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코 : 응.
떨어지지 않는다면 차선책.
두 사람이 흠뻑 젖은 상태에서도 몸을 차갑게하지 않도록,
밀착해서 서로의 체온을 교환하자.
오사무 : 여름이라서...괜찮지?
따뜻하지?
미토코 : 응.
멀쩡하던 머리는,
나한테서 떨어지는 물방울 때문에 젖어 버렸지만,
그래도 내가 손가락으로 쓸어 내리자, 쓰윽 흘러 내린다.
그렇게 머리를 쓰다듬자,
미토코짱은 기분 좋은 듯 옴몸의 힘이 빠지고,
더더욱 내게 체중을 실어온다.
오사무 : .........
보호자니까.
나는 그녀의 보호자니까.
스킨십을 해도 괜찮은,
그럴 필요가 있는, 어른이니까.
(휘이이이이이잉~~~)
오사무 : ...안 그치네.
미토코 : 응.
오사무 : 하지만 바람도 조금은 약해진 것 같은데.
아침되면 태풍도 지나가지 않을까?
미토코 : 응
우리가 껴안은지 이제 한시간 정도.
처음에는 거의 아무말 않고,
단지 내게 밀착하는 걸로 안심하고 있던 미토코짱도,
조금씩이긴 하지만, 반응을 보이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평소처럼 잔소리를 하거나 불만을 얘기하지는 않고,
긍정으로도 부정으로도 들릴 수 있는 [응]이 태반을 차지하고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제 단순한 보호욕만으로 안고 있기에는,
생리적으로 조금 괴로워질 무렵이라서.
오사무 : 저기 미토코짱, 이제...
미토코 : ~~~~으으!
그런 내 태도를 민감하게 알아챘는지,
미토코짱의 팔힘이
더욱더 강해진다.
오사무 : 알았어, 미안해...
걱정마, 꽉 안아줄 테니까.
미토코 : 응...
그리고 또 다시, 긍정으로도 부정으로도 들릴 수 있는 [응]
분명 내일이 되면 [난 그런 거 해달라고 안했는 걸!
리스토라씨가 멋대로 한 것 뿐인 걸!]이라고 말하겠지.
아니, 그렇게 말 안하면 오히려 난처해지지만.
오사무 : ...미토코짱.
미토코 : 응?
그런 두 사람의 숨결이 공기를 움직이는 방 안...
오사무 : 실은 말야...
너한테 사과해야만 되는 일이 있어.
미토코 : 뭔데?
오사무 : 시골 간다는 거...거짓말이었어.
사실은 3일내내 회사에 있었어.
미토코 : .........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가 오늘밤 여기 있는 것에
아무 의문을 품지 않는 미토코짱에게,
마침내 스스로 진상을 폭로했다.
오사무 : 그, 회사에서 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이전 일도 있어서 미토코짱한테는 말하지 못해서.
이런 행복감에만 젖어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녀가 울었던 건, 내 거짓말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오사무 : 하지만, 누가 그러더라.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라는 거짓말은,
미토코짱에게 있어선 최악의 거짓말이라고.
미토코 : 응...
오사무 : 그러니까 그...
잘 생각하고 화내줬으면 좋겠어.
평상시처럼 따귀 때려도 괜찮아.
미토코 : 틀려먹은 어른이네...
오사무 : 그러네.
미토코 : 그리고 나는, 틀려먹은 애야...
오사무 : 에...?
미토코 : 아까 말야...
혼자 있을 때 말야,
나, 말해버렸어.
오사무 : 뭐라고?
미토코 : 내가 힘들 때,
곁에 있어주지 않는 마마 따윈 싫다고.
용서 안 한다고.
오사무 : .........
미토코 : 그러니까 피장파장.
화낼 자격 같은 거, 없어.
오사무 :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다고 미토코짱.
이제야 제대로 얘기할 수 있게 됐는데,
맨 먼저 하는 말이 이거라니, 너무했다...
이 얼마나 타당하고,
이 얼마나 올바르고,
그리고...이 얼마나 슬프고, 화나는가.
미토코 : 하지만 됐어...오사무 군이 와 줬으니까.
마마의 대행, 잘 해줬으니까.
오사무 : 하지만 나는...
사실 따지고 보면 계속 가까운 곳에 있었다고?
미토코 : 그렇게 혼나고 싶어?
오사무 : 가능하면...부탁합니다.
미토코짱, 이 아니라,
내 마음이 후련해지도록.
미토코 : 그럼 한번만.
미토코짱이, 나를 안고 있던 두손을 풀고,
그 손바닥을 살며시 올려 든다.
미토코 : 이빨, 꽉 깨물어?
오사무 : 응.
(짝)
그리고 내 뺨을 감싸듯이, 살짝 친다.
미토코 : 아얏...
오사무 : ...왜 그래?
전혀 아프지 않은 따귀 후,
작은 비명을 지른 건, 벌을 내린 쪽이었다.
미토코 : 실은 아까, 망치질하다 쪄서.
오사무 : 봐봐!
미토코 : ~으!
오사무 : 아, 미, 미안...
미토코 : 으으응(아니야)...
집게 손가락이 살짝 찐 것 뿐이니까 괜찮아.
어두워서 잘 안보이지만,
미토코짱의 왼쪽 집게 손가락은,
살짝 붓고, 게다가 피도 맺혀 있다.
오사무 : 미안...몰랐어.
미토코 : 나도 지금까지 까먹고 있었는 걸, 당연하지.
오사무 : 소독해야.
미토코짱, 약상자는...
미토코 : 싫어...
오사무 : ...그, 그러니까 말야.
