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1화 (61/87)

미토코 : .........

아사미 : 그럼 난 이만...

미토코 : 선생님~, 질문있습니다~

아사미 : ㅁ, 뭔데?

미토코 : 아까부터 노골적으로 제 말을

         무시하려고 했죠?

아사미 : 실은 아직 할일이 남아서

         빨리 학교에 가봐야~

미토코 : 오늘 이렇게 바쁘신 와중에도 저를 위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앞으로 1분만 제 질문에 대답해 주십시오.

아사미 : 으으...뭔데?

미토코 : ...저, 분명 장학생을 노린다고는 했지만,

         슈우센대 부속으로 결정했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지요?

아사미 : 그, 그랬...나?

미토코 : 그래요.

         다음주 간담회에서 처음으로 말할 작정이었으니까요.

아사미 : ...너무 앞서갔나.

미토코 : 별로 선생님이 제 희망을 알고 있는 걸

         뭐라고 하려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먼저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있어요.

아사미 : ...그러면 왜 그렇게 무섭게 존댓말을 쓰는 거니.

미토코 : 알게된 걸 뭐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요,

         정보원만은 꼭 알고 싶습니다는 소리?

아사미 : 게다가 말투까지 이상해졌고.

미토코 : ...언제 만났어?

아사미 : ㄴ, 누굴?

미토코 : 프락치

아사미 : 그런 추상적인 비유로는 정답을 맞출 수 없다고.

         국어의 공부 방법은 말야, 일단 문제를 만든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미토코 : .........

아사미 : .........지난주 토요일.

         언제나처럼 샹제리아에서.

미토코 : 흐으으으음~.

         그렇구나. [언제나처럼]말이지.

아사미 : 항상 생각하는데...

미토코 : 뭐를 말이요?

아사미 : 왜 그렇게 화내?

         내가 오사...읏!?

         ㄴ, 네 보호자를 만날 때마다.

미토코 : 별로 화 같은 거 안냈는 걸.

         몰래 쑥떡거리니는 게 괜히 신경쓰일 뿐인 걸.

아사미 : 우와...화났다.

         분명 [걸]이랑 [잖아]가 키워드였지.

미토코 : 왜 계속 숨기고 있을까 오사무 군.

         자꾸 그러니까 말야...

아사미 : 저기, 미토코짱?

미토코 : 뭐?

아사미 : 아무리 보호자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프라이버시를 간섭하는 건 좀 그렇다고 보는데?

미토코 : 흐음...역시 프라이빗이었구나.

         오사무 군이랑 둘이서 만나는 건.

아사미 : .........

미토코 : 글쿠나...내 보호자라든가 그런 건 관계없구나.

         그냥 오사무군한테 볼일이 있었을 뿐이구나.

아사미 : ...그래, 불만있어?

미토코 : 머...!?

아사미 : 따지고 보면 미토코짱이야말로,

         오사무를 너무 옥죄는 거 아냐?

미토코 : ㅇ, 옥죄다니...그런 난폭한 짓은 안하는 걸!

아사미 : 아무리 부모 대신이라고 해도, 그 사람은 너를 위해

         인생을 버릴 나이도 입장도 아니라고?

미토코 : 그런 건 알고 있어.

         나랑 오사무군의 일로 선생님이 뭐라고 하지 않았으면 해.

아사미 : 그럼 완전 똑같이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랑 오사무 일, 미토코짱이 뭐라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미토코 : 그, 그렇게 남의 말꼬리나 잡고!

아사미 : 미토코짱, 너의 오사무에 대한 태도,

         보호자에 대한 것이라고는 전혀 볼수 없는데.

미토코 : 선생님의 오사무군에 대한 태도 역시,

         PTA(사친회)에 대한 것으로는 전혀 안 보이잖아!

아사미 : .........

미토코 : .........

(창밖에 지나가는 오사무와 히메오의 모습)

아사미&미토코 : 아앗!?

히메오 : 잠깐, 기다려 오사무 씨!

오사무 : 못 기다려요.

         상대방과의 약속 시간까지 앞으로 30분밖에 안 남았다구요!

히메오 : 그, 그런 건 전화 한통만 하면.

오사무 : 전화는 벌써 했어요.

         하지만 그쪽의 과장은 이후 예정이 꽉 찼다고 해서.

히메오 : ㅇ, 이쪽은 이사가 직접 찾아가는데?

         그것도 도보랑 전철로!

