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화 (50/87)

미토코 : 네~!

히메오 : 자, 어떨까나...?

         맛은 둘째치고, 겉모양은 맛있어 보이지?

미토코 : 어, 바로 얼마전에

         그거랑 똑같은 말을 들은 것 같은데?

히메오 : 흐흐흐, 글쎄 그랬나~?

미토코 : 부추의 길이는?

히메오 : 균일.

미토코 : 간의 처리는?

히메오 : 피빼기와 밑간.

미토코 : 그 후에는?

히메오 : 녹말 가루를 바르고...으음

미토코 : .........

히메오 : ...미안.

         또 부추랑 같이 볶아버렸다.

미토코 : 후우, 뭐, 그 정도라면 됐나.

         만드는 방법은 합격점.

히메오 : 아잣~! 한번에 OK받았다~!

         이걸로 언제 토코짱의 신부가 돼도 괜찮은 거지?

미토코 : 나 꽤 폭력 남편인데 괜찮아?

히메오 : 괜찮아, 괜찮아, 나, 순종적인 타입이니까.

미토코 : 뭐야 진짜...근데 아직 속단하긴 일러.

         자, 다음은 맛이지.

히메오 : 네네...그럼, 먹어 볼까요?

         손을 맞잡고~

미토코 : 아~, 잠깐만.

(다다다다...)

히메오 : 왜 그래 토코짱?

         차라면 여기에.

미토코 : 오사무 군, 불러올 테니까.

(철컥)

히메오 : ....................에?

.........

미토코 : 그럼, 손을 맞잡고~

히메오 : .........

오사무 : 하, 하하...

미토코 : 히메오 언니?

히메오 : .........네에

오사무 : 아하하, 하하...

히메오 : 읏!(번뜩)

오사무 : .........

미토코 : 잘~ 먹겠습니다.

오사무 : ㅈ...잘 먹겠습니다.

히메오 : ...잘 먹겠습니다.

한쪽에서의 시선이 묘하게 따갑다...

미토코 : 아, 실은 말야 오사무 군, 이것중에 하나는

         히메오 언니가 만들었어. 어떤 건지 알겠어?

히메오 : 읏...?

오사무 : 에? 아...어떤 걸까?

         으음.........아, 이 가운데에 있는

(화려하면서도 아주 맛있어 보이는 레바니라) ===

(모양이 아주 건성건성하게 생긴 레바니라)

오사무 : 화려하면서도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나는 레바니라,

         말이죠?

(좋아하는 표정을 보이다가 다시 급 냉랭함)

히메오 : ㄴ, 내가 만든 요리에 손대면 가만 안 있어!

오사무 : 에?

미토코 : 히메오 언니?

히메오 : 에? 아, 그...역시 자신이 없어서.

         토코짱이라면 몰라도, 아직은 좀...

미토코 : 그런가...그럼 오사무 군은 이거 먹어.

         오늘은 맛을 좀 바꿔봤는데.

히메오 : 그, 그것도 안돼!

         토코짱의 요리를 먹다니 말도 안돼!

         당신은 밥통이 만든 이 밥이나 먹어!

오사무 : 고문인가요 그건...

게다가 나에게 있어선 이중의 의미로.

.........

히메오 : 가, 가정 교사?

미토코 : 응, 그래서 공부 가르쳐주는 날에는,

         보답으로 식사를 대접해주기로 했어.

         월수금이랑 일요일, 주 4회.

히메오 : 그, 그럼 일주일의 절반이 넘잖아!

         그렇게 빈번하게 단 둘이 된다고?

오사무 : ㅇ, 으음...아직 시작한지 2주밖에 안 돼서...

히메오 : 그렇다는 건 벌써 8번이나!?

...정확히는 오늘로 10번째.

하지만 뭐, 오늘은 단 둘이 아닌데.

미토코 : 나는 학원갈 돈이 없고.

         오사무 군은 영양이 불균형이야.

         그렇다면 해결책은 하나, 그렇지 오사무 군?

오사무 : ㅇ, 응, 뭐.

히메오 : ...(부들부들부들)

미토코짱은 사와시마씨의 경악하는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 거리낌없이 나와의 약속을 자랑하고 있다.

아마 사와시마씨가 지금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겠지.

...그렇다고 하나, 나 역시 그녀가 최근에 보이는 태도를,

솔직히 상상하지 못했지만.

