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우리 두 사람은 미토코짱의 방에서 무릎꿇고,
또 다시 2시간 내내 설교를 들었다.
이상하다...
제대로 이름 불렀는데.
부부장(副部長) : 여어~ 요시무라 군!
왔구만.
오사무 : 히라키 과장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첫출근 날...
추억의 통근길을 신선한 마음으로 걸어,
추억의 사무실 문을 긴장하면서 연 나를 맞이한 것은...
부부장 : 오랜만이라고 해도 아직 한달도 되지 않았지만 말야.
하지만...다행이야. 정말로 잘 됐어...
오사무 : 과장님...
그때, 내 공범이 되어줬던 추억의 얼굴이었다.
부부장 : 그 태풍 온 날의 일, 줄곧 잊을 수 없었네.
그때는 정말 미안했네...용서하게.
오사무 : 그, 그런...신경쓰지 마십시오.
과장님은 제 폭주에 말려들은 것 뿐이잖습니까.
부부장 : ...뭐, 그 말대로지만.
그 이후로 보름, 수명이 10년은 줄었다고.
오사무 : ...죄송합니다.
부부장 : 아하하하, 여전히 사과만 하는구만.
우리 회사를 도산의 위기에서 구해준 사람이.
오사무 : 아뇨, 그거 과대평가니까요.
저는 결국 일을 일으키기 전에 쫓겨난 몸이니.
부부장 : 그 레포트를 각 부의 과장들한테 보여줬을 때의 표정이란...
자네한테도 보여주고 싶었네.
오사무 : 아무리 그래도...
이 짧은 기간에 용케도 제휴를 이끌어 내셨군요.
솔직히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부장 : [강제조사]라는 키워드는 의외로 효과가 좋았어.
뭐, 지난주에는 위아래 다 난리였으니.
오사무 : 그랬겠죠...
부부장 : 지금도 반(反) 사와시마를 공공연히 부르짖는 사람은 적지 않아.
어찌됐든 지금까지의 상황이 있으니까 말이지. 특히 부동산부는.
오사무 : .........
어찌됐든 지금까지는, 사와시마 부동산의 라이벌인
미쯔마루 부동산을 위해서만 존재했던 조직이었다.
그게 겨우 열흘 남짓으로,
[앞으로는 라이벌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시오]
같은 소릴 듣고, 순순히 따르는 사람은 특이한 인간이겠지.
부부장 : 뭐, 일단 그쪽일은 신경쓰지말게.
다른 사람은 현재, 자네가 이 회사를
뒤집어 엎었다는 건 모르니.
오사무 : ㄴ, 네...
부부장 : 뭐, 그 덕분에 내가 좋은 방향으로도, 나쁜 방향으로도
엄청나게 과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오사무 : ㄱ, 고생하십니다.
부부장 : ...그건 그렇고, 여전히 저자세구만 자네는.
이러면서 부장을 보내버리니까 더 무섭다고.
오사무 : 저, 저기 그러니까요...
다른 사원들이 과대평가하지 않는 건 다행이지만,
그만큼 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 사람에게
이렇게 과대평가를 받는 건, 훗날이 두렵다.
부부장 : 뭐, 아무튼 열심히 하게 요시무라 군.
내가 가능한 일이라면 가능한한 서포트해줌세.
...약간, 재량도 늘었으니까.
오사무 : ㄴ, 넷, 열심히 하겠습니다!
불초 요시무라 오사무, 히라키 과장님과
경리부를 위해 분골쇄신 노력할 것을...
부부장 : ㅇ, 아아...그런데 말이네.
실은 자네의 새 부서는 경리부가 아니야.
오사무 : ...네?
.........
오사무 : ...중역 수행원?
부부장 : 자네가 아는대로, 우리 회사는 9월부터
미쯔마루 부동산의 그늘에서 벗어나, 사와시마 부동산의 아래로 들어갔네.
오사무 : ㄴ, 네.
부부장 : 미쯔마루 계열이었던 미와 전무와 테라카와 상무는 해임.
전무파였던 시노야마 부장과 함께,
미쯔마루의 다른 자회사로 가게 됐지.
오사무 : 그건...
부부장 : 뭐, 쿠데타가 일어나면 이런 일도 당연히 따르지.
자네는 신경쓰지 말게.
오사무 : .........
신경쓰지 말라고 해도...
미와 전무와 테라카와 상무는 만난 적이 없지만,
시노야마 부장은 몇 번 대화했었다.
분명 나에게 심한 말을 한 적이 많았고,
날 해고시킨 것도 그 사람이었지만,
별로 개인적 원한은 없었고, (해고도)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유였다.
혹시 나는...
시노야마 부장의 인생을 망쳐버린 걸지도 모른다.
부부장 : ...얘기 계속하겠네.
