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오 : 아, 그건...이 얘기랑은 관계없으니까 넘어가
미토코 : 그럼...사랑이란 얘기는?
히메오 언니, 오사무군의 사랑을 원해?
히메오 : 으음...그것도 이 얘기랑은 관계없으니까.
.........
미토코 : 히메오 언니가...내 언니!?
히메오 : ...라고 생각했었다고~
처음 만나고 일년동안은 말야.
미토코 : 그런...
나, 히메오 언니의 아버지랑
어렸을 때 만난적이 있었구나...
히메오 : 자~, 이거...
내 소중한 보물.
미토코 : 으아아아아아~...이거 나?
싫어, 싫어, 싫어...어떡해 이거.
히메오 : 아하하...하지만 이거, 효과 만점이었다고.
오사무씨도 단번에 믿어버렸으니까.
미토코 : 그야...나도 그런 소리 들으면 믿어버릴지도.
내 아버지가 사실은 살아있고,
게다가 히메오 언니가 친언니라니.
히메오 : ...싫지 않아?
서운하지 않아?
미토코 : 어째서?
히메오 : 내 아버지...세상의 평판이 나쁘잖아.
그리고 친척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다툼 같은 게 있어서.
미토코 : 아~, 전에도 얘기했었지.
히메오 : 그리고, 어머니한테서 들은,
진짜 아버지의 추억을 더럽히지 않을까해서.
우리 아버지, 전혀 따뜻하지 않은 눈빛을 하고 있으니까.
미토코 : 응...확실히 외모는 좀 무섭네.
나도 이렇게나 울어대고 있고.
히메오 : 누구든 울겠지.
이런 무서운 아저씨한테 안기면.
미토코 : 아하하...하지만 말야,
눈은 무섭지만, 필사적으로 웃고 계시네.
히메오 : 그게 더 무섭지.
나 어렸을 때도, 분명 이랬겠지.
미토코 : ...역시, 그런 소리를 들으면 믿게 되겠지.
인간은 자신에게 달콤한 소리만 믿게 된다고 하니.
그래서 사기 같은 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야.
히메오 : ...에?
미토코 : 뭐니해도 내앞에 있는 진실은,
히메오 언니가 있고, 아버지도 건강하다는,
단지 그것밖에 없으니까.
히메오 : 토코짱...
미토코 : 응, 기뻐. 그게 당연해.
정말로 히메오 언니가 내 친언니였으면 좋았을 텐데...
히메오 : .........
미토코 : 자, 여기.
그치만 또 보고 싶어지면 보여줘?
히메오 : 결국...저 남자가 말한대로인가...
미토코 : 에?
히메오 : 도대체 뭘까, 저 사람은...
미토코 : ...오사무 군?
히메오 : 힘들게 속여서 가슴이 후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소리를 하니까 말이지...
미토코 : 그런, 소리?
히메오 : 결국, 그날도 끝까지 잠들지 못해서.
왜냐하면, 그때의 일...떠올라서.
미토코 : 그때라니...?
히메오 : 다음날 아침, 똑같이 졸려 보이는 그를 놀리면서,
필사적으로 졸음을 참아서 말야.
미토코 : .........
히메오 : ㅇ, 어라?
...왠지 중간부터 일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가 돼 버렸네.
미토코 : ...그러게.
히메오 : 자 그럼!
이걸로 나랑 토코짱 사이에 숨기는 일 없음!
이제 잘까?
미토코 : ...응
히메오 : 아~...벌써 시간이 이렇게.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되는데.
미토코 : 걱정마.
내가 잘 깨워줄 테니까.
히메오 : 믿고 잘게, 토코짱.
미토코 : 그럼, 잘 자.
히메오 : 잘 자.
좋은 꿈 꾸자, 둘 다.
미토코 : 응...
히메오 : .........
미토코 : .........
히메오 : .........
미토코 : .........
히메오 : .........
미토코 : .........하나만 더, 알려줄 수 있을까?
히메오 : 응? 뭔데?
미토코 : 그래서 말야...같이 일해서 말야...
히메오 : 에~, 뭐가?
미토코 : 지금도...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히메오 : 으음.........그 사람 말야?
미토코 : 음~...
히메오 : 저 남자 말이지?
요시무라 오사무.
미토코 : 으음, 뭐...
그렇게 되려나...
히메오 : ...왜 그래?
갑자기 말을 빙빙 돌리고?
미토코 : 그, 그러니까 말야...
아무것도, 아니지?
히메오 : 으음...?
아무것도 아니라니, 무슨 뜻?
미토코 : 에? 그건...
히메오 : 무슨 의미지...?
미토코 : 그, 그러니까.
히메오 : 최근에는 별로 이상한짓 안하는데, 그 사람.
이번엔 일도 오래하고 있으니.
미토코 : 그, 그게...예를 들면 [좋다]나 [싫다]나.
히메오 : 으음, 그게 뭐야?
미토코 : 그, 그, 그러니까...
히메오 : 으음~?
미토코 : 그, 그...예를 들면 [여자]나 [남자]같은,
그런 의미로.
히메오 : .........
미토코 : .........
히메오 : .........?
미토코 : ㅇ, 아냐 됐어!
그냥 잊어버려...
(부스럭부스럭)
히메오 : 어머~~!?
미토코 : 에...?
히메오 : ㅇ, 이런, 안돼...약...
미토코 : ㅇ, 약?
히메오 : ㅇ, 있잖아, 숙취!
