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무 : ...그게 마음에 들어하는 건가요?
역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좀 결여된 거 아닌가?
사사키 : 호의의 반대말은 무관심이고,
혐오는 따지고 보면 (호의와)비슷하다는 말을,
어떤 책에서 보고 감명받아서.
(어떤 책은 [츤데레 대전]을 가리킨다는군요)
오사무 : 그런 소리를 하면 전국의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다들[좋아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사람]인 건가요?
사사키 : 차안에서 아가씨가 얘기하는 남성 랭킹에 있어서
사와시마 주인님을 누르고 15주 연속 1위이십니다만?
오사무 : ㅇ, 으음.........
그, 그렇게 따지면 사사키 씨야말로,
그녀 곁에서 몇년동안이나 있지 않았습니까.
사사키 : 저는 여성을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라.
(스스슥) --- 멀리 떨어지는 오사무
사사키 : ...는 말은 농담이고.
아내와 아이가 있습니다만. 나고야에.
오사무 : 다.........
단신부임, 이셨나요.
갑자기 움직인 탓에 물이 너무 뜨겁다...
사사키 : 이번일에 관해선...
아가씨가 잘못된 선택을 하셨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오사무 : 그건...
전면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사와시마가(家)의 딸로서
얼만큼의 교육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번 인사는 무모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몸을 짓누르는 중압감. 미치하마 상사측의 반발.
그리고 이 사실이 밖에 알려졌을 때,
세상으로부터 쏟아질 흥미와 호기심의 시선.
모든것을 견뎌낼 힘이 지금의 그녀에게 있는가하면,
아쉽게도 아니다.
분명 이 판단은 틀림없다.
...누구보다 사회의 패배자인 내가 보증하는 거니까.
오사무 : 그럼 왜 그녀는,
미토코짱에게 그렇게까지 집착하는 건가요?
그것들을 떠맡은 동기가 나에 대한 증오가 아닌 이상,
남은 선택지는 다른 하나밖에 없다.
사사키 : 솔직히 저도 잘은 모릅니다...하지만.
오사무 : 하지만...뭔가요?
사사키 : 그것과 완전 똑같은 소리를,
아가씨에게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사무 : 에?
사사키 : [왜 그 남자는 토코짱에게 그렇게까지 집착하는 거야?]라고.
오사무 : .........
내가 미토코짱에게 연연하는 이유는...?
은인(호노카 씨)의 딸이라서?
은인이라서?
혼자 남겨져서?
친구가 돼서?
사사키 : 혹시...
당신이 아가씨의 마음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사무 : 그럴 리가...
.........미토코짱, 이기에, 그런 거겠지.
사사키 : 요시무라 님...
부디 아가씨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녀가 집착하는 이유는?
토코짱, 이라서?
사사키 : 솔직히, 아가씨가 실업계로 가신 이상,
이제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오사무 : 사사키 씨...
사사키 : 제가 말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지금 이런 얘기가 나와서 솔직히 말씀드리는 건데...
아가씨는 아직 사회라는 것을 가볍게 보고 계십니다.
오사무 : ...그렇죠.
미토코짱에 대한 어린애 같은 호의.
나에 대한 어린애 같은 악의.
단지 태어나면서부터 곱게 자라온,
아주 순수한 볼런티어 정신.
[사와시마]의...
기업 활동에 의해 수익을 내는 사업에 손을 대기에는,
부족한 것과, 필요없는 것이 너무 많다.
사사키 : 당신의...
카마타를 붕괴의 위기에서 구해낸 요시무라 오사무의 힘이 필요합니다.
오사무 : 아뇨, 그러니까 그건 엄청난 오해로...
사사키 : 잘 생각해주시길.
...그럼.
(첨벙)
오사무 : 사사키 씨...
욕탕에서 일어난 사사키씨는,
평상시의 검은옷차림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반할 정도의 단단한 근육에 덮여 있었다.
사사키 : 아, 그리고 말이죠...
오사무 : ㄴ, 네?
사사키 : 아내와 아이가 있다는 것도 농담입니다.
상대를 릴렉스시키기 위한 방편이지요.
(스스스스슥)
오사무 : 앞에 가려주세요!
격하게 움직인 탓에 물이 너무 뜨겁다~~~!
오사무 : 아, 저기요.
그쪽 모서리에 맞춰주세요.
남사원 : 아, 네.
여사원 : 저기...창고에서 캐비닛 가져왔는데요.
오사무 : 아~, 죄송합니다 번거롭게 해서.
그럼 그건 좌우로 배치해주세요.
남사원 : ...정말로 괜찮으신가요? 이래도.
오사무 : 물론이죠.
나중에 끼어들게 된 건 저니까요.
스페이스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여사원 : 그래도, 이런 건...
(철컥)
히메오 : 저기!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오사무 : 아, 안녕하세요~
남사원 : 안녕하십니까.
여사원 : 안녕하십니까.
히메오 : 안녕하십니까가 나와!
오사무 : 확실히...출근 시간만은 임원의 풍모를 보이시는군요.
