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화 (54/87)

오사무 : .........

그게 가능할까.........이 사람이.

미토코 : .........

히메오 : .........

미토코 : .........하아

히메오 : 이제...먹을까?

미토코 : 하지만...

히메오 : 이미 정해진 시간에서 30분이나 오바했으니.

         분명 일 때문에 못 오는 걸거야.

미토코 : 그런 걸까...

히메오 : (작은 소리로)그 정도의 업무량이니.

         밤새서 해도 아침까지 끝낼 수 있을까?

미토코 : 에?

히메오 : 그만큼 회사에서 필요로한다는 거야!

         아주 좋은 스타트잖아!

미토코 : 첫날에는 인사만 할 뿐이니, 정시에 퇴근한다고...

         오늘 저녁하고 가정 교사일은 괜찮을 거라고 했는데...

히메오 : 회사에서는 그런 이유는 안 통해.

         그런 걸로 월급을 받고 있으니 당연하지.

미토코 : 그렇긴 하지만 말야...

히메오 : 그리고, 그 사람 전에도 한달 정도 일했다면서?

         첫날이라고는 해도 할 일은 얼마든지 있을 거야.

미토코 : 그런 걸까...

히메오 : 그렇다고. 그러니까 회사 잘못이 아냐.

         그런 것도 예상 못한 그 사람이 어리버리한 거야.

미토코 : ...연락 정도는 해줘도.

히메오 : 그러게 말이지~

         토코짱을 우습게 아네.

         용서 못해.

미토코 : ㄴ, 나는 괜찮아...

         단지 히메오 언니까지 기다리게 해서.

히메오 : ...토코짱.

미토코 : 미안해?

         배 고프지?

         어쩔 수 없이 이제 먹을까.

히메오 : (작은 소리로)뭐야 이거...

         작전대로 됐는데 왜 나쁜놈이 안 되는 거야...

미토코 : 응?

히메오 : 그럼 먹어볼까요~!

미토코 : 으, 응...

히메오 : 자, 언제나처럼 손을 맞잡고~

미토코 : .........?

히메오 : 잘 먹겠습니다~

(드르르르륵~)

미토코 : 아...

히메오 : ...토코짱?

미토코 : ...왔다!

(철컥)

히메오 : .................에?

.........

미토코 : 그럼, 손을 맞잡고~

히메오 : .........

오사무 : 하, 하하...

미토코 : 히메오 언니?

히메오 : .........눼

오사무 : 아하하, 하하...

히메오 : 으!(번뜩)

오사무 : .........

미토코 : 잘~ 먹겠습니다

오사무 : ㅈ...잘 먹겠습니다.

히메오 : ...잘 먹겠습니다.

한쪽의 시선만이 따갑다...

이 무슨 생력화된 데자부.

미토코 : 아, 오늘은 오사무 군의 정사원으로서 첫출근인 이유로,

         조금 분발해 봤습니다.

         자, 어떤가요?

오사무 : 으음...조금?

히메오 : .........

평소보다 3종류가 많은 반찬.

과외해야 하는데 당연한 듯이 식탁에 놓인 맥주.

그리고, 오븐 토스트에서 풍겨오는 냄새는,

아마 저건...[미토콘도리아]로.

미토코 : ...어려웠나?

         그럼, 힌트 1~

오사무 : 고마워, 미토코짱.

미토코 : 에? ㅇ, 어라? 왜 그래 오사무 군?

오사무 : 응...조금, 말야 

히메오 : .........(부들부들부들)

테이블 위를 몇 초 바라본 것만으로,

미토코짱의 마음이 전해져와서,

조금, 꼴사나운 표정이 되어 버렸다.

미토코 : ㅌ, 다 됐나~?

         좀 보고 올게.

약간 습한 분위기가 되는 것을 느끼고,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나는 미토코짱.

나도, 둘만 있는 것도 아닌데

창피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기에,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며 태연한 척.

그리고...

