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3화 (63/87)

히메오 : 아, 그건...이 얘기랑은 관계없으니까 넘어가

미토코 : 그럼...사랑이란 얘기는?

         히메오 언니, 오사무군의 사랑을 원해?

히메오 : 으음...그것도 이 얘기랑은 관계없으니까.

.........

미토코 : 히메오 언니가...내 언니!?

히메오 : ...라고 생각했었다고~

         처음 만나고 일년동안은 말야.

미토코 : 그런...

         나, 히메오 언니의 아버지랑

         어렸을 때 만난적이 있었구나...

히메오 : 자~, 이거...

         내 소중한 보물.

미토코 : 으아아아아아~...이거 나?

         싫어, 싫어, 싫어...어떡해 이거.

히메오 : 아하하...하지만 이거, 효과 만점이었다고.

         오사무씨도 단번에 믿어버렸으니까.

미토코 : 그야...나도 그런 소리 들으면 믿어버릴지도.

         내 아버지가 사실은 살아있고,

         게다가 히메오 언니가 친언니라니.

히메오 : ...싫지 않아?

         서운하지 않아?

미토코 : 어째서?

히메오 : 내 아버지...세상의 평판이 나쁘잖아.

         그리고 친척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다툼 같은 게 있어서.

미토코 : 아~, 전에도 얘기했었지.

히메오 : 그리고, 어머니한테서 들은,

         진짜 아버지의 추억을 더럽히지 않을까해서.

         우리 아버지, 전혀 따뜻하지 않은 눈빛을 하고 있으니까.

미토코 : 응...확실히 외모는 좀 무섭네.

         나도 이렇게나 울어대고 있고.

히메오 : 누구든 울겠지.

         이런 무서운 아저씨한테 안기면.

미토코 : 아하하...하지만 말야,

         눈은 무섭지만, 필사적으로 웃고 계시네.

히메오 : 그게 더 무섭지.

         나 어렸을 때도, 분명 이랬겠지.

미토코 : ...역시, 그런 소리를 들으면 믿게 되겠지.

         인간은 자신에게 달콤한 소리만 믿게 된다고 하니.

         그래서 사기 같은 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야.

히메오 : ...에?

미토코 : 뭐니해도 내앞에 있는 진실은,

         히메오 언니가 있고, 아버지도 건강하다는,

         단지 그것밖에 없으니까.

히메오 : 토코짱...

미토코 : 응, 기뻐. 그게 당연해.

         정말로 히메오 언니가 내 친언니였으면 좋았을 텐데...

히메오 : .........

미토코 : 자, 여기.

         그치만 또 보고 싶어지면 보여줘?

히메오 : 결국...저 남자가 말한대로인가...

미토코 : 에?

히메오 : 도대체 뭘까, 저 사람은...

미토코 : ...오사무 군?

히메오 : 힘들게 속여서 가슴이 후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소리를 하니까 말이지...

미토코 : 그런, 소리?

히메오 : 결국, 그날도 끝까지 잠들지 못해서.

         왜냐하면, 그때의 일...떠올라서.

미토코 : 그때라니...?

히메오 : 다음날 아침, 똑같이 졸려 보이는 그를 놀리면서,

         필사적으로 졸음을 참아서 말야.

미토코 : .........

히메오 : ㅇ, 어라?

         ...왠지 중간부터 일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가 돼 버렸네.

미토코 : ...그러게.

히메오 : 자 그럼!

         이걸로 나랑 토코짱 사이에 숨기는 일 없음!

         이제 잘까?

미토코 : ...응

히메오 : 아~...벌써 시간이 이렇게.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되는데.

미토코 : 걱정마.

         내가 잘 깨워줄 테니까.

히메오 : 믿고 잘게, 토코짱.

미토코 : 그럼, 잘 자.

히메오 : 잘 자.

         좋은 꿈 꾸자, 둘 다.

미토코 : 응...

히메오 : .........

미토코 : .........

히메오 : .........

미토코 : .........

히메오 : .........

미토코 : .........하나만 더, 알려줄 수 있을까?

히메오 : 응? 뭔데?

미토코 : 그래서 말야...같이 일해서 말야...

히메오 : 에~, 뭐가?

미토코 : 지금도...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히메오 : 으음.........그 사람 말야?

미토코 : 음~...

히메오 : 저 남자 말이지?

         요시무라 오사무.

미토코 : 으음, 뭐...

         그렇게 되려나...

히메오 : ...왜 그래?

         갑자기 말을 빙빙 돌리고?

미토코 : 그, 그러니까 말야...

         아무것도, 아니지?

히메오 : 으음...?

         아무것도 아니라니, 무슨 뜻?

미토코 : 에? 그건...

히메오 : 무슨 의미지...?

미토코 : 그, 그러니까.

히메오 : 최근에는 별로 이상한짓 안하는데, 그 사람.

         이번엔 일도 오래하고 있으니.

미토코 : 그, 그게...예를 들면 [좋다]나 [싫다]나.

히메오 : 으음, 그게 뭐야?

미토코 : 그, 그, 그러니까...

히메오 : 으음~?

미토코 : 그, 그...예를 들면 [여자]나 [남자]같은,

         그런 의미로.

히메오 : .........

미토코 : .........

히메오 : .........?

미토코 : ㅇ, 아냐 됐어!

         그냥 잊어버려...

(부스럭부스럭)

히메오 : 어머~~!?

미토코 : 에...?

히메오 : ㅇ, 이런, 안돼...약...

미토코 : ㅇ, 약?

