

         괜한 말다툼은 삼가주세요.

미토코 : .........

방금전에 문너머에서의 잡담에 대해 주의줬는데 말이지...

오사무 : 니시카와...사장님, 이시라구요?

니시카와 : 예, 뭐 작은 회삽니다.

받아본 명함에는,

[주식회사 조우사이 건설 대표이사 니시카와 신고]

라고 적혀 있었다.

부동산 거래 회사...즉, 동업.

주소는 차 번호판과 같은 카나카와현(縣) 요코하마시(市).

눈앞의 40대 남성이 사장이라는 걸 보면,

규모도 그다지 크지 않은, 아직 작은 회사인 것 같다.

오사무 : 그, 그래서...

         이 차용증서는 대체 어떤 경위로 그쪽에...?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은,

명함보다도 그 옆에 있는 A4 크기의 종이 한장에 쏠려 있다.

니시카와 : 으음...실은 우연한 기회에 입수한 것으로.

그건 한장의 증서.

거기에 적혀있는 내용은,

심플&흔해빠진 것으로.

따라서, 특징적인 키워드를 늘어놓은 것만으로도

그 종이의 내용은 일목요연해서.

[카미코지마 준이치로 님]

[금 100만엔]

[확실히 차용]

[반환 불능의 경우]

[히가시하기모리 3가 24번지의 토지, 가옥]

[담보로써 제공]

[19XX년 9월 1일]

[히노사카 호노카]

다시 말해...

방금 문 밖에서 들었던 내용과 똑같다는.

호노카씨가 10년도 더 이전에

지인에게 빌렸던 차용 증서가,

지금에서야 이렇게 백일하에 드러나게 됐다고 하는...

니시카와 : 이 카미코지마라는 분...

           예전에는 바로 이 근처에 사셨다는 것 같아요.

오사무 : 미토코짱, 들은 적 있어?

미토코 : ...(도리도리)

오사무 :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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