오늘의 사와시마 이사의 마지막의 에정인 16시부터의 출장은,

이전에 열린 회의가 길어진 탓에, 차로 혼잡한 길을 피해

일반 교통 기관을 사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걷기 시작한지 10분도 안돼서,

우리 상사의 저주스런 음성이 들려왔다.

체력이 약하네, 히메오 씨.

오사무 : 아~, 말씀 안드렸는데요,

         이쪽에선 사와시마 이사가 간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어요.

히메오 : 뭐!?

오사무 : 그렇게 말하면 제대로 된 얘기를 들을 수 없잖아요.

         그쪽에 도착하면 히메오씨는 연수중인 신입사원이니까 말이에요.

         내 말에 절대 복종한다고 맹세하세요.

히메오 : ㄴ, 날 속였어!?

오사무 : 그쪽도 속는 거니 마찬가지예요.

히메오 : 저번에 토코짱 일로 복수하는 거지!

         자기가 보기좋게 속아넘어갔다고 쪼잔한 복수를 몰래...

오사무 : 서둘러요!

         자 달려요!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지적된 이상 기대해 부응해줘야.

히메오 : 더이상 못 걷겠어

오사무 : 건강 진단에서 [50대 체력]이라는 소리 듣지 않았나요?

히메오 : 그런 지적을 하는 의사는 바꿔버릴테니까.

오사무 : 네네, 실력으로 톱에 이르면

         아무때나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지금은 어서 걸으세요. 이름만 이사님.

히메오 : 더이상 싫어, 안돼, 발이 안 움직여.

오사무 : 이사면서 길바닥에 앉지 마세요!

히메오 : 어차피 이름만 있는 장식품이니~

오사무 : 장식이라면 더 예쁘게 하세요.

히메오 : 으으, 으음...

         아, 정말!

         받아칠 말이 안 떠올라~!

사와시마의 영애이자 회사 임원으로서 이 얼마나 부적절한 태도인가...

아니, 최근에 점점, 이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태도가

자주 보이는 듯한.

오사무 : 자, 그렇게 고집부리지 말고.

         진짜 시간에 못 맞춘다고요.

히메오 : ...그럼 좀 더 부드럽게 해.

오사무 : 저는 업무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는 인간이라.

히메오 : 최근, 당근과 채찍의 비율이 점점 변하는 것 같지 않아?

         이제 등 같은데는 완전 부어 올랐어...

오사무 : 이상한 비유는 그만두세요!

히메오 : 단 거 먹고 싶어.

오사무 : 가방안에 있는 목캔디라면...

히메오 : 못 걷겠어...

오사무 : ...손잡아 줄까요?

         아줌마?

히메오 : (아줌마 목소리로)네, 좀 부탁할게요~

오사무 : 프라이드라는 게 없나요, 이사님...

길가에 앉아있는 사와시마 이사의 손이

나를 향해 사양않고 뻗쳐온다.

어쩔 도리가 없는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가늘고 부드러운 손을 잡아

힘차게 끌어 당긴다.

히메오 : 후우...

오사무 : 돌아갈 때는 사사키씨를 준비시킬 테니까요.

         자, 가시죠.

일어난 후에도, 히메오씨는 피곤한 듯

내 손을 놓으려고 하지 않았기에,

이후로는 이렇게 인솔해 갈수밖에 없을 것 같다.

...데이트 복장이라면 그렇다 쳐도,

둘 다 정장 차림으로.

오사무 : 아니 근데, 전에는 볼런티어 활동 같은 것도 했잖아요?

         꽤 중노동 아니었나요?

히메오 : 무료 봉사라면 힘이 나는데 말이지.

오사무 : 진짜 알 수가 없어요, 당신은.

히메오 : 아, 거기 서류 봉투 내가 들게.

         무겁지?

오사무 : 뭘 들수 있을 정도면 혼자서 걸으세요...

.........

아사미 : .........

미토코 : .........히메오, 언니.

아사미 : ...누구?

미토코 : .........어째서?

.........

오사무 : 죄송해요 사사키 씨.

         일부러 데리러 오시게 해서.

사사키 : 아뇨, 이게 제 역할이니까요.

         그것보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오사무 : 사사키씨는 아무 잘못 없어요.

         전부 부사장 탓이에요.

점심 시간 후에 열린 임원 회의는,

임원 다섯명의 발언 비율 1:3:1:2:500 이라는

지독한 고문이었다.

참고로 유익한 발언을 한 것은 주로,

발언비율 2였던 와시자키 이사였다는.

사사키 : 오늘은 이대로 그냥 퇴근해도 될는지요?

오사무 : 예, 처음부터 그럴 예정이었으니까요.

