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2화 (72/87)

오사무 : ...?

히메오 : .........훈기에 취한 것 같아서.

오사무 : 뭐가 그런 게 아니라구요?

히메오 : 신경쓰지마.

         별거 아니니까.

오사무 : ㄴ, 네...

...역시 취한 거 아닌가?

누군가의 술냄새에.

.........

히메오 : 스으으...하아아...

오사무 : .........

히메오 : 스으으으으~ 하아아아아~

오사무 : 으, 으힉!

히메오 : 왜 그래? 취했어?

오사무 :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아니 근데, 저기...

히메오 : 응?

오사무 : 지금은 그렇게 붙지 않아도 괜찮아요.

히메오 : .........

히메오씨를 문쪽에 세우고, 내가 필사적으로 바리케이트를 만들어,

어떻게든 그녀가 있는 공간에 한 사람분 이상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히메오씨는 나한테 딱 달라붙어

엄청 답답해하고 있다.

히메오 : .........스으으으으으~

오사무 : 으하앗...

따라서, 그녀의 숨결이, 와이셔츠 너머로까지

내 가슴에 밀려와, 엄청 간지럽다.

히메오 : 음...하아아아아~

오사무 : 좀 더 문쪽으로...

히메오 : 싫어, 세균이 묻을지도 모르는 걸.

오사무 : 그런 걸 신경쓸거면 전철 같은 걸...

히메오 : 그러게, 빨리 안 돌아오려나, 사사키.

         이런 걸 3일이나 겪으면 비명지를 것 같아.

         음...스으으으으~

오사무 : 흐윽...

마침내, 히메오씨는 아무 거리낌없이,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심호흡을 시작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꽤 기분좋은 표정으로,

내 가슴 부근의 공기만을 열심히 들이마신다.

오사무 : 저기...

히메오 : 뭐야 아까부터. 짜증나게.

오사무 : 내 등뒤로 팔을 감을 필요는?

히메오 : 음~, 스으으으으으~

.........

......

...

키노시타 : 아~아, 된통 당하셨네요, 요시무라 씨.

           오늘 전철타고 오셨죠?

오사무 : 에? 뭐가요?

키노시타 : 거기요, 와이셔츠에 가슴 부분.

           그거, 잘 안 지워질걸요?

오사무 : 가슴...엇, 아악!?

히메오 : ..........

키노시타씨가 가리킨, 와이셔츠 가슴 주머니 부분...

거긴 완전, 멋지기까지 한, 붉고 진하게 남아있는 입술 모양.

키노시타 : 보통은 목부분에 묻는데,

           요시무라씨는 키가 크시니까...

오사무 : 저, 저기...

         오늘은 거래처 약속이 3군데나...

히메오 : 바보네~, 제2비서.

         예쁜 사람이 가까이 있어서 멍하니 있었던 거 아냐?

오사무 : 히메!?

         ...사, 사와시마 씨, 그런 말씀은.

오늘 전철 안에서, 내 앞에 섰던 여성은,

아무리 생각해도 한 명밖에 없었는데...

히메오 : 풋...흐흐흐흐흐,

         프흐흐흐흐...아하하하하핫

혹시...일부러?

.........

히메오 : 이 시간대에는 전철에 술냄새가 장난 아니네...

         정말, 못 살겠어.

오사무 : .........

금요일.

오후 10시를 넘긴 전철 안은, 주말을 맞이해,

평소보다 들뜬 사람들이 많았다.

히메오 : 아~아, 오늘 하루만에 옷이 엄청 더러워졌어.

         술에, 담배에, 배기 가스...거기다 거리 냄새까지.

오사무 : .........

도내의 3군데 출장처를,

우리들은 지하철과 J○와 버스를 갈아탔고,

걸음 걸이는 항상 종종 걸음이었다.

히메오 : 피곤하고 짜증나는 하루였지만...

         그래도 어엿한 사회인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네?

오사무 : 하아아아아...

히메오 : 어라, 내 옷에 또 하나 냄새가 밴 것 같아.

         ...당신의 그 짜증스러움이 말야?

오사무 : 저기 말이죠...

히메오 : 좀 실수한 것 갖고 그렇게 좌절하지마.

         거래처 사람들도 별 얘기 안 했잖아.

오사무 : 오늘 일로 당신한테 위로받는 게,

         얼마나 굴육적이고 말도 안되고 납득이 안 가는지

         밤새도록 가르쳐 드릴까요!?

히메오 : 아하하하하하...

         오늘의 당신, 평소보다 1미터는 줄어든 것 같았다고~

오사무 : 으으으으으...

불행은 겹쳐오는 것으로...

아침부터 강행 스케줄이었기 때문에 얼룩 제거도 못하고,

(주로 히메오씨의)재정 상태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갈아입을 셔츠도 못 사서...

