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2화 (52/87)

(와락!)

미토코 : 그, 그게, 그게 말야!

오사무 : 아~, 그러고 보니 간장 떨어졌다고 했지.

         조금만 기다려, 지금 갔다올 테니까.

미토코 : 됐어 그런 건, 편의점에서 사면 되니까!

오사무 : 하지만 편의점은 정가를 다 받는데도 특대 사이즈도 없는데...

미토코 : 그런 아줌마 같은 소릴 할 때가 아니라 말야!

평소에 미토코짱이 자주 하는 소린데...

오사무 : 그것보다 좀 진정하라고 미토코짱.

         우선은 내 차림을 좀 보고.

내 이불...아니 몸 위에 올라타,

엄청나게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미토코짱은,

여러 가지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았다.

미토코 : 아...

오사무 : 이제 알겠어?

         그러니까 자, 비켜봐...

미토코 : 까먹었다!

         전화왔다고 오사무 군!

아직인가요...

미토코 : 서둘러! 서두르라고!

         빨리 안 받으면 오사무 군의 인생이 바뀐다고!

오사무 : 이, 인생?

         뭘 그리 거창하게...

미토코 : 미치하마 상사의 인사부에서 걸려왔다고!

오사무 : 에.........?

확실히 그건...

교복 차림의 미토코짱에게 깔릴만한 가치가 있다.

.........

...아니, 아직 잠이 덜깼다, 나.

......

...

키헤 : 어라? 오늘 지배인씨는 결석인가?

히메오 : ㅇ, 예.

         본사쪽에 무슨 리셉션이 있다고.

분타로 : 여기도 리스토라의 리셉션인데.

요시노리 : 뭐, 하지만, 이걸로 3번째니.

           즐거움이 감소되는 것도 당연해.

키헤 : 좋은 일이지 않습니까.

       축하할 일이니, 몇 번이고 해도.

분타로 : 그렇지, 네번재, 다섯번째도 성대하게 축하해줄 테니까,

         안심하고 리스토라당하라고 리스토라.

오사무 : 저기 잠깐, 불길한 소리...

(쾅!)

미토코 : 불길한 소리 하지마!

         이번엔 정식 채용이라고, 아무 문제없을 거라고!

오사무 : 미, 미토코짱...

카야 : .........

히메오 : .........

방금 건 원래, 나의 [불길한 소리 하지마세요]를

시작으로, 다들 그대로 따라하면서 건배를 하는,

평상시에 자주하던 단계인데...

아무래도 [리스토라 씨]를 그만둔 미토코짱에게 있어,

나의 리스토라 네타는 이제 성질을 건드리는 말이 된 것 같다.

키헤 : ㅇ, 으음...그럼 건배할까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해고된 나 때문이니,

할 말은 없지만...

키헤 : 그럼 갑니다.

       소주인의 미치하마 상사 정식 채용을 축하하며...

전원 : 건배~!

그래도, 평소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보이면서도,

진지할 때는 진지한 영감님의 선창으로,

오늘의 연회도 무사히 시작됐다.

...근데, 허구언날 마시네, 이 사람들.

.........

카야 : 자, 오사무 군도 마셔.

오사무 : 아, 감사합니다...

         근데 카야씨도 이제 잘 어울리네요.

최근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의 연회에는,

지금까지 준비되지 않았던 스카치병이

빼놓지 않고 놓인다.

카야 : 뭐, 힘차게 맨션을 뛰쳐나온 이상,

       돌아가기엔 좀 그래서.

오사무 : 그 문제는 정말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쫓겨나듯 그렇게 돼서.

카야 : ...아직까지 그 말을 믿는다는 게,

       오사무 군의 인덕이면서 남자로서의 부덕이지만 말야.

오사무 : ...에?

카야 : 뭐, 지금은 재미도 쏠솔하고,

       낡은집에도 익숙해졌고, 이사갈 돈도 없으니,

       당분간 여기 있을 거야.

미토코 : 별로 참아가면서 사실 필요는 없는데 말이죠~

카야 : 집주인씨의 분별없는 질투도 나름대로 재미가 쏠솔하니.

미토코 : 뭣!?

히메오 : .........

오사무 : 아, 아니, 그건 그렇다치고!

