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야 : 하지만 말야...
기쁜일을 가장 먼저 알릴 사람은,
너도, 나도 아니야.
미토코 : .........
카야 : 뭐, 난 M이니까, 쾌감이 온몸을 타고 돌지만.
미토코 : 계속해서 거짓말만.
카야 : 조금...성질나네.
미토코 : 응...
카야 : .........
미토코 : .........
카야 : 왠지...비가 올 거 같네.
장마, 끝났는데 말이지.
미토코 : 장기 예보에 따르면 말야,
올해 여름은 태풍 상륙이 잦을 거래.
카야 : 그렇구나...
미토코 : 그래...
(휘이이이잉~)
미토코 : 헤에~, 이거 영감님의...
카야 : 응, 사모님 유품이래.
오사무 : .........
분타로 : 좋네 좋아, 유카타입은 리스토라 2호짱!
...더더욱 음침한 기운이 뻗어 나와서.
카야 : 그래? 비련의 여자처럼 보여?
그런말 들으니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 좋은데.
미토코 : 으음, 그건...
분타로 : 그렇게 기뻐하는 시점에서 아니지만...
요시노리 : 으윽...요염해.
이렇게 미인인데 왜 리스토라를 좋아하는지.
키헤 : 옛날 생각나는구만.
마누라를 끔찍히 위하는 녀석이었지.
...아니 제 얘깁니다만.
분타로 : 자기를 떠올리지 말고 부인을 떠올리라고, 이 벌받을 양반아.
요시노리 : 결혼도 하고, 대학 교수도 하고...
정말로 예전에는 멀쩡한 사람이었구나, 영감.
키헤 : 실례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나는 지금도 이집의 고문역으로서,
모두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지 않습니까?
분타로 : 여기서 존댓말 쓰는 건 리스토라밖에 없는데.
요시노리 : 그것도 전부한테 다.
카야 : 고마워요, 영감님.
이런 소중한 걸.
오사무 : .........
키헤 : 이렇게 보니, 죽은 마누라가 곁에 있는 것 같구만...
(울먹이며)나는, 나는 말이지.
분타로 : 거 불길하게. 아무리 곧 추석(오봉)이라지만.
미토코 : 아, 맞다, 불꽃놀이 끝나면 다 같이 괴담 얘기라도 할까?
분타로 : 하자고? 나한테 그걸?
요츠야(四谷) 괴담도 모란등롱도 반쵸 사라야시키도 귀없는 호우이치도
우게츠(雨月) 이야기도 쓴적있는 이몸에게?
요시노리 : 요츠야 괴담은 전에 한번 보러 갔었는데,
왜 이와(お巖)가 메이드복을 입은 트윈 테일이야?
(이와는 요츠야 괴담에 나오는 귀신)
분타로 : 아방가르드하지 않아?
요시노리 : 요정이 왜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됐어.
오사무 : .........
카야 : 저기, 저기.
오사무 : 에? ㄴ, 네?
카야 : 어때~ 이거?
오사무 : ㅁ, 뭘 어떻게 말해야할지...
카야 : 오사무 군은 평상시 모습(와이셔츠 달랑 한장)이 창피하다고 해서,
여름 한정으로 평상복을 바꿔봤는데?
오사무 : 그거에 대해서는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카야 : 개인적으로는 말야, 옷자락 틈으로 보이는 다리가 괜찮은 느낌인 것 같아.
아니면 이전보다 노출도가 줄어서 아쉬워?
오사무 : (작은 소리로)...잘 어울려요.
카야 : 응~? 안 들리는데~?
오사무 : 잘 어울린다고요!
아주 예뻐요!
미토코 : .........
오사무 : 아...
카야 : 에헤헤, 고마워.
오사무 : 아, 아뇨, 그.........천만에요.
(지지지지직...) --- 불꽃 소리
미토코 : 에헤헤...좋겠다, 카야 씨~
부, 불꽃을 이쪽으로 향하지마.
.........
(왁자지껄~)
오사무 : 후아아...
카야 : 좀 졸려보여.
오사무 : 아, 아뇨.
정신이 드니, 유카타 차림의 카야씨가,
어느샌가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이렇게 보면 요염하다.
평상시의 팬티가 훤히 보이는 모습도 아깝...
아무튼 요염하다.
이 사람이...나를 따라 여기로 이사왔다는 건가.
왠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어서 어리둥절하다.
카야 : 조금 잘래?
여기, 빌려줄까?
오사무 : ㄷ, 됐다고요!
카야씨가 팡팡 두드리며 말한 [여기]는,
유카타의 위에서 봐도 엄청나게 부드러워보였다.
