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무 : 그럼 잘 다녀와.
오늘 하루도 잘...
미토코 : 야.
(쭈욱) --- 들어가려는 걸 잡아당기는 소리
오사무 : ...답답해 미토코짱.
넥타이를 사정없이 잡아당겨,
눈높이를 강제로 맞추게 했다.
...허리를 반쯤 올리지 않으면 괴롭네.
이렇게까지 굽혀지리라고는.
미토코 : 취직하기만 하면 금새 그렇게 무리한다니까.
아무리 오늘이 휴일이라고 해도, 너무 심하게 일해.
오사무 : 아하하...
오늘도 오후부터 출근 예정이라는 소리를 순순히 하면,
이대로 방에 갇힐 것 같다.
미토코 : 하긴, 열심히 한다는 건 좋은 거지만,
그래도 나는, 리스토라씨가 너무 열심히 해서,
정신이 뚝 끊기는 일 따윈 바라지 않으니까 말야?
최근에 거의 비슷한 말을 누군가에게 들은 것 같은.
미토코 : 최근, 조금만 틈나면 금방 잠들어 버리니.
나랑 얘기하는 게 그렇게 지루해?
오사무 : 아, 그렇지 않아.
영감님 일파랑 하는 연회에서도 맥주 한캔에 금방 잠들어 버리니.
미토코 : 다른 사람들이랑 나를 같이 취급하지마.
오사무 : 에...
미토코 : ㄷ, 당체, 카야씨가 상대일 때는 어떻게 해?
상대해주지 않으면 화내지 않아?
오사무 : 아, 최근에는 얘기하는 도중에 자주 잠들지만 혼나진 않아.
지루한 건 별로 신경 안 쓴다네.
미토코 : (작은 소리로)...아 진짜.
잘도 받아준 다니까.
오사무 : 걱정말라고.
이제부터 푹 자면 충분히 회복될 테니까.
뭐니해도 나는 아직 20대...
미토코 : 그 이상 허리피지마.
오사무 : ...죄송합니다.
미토코 : 정말로, 괜찮아?
오사무 : 응, 괜찮아.
오랜만에 너랑 대화하니 다시 힘이 나네.
...고마워.
미토코 : ...보호자를 걱정하는 건 피보호자의 의무인 걸.
(철컥)
카야 : 오랜만에 너랑 대화하니 다시 힘이 나네.
고마워.
오사무 : ...듣고 있었나요.
카야 : 좋겠다~, 부러버라~.
집주인 씨한테만~
오사무 : 앤가요 당신은.
카야 : 처녀든 소녀든 창녀든 숙녀든 마음대로 생각하시길.
오사무 : 어느것도 바라지 않는데요...
으음~, 카야 씨한테는 정말로...
카야 : 쳇~
오사무 : 그리고 전에도 말한 것 같은데요,
여기 제 방이에요.
왼쪽에서부터 4번째 방에 들어가니,
거기에는 5번째 방에 있어야 할 사람이 있었다.
카야 : 아니 그게~, 영감님 방에서 다 같이 한잔 했는데 말야,
돌아가다 길을 잃어서~
오사무 : 영감님 방에서 여기까지는 그냥 직선인데요.
카야 : 비슷한 방이 늘어져 있으니까 헷갈려.
끝에서부터 순서대로 문열고 [여기도 아니네]라는 사태가 말야.
그런짓을 야스나가 군의 방에다 했다면,
두번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오사무 : 아무튼, 저는 지금부터 좀 자고 싶은데요.
카야 : 에~, 같이 놀자~
오랜만의 휴일이니까 말야.
오사무 : 저 좀 살려주세요...
카야 : 재미없어~
방금 [화 안낸다]라고 칭찬했는데.
오사무 : 저기 말이죠, 카야 씨.
카야 : 그럼, 보상.
조금만, 나한테도 혜택을 줘.
오사무 : 혜택이라뇨...무슨?
카야 : 1. 무릎베개
2. 같이 자기.
3. 자기 전에 격하게 피곤해질 운동
오사무 : 아무래도 2번이랑 3번은 농담이죠...?
카야 : 그렇다기 보단, 1번을 고르게 하기 위한 위장 선택지?
변함없이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카야 : 자, 일로와 일로와.
부드럽고 기분 좋다고?
요전번에 체험해봤지?
오사무 : 체험해봤지요...
그후의 블리자드도 포함해서.
불꽃의 화염이, 시선 하나로
그렇게 차가워질 수 있다는 건 몰랐다.
그렇지만, 그때는,
내 의지가 아니었다는 변명이 통했기에,
그후 막대 불꽃(센코 하나비)을 같이 하면서 기분을 풀어줬지만.
