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화 (49/87)

(벌떡)

오사무 : ㅁ, 뭔가요!?

히메오 : .........

그러고 보니, 이제 8월도 끝.

그 회사에 주변에도 슬슬 움직임이 있을 터다.

고발을 당하고, 강제 조사의 손길이 뻗쳐오고,

경영진의 책임 문제로 발전해,

자칫하면 회사의 존속 자체가...

히메오 : ...말하기 싫어.

오사무 : 방금, 한 얘기는?

히메오 : 관심을 보이니까 얘기할 마음이 사라졌어.

오사무 : 대체 뭔가요 그건...

하지만 사와시마씨는, 크게 흥미를 보이는 나를

더더욱 불쾌한 듯이 쏘아보더니,

술로 빨게진 얼굴을 획 돌렸다.

오사무 : 사와시마 씨.

히메오 : .........

오사무 : 사와시마 씨, 거기까지 말을 꺼냈으면,

         최소한 힌트라도 주세요.

히메오 : .........

오사무 : 하긴, 저에게 있어서 미치하마 상사는

         이제 아무 상관없는 회사일지도 몰라요.

히메오 : .........

오사무 : 하지만, 단 한달이라고는 하나 몸담고 있던 곳이에요.

         그 거취가 신경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히메오 : .........으

오사무 : 전혀 얘기할 기분이 안 드시나요?

히메오 : ~윽

오사무 : ...사와시마 씨?

히메오 : ~~~우읍

고집을 부리며 내게서 고개를 심하게 돌린 탓에,

아까까지 홍조를 띄고 있던 얼굴이, 왠지 파란색을 띄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나한테 화나있는 건가.

그렇지만 대체 내가 뭘 그렇게...

히메오 : .........우욱

오사무 : ...에?

히메오 : 으, 으, 으...

오사무 : 사, 사와시마 씨?

미토코 : 히메오 언니?

사사키 : 아, 아가씨?

         설마 알콜을 입에 대신 건!?

오사무 : 헤?

히메오 : 으, 으, 으, 으, 으으우우우욱~~~!

(철컥, 쾅!)

오사무 : 아...

.........

나중에 사사키 씨한테서 들은 얘기로는...

사와시마씨의 약한 주량은,

마치 선천적 알레르기가 아닐까하는 정도로 심해서.

맥주는 커녕, 감주 한모금으로도 한계치를 넘는다든지,

지금까지 이 방의 공기에서 버틴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깝다든지,

그래서 그렇게 불쾌해 보였다든지, 여러 가지의 신(新)발견을 해서.

몰랐다고는 하나, 나 역시도,

그후에 미토코짱한테 한시간동안 설교를 듣게 되어...

.........

......

...

(철컥)

히메오 : 후아아아아아...

히메오 : 으으...아파.........아

카야 : .........(치카치카치카)

히메오 : .........

카야 : .........(아아아아아~~) --- 입안 헹구는 소리

히메오 : .........

카야 : ......푸하

히메오 : 하아...

카야 : .........

히메오 : .........

카야 : 자, 그럼.

히메오 : 제법 [평범한 주민] 행세를 하네.

카야 : ...뭐야 그게?

히메오 : 당신한테는 솔직히 아주 실망했어.

카야 : 앵?

히메오 : 당신, 그 남자를 쫓아 이 아파트로 온 거지?

카야 : .........

히메오 : 그 남자가 너무 좋아 견딜 수 없어서, 같이 있고 싶어서

         전에 살던 맨션에서 쫓겨났다는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옆방으로 굴러 들어온 거지?

카야 : 그게 어쨌다고?

히메오 : ...당신한테는 솔직히 아주 실망했어.

카야 : 같은 말 두번 하지마.

히메오 : 그 남자한테 버려졌다고?

         토코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카야 : .........

히메오 : 왜 그대로 붙잡아 두지 않는 거야?

         왜 그냥 놔두는 거야?

카야 : 그건...

       한번도 붙잡은 적이 없었으니까 그렇지.

히메오 : 당당하게 패배자 선언?

         꽤 한심한 일방적 사랑이네.

카야 : ...남의 상처에 소금 뿌리지마.

       아직 그렇게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니까.

히메오 : 당신이 그러고 있어서,

         내가 이런 사태를 맞이했다는 소리야.