미토코 : 그렇게 돼서, 지금부터 오사무 군이랑 공부할 시간이야.

         미안하지만 히메오 언니, 먼저 목욕이라도 다녀올래?

히메오 : 에............?

같이 있으려고 했다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는 낙담의 음성...

미토코 : 응, 여기 방이 하나밖에 없고, 오사무 군도 있으니,

         히메오 언니, 편치 않지?

히메오 : 그, 그런...

         그, 그럼, 같이 등 닦아주는 건?

         (욕탕속에)어깨까지 담그고 100까지 세는 건?

그런 애들이 하는 걸 기대하고 있었나, 이 사람은...

미토코 : 하지만, 이거 끝나면 10시 정도 될 텐데?

히메오 : 괜찮아...그래도 괜찮아...

         부탁이니까 방해된다고만 하지 말아줘...

         토코짱 옆에 있게 해줘...

...라고 말하면서 나를 노려보는 건 어찌된 영문인지.

미토코 : 그런가...히메오 언니는 대중 목욕탕은 한번도 안 가봤지.

         혼자 가는 건 좀 그런가.

히메오 : 에? ㅇ, 아, 바로 그거야!

         정말로, 토코짱은 나에 대해 잘 아는구나.

오사무 : 하하...

실제로 보기전까지는 믿을 수 없었지만,

미토코짱과 같이 있으면, 금새 이런 성격이 되는구나.

뭐랄까, 정말로 미토코짱을 좋아한다는 걸

전하는 점에서는, 엄청난 심퍼시(sympathy)를 느끼게 되는데...

하지만...

미토코 : 으음...

오사무 : .........

히메오 : ...(슬쩍, 슬쩍)

미토코 : 아, 이건가...

오사무 : .........

히메오 : ...(두근두근)

미토코 : 어라?

히메오 : 읏!

오사무 : 모르겠어?

         어디?

미토코 : 응, 여기.

         문제 15의 사지선다 문제.

오사무 : 아, 이건 말야...

히메오 : 3번이야.

         여긴 봐봐, 이미 가버리고 지금은 없다는 거니까,

         현재 완료형으로...

오사무 : .........

미토코 : .........

히메오 : have+과거 분사니까, 으음...어라?

이제 좀 그만했으면 한다.

벌써 3번째니.

오사무 : ...사와시마 씨.

히메오 : ㅁ, 뭐야?

오사무 : 최소한 미토코짱이 뭔가 쓰기 전까지,

         대답하지 말고 기다려주실 수는 없나요?

히메오 : 그, 그런 소리를 해도,

         당신 아까부터 도움도 안되고 힌트만 주잖아.

오사무 : 뭐, 어느 정도는 일부러 그러는 거니까요.

         사람은 한번 틀리는 편이 기억하기 쉽다구요.

히메오 : 그렇다고 토코짱한테 창피를 주다니!

오사무 : ㅂ, 별로 문제될 거 없잖아요.

         누가 보는 것도 아니니까요.

히메오 : 그러면 당연히 더 안되지!

         토코짱이 고개숙이고 얼굴 붉히는 걸,

         혼자서 히죽히죽거리면서 즐기다니, 대체 무슨짓이야!?

미토코 : 히메오 언니, 히메오 언니.

         나 문제 좀 모른다고 울거나하지 않으니까.

히메오 : 이런 건 가정 교사가 아냐...

         그냥 정신적 학대야!

오사무 : ㄴ, 네?

히메오 : 더이상 당신 같은 무식하고 이기적이고 잔혹하고

         편집적이고 악취미를 가진 인간한테 맡길 수 없어.

         내가 토코짱의 공부를 봐 주겠어...

오사무 : 아니, 잠깐만요...

         어휘의 풍부함은 인정하겠는데요, 잠깐만 봐봐요...

왜 그렇게 되지?

왜 그런 단락적인 결론이 나오는 거야?

히메오 : 그래...그랬어.

         왜 지금까지 그걸 모르고 있었을까...

분명 한달 전, 나와 사와시마씨는,

어느 기업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꽤 심도 깊은 디스커션을 나눴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나와 사와시마씨는,

어느 여중생의 교육 방침을 두고,

초등학생 레벨의 말다툼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뭐랄까...[여대생 사와시마 히메오]라는,

나이에 걸맞는 인물상은 존재하지 않는 건가?