오사무 : ...네
부부장 : 그래서, 빈 자리에 누가 들어가는가 하니,
뭐, 당연히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어서 말이네.
오사무 : 사와시마로부터의 파견 임원...이죠?
부부장 : 여긴 자회사니까 어쩔 수 없지.
그래서 자네와 같이 오늘부터 취임하기로 했는데.
오사무 : ㄴ, 네, 그게?
부부장 :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자네를 자신의 비서로 지명했다네.
오사무 : ...뭐라, 구요?
부부장 : 이야 놀랐어...
당연히 자네를 다시 부르려고 했지만,
아직 돌아오지도 않은 자네를 갑자기 단독 지명하다니 말야.
부부장 : 역시 자네, 카마타 상사에서는 꽤 날렸구만.
부부장 : 아냐아냐, 겸손해할 필요 없어.
그렇지 않다면 사와시마의 중역에게까지 이름이 알려졌을 리가 없지.
부부장 : 내 입장에서는, 자네와 같은 우수한 부하를
얻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부부장 : 하지만 생각에 따라서는 이게 더 잘된 걸지도 몰라.
솔직히 말해...자네는 내가 감당할 수 없네.
.........
사와시마로부터의 파견...
오늘부터 취임...
그리고...나를 알고 있다.
설마...
설마, 설마, 설마...
아니, 그런 말도 안되는...
하지만 달리 생각나는 사람은 전혀...
오사무 : .........
(똑똑)
오사무 : ...요시무라 오사무입니다.
오늘부로 이곳으로 발령났다는 소식을 접해서.
??? : ...들어와요.
오사무 : ~윽!
역시...이 목소리...
틀림, 없다.
(철컥)
오사무 : 히메오 씨!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히메오 : 꽤나 친한척하네...
토코짱 있을 때 말고는 내 이름 부르지마.
히메오 : 사와시마 히메오입니다.
이번에 미치하마 상사, 사와시마 부동산, 양사의 업무 제휴에 따라
여기로 오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임원1 : .........
임원2 : .........
히메오 : 그럼 곧바로 본제로 들어가겠습니다만,
업무 제휴후의 미치하마 상사의 경영 방침에 대해서...
미치하마 상사 사장 : 저기...사와시마 씨.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히메오 : ...저는 사와시마 부동산 대표이사, 사와시마 준페이로부터
귀사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습니다.
즉, 제 말은 사와시마 본사의 지시와 동일하다는 의미로...
사장 : 아아,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라.
히메오 : 그럼 무슨?
사장 : 뒤에 있는 분들은 대체...?
히메오 : 제 직속 부하입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사장 : 아, 아니요, 그...으음...........그렇습니까.
임원3 : .........
임원4 : .........
검은옷의 남자2 : (작은 소리로)...사사키 씨, 저기 사사키 씨.
검은옷의 남자1 : (작은 소리로)...왜 그러시죠?
검은옷의 남자2 : 울어도...괜찮을까요?
아니 이미 눈물이 글썽대지만.
이럴 때는 선글라스가 고맙다.
본말전도지만.
검은옷의 남자1 : 가능하면 참으시죠...
그렇게까지 데미지를 받으면,
다음에는 제가 침울해집니다.
검은옷의 남자2 : 아, 역시 의문을 가질 때도 있으시군요?
검은옷의 남자1 : 뭐,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익숙해질 겁니다.
지금은 견뎌 내십시오 아츠미 님...
검은옷의 남자2 : 아츠미는 누군가요 스케사부로 씨...
(일본의 사극, [미토고몬]의 패러디라는군요,
신분이 높은 한 남자와 그를 수행하는 두 사람이 악을 징벌한다는 뭐 그런.
아츠미와 스케사부로는 수행하는 두 사람의 이름)
그렇지 않아도 아까부터 내 아이덴티티가
뭔가 이상하게 변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히메오 : 아시겠지요? 그럼 계속 하겠습니다.
저는 귀사의 사외 이사라는 중책을 배임받아,
이미 여러 가지 각도에서 이 회사의 현 상황 분석을 마쳤습니다.
...했었나?
요 며칠간은 회식이랑 과외랑 나와의 다툼으로
점철돼 있던 것 같은데.
히메오 : 그에 따르면, 귀사는 영업계 5부의 총인원 90여명,
부동산부 45명, 이것만으로도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지요?
임원1 : 그렇습니다.
따라서 사와시마씨와는 이익이 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제휴를 제의하게 된 이유로...
히메오 : 그런데 인원의 과반수를 투입해서,
5부서 중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을 보면 5억의 적자...
임원1 : 으...
어라?
어디서 들은 듯한 숫자가...
히메오 : 자동차부나 금융부 등,
실적이 좋은 타부서의 이익을 좀먹고 있는 상태입니다.
전혀 건전한 수지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임원2 : 그, 그건...미쯔마루의...
사장 : 그만두게!