카야 : ...그래?

히메오 : 정말, 마음에 안들...

카야 : 당신도 오사무 군 따라 왔구나.

히메오 : ...그럴 리 없잖아!

히메오 : 아야야야야...머리가, 머리가....

카야 : 맥주 한잔으로 그렇게까지 맛가는 간은 좀.

히메오 : 남의 일에 신경쓰지 말아줘...

카야 : 10초 전에 자신이 한 말을 생각하면서

       방금한 말을 리핏해주세요.

히메오 : 그런 남자 때문일 리가 없잖아!

         난 그런 저질인 5호실의 2호와는 달라!

카야 : 리핏을 하라니까.

히메오 : 나는 말야...토코짱을 구하기 위해 왔어.

         그 남자의 마수로부터.

카야 : 아, 그러셔.

히메오 : 뭐야 그 한심하다는 듯한 말투는?

카야 : 아, 남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잘 이해하는구나.

히메오 : 그 남자가 하도 느긋하게 있는 바람에 괜한 고생을 시켜,

         토코짱이 얼마나 곤란을 겪고 있는지...

카야 : 하지만 남의 얘기를 안 듣는다는.

히메오 : 토코짱은 말야...지금 수험을 앞둔 중요한 시기야.

         그런 때에, 아무것도 아닌 제3자가 쓸데없이 걸리적...

오사무 : 다녀왔습니다~

카야 : 아.

히메오 : 으!?

오사무 : 어라, 카야 씨랑 사와시마 씨?

         좋은 아침이에요~

         두 분이서 무슨 얘기 도중이었나요?

카야 : 오사무 군이 순진 무구한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전무후무의 악당이라는 애기로 달아오르고 있었어.

히메오 : 그녀가 하는 말은 전부 사실이니까 신경쓰지 말아줘.

오사무 : 신경쓰인다구요!?

.........

오사무 : 사, 사실인가요, 쿠마자키 씨!?

요시노리 : 어, 틀림없어.

           오늘 아침부터 미쯔마루 관련주가 계속해서 가치가 떨어져,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는데...

분타로 : 근데 쿠마짱.

         당신 주식했었구나?

         그럼 왜 집세가 반년치나 밀렸어?

요시노리 : 아니, 밑천이 없어서 시뮬레이션만 하는 거야.

           승률 8할 정돈데, 누구 투자 안 할래?

           100만부터 시작한다고?

분타로 : 여기 사는 누구한테 하는 소리야?

오사무 : 마침내 미쯔마루에 검찰이...

쿠마자키 씨 방에 있는 디스플레이에 비친 화면에는,

분명히 [미쯔마루 그룹, 분식회계 의혹 일제 수색]

이라는 제목이 대문짝만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날짜는 오늘, 시간은 12시.

분명 점심 뉴스에도 나왔을 것이 분명하다.

오사무 : 그 얘기...역시 정말이었어...

요시노리 : 그 얘기?

           리스토라, 너 무슨 소릴 들었어?

오사무 : 아, 아뇨...

오늘은 9월 1일...방재의 날.

...이기도 하지만, 일단 그건 제쳐두고,

일반적으로 [가을]이라고 불릴 달로 접어 들었다. 

사와시마씨가 전에 얘기했던 [가을이 되면]이,

지금 이 순간, 현실이 되었다는 소리로.

요시노리 : 알고 있었으면서 왜 얘기 안 했어?

           이 정보만 있으면 모두의 집세 3년치는

           하루에 벌었을 것을.

분타로 : 그렇다고. 알려줬으면 3년 정도

         집세 안 낼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다들 사이좋게 구치소에서 말이지.

참고로 내부자 개래의 형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엔 이하의 벌금.

오사무 : 미, 미치하마 상사는 어떻게 됐나요?

         역시 조사의 손길이 뻗쳤나요?

일단 지금은 내가 갖고 있던 정보의 문제는 제쳐두자.

요시노리 : 으음...강제 조사가 들어간 건, 미쯔마루 부동산 본사랑,

           미쯔마루 건설, 마루세 개발, 그리고...

오사무 : 으...

쿠마자키씨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회사명을 듣는 것만으로,

미쯔마루 그룹의 주요 기업은 죄다 망라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내가 아무 손도 쓰지 못했던 그 회사는,

모회사의 부정에 순식간에 말려들어...