오사무 : 저기, 죄송한데요...우선 미토코짱의 공부는,

         제가 책임지고 봐 주기로 약속해서요.

히메오 : 당신처럼 남의 실패를 부추키는 방법으로

         토코짱이 클 리가 없어!

미토코 : ...앞에다 [성적]이라고 붙여줬으면 하는데.

         단순히 [크지 않는다]라고 들으면 좀 싫으네.

오사무 :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의 제 방법은,

         예전부터 자주 사용되온 교육 방침중의 하나인데요.

히메오 : 아니, 그렇지 않아.

         [사람은 칭찬받는만큼 성장한다]라고,

         카바이 학원의 호도케 선생님도 말씀하셨는 걸!

오사무 : 저도 카바이 학원의 수바르타 선생님한테 배웠다구요.

         [사람은 실패에서 성공 이상의 경험을 배운다]라고.

미토코 : 저기...

히메오 : 수바르타 선생이라고? 안돼안돼 그런 선생.

         여름 학기때 한번 들어봤는데 아주 저질이었어.

오사무 : 자, 잠깐만요.

         인기에만 편승하고 있는 호도카 선생님보다는

         수바르타 선생님이 훨씬 도움이 되는 수업을 한다구요.

미토코 : 저기 말야...

히메오 : 당신 나고야 지점에 다녔지?

         기분나빠, 내 생활권에 들어오지마!

오사무 : 어쩔 수 없잖아요.

         근처에 좋은 학원이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메이테츠(나고야 철도)를 이용하면 겨우 30분이에요!

히메오 : 아무튼 토코짱은 현역 학생인 제가 맡겠어요!

         10년 전에 은퇴한 노인네는 저리가세요!

오사무 : 졸업한지 몇년 됐지만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리고 원래 가정 교사라면 슈우센보다 야츠하시 쪽이 인기가 높아요!

(쾅!)

미토코 : 그만들 좀 해~!

히메오 : 꺄앗!?

오사무 : 히익!?

어느샌가 히트업되고 있던 우리들의 교육 논의(?)는,

피교육자의 일격에 의해 간단히 중단되었다.

미토코 : 두 사람 다 거기 앉아요, 정좌(무릎꿇는 것)!

히메오 : 토, 토코짱...?

오사무 : 미, 미토코짱...왜 나까지?

미토코 : 싸워봤자 서로 손해잖아!

         두 사람 다 좀 잘지낼 수 없어!?

히메오 : 그, 그치만, 그건...

오사무 : 아니...난 조금도 반목할 생각이 없었는데...

히메오 : 겸손할줄 모르고 토코짱한테 헤헤거리면서,

         잘도 그런 뻔뻔스런 소리를 하네...

오사무 : 왜 당신의 허락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가는데요...

미토코 : 그만하라고 하잖아!

히메오&오사무 : ㄴ, 네...

.........

.........

미토코 : 자, 그럼 어서.

히메오 : .........

오사무 : .........

미토코 : 두 사람~?

         화해, 한거 맞지?

히메오 : 그, 그건...그렇긴 하지만.

오사무 : ㅎ, 하지만...

         화해랑 이거랑은 좀 의미가 다른 듯한...

미토코 : 제대로 불러봐~?

         안 그러면 나, 앞으로 두 사람이랑 말 안할테니까 말야~?

히메오 : 그, 그런...

오사무 : ㄴ, 나는 그래도 괜찮지만,

         그녀가 허락안할 것 같은데...

히메오 : 그, 그렇게 남한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니까

         비겁자라는 욕을 먹는 거야 당신은.

미토코 : .........

오사무 : 으...

히메오 : 으으...

오사무 : ㄱ, 괜찮은가요?

히메오 : ㅇ, 어쩔 수 없네.

오사무 : .........

히메오 : .........

오사무 : 사...아, 아니...히메오 씨.

히메오 : ㅇ, 왜.........오사무 씨?

오사무 : ㅇ, 으음...아까는 죄송했습니다, 히메오 씨.

         가능하면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냈으면.

히메오 : 아, 아뇨, 저야말로.

         무례하게 굴었던 거 용서해주세요, 오사무 씨.

미토코 : 네, 그럼 힘차게 악수~.

         두 사람 다, 이제 싸우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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