카야 : 사양할 필요없는데.
유카타 차림이니 (안에 아무것도)안 입었다고?
오사무 : 그러니까요!
하지만, 알게된지 이제 3개월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방심할 수 없는 사람이다.
(시끌벅적~!!)
오사무 : (잠자기에는)시간이 아까워요...
모처럼 미토코짱이
저렇게 즐거워하고 있으니까요.
카야 : 아~ 그러신가요, 아버님.
오사무 : 마음대로 말씀하세요.
어차피 이제 곧 30줄이라구요.
카야 : 야유가 아니라 질툰데 말이지.
오사무 : 그러니까 그런 말을 당당히 하지 말라는.
아니 그것보다, 점점 노골적으로 되는 듯한.
카야 : 최근에 좀 피곤해?
오사무 : 별로 그렇지는...
카야 : 저기, 일은 어때?
오사무 : 순조로워요.
지금은 외워야할 것 투성이라서, 하루하루가 충실감이 있어요.
이 부분만은 필요 이상으로 밝게 대답한다.
그렇지만, 허세라는 걸 들키지 않도록.
카야 : 흐음.
하지만 카야 씨에게 내 태도가 전해졌는지는 분명치 않고,
언제나처럼 의미 불분명한 반응을 보인다.
카야 : 힘든일 있으면, 얘기해줬으면 해.
오사무 : 그런 거...없어요.
카야 : 전에는 같은 직장이라서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까.
오사무 : 그러니까.........그렇게 걱정해주지 않아도.
카야 : 오사무 군은, 혼자서 다 떠안고
우스울 정도로 노력하는 경향이 있어서 걱정이야.
오사무 : 그런 일.........없어요.
카야 : .........
그래, 나는 피곤함따위는.
오사무 : 후아아...아암
카야 : 역시 엄청 피곤해보여.
오사무 : 그렇지.........않아요.
일은 엄청나게 열심히 하고 있다.
카야 : 그래?
오사무 : 그래요...
아직 입사하고 한달도 되지 않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실감이 난다.
카야 : .........
오사무 : .........
그건...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카야 : .........
오사무 : .........쿠울
카야 : ...럭키~~♪
카야 : 자, 이쪽이쪽, 오사무 군.
(부스럭 부스럭...)
오사무 : 으...으음?
카야 : 후후훗...일로와.
.........
오사무 : 으음...스으으으...
미토코 : 아~!
뭐하는 거야 카야 씨~!
카야 : 한여름의 실수니까 어쩔 수 없다고.
미토코 : 헛, 이 이상 무슨짓을 할 생각이야!?
카야 : 알았어, 알았어. 그럼, 다음은 집주인 씨 차례야.
미토코 : 헤?
카야 : 내 무릎 베는거랑, 오사무 군한테 해주는 거.
어느게 좋아?
아, 물어볼 필요도 없나.
미토코 : 자, 자자자자잠!?
오사무 : 쿠우울...음
.........
......
...
오사무 : 부장님.
부장 : ...또 자넨가.
오사무 : 역시 맞질 않습니다.
부장 : 그럴 리가 없네.
오차 범위내 아닌가?
오사무 : 억단위입니다만...?
부장 : .........
오사무 : 확실히, 각 부서별로 따지면 수백만단위입니다만,
전체 부서가 짠듯이 이익이 거의...
부장 : [짠듯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오사무 : 아...죄송합니다, 실언이었습니다.
부장 : 됐네, 이만 가보게.
오사무 : 06년도 뿐만이 아닙니다.
05년도도, 04년도도...2001년부터 계속 그렇습니다.
그 이전은 결산 자료 자체를 찾을 수 없고요.
부장 : 어딘가에 섞여 있겠지.
오사무 : 어디로 말입니까...?
자료실은 전부 다 뒤져봤습니다만.
부장 : 그런 걸 내가 알 리가 없잖나.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자네에게 그런 일을 하라고 지시한적이 없네.
오사무 : 말씀대로입니다만...
하지만 업무시간 이후이고, 저는 아직 시용 기간이라서
잔업 수당도 안 나오니.
부장 : 그런 문제가 아니잖나.
최근 노조에서 여러 가지로 시끄럽네.
그리고 내 개인의 시간은 어떡하고?
오사무 : 아주 잠시만...5분이면 됩니다만.
계기는 사소한 일에서.
[전 카마타 상사 경리부]라는 직함 덕분에
이곳 [미치하마 상사]에 채용된 나는, 당연히
경리부에 배치되었다.