오사무 : ...아

히메오 : (작은 소리로)...왜 이렇게 일찍 왔어?

이번에는 눈앞의 차가운 오라에 직면한다.

히메오 : 얘기했지?

         내일 아침까지 준비해 놓으라고.

오사무 : 예...

사와시마씨가 미치하마 상사를 나간 게 오후 2시.

전형적인 중역 퇴근...

그때, 그녀는 나에게, 취임 1일차인 임원으로서는,

너무나도 성실한 지시를 내렸다.

[각부의 업무 내용, 진척, 수지 상황을 정리한 자료를 작성해,

 내일 아침에 보고할 것]

히메오 : 설마, 내 지시를 무시하고 온 거야?

         그렇다면 당신의 고용에 대해

         당장 재고해야겠는데?

오사무 : 끝냈어요, 다.

히메오 : 거짓말...

오사무 :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내일 아침에 판명될 테니까요.

         일단 지금은 업무 후의 한잔을 해도 될까요?

히메오 : ㅅ, 술 같은 거 안 따라줘.

오사무 : 아뇨, 그런 뜻이 아니라.

히메오 : 불가능이야. 영업부만 해도 5개나 있다고?

         완전까지는 아니지만 하루에 끝낼 수 있을 리가...

오사무 : ...하루로 정리하지 못할 자료를,

         오늘중으로 작성하라고 하신 건가요?

히메오 : 으...

오랜만에 [정사원의 일]을 했다는 충실감 때문인지,

목을 넘어가는 맥주의 맛이 좋다...

확실히 그녀가 내린 지시는 꽤 무리한 거여서,

저녁 무렵에는 아수라장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그 정도의 일이라면.

오사무 : 하지만 그거라면 5시간 정도면 여유예요.

         뭐니해도 [이사의 명령]이니까요.

히메오 : ? 무슨 소리?

역시...

자신의 지금 위치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군.

뭐, 무리도 아니지만.

오사무 : 과장 명령이라면 과의 전원.

         부장 명령이라면 부의 전원.

         임원 명령이라면...각부의 관계 인원 전원을 이용할 수 있어요.

히메오 : 에...?

그녀는...진정한 의미의 사회인이 아니기에,

조직이라는 것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상 못한다.

오사무 : 50명 정도가 모여서 자료를 만들면 말이죠,

         몇 시간만에 100페지 정도도 작성 가능해요.

         물론, 전(全) 부장의 리뷰도 끝낸 완성판이에요.

[모회사로부터 온 여대생 임원]

그런 센세이셔널한 인사에 전전긍긍하고 있던

미치하마 상사의 사람들은, [사와시마 이사의 지시]라는 주문에,

마치 부모의 원수를 대하듯 작업했다.

그리고, 그 검은 정장과 선글라스 덕분에,

내 존재와 지위가 모두에게 알려진 것도 크다.

...그 복장이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히메오 : 그런...거의 모든 사원을 총동원했다는 소리야?

         난 당신한테 지시한 거라고?

오사무 : 그러면 지시 남용이군요.

         다음부터 조심하겠습니다.

히메오 : 날 놀리네...

         알고서 일부러 그런 거지?

오사무 : 내일 아침에 필요한 거라서,

         당신의 내일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간부가 아니기에,

자신이 가진 권력이 어떤 일을 초래하는지 상상 못한다.

히메오 : ㅈ, 자기가 할 일은 자기가 하라고.

         부모님한테 그렇게 안 배웠어?

오사무 : 회사에는 그런 논리는 통하지 않아요.

         그걸로 월급을 받고 있으니 당연한 거예요.

히메오 : ~으!

점점 이상한 논리를 펼치던 [사와시마 이사]에게 있어서,

아무래도 이 말은 꽤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오사무 : 사와시마 씨...

         역시 당신한테 그 직책은 너무 무거운 것 같아요.

         가능하면 다른 누군가를...

히메오 : 시끄러워!