임원2 : 으...
히메오 : ...물론 알고 있습니다.
사와시마의 정보망을 우습게 보시면 곤란합니다.
아니, 원래 미쯔마루를 노렸기 때문에,
모를 리가 없겠지만...
히메오 : 그런 제약속에서, 실적, 인재, 브랜드 파워 등,
착실히 힘을 모아온 것은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와시마가 손을 잡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장 : ㄱ, 감사합니다.
히메오 : 하지만 앞으로, 사와시마의 산하에 들어온 이상,
현재의 경영 체제에 대폭적인 개선이 필수입니다.
새겨 들으시도록.
임원3 : .........
임원4 : .........
침묵에 빠지는 사장 이하 임원들.
바로 몇분 전까지, 그녀에 대해서,
[여성] [초보] [대학생]이라는 네거티브한 이미지를
가졌던 그들은 더이상 없다.
그녀의 선제 펀치는,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이었다.
...여러 가지로 정보 출처가 수상한 발언이 많았지만.
히메오 : 이상과 같이, 앞으로의 경영 방침으로써,
새로운 두개의 테마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사장 : 그, 그건...?
임원 총사퇴에 의한 사와시마의 완전 지배.
불채산부문의 해산.
그에 따른 대규모 리스토라(리스트럭션).
아마도 사장 이하, 모든 임원들은
그런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고 있을 것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자신들이 했던,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
실은 큰 판단 미스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히메오 : 그건, 기업 활동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안건...
즉, [사회에 대한 공헌]과 [복리후생의 확충]입니다!
사장 : .........네?
검은옷의 남자1 : .........
검은옷의 남자2 : .........
그들의 "적"이자 "지배자"가 된 인물이,
실은 고도의 볼런티어 중독이라는 사실은,
전혀 상상도 못 했겠지...
제8화 : 임원 사와시마 히메오
오사무 : 사와시마 씨.
히메오 : .........
또각 또각 또각
오사무 : 사와시마 씨, 잠시만요.
히메오 : .........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오사무 : ...듣고 계시죠?
히메오 : .........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오사무 : 히메오 씨.
빙글
히메오 : 얘기했을 텐데.
토코짱 앞 이외에는 내 이름 부르지 말라고.
오사무 : 역시 듣고 있었잖아요
히메오 : 당연하잖아?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듣기 싫어도 들려.
오사무 : .........
틀림없다...
그녀는 지금 나한테 시비를 걸고 있다.
그렇지만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도전적인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히메오 : 헤에...
오사무 : ㅇ, 왜 그러세요?
히메오 : 그렇게 잘 차려입으니 제법 봐줄만 하네, 당신.
오사무 : .........네?
혹시 이 복장...
날 골탕먹이려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그녀 취향인건가?
히메오 : 항상 등을 굽히고 다니니까 없어보이는 거야.
평소에도 그렇게 빠릿하게 있어.
오사무 : 자세를 고치는 건 고려하겠습니다만,
복장을 고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고려해주십사하는.
사사키씨는 잘 어울리니 괜찮아도...
아니, 이런 생각도 그에 대한 실례인가?
히메오 : 싫어, 모처럼 둘로 맞췄는데.
오사무 : 분명히 무슨 의도를 갖고 이렇게 한 거죠, 그런 거죠!
...가 아니라,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히메오 : 몇 번이고 계속 귀찮게 하네.
오사무 : 몇 번이고 계속 무시해서 그런 겁니다만.
묻고 싶은 건 산더미 같이 있다.
왜 당신이 여기에?
대학은?
누구의 생각인지?
아니면 자신의 의지?
사외 이사 경험은...있을 리가 없나.
오사무 : ...왜 나를 여기로?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자기 자신의 일에는 거의 말을 안 하니...
히메오 : 그러고 보니 아직 얘기 안 했지...
재취업 축하해.
오사무 : 그 말씀에는...
솔직히 감사드립니다.
그녀가 지금 손에 넣은 지위로 보면,
미치하마측의 채용 결정을 뒤엎는 것도 가능할 터.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황당하게도 임원의 비서.
실태는 제쳐두고, 신입 사원으론 생각할 수 없는 대(大)발탁이다.
오사무 : 히메...사와시마씨는,
저를 안 좋게 보는 게 아닌가하고...
히메오 : 안 좋게 봐.
오사무 : 그렇죠?
태도나 말투를 봐도 틀림없는 거죠?
아~ 다행이다, 내 착각이 아니었어.
히메오 : ...당신, 무슨말이 하고 싶어?
오사무 : 싫어하는 저를 왜 뽑은 건가요?
그것도 자신의 직속으로.
히메오 : ...그렇게 간단한 것도 몰라?
사와시마씨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본인으로서는 처절하게 보이려고 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히메오 : 이렇게 하면...
아무때나 내 손으로 짓누를 수 있기 때문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