         ...오늘 과외는 히메오씨 차례니까요.

사사키 : 알겠습니다.

         그럼,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로 가겠습니다.

최근에는 그녀의 [도찌떼보야] 행태도,

임원 뿐만 아니라 전사원에 걸쳐 침투해 있다.

(도찌떼보야는 애니 [잇큐우상]에 등장하는 아이라는군요.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천진난만함을 무기로 다른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캐릭터인듯)

그렇지만 그녀가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주늑들지 않는다, 위세부리지 않는다, 아는체하지 않는다]

를 철저히 지키는 덕에, 사내에서의 평판은 결코 나쁘지 않다.

최근에는 종종 젊은 사원들에게 회식 권유를 받기도 한다.

...다만 [비서가 동행하지 않으면 안 간다]라고 단언했기에,

그 교류회가 실현된 적은 지금까지 없다.

뭐, 술을 못 마시는 정도가 아니라

흡입조차 불가능하니까, 그녀.

오사무 : .........

사사키 : .........

히메오 : .........

오사무 : 저기...사사키 씨.

사사키 : 왜 그러시나요? 요시무라 님.

오사무 : 이제...치워도 될까요?

사사키 : .........

히메오 : .........

오사무 : 사사키 씨...그러니까요...

사사키 : 아가씨는 오늘,

         낯설은 전철로의 이동으로 신경을 너무 쓰셔서

         기력이 탈진하셨습니다.

히메오 : .........

오사무 : 그건 알아요.

         알지만요.

사사키 : 저는 지금까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아가씨를 깨운적은 없습니다.

히메오 : .........

오사무 : 저도 깨우려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말이죠.

사사키 : 요시무라님이 그렇게 경솔하게 말씀하시는 건,

         그런 행동을 한 후의 아가씨의 초(超)불쾌함을 모르시기 때문입니다.

히메오 : .........

오사무 : 저랑 별로 나이차이도 안 나면서

         [초]라는 표현은 쓰지 말아주세요.

사사키 : 꼭 하고 싶으시다면,

         재량껏 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일체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히메오 : 으...으음...

오사무 : 으으...그런

슬슬 다리가 마비되는데.

아니, 이젠 뇌까지 저려온다.

사사키 : 앞으로 10분이면 도착하니까요.

오사무 : 일부러 주변을 뱅뱅 돌거나 하지 마세요.

그런, 어떤 의미로는 눈치가 빠른 운전 기사가 있다는 말을

전에 들은적이 있다.

("이 푸른 하늘에 약속을-"의 타키자와 ㅋㅋ)

그건 그렇고...

히메오 : 으음~...쿠울

오사무 : 항상 이렇게 잠자는 자세가 이상한가요? 히메오 씨.

어깨에 기대는 건 그렇다치고 말이지.

미토코짱한테도 이렇게는...

사사키 : 앉아서 잔다든가,

         특수한 자세에서의 수면에 익숙지 않으십니다.

         애당초 물침대가 아니면 몸이 아파온다고 하실 정도로.

오사무 : ...그런가요

그럼 미토코짱의 방에 있는 얇은 이불도,

실은 상당한 고행이겠군.

히메오 : 스으...으음...후우

그렇지만 지금 자세도 상당히 특수한 것 같은데.

사사키 : ...요시무라님

오사무 : 뭔가요?

사사키 : 감사합니다.

오사무 : ...아직 멀었어요.

         그녀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니까요.

사사키 : 그래도,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사무 : ...사사키 씨.

내가 히메오씨의 부하로 배정된 직후,

욕조속에서 나눈 남자들만의 알몸 맹세.

...라는 어페가 있는 듯한 시츄에이션은 제쳐두고.

난 아무래도 그때, 사사키씨가 말한 바람을,

[지금 시점]에서는 지키고 있다고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

사사키 : 당신이 주변에 없을 때의 아가씨의 온갖 욕설은

         더더욱 가시가 돋쳐 있습니다.

오사무 : 괜찮나요?

         그거, 정말로 감사한다는 소린가요?

사사키 : 괜찮습니다.

         그때의 아가씨의 표정을 안다면, 누구든 그렇게 믿을 겁니다.

오사무 : ...그런, 가요?

히메오 : 응...으음...

문득, 내 무릎에 있는 머리를 바라보니,

지금은 분명, 정말로 기분좋아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목이 간지럽혀지는 고양이처럼.

오사무 : 어라?

...아니, 약간 기다란 손가락이

실제로 그녀의 머리를 쓸어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내 기분탓...인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