이번 케이스는, 어떻게 변명을 해도,
내 판단이 개입하는 것에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이유로.
카야 : 어떡할래?
그냥 정신을 잃었다는 걸로 해도 좋다고?
나머지는 나 혼자서 즐길 테니까.
오사무 : 아뇨, 그러니까 말이죠...
그렇게 애매한 상태로 카야 씨에게 연연하는 건,
이제 그만둬야.
나아가든, 물러서든,
나는 이제 슬슬 이 사람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무릎 베개...해주세요)
(오후가 되면 깨워주세요) ===
오사무 : 그럼, 오후가 되면 깨워주세요.
미토코짱이랑 같이 점심먹기로 약속해놔서.
카야 : 아앗!
그러면서, 나는 카야 씨한테서 획 돌아서서,
자신의 팔을 베개삼아 누웠다.
오사무 : 그럼, 잘자요~!
(퍽퍽!)
그, 너무나도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카야씨의 발이, 내 등을 퍽퍽 친다.
카야 : 너무햇~.
유카타입은 여자가 앉아있는데도 반응이 없다니.
자꾸 이러면 평소처럼 책상 다리로 앉는다?
오사무 : 유카타입고 그러면 좀 추해보일걸요~
아마도 꽤 섹시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반응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하지만 반응해서는 안된다.
응석부릴거면, 응석을 받아줄 도량이 필요하다.
받아줄거면, 그걸 유지할 각오가 필요하다.
나에게는 아직, 마음도, 힘도,
이 사람을 안아줄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카야 : 아으, 정말!
임포(impotence, X불구)의 상대는 괴로워.
따라서, 매도당할 수밖에 없다.
그 비난의 말은, 어떤 의미로는 진실이니까.
오사무 : 저는 말이죠, 이상형의 기준이 낮아서 말이죠,
당신 같은 고귀한 여성한테는 반응하지 않는답니다~
카야 : 낮다니, 키가?
아니면 나이가?
오사무 : .......................
라고 각오했었는데.
그 비난의 말 때문에,
진짜로 잠드는데 그 이후로 10분이 더 걸렸다는 건 비밀이다.
.........
오사무 : 그래서 말인데 이거...변변찮은 겁니다만.
히메오 : .........
오사무 : 아, 사양하지 마시고 받으세요.
별로 비싼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배송료가 비쌀 정도로 싼 물건이다.
히메오 : 뭐야, 이거?
오사무 : 실은 사와시마 씨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과자인데요]라는
초보적인 "수법"은, 지금은 역효과다.
(원문은 "츠카미"로 바둑에서 선수를 정하는 돌가리기의 의미라는군요)
이곳에 내가 찾아왔다는, 너무나도 의외의 행동을,
그녀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지금으로써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
히메오 : 그런 걸 물어보는 거 아냐.
왜 하필이면 이 상표야!?
오사무 : 에? 그 말씀인가요?
그건, 음, 일단은 지역 명과(이름난 과자)라서.
그런 내 배려가 완전 빗나간 듯,
사와시마씨의 관심은, 선물 그 자체에 쏠려 있었다.
히메오 : 지역 유명 상품도 여러 가지가 있잖아?
왜 진지한 표정으로 들고 온 게 [게○의 향기]야!
사사키 : 푸훗...
오사무 : 아, 그게...○로 온천은 말이죠,
기후가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일본의 명탕(이름난 탕)으로서요...
이, [게○ 온천 명물 ○로의 향기]는,
촉촉한 비스킷에 팥을 넣은,
화양절충의 맛이 깊은, 꽤 맛있는 과자다.
(화양절충 : 일본과 서양이 어우러진)
히메오 : 내가 어렸을 때, 여행갔던 친구가
골탕먹이려고 갖고 온 이후 처음이야.
그걸 그곳 사람이 좋다고...
오사무 : 맛있는데...
히메오 : 우선은 품목을 바꾸고 다시 찾아와.
나의, 힘들게 통신 판매로 주문한 성의는,
눈앞의 나고야(출신의) 애(아가씨)에겐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게○"란 "게로-下呂"를 의미합니다, 게로는 기후현에 있는 도시로 관광업이 발달한
곳이라는군요. 일본인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유머 같네요;;)
히메오 :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용건은?
오사무 : 아, 다른걸로 사오지 않아도 되나요?
다음에는 [도○ 열매 센베이]를 가져올까 했는데.
히메오 : 필요없으니까.
("도찌 열매 센베이"로 도토리 비슷한 열매로 만든 센베이 같네요, 역시 기후지방 과자)
...아무래도 기후 지방의 음식과는 궁합이 안 맞는 것 같다.
같은 미소까스 지역인데.