시계를 보니 이제 곧 11시.
내가 출근한지 3시간이 지났다.
히메오 : 내 책상 어디에 뒀어?
지금 이거 장난?
오사무 : 무슨 말씀이신가요?
당신 책상이라면 여기 있잖아요, 자.
히메오 : 자, 라니.........뭐야 이거?
오사무 : 뭐냐고 하시면, 그냥 보시는바와 같이.
이 오피스에는 이런 책상이 100개는 있다.
눈부신 기능성과 몰개인성에 중점을 둔 가격상응의 걸작품이다.
히메오 : 내 방에 있던 책상은 어디 갔어?
아니 그것보다, 왜 내 방이 텅 비었어?
오사무 : 아, 거긴 정리했어요.
앞으로 그 방은 회의용 책상을 놓고,
프로젝트룸으로 개방할 겁니다.
히메오 : 어째서!?
오사무 : 사원수에 비해 공간이 작은 우리 회사에,
그런 좋은 방을 놀려둘 수는 없어요.
히메오 : ㄴ, 놀려...내 방이라고!
오사무 : 아무튼 [사와시마 이사님의 결재]도 받았습니다.
이제와서 번복하시면 곤란한데요?
히메오 : 아...앗!?
내가 제출한 제안서의 결재를 보고,
그녀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그런가...일단은 결재했다는 것만은 기억하고 있나.
히메오 : 그리고, 다음주에 사와시마 본사로 보고할 자료,
내일 오전중으로 받아볼 테니까 오늘중으로 만들어 놓도록.
...이번에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말고 혼자서 해.
오사무 : 최대한 빨리해도 어림잡아 새벽 3시는 될 것 같네요.
히메오 : 그래, 잘 됐네, 늦진 않겠네.
오사무 : .........
히메오 : 뭐야 그 시선은?
빨리 확인하고 싶다는 게 잘못된 일?
당신이 어떤 내용을 올릴지도 모르는데?
오사무 : 아뇨...그거 자체는 문제없는데요.
히메오 : 그럼 부탁할게.
난 이만 가볼테니까.
오사무 : 아...가시기 전에 한건만.
아, 2건, 3건.........8건.
히메오 : 무슨 염장질이야!?
오사무 : 염장질이 아니라 결재 올리는 건데요.
그것도 오늘까지 해야되는.
히메오 : 그래서 어떡하면 되는데?
오사무 : 인감을 찍어주세요.
내용보시고, 타당한지 아닌지 판단하고,
필요하다면 담당자를 불러 설명시키고...
히메오 :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오사무 : 사람에 따라 다르지요.
[임원 결재따윈 형식]이라고 생각한다면 1분.
[어떤 사소한 내용이라도 빠트리지 않겠다]라고 생각한다면 3시간.
히메오 : 3시간...?
오사무 : 지금이 오후 6시니까.........퇴근이 좀 늦어질 것 같네요.
히메오 : ...어떡하면 돼?
오사무 : 스스로 결정하세요.
히메오 : 으...
오사무 : 그래도 제 의견을 원하신다면,
[남아서 전부 자세히 보세요]라고 말씀드립니다.
히메오 : 당신, 혹시...
같이 죽자 이거야?
오사무 : 그러니까요, 스스로 결정하세요.
히메오 : 으으...
오사무 : 아 그리고, 혹시 돌아가시면, 죄송하지만
미토코짱 과외 좀 대신 해주실 수 없을까요?
...오늘은 도저히 못할 것 같아서.
히메오 : .........
히메오 : 그때...
한시라도 빨리 퇴근하고 싶어했던 그녀는, 엄청 날림으로,
그것도 담당란에 내 도장밖에 찍혀있지 않은 승인 요청서에
아무 생각없이 도장을 찍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뭐, 누가 그 시간까지 결재할 서류들을 그냥 갖고 있었다든가,
그런 쓸데없는 얘기는 여기서 할 필요도 없지, 응.
오사무 : 앞으로 부동산부는,
사와시마 관련 신규 안건을 계속해서 맡게 될 거니,
분명히 전용 프로젝트 룸이 필요할 겁니다.
히메오 : .........
오사무 : 그리고 이건, 당신을 위해서이기도 해요.
히메오 : 무슨 소리?
오사무 : 이 정도되면 좀 알아 들으세요...
[갑작스럽게 자신들의 회사를 사들여,
힘으로 지배하려하는 모회사에서 온,
아무것도 모르는 여대생 임원]
오사무 : 장소는 이런 구석이지만,
그래도 중역 모양새는 다 갖췄으니까 안심하세요.
현재 이곳 사람들이 그녀에게 갖는 인상은,
최악은 아니지만 본인에게 들려줄 수 없는 수준이다.
오사무 : 봐요, 책상 양쪽에 캐비닛이 2개!
그리고 책상 위에는 무려 결재함까지!
우선은 그 인상을
[임원이면서 일반 사원들과 함께 책상을 두고 일하는 이상한 여자]
정도까지 내릴 수 있다면...