제법 말문이 트이긴 했지만,
아직 어리광쟁이의 마법은 풀리지 않은 것 같다.
내게 잡힌 왼손은 그대로,
오른손만을 내 등뒤로 감아,
다시 꽉 붙잡는다.
미토코 : 이런 거, 침발르면 낫는 걸.
마마도 그렇게 말했는 걸.
오사무 : 그야 뭐, 그렇지만 말야...
하지만 지금은 그냥 놔두고 있으니.
미토코 : 그렇게까지 말하면 말야...
오사무 군이 소독해주면 되잖아.
오사무 : 에...
미토코 : 하면 된다고...
오사무 : 미, 미토코, 짱...
미토코짱의 왼쪽 집게 손가락이,
조용히 내 얼굴로 올라와...
그대로 살며시 입술을 만진다.
오사무 : ㅇ, ㅇ, ㅇ...이토고장?
이건...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아니, 해석은 아마 하나밖에 없겠지만,
단지 그걸 받아들여도 괜찮은가하는...
미토코 : 마마는...해줬는 걸.
오사무 : 나를...호노카 씨랑 같은 대우를 해주는 거야?
미토코 : 그런 건...그쪽이 결정할 일인 걸.
오사무 : 응...알았어.
쪽...
미토코 : 아...
내 아랫입술을 누르고 있던 미토코짱의 손가락을,
입을 오므려 감싼다.
오사무 : 음...
미토코 : 아...아아...
손톱에 혀를 대고,
들러붙어 피를 녹이고, 빤다.
오사무 : 음, 츄웁...으음.
미토코 : 흐으...음...하아, 하아...
그건 원래대로라면,
조금은 주저해야만 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우리들은,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액면 그대로의 의미로, 상처를 핧아준다.
오사무 : 음, 음...츕.
후우, 끝.
미토코 : 흐아...
내 타액이 흐르는 손가락을,
미토코짱은 왠지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오사무 : 이젠 마르면...
미토코 : 어땠어?
오사무 : 무, 뭐가?
미토코 : 그, 내 손가락, 어땠어?
미묘한 질문까지 한다.
오사무 : 그야.........피맛이 났지.
미토코 : 흐음...
그리고 거기다...
미토코 : 음.
오사무 : 아, 야.
모처럼 닦아주고 소독한 손끝을,
이번엔 자신의 입술에 머금어, 츄웁, 하고 빨아들인다.
미토코 : 아, 진짜다...
피맛나네.
오사무 : 정말...
미토코 : 아하하...
그런 별 의미없는 대화로 끝내도 괜찮은지,
그때의 우리는 잘 알수 없었지만.
(휘이이이잉...)
오사무 : 꽤...잦아 들었네.
미토코 : 그러네.
우리가 껴안은지, 이제 3시간 정도.
새카맣던 하늘은, 아주 살짝 밝아지고,
맹위를 떨치던 폭풍우도,
점점 그 위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 동안, 우리들은 또 다시 아무 말없이,
하지만 둘 다 많이 진정된 상태로,
이 태풍을 보내고 있었다.
오사무 : 그러고 보니 말야...
하나 잊은 게 있는데.
미토코 : 뭔데?
오사무 : 나, 또 회사에서 짤렸어.
정말로 잊고 있었던 소리를...
바로 몇시간 전까지, 충격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자연스럽게 말한다.
미토코 : 그렇구나.
안됐네.
왜냐하면, 깨달았으니까.
오사무 : 그것뿐?
미토코 : 오사무 군은, 오사무 군이야.
더이상 나와 미토코짱의 관계에 있어서,
그런 자잘한 일은 장애도 뭣도 아니라는 것을.
오사무 :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리스토라입니다.
미토코 : 그래도 오사무 군은 여기에 있어.
이제 어디로도 가지 않는 걸.
오사무 : 으음...네.
내가 진정한 [리스토라 씨]가 된 그날...
미토코짱은, 나를
[리스토라 씨]라고 부르는 것을 그만뒀다.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 모든 게 우리들답다고 하면 그럴지도 모르는 거여서.
오사무 : 그런 이유로...
또 내일부터 당분간 이 방에서 빈둥거리게 됐습니다.
미토코 : 뭐, 어때.
요즘에는 말야, 일보다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남자가
가치있다고들 한다고?
오사무 : 가정...이려나, 우리들.
미토코 : 괜찮지...않나?
그렇게 불러도.
오사무 : 그런가...괜찮구나.
엄마인지, 딸인지, 아니면...
하지만 아무튼, 미토코짱은
경사스럽게도 내 개입을 전면적으로 인정해주었다.
그리고...
미토코 : 저기, 오사무 군.
오사무 : 왜?
미토코 : 나, 진학하고 싶어.
오사무 : 아...
내가 세번째로 직장을 잃은 날...
내게 세번째로 경제적 바탕이 사라진 날.
그런 때에...아니, 그런 때이기 때문에 더,
미토코짱은, 그제서야 어린 아이의 권리를 주장했다.
미토코 : 안돼, 려나?
오사무 : 그럴 리 없잖아...
줄곧 내가 바라왔던 조건이다.
이의가 있을 리 없어.
오사무 : 또 힘낼 수 있게 됐으니까.
미토코짱의 학비를 벌어야 한다는 이유가,
내게 힘을 불어넣어주니까.
미토코 : 그럼, 나도 열심히 할게.
열심히 해서, 오사무 군의 부담이 될게.
내 마음, 내 긍지, 내 프라이드.
미토코 : 오사무 군이, 내일 다시 힘낼 수 있도록.
오사무 군이, 나를 위해서 힘낼 수 있도록, 말야.
오사무 : 고마워...
나는 네가 믿어주기만 하면, 결코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