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직장을 잃었다.
덤으로 말하자면, 이번 사태는
[두번 다시 상사 계열에는 취업할 수 없다]는,
멋진 옵션까지 붙었다.
마침내 내 유일한 [본업]까지,
문이 닫혀버린 이유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사태가 악화되다니...
나는 정말로 이 사회에는 적합하지 않은 건가?
오사무 : 하지만 뭐, 히라키 과장님은 들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끝없는 나의 절망속에서, 마지막 위로.
과장님을 숨겼을 때의 그 순발력만은,
자신을 칭찬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사무 : 이제, 어떡하지...
강하게 내리는 비는,
이제는 내 발을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단지 지금은...
셔터가 닫힌 상점 자판기 옆에 있는,
이제는 그 숫자가 현저히 줄어든 공중 전화만이
나와 세상을 잇는 유일한 선.
목소리가 듣고 싶다.
결코 상대가 듣지 못하게, 소리없이 울고 싶다.
나는 주머니에서 백엔짜리 동전을 꺼내고,
단지 머리속에 떠오르는 번호를 누른다.
(콩콩콩콩...)
미토코 : 읏차, 읏.........으윽!?
미토코 : ..........아파앗~~~~~!
미토코 : 진짜, 뭐하는 거야.
이 무슨 멍청한...
미토코 : 아~, 바보 같아, 피 나온다.
소독해야.
미토코 : ...앗!?
(틱, 틱틱...)
미토코 : 이런, 말도 안돼...
미토코 : 그러니까...조금 있어보라고.
이건 좀 아니잖아...?
(철컥, 쾅)
(틱틱)
미토코 : ㅇ, 역시 정전...이다.
미토코 : ㅇ, 으음...손전등이랑 양초랑 성냥이랑...
어라, 어라...? 어디 있지?
미토코 : 진정해, 진정해라 미토코...
이 방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알고 있잖아.
미토코 : 여기가 아냐, 여기도 아냐...
그러니까 말야...저기잖아......아, 어디야?
미토코 : 이런, 아무것도 없는 방인데...
왜 안 보이는 거야...
(쨍그랑~)
미토코 : 꺄아아아아앗!?
미토코 : 아, 아, 아...
(쨍그랑~)
미토코 : 어째서...?
미토코 : 어째서 빈지문 안 닫아 놓은 거야!?
뭐하는 거야 나는!
(빈지문 : 비바람을 막는 문)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오사무 : .........
오사무 : ...어라?
이걸로 30번째.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의 전화 번호.
미토코짱의 방과 이어진 콜.
오사무 : .........번호 잘못 눌렀나?
난 통화 요금을 낼 수 없어서,
미토코짱은 아직 이르다고 호노카씨가 말했기에,
둘 다,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미토코짱이 집을 나가게 되면,
연락할 방법이 없는 건 항상있는 일이지만.
오사무 : 왜 안 받지...?
하지만 오늘은...그런 약간의 불편이
크리티컬하게 불안을 키운다.
오사무 : 야스나가 군...은, 그건 농담이고.
반년 가깝게 같이 살아서,
그들도 그 정도의 신뢰감은 갖추고 있다.
애당초, 미토코짱에게 있어, 신뢰는 그렇다치고,
신용할 수 없지 않기에, 그 아파트에 계속 있을 수 있는 이유로.
하지만 그렇다고 하면, 미토코짱은 대체 어디에...?
.........
오사무 : 아, 맞다...
사와시마 씨네 간 거다, 분명.
옆집의, 미토코짱에겐 전면적으로 상냥한,
대학생이자 사와시마 부동산 회장의 딸.
분명, 오늘 해외에서 돌아왔을 터.
그녀의 집이라면,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와는 달리,
아무리 강한 폭풍우라도, 틈새 바람도 누수도,
더욱이 건물이 흔들리는 일 따윈 있을 수 없겠지.
(철컥)
오사무 : 휴우우...깜작 놀랐네.
안심할 수 있는 해답을 찾은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가슴에 쌓였던 공기를 단숨에 뱉어낸다.
아 다행이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나는.
당연히 괜찮겠지.
미토코짱에게 만에 하나의 일 같은 건,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나 순진하고, 노력파에, 배려심 깊고,
나이 이상으로 어른스러운...사이즈는 나이에 좀 못 미치지만.
그런, 나보다 훨씬 믿음직한 그 아이를 걱정하다니,
나도 뭐 꽤 발전했다고나 할까,
잘난체하지 말라고 해야할까.
오사무 : 하하, 하하하...
오사무 : 자 그럼...
이제 어떡할까?
어디 사구려 호텔이라도...
.........
......
...
(첨벙, 첨벙, 첨벙...)
오사무 : 바보냐 나는...!
그야말로 잘난체하지 마세요, 다...
오사무 : 뭔 소리야...뭔 소리를 하는 거냐고...
그 아이한테만 괜한 걱정을 끼쳐놓고,
자기는 아무 걱정도 않고 "아마 괜찮겠지"라고 납득하고 있는 거야?
받아야 할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데...
이렇게 교통 기관이 전면 스톱해버릴만한
자연 재해의 한가운데에 있는데...
