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무 : ...?
히메오 : .........훈기에 취한 것 같아서.
오사무 : 뭐가 그런 게 아니라구요?
히메오 : 신경쓰지마.
별거 아니니까.
오사무 : ㄴ, 네...
...역시 취한 거 아닌가?
누군가의 술냄새에.
.........
히메오 : 스으으...하아아...
오사무 : .........
히메오 : 스으으으으~ 하아아아아~
오사무 : 으, 으힉!
히메오 : 왜 그래? 취했어?
오사무 :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아니 근데, 저기...
히메오 : 응?
오사무 : 지금은 그렇게 붙지 않아도 괜찮아요.
히메오 : .........
히메오씨를 문쪽에 세우고, 내가 필사적으로 바리케이트를 만들어,
어떻게든 그녀가 있는 공간에 한 사람분 이상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히메오씨는 나한테 딱 달라붙어
엄청 답답해하고 있다.
히메오 : .........스으으으으으~
오사무 : 으하앗...
따라서, 그녀의 숨결이, 와이셔츠 너머로까지
내 가슴에 밀려와, 엄청 간지럽다.
히메오 : 음...하아아아아~
오사무 : 좀 더 문쪽으로...
히메오 : 싫어, 세균이 묻을지도 모르는 걸.
오사무 : 그런 걸 신경쓸거면 전철 같은 걸...
히메오 : 그러게, 빨리 안 돌아오려나, 사사키.
이런 걸 3일이나 겪으면 비명지를 것 같아.
음...스으으으으~
오사무 : 흐윽...
마침내, 히메오씨는 아무 거리낌없이,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심호흡을 시작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꽤 기분좋은 표정으로,
내 가슴 부근의 공기만을 열심히 들이마신다.
오사무 : 저기...
히메오 : 뭐야 아까부터. 짜증나게.
오사무 : 내 등뒤로 팔을 감을 필요는?
히메오 : 음~, 스으으으으으~
.........
......
...
키노시타 : 아~아, 된통 당하셨네요, 요시무라 씨.
오늘 전철타고 오셨죠?
오사무 : 에? 뭐가요?
키노시타 : 거기요, 와이셔츠에 가슴 부분.
그거, 잘 안 지워질걸요?
오사무 : 가슴...엇, 아악!?
히메오 : ..........
키노시타씨가 가리킨, 와이셔츠 가슴 주머니 부분...
거긴 완전, 멋지기까지 한, 붉고 진하게 남아있는 입술 모양.
키노시타 : 보통은 목부분에 묻는데,
요시무라씨는 키가 크시니까...
오사무 : 저, 저기...
오늘은 거래처 약속이 3군데나...
히메오 : 바보네~, 제2비서.
예쁜 사람이 가까이 있어서 멍하니 있었던 거 아냐?
오사무 : 히메!?
...사, 사와시마 씨, 그런 말씀은.
오늘 전철 안에서, 내 앞에 섰던 여성은,
아무리 생각해도 한 명밖에 없었는데...
히메오 : 풋...흐흐흐흐흐,
프흐흐흐흐...아하하하하핫
혹시...일부러?
.........
히메오 : 이 시간대에는 전철에 술냄새가 장난 아니네...
정말, 못 살겠어.
오사무 : .........
금요일.
오후 10시를 넘긴 전철 안은, 주말을 맞이해,
평소보다 들뜬 사람들이 많았다.
히메오 : 아~아, 오늘 하루만에 옷이 엄청 더러워졌어.
술에, 담배에, 배기 가스...거기다 거리 냄새까지.
오사무 : .........
도내의 3군데 출장처를,
우리들은 지하철과 J○와 버스를 갈아탔고,
걸음 걸이는 항상 종종 걸음이었다.
히메오 : 피곤하고 짜증나는 하루였지만...
그래도 어엿한 사회인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네?
오사무 : 하아아아아...
히메오 : 어라, 내 옷에 또 하나 냄새가 밴 것 같아.
...당신의 그 짜증스러움이 말야?
오사무 : 저기 말이죠...
히메오 : 좀 실수한 것 갖고 그렇게 좌절하지마.
거래처 사람들도 별 얘기 안 했잖아.
오사무 : 오늘 일로 당신한테 위로받는 게,
얼마나 굴육적이고 말도 안되고 납득이 안 가는지
밤새도록 가르쳐 드릴까요!?
히메오 : 아하하하하하...
오늘의 당신, 평소보다 1미터는 줄어든 것 같았다고~
오사무 : 으으으으으...
불행은 겹쳐오는 것으로...
아침부터 강행 스케줄이었기 때문에 얼룩 제거도 못하고,
(주로 히메오씨의)재정 상태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갈아입을 셔츠도 못 사서...