         이걸로 겨우 카야 씨한테 진 빚을 갚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정말로 많은 폐를 끼쳐서...

카야 : 아, 빚을 갚는다는 건,

       오사무 군의 방에 일주일동안 재워준다는 소리야?

오사무 : 푸웁!?

미토코 : 큭!?

카야 : 아~ 그거 좋네.

       예전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이 뒹굴거리자~?

오사무 : 아니 정신적으로 말고 물질적으로!

         구체적으로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걸로!

하지만, 일주일 정도 의식주를

전면적으로 지원받았던 내 입장에서는,

카야씨의 요구는 그야말로 타당한 것이기도 해.

미토코 : 카, 카야 씨 말야,

         그렇게 이상한 소리만 하지 말고 말야,

         이제 생활태도를 좀 바꾸라고~

카야 : 별로 이상한 소리 한 것 없는데.

       나, 처음부터 오사무 군한테 항상 이런식이었는데.

사실이기에 질이 안좋다는.

여러 가지 유혹에 견디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미토코 : 오사무 군도 재취업했으니가 말야,

         카야씨도 슬슬...

카야 : 나?

       이미 재취업했는데?

오사무 : 에?

미토코 : 에?

카야 : 아는 사람이 있는 회계 사무소.

       실은 지난주부터 출근하고 있어.

미토코 : 어, 어느새!?

카야 : 그러니까 지난주.

미토코 : 그런 소리가 아니라 말야.

요시노리 : 너 알고 있었냐?

분타로 : 아니 전혀.

부끄럽지만 나도...

키헤 : 그러고 보니 요 며칠동안은 낮엔 보지 못했네요.

애당초, 저녁에 퇴근하는 심야 출근은,

그런 제대로 된 생활 사이클과 맞을 리가 없어.

미토코 : 그런 건 진작 말하라고!

         아 진짜, 의리없는 짓을 했네.

         카야 씨, 미안!

카야 : 아니, 보통 말야,

       세입자가 취업할 때마다

       축하회를 하는 집주인씨가 이상한 거라고.

미토코 : 미안, 정말로 미안해?

         내일 다시 축하회할 테니까 말야?

카야 : 됐다고 그런 거.

       대단한 일도 아니니.

분타로 : 그렇게 말하면

         지금 엄청 좋아하고 있는 리스토라의 입장이...

미토코 : 안돼, 절대로 안돼!

         우리 아파트의 세입자가 됐으면,

         집주인의 개입은 참아야 합니다~

카야 : 아하하...

       이래서 집주인 씨한테 못 이기겠다니까.

       그치, 오사무 군?

오사무 : 카야 씨...

카야 : 응?

오사무 : 아는 사람의 회계 사무소라고 하면...분명.

호우에이 상회의 사장...카야씨의 삼촌이,

카야씨를 위해 준비해준 직장...

카야 : 이제 고집부릴 필요도 없어졌으니, 응?

오사무 : 에...?

카야씨의 그 말은,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단기 그때의,

약간 무책임하고,

약간 쓴웃음섞인 태도가.

약간, 신경이 쓰였다.

.........

(시끌벅적~~~)

오사무 : ...어, 어라?

카야 : 쳇, 일어났네.

오사무 : 하아암...사람이 좀 줄었네요.

         해산인가요?

일단 방금 카야씨의 중얼거림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느샌가 내 방에 단 둘이 된 상황을 본다면,

깊이 추궁하지 않는 편이 서로의 행복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카야 : 오사무 군이 꾸벅꾸벅 졸아서 장소 변경.

       집주인 씨랑 히메사마는 퇴장.

       다른 사람들은 영감님 방.

오사무 : 아~...죄송합니다.

         오늘 거의 잠을 못 자서.

심야 알바를 두탕 뛴 후,

자고 있는데 미치하마 상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카야 : 나도 여기 있는 목적을 잃은 이상,

       저쪽에 가서 한잔할까 하는데, 오사무 군은 어떡할래?

오사무 : 저는...오늘은 그만할게요.

또 다시 카야씨의 말에 뭔가 불온한 것을 느꼈지만,

신경쓰면 진다, 신경쓰면 진다...

오사무 : 게다가 3시간 후에는 알바예요.

         이제 목욕하고 술 좀 깨야죠.