(미소까스는 나고야의 명물이라는군요)
하지만, 일단 얘기를 들어줄 것 같은 분위기기에,
등을 꼿꼿이 피고 그녀와 맞선다.
오사무 :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히메오 : ...나한테?
오사무 : 네.
그리고 아마도, 사와시마 부동산의 정보망에게도.
사사키 : .........
히메오 : .........
[사와시마 부동산]의 이름을 말한 순간,
사와시마씨는 눈썹을 치켜 뜨고,
사사키씨는 몸을 굳힌다.
오사무 : 실은 저, 지난달부터 미치하마 상사에 취직해서,
지금은 그곳의 경리부에 몸담고 있습니다.
히메오 : .........그래
오사무 : 지난달, 역앞에서 만났던 적이 있지요?
그때가 마침 면접을 보러가기 전이었는데,
그뒤로 다행히도 채용되어서.
히메오 : 그거, 잘 됐네.
오사무 : 네, 여러 가지 조언해주셔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히메오 : ...감사받을 일을 한 기억은 없는데.
오사무 : ...저는 기억하고 있어요.
그때 당신이 한 말을.
히메오 : 그래?
오사무 : [그만두는 게 좋을 걸]
...그렇게 조언해주셨, 지요?
히메오 : 하지만 당신은 입사했잖아?
내 말이 아무 도움 안된 것 아냐?
옳지...인정했다.
여기서 [그런말 한 기억은 없어]라고, 시치미를 뗐다면,
앞으로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건 불가능했겠지만.
오사무 : 당신 덕분이에요...
미치하마 상사에게...우리 회사에게...
[비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눈치챈 건.
히메오 : 기업에 비밀이 있는 건 당연하잖아?
그렇기 때문에 [수비(守秘)의무]라는 말이 있는 거니까.
오사무 : 그 말씀대로예요.
하지만 그 비밀을 폭로하는 것이,
수비 의무 위반이 아니라, 내부 고발에 해당하는 거라면?
히메오 : 그건 보통일이 아니네.
오사무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히메오 : 대체, 무슨일이 있었는데?
오사무 : 그건...말할 수 없습니다.
수비 의무라는 게 있으니까요.
히메오 : 말에 모순이 있네.
내부 고발이 아니었나?
오사무 : 그래서, 고민하고 있어요.
히메오 : .........
오사무 :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미치하마 상사에 입사하는 건 [그만두는 게 좋다]
는 의견인가요?
히메오 : 이미 들어간 사람한테 그런 소리해봤자 소용없잖아?
오사무 : 일단 들어갔다면,
[그만두는 게 좋은]회사인채로 남아있지 않도록,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사원이 아닐까하는.
히메오 : 일개 시용기간중인 견습 사원이 뭘 할수 있는데?
오사무 : 아마, 아무것도 없겠지요.
히메오 : 뭐야 그게...
오사무 : 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할까 말까의 문제일 뿐이에요.
결과는...지금 단계에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고요.
히메오 : .........
오사무 : ...왜 [그만두는 게 좋아]라고 생각하셨나요?
적어도 힌트만이라도 알려주실 수 없을까요?
히메오 : 당신...사실은 정답을 알고 있는 거 아냐?
오사무 : 아뇨, 아직은 부족해요.
히메오 : 부족하다니, 뭐가?
오사무 : 아마도 [상대]와 [남겨진 시간]이.
히메오 : ...그런 자잘한 것까지 신경쓰면,
또 다시 카마타의 경우와 똑같은 일을 당할 거라고?
오사무 : .........서, 설마아.
그치만 저는, 일개 시용 사원으로, 영향력 같은 건 전혀.
히메오 : 그렇기 때문에 더 간단히 짤릴 수 있잖아.
오사무 : 으...
히메오 : 게다가, 그 견습 사원이 이런 위험한 일을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해도 빨리 조치를 취하는 편이 효과적일 테니.
오사무 : 으으...
히메오 : 그래도 뭘 어떻게 할 생각이야?
얌전하게 착실하게 일하면서, 뒤로는 다시 취직 자리를 구하는 게,
이득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오사무 : 그것도...뭐랄까...여러 가지로 서글픈 게.
히메오 : 후우...
무슨 소리를 해도 웅얼거리는 소리로 대답하는 나에게 질렸는지,
사와시마씨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고...
히메오 : 잘 들어?
한번밖에 말 안할 테니까, 놓치지마.
오사무 : 그런짓을 하면 후회가 너무 깊어
밤에 잠도 못 잘것 같은데요.
여전히 내뱉는 듯한 말투이면서도,
확실히 긍정적으로 대응해주고 있다.
히메오 : 기본적으로, 아무도 미치하마 상사에 흥미없어.
그런 작은 중소기업 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