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2화 (62/87)

오사무 : 아...앗!?

아니다. 내 손이다.

...상사한테 무슨짓을.

사사키 : 이제 히가시하기모리입니다.

         아가씨를 깨우셔도 좋습니다.

오사무 : .........

사사키 : .........

결국...

그후에 칭얼대는 히메오씨를 억지로 깨운 것은,

차가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에 도착하고 엔진을 끈 이후로.

따라서 그때...

미토코 : 어서오시지요, 사장님, 사모님...

아사미 : 오사무...

오사무 : 에? 에?

히메오 : ...으음?

내 어깨에 기댄채인 그녀는,

전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분타로 : 자~, 그럼 술은 다 받았는가~?

미토코 : 아, 나 아직 오렌지 주스 못 받았어.

히메오 : 콜라라면 있는데, 이건 안돼?

미토코 : 아, 으음~, 탄산은...

카야 : ...꼬마 아가씨

미토코 : 카야씨도 맥주 못 먹잖아.

         맨날 위스키니.

오사무 : 그건 전혀 방향성이 다른 것 같은...

사사키 : 아가씨, 이것을...

         술깨는 약입니다.

카야 : 마시지도 않았는데?

사사키 : 2차 음주에 의한 숙취라는 것이

         또한 심각한 문제로...

히메오 :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사사키!

         이 정도의 알콜 냄새, 견딜 수 있어!

아사미 : 견딜 필요가 있구나...

오사무 : ...아니 근데, 왜 여기에 네가?

키헤 : 에~, 그럼 자리에 계신 여러분,

       건배 준비는 다들 되셨나요?

분타로 : 준비는 다 됐는데 말야...

         왜 배치가 이렇게 됐어?

요시노리 : 나랑 하치의 주변만 남자 투성이...

카야 : 방 순서대로.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미토코짱, 영감님, 쿠마자키 씨, 야스나가 군,

나, 카야 씨, 아사미, 사사키 씨, 히메오 씨.

오사무 : 그거 이전에 슬슬 한계가 아닌가하는...?

마침내, 육첩 단칸에 합계 9명...

여유있는 작가가 있다면 아마추어 야구 얘기를 삽입해도 될 인원수다.

밖에는 벌레 소리도 슬슬 잦아들 한가을이지만,

이 방에는 오늘만은 초봄의 따뜻한 날씨...

키헤 : 그럼 갑니다.

       사와시마가 아가씨의 대(大)출세를 성대하게 축하하며...

전원 : 건배~!

(챙그랑~)

그러한, 누군가가 불평을 하든 말든,

평상시와 같은 영감님의 선창으로

오늘의 연회도 무사히 시작된 이유로.

히메오 : 어머, 이 콜라 맛있네.

         왠지 보리 냄새가 나서 신선한 맛...

사사키 : 아, 아가씨, 그건...

오사무 : 맥X...

어느새, 누가?

(거기도 맥콜이 있나보네요 ㅋㅋ;;)

.........

미토코 : 아무리 그래도 말야...

         나한테 아무말도 안하다니 서운해 히메오 언니~

히메오 : 미안해 토코짱.

         말해도 안 믿을 것 같아서.

분타로 : 보통 믿고 말고 이전의 문제로 말이 안되는 일이지. 

         자신이 창업하지도 않은 대학생이 이사라니.

요시노리 : 어떡한다...살까? 팔까?

           엄청난 내부 정보를 손에 넣었는데,

           활용 방법을 모르겠네.

미토코짱과, 무슨 영문인지 아사미까지 포함한 배웅을 맞은 우리들은,

그곳의 공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전율감을 느꼈다.

히메오 : 그래. 갑자기 취칙하게 돼서. 오사무씨의 회사에.

...그런줄 알았는데, 전율한 것은 나 혼자만이었던 듯,

히메오씨는 아주 간단하게, 지난달부터 나의 상사가 

되었다는 것을 고백했다.

...나한테는 계속 말 못하게 해놓고.

히메오 : 있잖아, 유학에서 돌아온 뒤로,

         사회 경험을 할 기회가 없어졌잖아?

         그래서 아버지가 아르바이트해볼래라고 하시길래...

키헤 : 회사 하나를 맡겼다는 건가...

       역시 사와시마 그룹. 차원이 다르네.

요시노리 : 그런 레벨의 얘긴가...?

히메오 : 하지만 아무래도 일을 전혀 몰라,

         누군가 서포트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사사키한테 얘기했더니...

사사키 : 분명 요시무라님이 예전에 근무하셨던 회사였다는 것이 생각나,

         아가씨의 교육계를 부탁드렸다는 얘깁니다.

오사무 : 사사키 씨...

대단한 말맞춤...

미토코 : 그, 그럼, 오사무군을 정식 채용한 건,

         히메오 언니, 였던 거야?