오사무 : 그리고 옆자리는 제 자리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처럼 지시는 곧바로 내릴 수 있는 상태로...
히메오 : .........
오사무 : 당신이 승인했어요.
히메오 : ...비겁해
오사무 : 하지만 회사의 룰이에요.
히메오 : 사사키!
사사키 : 오시무라 님의 말씀대로라고 생각합니다.
히메오 : 뭣...!?
사사키씨는 내 아이콘택트를 받고,
간단하게 자신의 고용주를 배반한다.
오사무 : 여기는 제 홈타운이에요.
히메오 : 으...
오사무 : 예를 들면, 고급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당신과 테이블 매너에 대해 토론해봤자
제가 이길 리가 없지요.
오사무 : 굳이 그런데서의 승부가 아니라도...그래요,
하천에서 쓰레기줍는 자원봉사에 같이 참가해도,
줄곧 이니셔티브(주도권)를 뺏긴 상태일 거예요.
오사무 : 그렇기 때문에 역의 법칙도 성립합니다.
지금의 "히메오 씨"에게, 이곳에서 질 생각은 없어요.
일부러 그녀를 "미토코짱 룰"로 부른다.
내가 지금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싫어도 인식하게 만들기 위해서.
오사무 : 자, 자리에 앉으세요.
바로 오늘의 스케줄을 설명할 테니까요.
여기 있는 동안의 스케줄 관리는 내 업무.
없는 동안의 관리는 사사키씨의 업무.
우리들은 언젠가부터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아라호라삿사]의 콤비네이션을 이루고 있다.
("아라호라삿사"는 만화 "얏타맨"에 나오는 인물들이 외치는 구호라는군요.
자세한 의미는 잘;;)
하지만...
히메오 : 나중에 두고 보자...
오사무 : 두고 봐야하는 건 당신이에요.
히메오 : 읏!
오사무 : 아, 잠깐 기다리세요.
역시라고나 할까, 예상대로라고나 할까,
프라이드에 상처입는 것에 별로 익숙하지 않은 듯...
오사무 : 잠깐, 기다리세요 히메오 씨!
히메오 : 몇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어!
토코짱 없는데서 내 이름 부르지마!
오사무 : 여러 가지로 실례를 범한 건 사과하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주세요!
히메오 : 시끄러워!
오사무 : 언젠가 반드시 당신에게 반동이 옵니다.
절대로 피할 수 없어요.
히메오 : 으...
오사무 : 이유는 단순.
지금 당신에게 가능한 일을 냉정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무리한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대기업의 창업자의 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장래를 염두에 두고 교육을 받았다.
때문에 평범한 같은 나이대의 학생들에 비해,
남의 위에 올라서는 능력이 훨씬 높다는 것은 틀림없다.
오사무 : 당신이 아직, 세상이라는 것을 우습게 보고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건, [동년배] [학생]이라는 틀 안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아.
아니, 지금까지 한 말을 전부 모아 냉정하게 결론을 내리면,
[세상물정 모르는]이라는 단어만이 남을 뿐.
때문에 그때 그녀의 표정을 봤을 때...
히메오 : 세상을 우습게 보는 게 뭐가 나빠...
위에서 내려다보는 게 뭐가 잘못됐어...
오사무 : 히메오 씨...
나는 그녀를
이름으로밖에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히메오 : 나도 알고 있어....
만약 내가 실수를 범해서 궁지에 몰렸을 때...
아버지의 힘이 나를 감싸,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는 걸.
오사무 : .........
왠지 알 수 있었다.
그건 비유도 뭣도 아닌,
분명 과거에 사실로써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을.
히메오 : 중학교 때려나...
헬렌 켈러, 나이팅게일, 마더 테레사.
그것들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패턴으로.
오사무 : 아...저도 전부 읽어봤어요.
그녀들의 전기는 어린 마음에 감동을 주고,
다 읽었을 때는,
효도라도 좀 해볼까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여운을 남겨.
히메오 : 쓰레기를 줍고, 나무를 심고, 병간호하고,
엄청 노력하고, 땀흘리고, 다치고,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조금은 자랑스럽게 생각했어.
하지만 그것을, 조금 더 숭고한 활동으로 연결시키는
순수한 어린이가, 조금은 존재하기에.
히메오 : 하지만 말야...그것보다 아버지한테 받은
겨우 몇달치 용돈을 기부하는 쪽이 훨씬 도움이 됐어.
오사무 : .........
히메오 : 감사패가 훨씬 호화로운 건 아무렇지도 않았어.
하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은 사람의 감사 편지는,
조금 가슴이 아팠어.
아...
그래서 이 사람은 모금할 때 절대로 이름을 밝히지 않는 건가.
히메오 : 아...역시 아버지구나라고.
그때 생각했어.
그녀 입장에서는 [겨우 그 정도의 일]로,
감사따위는 받고 싶지 않아서.
히메오 : 그래서 나는 뭘 해도 괜찮아.
세상물정을 몰라도 상관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