중도 채용이기에, 교육 같은
미적지근한 건 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실적을 살리려하는 건 당연한 판단으로.
그래도 처음 1주일은 감사하게도
교육 기간을 만들어줘서,, 낮에는 OJT,
밤에는 여러 가지 사내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자료실에 있던 파일철들은,
카마타 상사에 비교하면, 복잡한 면이 있었지만,
절대적인 숫자는 훨씬 적었다.
3일에 걸쳐서 대충 흟어보고,
그후 이틀에 걸쳐 픽업한 자료를 자세히 살펴봤다.
그리고...
한번 들기 시작한 의문은,
새로운, 아니 오래된 자료를 찾을 때마다,
눈덩이가 불어나듯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부장 : 자네가 못보고 지나친 것 아닌가?
오사무 : 그럴 리는 없습...니다라고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만,
하지만, 10번은 체크했습니다.
부장 : 히라키 과장이나 다른 멤버들도 체크했나?
오사무 : 그건...아직입니다만.
부장 : 웃기지도 않는 소리군.
그런 독단적인 보고를 함부로 가져오지 말게.
오사무 : ...죄송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내가 만든 자료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소리를 들으면 반론할 방법이 없다.
부장 : 자네는 사소한 일에 너무 집착하는군.
우리는 카마타 같은 대기업이랑은 다르다고.
오사무 : 아뇨, 그런 문제가 아니라...
단지 개인적으로 좀 신경이 쓰였던 일이라서 말입니다.
부장 : 그럼 더더욱 안되지.
그런 개인적 흥미에 어울려줄 시간은 없네.
오사무 : .........
부장 : 이런 정말, 기대와는 아주 딴판이군.
오사무 : 면목, 없습니다...
부장 : 내가 자네를 채용한 건 말이지,
좀 더 대국을 잘 파악해, 우리 회사에 진정한 이익이 되는
기획을 제안할 인재가 필요했기 때문이야.
오사무 : 네...
부장 : 그런데 자네는, 여기 와서는 과거의 결점을 찾는데만 정신이 팔려...
그런 세무서 같은 짓을 하라고 고용한 게 아냐.
오사무 : 기대에 부응 못해 죄송합니다...
세무서의 추궁을 피하려면,
세무서 같은 행동이 필요한데 말이지.
차마 말은 못 하지만.
부장 : 이래서 대기업 출신은...
회사 규모에 맞춰 일도 못 하면서,
쓸데없는 프라이드만 높아서 문제야.
오사무 : 죄송합니다...
프라이드 따위, 1년 반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부장 : 빨리 돌아가게.
그리고 다음부터는 자네가 직접 오는 걸 허락않겠네.
전부 히라키 과장을 통하도록.
오사무 : .........네
부장의 말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원래 중도 채용이라고는 하나 신입이나 다름없는,
그것도 헤드 헌팅도 아닌 시용 기간중인 준사원이,
갑자기 부장에게 직접 보고라니 있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을 발견했기에,
있을 수 없는 방법을 취해도 좋을 리가 없는 이유로.
오사무 : 실례하겠습니다...
등을 굽히고, 터벅터벅 자리로 돌아가는 내 등뒤로,
무관심을 가장했을 뿐인, 몇 개인가의 시선이 박힌다.
입사하고 2주도 안된 신입 사원이,
갑자기 부장에게 달려들었고, 게다가 깨지기까지 했으니,
호기심과 경멸의 시선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그런 회사원으로서의 비상식적인 행위 덕분에,
좋은 일도 있어서.
적어도 이 문제는 부장 클래스까지는 인식하고 있다는,
의도하지 않았던, 아마도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을 가능성.
등뒤를 타오 올라오는, 오한 같은 기시감.
히메오 : ...미치하마 상사?
히메오 : 그만두는 게 좋을 걸?
오사무 : .........
그건...
무슨 의미로 했던 말이었나요, 사와시마 씨?
제6화 : 여자의 마음과 태풍의 밤
미토코 : 아...
오사무 : ㅇ, 여...
미토코 : ...이제 돌아오는 거야?
오사무 : 으, 응, 다녀왔어.
미토코 : 아, 어서와.
...저기 말야, 리스토라 씨.
오사무 : 미토코짱은, 이제 신문 배달?
미토코 : 그런데.
오사무 : 일요일까지 4시에 일어나나...힘들겠네.
정말로 힘들지 않아?
미토코 : 그런 문제가 아니라 말야.
오사무 : 미토코짱이니까 숙제 같은 건 걱정 안 하지만 말야.
하지만 이번 방학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서,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미토코 : 지금 말 돌리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