         그, 오사무군의 노력에 의한 게 아니라.

오사무 : 아...

미토코짱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진다.

[노력에 의한 성과]를 신성한 것이라 믿는 이 아이는,

내가 겨우 이룬 성과의 이유가, 그런 어영부영한

내막이 있었다는 것을 순순히 기뻐하진 않겠지.

히메오 : 으으응(아니),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미토코 : 에...?

히메오 : 오사무씨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정식 채용될 예정이었어.

         이건 인사부장한테도 들은 얘기니 틀림없어.

오사무 : 히, 히메오 씨...?

그녀가 나를 도와주고 있다...

그것도 미토코짱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지금까지의 우리들의 역사를 본다면,

믿을 수 없는 해빙기다.

히메오 : 아니 오히려 나는, 혹시

         오사무씨의 출세할 싹을 잘라버린 걸지도 몰라.

         만약 그렇다면 미안해.

미토코 : 그런거야, 오사무 군?

         오사무군의 노력은 정말 인정받은 거야?

오사무 : 에? 에? 그건...

게다가 히메오씨의 표정이, 미묘한 형태로 부드럽게 생긋거리고 있다.

[자자, 말을 맞춰야지. 그게 좋을 걸?]

이라는 말이 그 표정에서 흘러 나온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그런 기억은...

히메오 : 잊었어? 히라키 부부장을.

         그 사람, 정말로 인사부에 찾아가 당신일로 엄청 따졌다고?

         경리부랑 격렬한 다툼이 있었다니까.

오사무 : 경리부의...히라키 부부장...?

         에엣! 그렇담, 혹시...

히메오 : 응, 시용 기간중에 엄청난 성과를 남겼다든가 뭐라나...

오사무 : 히라키씨 부부장이 됐단 말인가요!?

         전 오늘 아침에 봤을 때도 히라키 과장님, 과장님하고 불렀는데요!

히메오 :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말야...

이 무슨 실례되는...사회인 실격이다.

최근에 항상 난처한 표정을 지었던 건 그 이유였던가!

미토코 : 그래...그런거야...

         오사무 군, 제대로 인정받았구나.

         히메오 언니가 오사무군한테 도움받는구나.

히메오 : 자신의 보호자에 대해 좀 더 자신을 가지라고.

         뭐, 그래도 토코짱의 가정 교사는 양보할 수 없지만.

미토코 : 응...

히메오 : 그럼, 자...

         다시 한번 축하해줄래?

미토코 : 응...

         히메오 언니, 정말 축하드려요.

(챙그랑~)

오사무 : ...어라?

미토코짱의 기분이 순식간에 풀렸다...

.........

아사미 : 오사무

아사미 : 저기, 오사무.

아사미 : 정말...

         미안한데 자리 좀 바꿔주겠어?

카야 : .........

아사미 : ? 으음, 아마기 양, 이었지?

         미안하지만 말야...

카야 : .........

아사미 : ...저기, 듣고 있나요?

카야 : ...무슨 이유로?

아사미 : 응?

카야 : 자리를 바꿔달라는 이유는?

아사미 : 아, 아아...

         (작은 소리로)듣고 있었잖아...

아사미 : 잠깐 오사무한테 할 얘기가 있어.

         부탁해, 금방 끝나니.

카야 : .........

아사미 : ...이유 말했는데? 솔직하게.

카야 : 이미 안중에 없나요, 나는.

아사미 : 응?

카야 : 어차피 [아마기 카야따위 사천왕 중에서도 가장 약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소리하면서 웃고 있겠지, 비밀 기지의 작전실에서.

아사미 : 그건 대체 무슨 망상의 산물이야...?

카야 : 아 진짜...오사무 군, 나 이외의 여자한테는 너무 약해.

       지금까지 봉인됐던 라스트 보스까지 깨우다니.

아사미 : 그러니까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카야 : 마신다.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선생님도 같이 마셔. 라스보스의 지위를 노린다면 말야.

아사미 : ...미토코짱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왜 이렇게 까칠하게 구는거야 이 아파트 사람들은.

.........

분타로 : ...저기 말야, 쿠마짱.

요시노리 : 뭐야, 하치.

분타로 : 또 다시 세력도가 변한 거 같지 않아?

         나, 아무래도 리스토라를 쉽게 본 것 같아.

요시노리 : 그것보다 말야...

           우리들이 발언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거 눈치챘냐?

키헤 : 이제는 단순히 떠드는 소리조차 못 내네요.

.........

히메오 : 그럼, 끈다?

미토코 : 응

(철컥)

히메오 : 잘 자.

미토코 : 잘 자...

히메오 : .........

미토코 : .........

히메오 : .........

미토코 : .........

히메오 : ...후훗

미토코 : .........

히메오 : 어라?