요시노리 : 고노아오 산업, 미하라 빌딩 매니지먼트......이상 8개사.

오사무 : .........어라?

요시노리 : 없는데? 미치하마 상사.

           애당초 거긴 미쯔마루 그룹 계열이 아니잖아.

분타로 : 잘 아네, 쿠마짱.

         근육 트레이닝이랑 게임밖에 하지 않는 주제에.

오사무 : 아, 아니, 잠깐만요.

         미치하마는 분명히 미쯔마루와의 관계를 교묘히 숨기고 있었는데요...

요시노리 : ...왠지 아직 알고 있는 괜한 정보가 있나본데.

           알았어, 미치하마 상사의 최근 동향을 찾아볼게.

그녀의 말에 의하면...

아니, 내가 조사한 사실로부터도 명백하게,

미치하사 상사는 미쯔마루 부동산에 이익 공여를 하고 있었을 터.

다른 명백한 그룹 기업과는 달리,

겉에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역으로 그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이번의 일제 수색의, 노른자라고도 불릴 가능성도...

요시노리 : .........뭐야 이거?

오사무 : ㅁ, 뭔가 나왔나요?

요시노리 : 나왔다고 하면 나온 건가?

           ...너한테 정보를 제공해준 사람이.

오사무 : 에?

요시노리 : 그렇게 사이가 안 좋아보이더니...

           언제 그렇게 관계를 맺었던 거야, 너희들.

분타로 : 뭐야뭐야?

         무슨 일?

요시노리 : 이거야...어제 기사.

오사무 : 아...

쿠마자키씨가 새롭게 열은 화면에는,

이번에야말로 [미치하마 상사]의 기사가 작긴 하지만 실려 있었다.

분타로 : 으음, 어디어디......어, 뭐야 이거?

         히메사마네 얘기잖아?

오사무 : 하하...

[사와시마 부동산, 업부 확장을 위해 3개사와 제휴]

[사와시마 부동산(본사-아이치현)은 31일,

부동산 사업의 업부 확장을 위한, 새롭게 3개사를

자본, 업무에 걸쳐 자회사화(化)하기로 발표했다]

[제휴하는 3개사는 시키죠(敷城) 코퍼레이션(카나카와현),

쿠보타 토목(토쿄부), 미치하마 상사(토쿄부)로...]

오사무 : 아하하하하...됐다.

제5안, 이다...

제안서의, 마지막 페이지에 기재되었으나,

프레젠테이션에서 발표할 엄두조차 못 냈던 악마의 거래.

미쯔마루의 라이벌이자,

이번일의 주동자인 사와시마 부동산에 전면적으로 투항해,

회사의 목숨만은 건진다는, 금단의 작전.

분타로 : 저기, 이거 무슨 소리야?

         리스토라가 전에 있던 회사, 어떻게 된 거야?

요시노리 : 말하자면, 히메사마 아버지의 회사가 돈과 인력을 투입해서,

           자유자재로 조종하게 됐다는 얘기야.

오사무 : 다행이다...정말 다행이다.

         역시 토박이의 힘은 보통이 아니었어...

그렇게나 짧은 기간에, 게다가 미쯔마루측을 적으로 돌리면서,

결국 사장님의 결단까지 이끌어 냈구나.

히라키 과장님이 지금까지 쌓아온 행동력과 인맥이,

마지막에 이르러 빛을 발했겠지.

어찌됐든, 이걸로 미치하마 상사는 살아 남았다.

내 노력이 도움이 됐는지는 지금 알 수 없지만,

최악의 결과만은 피하는데 성공했다.

어젯밤, 그렇게나 기분나빠했던, 그녀의 덕분에.

분타로 : 근데 이게 좋은 일이야?

요시노리 : 그야, 때와 장소에 따라.

분타로 : 예를 들면?

요시노리 : 글쎄...미인이지만 냉혈하고 성질급한 아가씨에게

           채찍질을 당하며 극도로 이용당하는 걸 기뻐할 인간한테는,

           목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좋은 조건이지.

분타로 : 과연...리스토라한테 딱...?

(치지지지직....)

히메오 : 좋아 다 됐다~!

         자, 테이블 좀 정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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