히메오 : ㅇ, 있잖아, 숙취!

         아까 술냄새에 당한 것 같아!

미토코 : ㅇ, 이제와서?

히메오 : 그, 그치만...뜨거워, 답답해...

         ㅇ, 왠지 어질어질해졌어!

미토코 : ................에?

히메오 : ㅇ, 안돼...어디 있지...

         미안해 토코짱, 잠깐 불 좀 킬게.

미토코 : 히...히메오 언니.

(철컥)

히메오 : 어, 어딨지...분명 백 안에.........있다.

미토코 : .........

(끼익끼익...쏴아)

히메오 : 아~, 역시...눈이 새빨갛네!

         어쩐지 아까부터 가슴이 답답하다 했어.

미토코 : 어째서...

히메오 : 역시 술자리에는 못 가겠네.

         모처럼 회사 사람들이 권유하는데 말이지.

미토코 : 어째서...숨기지 않아?

.........

(짹짹짹...)

오사무 :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철컥)

미토코 : 아, 잠깐 기다려 오사무 군!

         나도 같이 갈래.

오사무 : 어라, 오늘은 일찍 가네, 미토코짱?

미토코 : 가끔은 말이지.

         예전에 세시에 일어났던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오사무 : 그야 그렇지만...

옛날에는 신문 배달에서 돌아온 후에,

자신의 식사(때에 따라서는 내 식사도)와 도시락을 만들고,

그래도 여유있게 학교에 갈 정도로, 초(超)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초]는 붙이지 말자고, 응?

미토코 : 그리고...

         일어났더니 히메오 언니는 벌써 나가고 없어서,

         아침에 시간이 좀 남아 버려서.

오사무 : 아하하...그녀도 극과 극을 달리니까 말이지.

미토코 : .........

(드르르륵)

처음엔 11시나 늦은 오후에,

그야말로 중역 출근이었지만

지금은 회사에서 누구보다 먼저 출근해서 바닥 청소를 하고 있다.

견습 사원으로서는 합격점.

정사원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모범.

중역이라면...부탁이니까 그만해줬으면 하는 일과.

오사무 : 하지만 벌써 한달 이상이나 계속하고 있으니까 말이지.

         정말, 다시 봤어 히메사마...라고 부르면 화내려나?

미토코 : 아하...

오사무 : ?

뭐지...

왠지 미토코짱의 반응이,

약간 어색하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

오사무 : 혹시, 아직 졸려?

미토코 : 그럴 리가 없잖아...자, 가자?

오사무 : ㅇ, 응...아

미토코짱은 천천히 나를 바라보더니

극히 자연스럽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주르르륵...주르르륵...)

히메오 : 후아아...

키노시타 : 후훗...이걸로 7번째네요.

히메오 : 아앗...!?

         미, 미안해요, 잠을 좀 못자서.

키노시타 : 임원이신데 매일 이렇게 일찍 오시니까 그래요.

           덕분에 저도 점점 일찍 오게 돼서.

히메오 : ㅁ, 미안해요...

         이런 부분에서도 민폐를 끼쳤네.

키노시타 : 아니요, 민폐라뇨 전혀.

           중역분과 매일 아침 잡담이 가능한 사원은 저뿐이 없으니까요.

히메오 : 중역 같은 건 골프 얘기를 하면 쉽게 친해질 수 있어요.

키노시타 : 골프...요?

히메오 : 사와시마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골프 얘기만 하는 임원이 있다나봐요.

         ...아버지한테 경질됐지만.

키노시타 : 아하하하하하...웃을 수만은 없네요.

히메오 : 그건 그렇고...그런가, 일찍 일어나는 건 역시 좋네.

         이렇게 키노시타씨랑 친해졌으니.

키노시타 :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제초 작업만 하는 교장 선생님 같은 걸요.

히메오 : 아, 그런 거 괜찮아.

         나 말이죠, 제초 작업이나 빈병 줍기 같은 거 잘해요.

키노시타 : 아하하하하...

           전무후무한 여대생 임원이시면서 이상해~

히메오 : 정말로 이상한 건 그쪽의 직함 같은데 말이지...

오사무 : 그래...그 얘기까지 술술...

미토코 : 히메오 언니는 큭큭 웃었지만 말야.

오사무 : 그 사람은...

미토코 : 그때, 오사무군이 뭐라고 했는지,

         히메오 언니가 전부 알려줬다고?

         ...진짜로, 한자한자 전부.

오사무 : ㄱ, 그, 그...사람은 정말~!

용서 못해...사와시마 히메오.

그녀따윈 이상한 카메라에 혼이 뺏겨버렸으면 좋겠다.

뭐니해도 젊으니.

미토코 : 정말로, 그런 창피한 소리를

         뻔뻔스럽게도 했구나?

오사무 : ㅁ, 무슨 소리!?

미토코 : [.........은, 반드시 제가 행복하게 만들 거예요]라는 거.

오사무 : 에? 뭐라고?

미토코 : [......짱은, 반드시 제가 행복하게 만들 거예요]

오사무 : ...안 들려.

         뭐라고 했어?

미토코 : .........됐어!

오사무 : 아, 잠깐!

         기다려 미토코짱1

미토코 : 미쳤다고 기다리냐~!

오사무 : [미토코짱은 반드시 제가 행복하게 만들 거예요!]

         ...말이지?

미토코 : ~~으!

히메오 : 에...?

키노시타 : 그러니까요...

           영업부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온통 그 소문이 퍼졌다고요.

히메오 : 나랑 오사무ㅆ......요시무라 비서가?

키노시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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