셔츠 가슴 부분에 커다란 키스마크를 달고 다닌 나는,
회의 상대의 시선과, 말려 올라간 입끝을,
보지 않도록 하는데에 엄청난 신경을 썼다.
덕분에 상담은 개판이었다.
...라기보다, 결과 그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걸로 봐서
대부분 히메오씨의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히메오 : 자자 화내지마.
그냥 좀 큰 마킹이잖아.
오사무 : 무슨 마킹이요...
히메오 : 오늘은 시치미떼도 소용없어.
후후훗
오사무 : 으...
그렇게 자연&노골적으로
내 팔을 감아오는 히메오 씨.
그, 왼팔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과,
아침과 같이 은은하게 풍겨오는 기분좋은 향기에,
순식간에 말려넘어갈 분위기가 된다.
히메오 : 뭐, 첫 만원 지하철은 괴로웠지만,
오늘은 그냥 넘어갈까.
재밌는 것도 봤으니.
오사무 : ...다음주부터는 같이 안 갈테니까요.
실수로 최종치한전차에 타도 전 모르니까요?
히메오 : 오사무 씨...
내가 그런꼴을 당하면 가만히 있을 수 있어?
오사무 : ...최소한 오늘 같은 행동은 하지 마세요.
히메오 :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
당신의 향기에 빠져서 나도 모르게.
오사무 : .........그럼 적어도, 립스틱은 회사에서 하는 걸로.
히메오 : 왠지 그것도 좀 이상하지만...
알았어, 그거라면 생각해볼게.
전철 안에서 필요 이상으로 나한테 붙는 건,
생각해볼 여지가 없는 건가요...
대기업 사장의 딸에, 중소 기업의 중역에,
일류 여대의 학생에, 영문을 알 수 없는 적의.
그게 지금은, 내 팔에 엉겨붙어,
해맑은 미소와 꾸밈없는 애정을 발산하고 있다.
...이 세상은 장밋빛으로 되었다는 말은 정말이군.
설령 그런 일이 천문학적인 확률이라고 해도.
.........
오사무 : .........
히메오 : .........
그렇게, 서로 살갑게 떠들고, 마치 연인사이처럼...
아니, 마치가 맞는 표현인지는 제쳐두고, 귀갓길을 걸어온 우리들은.
우리들의 목적지에 다다르자,
갑자기 할 말을 잃고, 침울한 분위기가 돼 버린다.
거기에는, [헤어지기 싫은 서운함]이라는,
일반적인 남녀가 갖는 감정뿐만 아니라...
오사무 : 저기...어떡할래요?
오랜만에 미토코짱 좀 보고 갈래요?
히메오 : 으으응(아니), 됐어...
우리 [세 사람]이 갖고 있는,
미묘한 불편함이 깔려있는 이유로.
.........
그날 밤 이후...
미토코짱과의 사이에 비밀이 없는 히메오씨는,
말을 조심스레 고르며, 나와의 일에 대해서 솔직하게 얘기했다.
그리고 나도...모든 것을 고백했다.
나의 히메오씨에 대한 마음을,
본인보다도 먼저 미토코짱에게 전한,
그날 밤처럼.
미토코 : [거봐?
그러니까 사이좋게 지내라고 한 거라고.
두 사람 다, 그동안 쭉 서로를 의식해왔으니까]
미토코짱은 웃어주었다.
축복해줬다.
맛있는 식사를 차려줬다.
그리고...
그날부터, 미소띤채로, 눈을 마주쳐주지 않았다.
오사무 : 저기, 내가 있는게 불편하면,
단 둘이 얘기해보는 게...
히메오 : 저번에 그래봤어.
...중간에 쫓겨났지만.
오사무 : 그런, 가요.
그리고 우리들은, 두 사람 다 가정교사에서 해고...
원만퇴직, 당했다.
우리 둘 다 강하게 반대했지만,
정말로 일이 바쁘다는 사실과,
모의 고사의 성적표가, 우리들의 반론을 봉쇄했다.
학년 석차 9위...
미토코짱의 노력은 뚜렷한 결실을 맺어,
슈우센대 부속고 장학생을, 사정권내로 좁혀놨다.
미토코 : [앞으로는 나를 위해서 더 노력할거야.
그렇게 두 사람의 부담을 줄여나갈 테니까...
그러니까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서 노력해, 응?]
그날의 식탁은, 최후의 만찬이라는 듯,
우리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테이블 가득 놓였고,
미토코짱의 웃음 소리만이 가득했다.
히메오 : 이제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말야.
이제야 토코짱이 진심으로 내게 기대줘서...
오사무 : 미안해요, 나 때문에.
히메오 : 오사무 씨 때문이라니...왜 그렇게 생각해?
오사무 : 히메오 씨...
히메오 : 당신은, 자신이 뭘 했다고 생각하는데?