아까 술냄새에 당한 것 같아!
미토코 : ㅇ, 이제와서?
히메오 : 그, 그치만...뜨거워, 답답해...
ㅇ, 왠지 어질어질해졌어!
미토코 : ................에?
히메오 : ㅇ, 안돼...어디 있지...
미안해 토코짱, 잠깐 불 좀 킬게.
미토코 : 히...히메오 언니.
(철컥)
히메오 : 어, 어딨지...분명 백 안에.........있다.
미토코 : .........
(끼익끼익...쏴아)
히메오 : 아~, 역시...눈이 새빨갛네!
어쩐지 아까부터 가슴이 답답하다 했어.
미토코 : 어째서...
히메오 : 역시 술자리에는 못 가겠네.
모처럼 회사 사람들이 권유하는데 말이지.
미토코 : 어째서...숨기지 않아?
.........
(짹짹짹...)
오사무 :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철컥)
미토코 : 아, 잠깐 기다려 오사무 군!
나도 같이 갈래.
오사무 : 어라, 오늘은 일찍 가네, 미토코짱?
미토코 : 가끔은 말이지.
예전에 세시에 일어났던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오사무 : 그야 그렇지만...
옛날에는 신문 배달에서 돌아온 후에,
자신의 식사(때에 따라서는 내 식사도)와 도시락을 만들고,
그래도 여유있게 학교에 갈 정도로, 초(超)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초]는 붙이지 말자고, 응?
미토코 : 그리고...
일어났더니 히메오 언니는 벌써 나가고 없어서,
아침에 시간이 좀 남아 버려서.
오사무 : 아하하...그녀도 극과 극을 달리니까 말이지.
미토코 : .........
(드르르륵)
처음엔 11시나 늦은 오후에,
그야말로 중역 출근이었지만
지금은 회사에서 누구보다 먼저 출근해서 바닥 청소를 하고 있다.
견습 사원으로서는 합격점.
정사원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모범.
중역이라면...부탁이니까 그만해줬으면 하는 일과.
오사무 : 하지만 벌써 한달 이상이나 계속하고 있으니까 말이지.
정말, 다시 봤어 히메사마...라고 부르면 화내려나?
미토코 : 아하...
오사무 : ?
뭐지...
왠지 미토코짱의 반응이,
약간 어색하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
오사무 : 혹시, 아직 졸려?
미토코 : 그럴 리가 없잖아...자, 가자?
오사무 : ㅇ, 응...아
미토코짱은 천천히 나를 바라보더니
극히 자연스럽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주르르륵...주르르륵...)
히메오 : 후아아...
키노시타 : 후훗...이걸로 7번째네요.
히메오 : 아앗...!?
미, 미안해요, 잠을 좀 못자서.
키노시타 : 임원이신데 매일 이렇게 일찍 오시니까 그래요.
덕분에 저도 점점 일찍 오게 돼서.
히메오 : ㅁ, 미안해요...
이런 부분에서도 민폐를 끼쳤네.
키노시타 : 아니요, 민폐라뇨 전혀.
중역분과 매일 아침 잡담이 가능한 사원은 저뿐이 없으니까요.
히메오 : 중역 같은 건 골프 얘기를 하면 쉽게 친해질 수 있어요.
키노시타 : 골프...요?
히메오 : 사와시마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골프 얘기만 하는 임원이 있다나봐요.
...아버지한테 경질됐지만.
키노시타 : 아하하하하하...웃을 수만은 없네요.
히메오 : 그건 그렇고...그런가, 일찍 일어나는 건 역시 좋네.
이렇게 키노시타씨랑 친해졌으니.
키노시타 :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제초 작업만 하는 교장 선생님 같은 걸요.
히메오 : 아, 그런 거 괜찮아.
나 말이죠, 제초 작업이나 빈병 줍기 같은 거 잘해요.
키노시타 : 아하하하하...
전무후무한 여대생 임원이시면서 이상해~
히메오 : 정말로 이상한 건 그쪽의 직함 같은데 말이지...
오사무 : 그래...그 얘기까지 술술...
미토코 : 히메오 언니는 큭큭 웃었지만 말야.
오사무 : 그 사람은...
미토코 : 그때, 오사무군이 뭐라고 했는지,
히메오 언니가 전부 알려줬다고?
...진짜로, 한자한자 전부.
오사무 : ㄱ, 그, 그...사람은 정말~!
용서 못해...사와시마 히메오.
그녀따윈 이상한 카메라에 혼이 뺏겨버렸으면 좋겠다.
뭐니해도 젊으니.
미토코 : 정말로, 그런 창피한 소리를
뻔뻔스럽게도 했구나?
오사무 : ㅁ, 무슨 소리!?
미토코 : [.........은, 반드시 제가 행복하게 만들 거예요]라는 거.
오사무 : 에? 뭐라고?
미토코 : [......짱은, 반드시 제가 행복하게 만들 거예요]
오사무 : ...안 들려.
뭐라고 했어?
미토코 : .........됐어!
오사무 : 아, 잠깐!
기다려 미토코짱1
미토코 : 미쳤다고 기다리냐~!
오사무 : [미토코짱은 반드시 제가 행복하게 만들 거예요!]
...말이지?
미토코 : ~~으!
히메오 : 에...?
키노시타 : 그러니까요...
영업부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온통 그 소문이 퍼졌다고요.
히메오 : 나랑 오사무ㅆ......요시무라 비서가?
키노시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