하지만, 정식 채용이 결정된 이상,

심야 알바도 이번주가 끝이군.

계산도 물건 정리도 청소도

다 익숙해지자마자 그만두는 건 좀 아쉽지만...

점장님, 낙담할지도.

심야 알바, 기본적으로 나 혼자니.

내가 말을 꺼낼 때 [이제 집에서 잘 수 있다]라고

기뻐하던게 참 인상적이었는데.

카야 : 그래...그럼 난 갔다올게.

       오사무 군, 재취업 축하해.

오사무 : 카야 씨야 말로.

카야 : 응...그럼

오사무 : .........

그건, 지금까지의 카야씨의 태도와 비교하면,

아주 담백하면서도, 꽤나 쌀쌀해서.

아니, 지금까지도 충분히 쌀쌀한 태도였지만,

거기서 한꺼풀이 더 벗겨졌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

오사무 : 자...그럼 어떡할까?

결국 회식 도중에 잠들어버린 탓에,

모두에게 감사의 말도 전혀 못한 상태다.

뭐, 영감님 일파에게 감사할 이유는 없으니까 괜찮다고 쳐도,

최소한 미토코짱과 사...히메오 씨한테는 감사의 말을 전해야.

미토코짱에게는 나를 도와준 감사를,

히메오씨에게는 미치하마 상사를 도와준 감사를.

(미토코를 찾는다)

(히메오를 찾는다) ===

그러고 보니 그녀,

오늘은 이상하게 말수가 적었지.

술도 한모금도...아, 그건 당연한건가.

나에 대한 축하 얘기가 나오면,

분명 생트집을 잡을 거라 생각했는데.

.........

오사무 : 아...

히메오 : 어머

오사무 : 이, 있었어요...

어떻게 히메오씨와 콘택트를 할까 생각하면서,

미토코짱의 방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데,

그 마음이 통했나...

히메오 : 복도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뭔가 했더니...

오사무 : ...죄송합니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민폐끼친 것에 불과했나보다.

히메오 : 토코짱은 없어.

         ...아니, 있다고 해도 이 밤에 여자 방에

         간단히 들일 수는 없지만.

오사무 : 아뇨, 오늘은 미토코짱이 아니라,

         히메오씨한테...

히메오 : 나한테?

오사무 : 그...재취업하게 된 거 감사하다는 말을 하려고.

히메오 : 에...?

오사무 : 이번에 여러 가지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이번에야말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히메오 : ㅇ, 어떻게 알았어!?

         도대체 누구한테 들었어?

오사무 : 인터넷 뉴스랑 신문에 실려 있었어요.

         내용은 적었지만.

히메오 : ㅅ, 설마?

         벌써 실렸어?

         오늘 아침에 결정한 건데?

오사무 : 하긴, 사와시마 부동산에서 보면,

         미치하마의 흡수 따윈 사소한 일일지도 모르지만요...?

히메오 : 엥? 흡수?

오사무 : 엥? 오늘?

미치하마 상사의 제휴 얘기는 지난달이었다.

오사무 : .........

히메오 : .........

오사무 : 저기, 무슨 얘기를?

히메오 : 그쪽이야말로.

오사무 : .........

히메오 : .........

아무래도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오사무 : 죄송한데요.

         좀 물어봐도 될까요?

히메오 : 안돼.

오사무 : 뭔가 숨기는 거 있나요? 히메오 씨.

히메오 : 거...건방지게!

         토코짱 앞 이외에는 내 이름 부르지마!

오사무 : 그, 그랬다간

         미토코짱한테 혼나잖아요!?

히메오 : 그야말로 바라는 바야!

         애당초 토코짱한테 들키지만 않으면 문제 없잖아.

오사무 : 전 더이상 그런 추잡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요...

히메오 : 이혼남이 새삼스럽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꼴사납게!

오사무 : 그걸 말해버리면 사고정지잖아요.

         좀 더 이성적으로 얘기하자고요...

히메오 : 부인 하나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 인간이,

         토코짱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리가 없어.

오사무 :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미토코 : 아~!

         또 싸운다~!

히메오 : 적당히 좀 해요, 오사무 씨!

오사무 : 당신이야말로 냉정해지세요, 히메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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