날 올려다보는 히메오씨의 눈은, 불안과, 의문과, 애절함과...
그리고 어째서인지 기대에 가득찬, 언밸런스한 빛을 띄고 있었다.
오사무 : 그건, 저기, 미토코짱에게 소중한 언니를, 그...
가, 가로채가는 듯한 짓을.
히메오 : 가로챘구나.
날.
오사무 : 아! 아뇨, 그런 건방진 소리가 아니라...
으음, 그,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히메오 : 적어도 [뺏었다]든가, [떨어뜨렸다]든가,
아니면 [강제로]를 붙인다든가...?
오사무 : 그, 그렇게 강제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어요!
...그렇죠?
히메오 : 그래...후훗.
상대가 마음을 전하기 전까지는 결코 움직이려하지 않는,
비겁의 화신 같은 사람이었어.
오사무 : 아니, 그렇게까지 얘기할건 없다고 보는데요...
히메오 : 그러니까, 이번 일은 내 탓.
토코짱이 좋아하는 아저씨를,
토코짱과는 다른 의미로 좋아하게 된 내 책임.
오사무 : 그러니까 전 아저씨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난 히메오씨를 언니라고 표현해줬는데...
히메오 : 그런 건 신경쓰지마.
당신이랑 나는, 나이차가 좀 날뿐인 평범한 남과 여야.
오사무 : 왜 말을 바꿔도 자꾸 미묘하게 바꾸나요...
같은 20대인데...뒷자리만 차이나는데...
그야, 그녀가 태어난 년도의 기억은 뚜렷이 남아있지만.
히메오 : 하지만 말야...
난 당신이 [아저씨]여서...
나보다 훨씬 [어른]이었기 때문에 좋아하게 된 거라 생각해.
오사무 : 그건, 혹시...
히메오 : 그런 게 아니라...으으응(아니), 그런 걸까?
무조건 혼내는 게 신선했던 건지도.
난 그녀의 머리속에서,
그 희대의 뛰어난 기업가와 비교되고 있는 걸까...?
만약 대면하게 되면, 한번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두번 다시 거스르지 못할 자신감에 흘러넘치고 있는데.
히메오 : 내 주변에 있던 남자들은 다, 날 어른으로 대하든가,
아니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귀여워해주기만 했어.
오사무 : 아, 왠지 알 것 같아요.
그 파티에 갔을 때,
사와시마 그룹의 높은 분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히메오짱]이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대했었지.
아무리 총수의 딸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들의 호의를 독점하다니,
아무래도 그녀는 남에게 사랑받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그건...나 같은 일반 시민까지 포함해서.
히메오 : 풋내기 취급은 하지만, 결코 어린애 취급은 하지 않고,
혼내고, 타이르고, 내버려두고, 짓궂게 굴고, 울리고,
...마지막에는 부드럽게 웃어주는 사람 따윈, 없었어.
오사무 : 히메오, 씨
그런데 그녀는, 그런 대단한 총애보다도,
이런 흔해빠진 나 같은 놈의 변변치 않은 애정을 원했다.
히메오 : 저기 말야, 오사무 씨.
오사무 : 왜요?
히메오 : 나, 설사 토코짱한테 미움받는다고 해도,
절대로 그녀의 언니를 포기할 생각은 없으니까.
오사무 : 나도...어떤 일이 있더라도,
미토코짱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에는 변함 없어요.
애당초 우리들이 이렇게 된 건,
그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하는, 당시 유일한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히메오 : 그러니까 말야...만약, 언젠가,
토코짱을 선택할지, 오사무씨를 선택할지의 선택지가 놓여진다면...
그 무렵과 비교해, 서로에 대한 감정은,
꽤 많이 변했지만.
하지만 지금도 우리들의 전제조건은,
전혀 빛바래지 않고, 두 사람의 끈을 더욱 굳게 이어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히메오 : .........
오사무 : 히메오 씨?
히메오 : 으..으, 흐흑...으, 으으...
오사무 : 에에에에에에!?
그런 그 아이에게 미움받고 있다고,
머리속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된다.
히메오 : 싫어, 싫어, 싫어...
나, 두 사람 다 너무 좋아...
절대 떨어지고 싶지 않아...
오사무 : 혼자 멋대로 상상하고 괴로워하지 말아요!
히메오 : 날 놓치지마 오사무 씨...
날 사랑한다고 해줘. 그리고 사랑을 보여줘.
응? 말과 행동으로 날 안심시켜줘...
오사무 : .........아~~
따라서 나는, 오늘도, 4호실로 돌아가기 전에,
언제나처럼 [어딘가]를 들른다.
.........
히메오 : 으, 으음...츄...아음, 하으, 으...
오사무 : 음, 으...으음
히메오 : 하아, 아, 아...오사무 씨, 아아...
음, 음, 음...츄웁...음,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