미토코짱에게, 무슨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는데...!
오사무 : 무사히만 있어줘...미토코짱1
.........
그리고...
오사무 : .........뭐야?
전속력으로 달려온 역의 전광 게시판에는...
[태풍 16호의 영향으로 상하행선 모두 운행 대기중]
이라는 무자비한 문자가 흐르고 있었다.
미토코 : ..........흑
미토코 : 으...흐흑...흐흐흑...
미토코 : 마마...마마...
미토코 : 바보, 바보, 바보...
싫어...마마 꼴도 보기 싫어...
미토코 : 있어줬잖아...
이럴 때만은 같이 있어줬잖아...
미토코 : 왜?
왜 나 혼자야?
왜 이런데에 혼자만 남겨진 거야?
미토코 : 돌아와, 돌아와, 돌아오라고...
너무 싫어...이런 건, 싫다고.
미토코 : 용서못해...이제 사과해도, 절대로 용서 안 할테니까...
마마 따위.........그리고.........리스토라도!
(철컥!)
(휘이이잉~)
미토코 : 흐윽!
(다다다다다)
??? : 여기에도...없다.
미토코 : .........에?
(철컥...쾅!)
오사무 : 여기에도...없다.
두 정거장을 달려와,
마침내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에 도착한 순간.
내 온몸의 피는, 단숨에 얼어 붙었다.
굳게 닫힌 현관과는 대조적으로,
무참하게 유리창이 산산조각나 있는 미토코짱의 방.
그리고 뛰쳐 들어온 방안은 난장판이어서,
그렇지만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아.
복도로 나와 근처 방부터 순서대로 열고,
안이 텅빈것을 확인하고는 낙담.
(철컥, 쾅!)
오사무 : 미토코짱...미토코짱...
있으면 대답해줘!
영감님 방에도, 쿠마자키씨의 방에도,
역시나 야스나가 군의 방에도 없어서.
남은 건 내 방과, 카야씨의 방.
거기까지 비었으면,
옆집에 실례해서 미토코짱을 찾자.
그래도 없으면,
주변 일대를 돌아다니며 미토코짱을 찾자.
그래도 없다면,
음~, 음~...아무튼 찾자!
하지만 지금은...
다음 차례인, 내 방문을 여는 게 우선...
(철컥!)
??? : 리스토라!
오사무 : 윽!?
(쿵!)
그리고, 그 완전한 기습에...
오사무 : .........지금 막, 다녀왔습니다.
미토코 : 아, 아, 아............으아아아아아아아앙~!!!
나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반응을 보였다.
미토코 : 흐아아아아아아앙~!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무서웠다고~~!!
강한 충격에도 절대 지지 않도록,
강하게 그 작은 몸을 껴안아.
오사무 : 잘 버텼어...잘 견뎠어...
이제 괜찮아, 괜찮으니까.
내가 온 이상, 괜찮으니까.
그녀를 안심시킬 말만을 하고,
내 울고 싶은 마음을, 자긍심과 함께, 가슴속에 묻는다.
미토코 : 미안해미안해...미안해...
으, 으으...흐아아아앙...흐흑, 으, 으으...
오사무 : 그러니까, 그만 울어...
으으응(아니), 계속 울어도 괜찮지만 말야.
하지만, 이제 슬픈 일 따윈 없을 거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
나는 맹세했으니까.
이 아이에게 믿음직한 어른이 되겠다고.
미토코 : 리스토라......오사무 군!
오사무 : 응...
기대기만 했던, 기형적인 신뢰 관계에서,
기대게 할 수 있는, 내가 이상으로 삼는 관계로.
.........
오사무 : .........
미토코 : .........
오사무 : ...저기
미토코 : 응...?
오사무 : 감기 걸린다?
미토코 : .........
오사무 : 미토코, 짱?
미토코 : .........
오사무 : 어이~...
미토코 : .........
틀림없이 잘 들릴 텐데.
처음엔 대답했으면서.
그래도 미토코짱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채,
내 부름을 무시한다.
오사무 : 차갑지?
미토코 : .........
폭우 속에서 우산도 비옷도 없이,
계속해서 달린 양복과 와이셔츠 차림인 채.
바닥에 물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무겁게 물을 먹은 옷 너머로,
미토코짱의 온기가 전해진다.
...그녀의 따스함이 내게 전해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내 차가움이 그녀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소리로.
오사무 : 그러니까 말야...
조금만 떨어져...
미토코 : 싫어.
오사무 : 미토코짱...
미토코 : 싫어
오사무 : 아니, 그러니까 말야?
미토코 : 싫어싫어싫어.
가슴에 묻힌 얼굴이, 좌우로 흔들린다.
마치 응석쟁이 같다...
논리도 타산도 수치도 사양도 변명도 없는,
단지 일직선인 감정을 호소하는 아이.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미토코짱보다도,
훨씬 나이에 어울리는 모습이기도 하고.
매말라가던 내 프라이드를 환기시켜주는,
[지켜야할 그녀]의, 올바른 모습.
오사무 : 어쩔 수 없네...
그럼 좀 더 붙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