셔츠 가슴 부분에 커다란 키스마크를 달고 다닌 나는,

회의 상대의 시선과, 말려 올라간 입끝을,

보지 않도록 하는데에 엄청난 신경을 썼다.

덕분에 상담은 개판이었다.

...라기보다, 결과 그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걸로 봐서

대부분 히메오씨의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히메오 : 자자 화내지마.

         그냥 좀 큰 마킹이잖아.

오사무 : 무슨 마킹이요...

히메오 : 오늘은 시치미떼도 소용없어.

         후후훗

오사무 : 으...

그렇게 자연&노골적으로

내 팔을 감아오는 히메오 씨.

그, 왼팔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과,

아침과 같이 은은하게 풍겨오는 기분좋은 향기에,

순식간에 말려넘어갈 분위기가 된다.

히메오 : 뭐, 첫 만원 지하철은 괴로웠지만,

         오늘은 그냥 넘어갈까.

         재밌는 것도 봤으니.

오사무 : ...다음주부터는 같이 안 갈테니까요.

         실수로 최종치한전차에 타도 전 모르니까요?

히메오 : 오사무 씨...

         내가 그런꼴을 당하면 가만히 있을 수 있어?

오사무 : ...최소한 오늘 같은 행동은 하지 마세요.

히메오 :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

         당신의 향기에 빠져서 나도 모르게.

오사무 : .........그럼 적어도, 립스틱은 회사에서 하는 걸로.

히메오 : 왠지 그것도 좀 이상하지만...

         알았어, 그거라면 생각해볼게.

전철 안에서 필요 이상으로 나한테 붙는 건,

생각해볼 여지가 없는 건가요...

대기업 사장의 딸에, 중소 기업의 중역에,

일류 여대의 학생에, 영문을 알 수 없는 적의.

그게 지금은, 내 팔에 엉겨붙어,

해맑은 미소와 꾸밈없는 애정을 발산하고 있다.

...이 세상은 장밋빛으로 되었다는 말은 정말이군.

설령 그런 일이 천문학적인 확률이라고 해도.

.........

오사무 : .........

히메오 : .........

그렇게, 서로 살갑게 떠들고, 마치 연인사이처럼...

아니, 마치가 맞는 표현인지는 제쳐두고, 귀갓길을 걸어온 우리들은.

우리들의 목적지에 다다르자,

갑자기 할 말을 잃고, 침울한 분위기가 돼 버린다.

거기에는, [헤어지기 싫은 서운함]이라는,

일반적인 남녀가 갖는 감정뿐만 아니라...

오사무 : 저기...어떡할래요?

         오랜만에 미토코짱 좀 보고 갈래요?

히메오 : 으으응(아니), 됐어...

우리 [세 사람]이 갖고 있는,

미묘한 불편함이 깔려있는 이유로.

.........

그날 밤 이후...

미토코짱과의 사이에 비밀이 없는 히메오씨는,

말을 조심스레 고르며, 나와의 일에 대해서 솔직하게 얘기했다.

그리고 나도...모든 것을 고백했다.

나의 히메오씨에 대한 마음을,

본인보다도 먼저 미토코짱에게 전한,

그날 밤처럼.

미토코 : [거봐?

          그러니까 사이좋게 지내라고 한 거라고.

          두 사람 다, 그동안 쭉 서로를 의식해왔으니까]

미토코짱은 웃어주었다.

축복해줬다.

맛있는 식사를 차려줬다.

그리고...

그날부터, 미소띤채로, 눈을 마주쳐주지 않았다.

오사무 : 저기, 내가 있는게 불편하면,

         단 둘이 얘기해보는 게...

히메오 : 저번에 그래봤어.

         ...중간에 쫓겨났지만.

오사무 : 그런, 가요.

그리고 우리들은, 두 사람 다 가정교사에서 해고...

원만퇴직, 당했다.

우리 둘 다 강하게 반대했지만,

정말로 일이 바쁘다는 사실과,

모의 고사의 성적표가, 우리들의 반론을 봉쇄했다.

학년 석차 9위...

미토코짱의 노력은 뚜렷한 결실을 맺어,

슈우센대 부속고 장학생을, 사정권내로 좁혀놨다.

미토코 : [앞으로는 나를 위해서 더 노력할거야.

          그렇게 두 사람의 부담을 줄여나갈 테니까...

          그러니까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서 노력해, 응?]

그날의 식탁은, 최후의 만찬이라는 듯,

우리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테이블 가득 놓였고,

미토코짱의 웃음 소리만이 가득했다.

히메오 : 이제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말야.

         이제야 토코짱이 진심으로 내게 기대줘서...

오사무 : 미안해요, 나 때문에.

히메오 : 오사무 씨 때문이라니...왜 그렇게 생각해?

오사무 : 히메오 씨...

히메오 : 당신은, 자신이 뭘 했다고 생각하는데?