미토코 : .........

히메오 : 자...? 토코짱.

미토코 :ㅇ, 으앗!?

        아, ㅇ, 왜?

히메오 : 피곤했으려나?

         오늘밤도 난리였으니.

미토코 : 아...응, 그러게

히메오 : 아니면...역시 아직도 화났어?

         내가 토코짱한테 비밀로 하고 있던 거.

미토코 : .........

히메오 : 미안해.

         이미 저지른 일이니까,

         아무리 사과해도 소용없지만...

미토코 : 으으응(아니), 별로 화 안났어.

         ...화, 안났어.

히메오 : 다행이다...

         토코짱한테 미움받으면 난 살수가 없는 걸.

미토코 : 아하하...항상 오바한다니까.

히메오 : 응, 오바야.

         그치만...반 정도는 진심이 섞여있어.

미토코 : 히메오 언니...

히메오 : 그러니까 믿어줬으면 해.

         나, 더이상 토코짱한테 숨기는 일 없을 테니까.

         궁금한 것도, 궁금하지 않은 것도, 전부 얘기할 테니까.

미토코 : 응...

히메오 : 자 그럼...그런 이유로, 어떤 얘기할까?

         아직 밤은 길다고?

미토코 : 그럼 말야...으음...글쎄.

히메오 : 응응.

         뭐든 물어봐. 이 히메오 언니한테.

미토코 : 응, 그래.

         히메오 언니가 하는 일, 얘기해줘.

히메오 : 일?

미토코 : 응, 일.

         회사는 어떤 곳? 어떤 사람이 있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슨일을 해?

히메오 : 재미없다고?

         나 같은 건, 이름만 임원이지 완전 견습 사원이야.

         항상 비서한테 이용당하기만 하는 걸.

미토코 : 그...비서는, 무슨일을 해?

히메오 : ...아, 혹시 그쪽이 목적?

         오사무씨가 일하는 모습이 궁금하구나?

미토코 : 그, 그렇지 않.........진 않지만.

         그래도 둘 다려나.

히메오 : 둘 다...라고.

미토코 : 그 선물을 사기 위해,

         히메오 언니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고 싶어.

히메오 : 토코짱...

미토코 : 그리고, 오사무군이 일하는 모습도 알고 싶어.

         ...카야씨도 히메오 언니도 다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는 모습, 알고 싶어.

히메오 : 묻지 않는 편이 좋을텐데~?

         오사무 씨, 일할 땐 악마야 악마.

         토코짱한테 보여주는 상냥함의 부스러기만큼도 없으니까.

미토코 : 그런 거...엄청 듣고 싶어.

         내가 모르는 오사무군이나 히메오 언니의 얘기.

히메오 : 좋아, 얘기해주지.

         내가 얼마나 낯선 환경에서 분투하고 있는지.

미토코 : 응.

히메오 : 그리고 저 남자가,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나한테,

         얼마나 심한 짓을 하고 있는지.

미토코 : 아하하...그래?

히메오 : 각오하라고?

         저 사람, 단숨에 싫어질지도 모른다고~?

미토코 : 그...그래?

.........

미토코 : 에~!?

         말도 안돼!

히메오 : 거짓말 아니에요.

         3일째만에 갑자기 그랬다고?

         게다가 직책상으로 비교도 안될 만큼의 위에 있는 사람한테 말야?

미토코 : 오사무군이 그런 시비어한 소리를 하다니...

         아파트의 오사무군만으론 절대 상상이 안 가~

히메오 : 그러니까 그랬잖아.

         토코짱 앞에서는 양의 탈을 쓰고 있다고 그 사람.

         사실은 피도 눈물도 없다니까.

미토코 : 그, 그렇구나...

히메오 : 그래서 말야, 확실히 나도 이런 대접을 받고 있지만,

         본업은 그냥 대학생이잖아?

         결국 아무말도 받아치지 못해서.

미토코 : 어, 어떻게 됐어? 그래서?

히메오 : 울었어. 화장실에 특어박혀 10분 동안 울었어.

         너무너무 분하고 분해서 말야...

미토코 : 히메오, 언니...

히메오 : 그리고 열심히 세수해서 멀쩡한 얼굴로 돌려놨어.

         ...사람들이랑 같은 오피스라서 눈가 숨기느라 힘들었어

미토코 : 그렇구나...

히메오 : 근데 말야, 그 이후가 더 심했다고 저 남자.

         [오늘부터 근무 시간 엄격히 지키세요]라고 하더라,

         방금 울린 여자한테 할 소리야 그게?

미토코 : 오, 오사무군이?

히메오 : 말은 바른 말이지만 말야,

         뭐랄까...사랑이 부족하다고 사랑이.

         카마타의 구세주라는 얘기도 의심스럽다니까.

미토코 : 카마타?

         구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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