         아버지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거야!?

미토코 : ...히메오 언니?

오사무 : 오! 다 됐어? 나머진 맡겨둬.

         미안한데요 히메오 씨, 깔개 좀 부탁해요~

히메오 : 아, 네네.

         뜨거우니까 조심해요, 오사무 씨.

미토코 : .........

.........

아직 화제 전환시의 대화가 많이 어색하군.

하지만, 이게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도 별로 기분좋진 않지만.

......

...

(드르르륵)

히메오 : 어머~ 토코짱 피부 매끈매끈~

미토코 : 아, 자, 잠깐...

         가, 간지러워, 간지러워, 간지럽다고~

히메오 : 아하하, 미안~. 나도 모르게 자꾸 손이 가서~

미토코 : 하아, 하아, 하아...괴, 괴로웠다~

         부탁이니까 스폰지를 쓰라고.

히메오 : 네네, 맡겨둬.

         그건 그렇고 민감하네~ 토코짱.

         특히 옆구리에서 겨드랑이에 걸쳐서 말야...

미토코 : 그만해...말로 능욕하는 것도 그만하라고.

         다른 손님도 있잖아~

히메오 : 공중 목욕탕이라는 것도 좋네.

         처음오니까 모든게 다 신선하고 재밌어.

         ...아니면, 토코짱이랑 같이 와서인가?

미토코 : 나는 앞으로도 쭉 이용할거니까 말야,

         너무 창피한 짓 하지마...

히메오 : 좋아, 등 닦는 거 끝.

         그럼 이번엔 앞으로 돌아설래?

미토코 : 남의 말을 잘 듣는 것도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

검은옷의 남자2 : .........

검은옷의 남자1 : .........

오사무 : 저기...사사키 씨?

사사키 : 네, 왜 그러시나요, 요시무라 님?

오사무 : 목욕탕 안에서도 선글라스를 안 벗으시네요...

사사키 : 엄격하게 지시를 받아서요.

그래도 목욕탕이기에 역시나 [검은옷]은 탈의실에.

그리고...역시나 앞을 가리는 타올은 하얀색이었다.

(하하...흐흐...하하핫...) --- 미토코와 히메오의 목소리

오사무 : .........

사사키 : .........

오사무 : ...그래서?

사사키 : 그래서, 라뇨?

오사무 : 아뇨, 저기...

         왜 당신까지 여기에?

사사키 : 흑.........

오사무 : 현기증 나신거죠!?

사사키 : 아주 좋군요, 공중 목욕탕이라는 것도.

         아니면, 요시무라 씨랑...

오사무 :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건

         사회 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사사키 : 뭐 농담은 그쯤하고.

오사무 : 농담이신거죠?

         절 웃기려고 그러신 것 뿐이죠?

그 효과는 전혀 없었지만,

농담이라면 괜찮다....분명...

사사키 : 아가씨 얘깁니다.

오사무 : 아...

사사키씨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분해짐과 동시에,

나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거리를 조금 좁혔다.

줄곧 호시탐탐 노려왔던 기회를,

고맙게도 사사키 씨쪽이 만들어줬다.

이걸 놓쳐선 안 된다.

사사키 : 이번 일...

         큰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아가씨를 대신해 사과 드립니다.

오사무 : 아니요...그녀가 제 취업을 도와준 건 사실이니까요.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할 정돕니다.

그것도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짤렸던 회사에,

명예 회복의 기회를 주었기에.

사사키 : 그건 단순한 결과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가씨에게 있어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사무 : 왜 그녀는...

         저를 그렇게 싫어하는 걸까요?

사사키 : 싫어한다고요? 당치도 않은 말씀.

         굳이 말하자면 꽤 마음에 들어하고 계십니다.

오사무 : .........네?

사사키 : 저도 올해로 5년이 되어 갑니다만, 

         아가씨가 남성이랑 만난 후, 그 일을 떠올리면서까지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을 보인 건 당신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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