날 올려다보는 히메오씨의 눈은, 불안과, 의문과, 애절함과...

그리고 어째서인지 기대에 가득찬, 언밸런스한 빛을 띄고 있었다.

오사무 : 그건, 저기, 미토코짱에게 소중한 언니를, 그...

         가, 가로채가는 듯한 짓을.

히메오 : 가로챘구나.

         날.

오사무 : 아! 아뇨, 그런 건방진 소리가 아니라...

         으음, 그,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히메오 : 적어도 [뺏었다]든가, [떨어뜨렸다]든가,

         아니면 [강제로]를 붙인다든가...?

오사무 : 그, 그렇게 강제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어요!

         ...그렇죠?

히메오 : 그래...후훗.

         상대가 마음을 전하기 전까지는 결코 움직이려하지 않는,

         비겁의 화신 같은 사람이었어.

오사무 : 아니, 그렇게까지 얘기할건 없다고 보는데요...

히메오 : 그러니까, 이번 일은 내 탓.

         토코짱이 좋아하는 아저씨를,

         토코짱과는 다른 의미로 좋아하게 된 내 책임.

오사무 : 그러니까 전 아저씨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난 히메오씨를 언니라고 표현해줬는데...

히메오 : 그런 건 신경쓰지마.

         당신이랑 나는, 나이차가 좀 날뿐인 평범한 남과 여야.

오사무 : 왜 말을 바꿔도 자꾸 미묘하게 바꾸나요...

같은 20대인데...뒷자리만 차이나는데...

그야, 그녀가 태어난 년도의 기억은 뚜렷이 남아있지만.

히메오 : 하지만 말야...

         난 당신이 [아저씨]여서...

         나보다 훨씬 [어른]이었기 때문에 좋아하게 된 거라 생각해.

오사무 : 그건, 혹시...

히메오 : 그런 게 아니라...으으응(아니), 그런 걸까?

         무조건 혼내는 게 신선했던 건지도.

난 그녀의 머리속에서,

그 희대의 뛰어난 기업가와 비교되고 있는 걸까...?

만약 대면하게 되면, 한번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두번 다시 거스르지 못할 자신감에 흘러넘치고 있는데.

히메오 : 내 주변에 있던 남자들은 다, 날 어른으로 대하든가,

         아니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귀여워해주기만 했어.

오사무 : 아, 왠지 알 것 같아요.

그 파티에 갔을 때,

사와시마 그룹의 높은 분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히메오짱]이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대했었지.

아무리 총수의 딸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들의 호의를 독점하다니,

아무래도 그녀는 남에게 사랑받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그건...나 같은 일반 시민까지 포함해서.

히메오 : 풋내기 취급은 하지만, 결코 어린애 취급은 하지 않고,

         혼내고, 타이르고, 내버려두고, 짓궂게 굴고, 울리고,

         ...마지막에는 부드럽게 웃어주는 사람 따윈, 없었어.

오사무 : 히메오, 씨

그런데 그녀는, 그런 대단한 총애보다도,

이런 흔해빠진 나 같은 놈의 변변치 않은 애정을 원했다.

히메오 : 저기 말야, 오사무 씨.

오사무 : 왜요?

히메오 : 나, 설사 토코짱한테 미움받는다고 해도,

         절대로 그녀의 언니를 포기할 생각은 없으니까.

오사무 : 나도...어떤 일이 있더라도,

         미토코짱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에는 변함 없어요.

애당초 우리들이 이렇게 된 건,

그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하는, 당시 유일한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히메오 : 그러니까 말야...만약, 언젠가,

         토코짱을 선택할지, 오사무씨를 선택할지의 선택지가 놓여진다면...

그 무렵과 비교해, 서로에 대한 감정은,

꽤 많이 변했지만.

하지만 지금도 우리들의 전제조건은,

전혀 빛바래지 않고, 두 사람의 끈을 더욱 굳게 이어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히메오 : .........

오사무 : 히메오 씨?

히메오 : 으..으, 흐흑...으, 으으...

오사무 : 에에에에에에!?

그런 그 아이에게 미움받고 있다고,

머리속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된다.

히메오 : 싫어, 싫어, 싫어...

         나, 두 사람 다 너무 좋아...

         절대 떨어지고 싶지 않아...

오사무 : 혼자 멋대로 상상하고 괴로워하지 말아요!

히메오 : 날 놓치지마 오사무 씨...

         날 사랑한다고 해줘. 그리고 사랑을 보여줘.

         응? 말과 행동으로 날 안심시켜줘...

오사무 : .........아~~

따라서 나는, 오늘도, 4호실로 돌아가기 전에,

언제나처럼 [어딘가]를 들른다.

.........

히메오 : 으, 으음...츄...아음, 하으, 으...

오사무 : 음, 으...으음

히메오 : 하아, 아, 아...오사무 씨, 아아...

         음, 음, 음...츄웁...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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