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토코 : 안녕하세요~
도시락집 아줌마 : 아, 토코짱 시간 정확하네.
자 이거, 이게 오늘 남은 거.
많이 남겨뒀으니까.
미토코 : 우와~, 항상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경영 방침에 의문이 들지만 감사합니다~
아줌마 : 됐어~ 됐어~.
어차피 원가는 헐값이니까.
미토코 : 그건 알고 있지만, 가게앞에서 말하는 건...뭐, 괜찮나.
그래서, 어때요? 잘 하고 있어요?
아줌마 : 어,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
처음에는 비지땀을 줄줄 흘렸지만 말야.
...근데, 뭘 맨날 같은 걸 물어봐.
미토코 : 아줌마도 매일 똑같은 대답하잖아요~
아줌마 : 핫핫핫, 그것도 그러네.
어이~ 젊은 오빠, 데리러 왔어~
오사무 : 아, 네~
미토코 : 아니라고요.
배달 다 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것 뿐이라고.
아줌마 : 매일 젊은 오빠 퇴근 시간에 맞춰서?
미토코 : 매일 같은 시간에 끝나는 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아줌마 : 그럼 그저께.
야간 사람이 늦어서 젊은 오빠 퇴근이 한시간 늦어졌을 때,
가게앞에서 계속 기다린 건 왜일까?
미토코 : 말 되게 많네 아줌마~
그런 쓸데없는 건 신경쓰지마.
아줌마 : 사이좋은 게 별 문제도 아닌데 왜 그래.
뭘 쑥쓰러워하니 얘는.
미토코 : 아줌마가 이상한 소릴 하니까 그렇지.
남 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어?
아줌마 : 그치만 토코짱 눈에 확 보이는 걸.
보고만 있어도 너무 웃겨서 말야.
미토코 : 아~, 무슨 소리하는지 전혀...
오사무 : 미안 미토코짱, 오래 기다렸지.
미토코 : 안 기다렸다고 했잖아!
오사무 : 에?
아줌마 : 풋...앗하하하하하~
제5화 : 뼈꼴빠지는 남자(원문은 쯔쿠신보)
미토코 : 해지는 게 늦어졌네~
오사무 : 응.
미토코 : 지난주에는 말야, 집에 도착하기 전에 완전 컴컴했는데.
그리고 지난달에는 말야, 리스토라 씨 데리러 가는 도중에 컴컴해졌었어.
오사무 : 그랬었나...
그땐 돌아오는 길엔 파김치가 되어 있어서 기억이 없네.
미토코 : 이제야 적응이 됐나보네, 밥 냄새. 아하하.
오사무 : 웃을 일이 아니라고...
처음엔 진짜로 괴로웠다고.
두 사람이 걷는,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로 향하는 귀가길.
미토코짱의 자전거를 내가 미는 대신,
미토코짱은 자유로워진 손을 흔들면서,
이런저런 말을 쉴새없이 늘어놓는다.
재밌었던 일, 즐거웠던 일 뿐만이 아니다.
기분나빴던 일, 아무일도 없었던 날의 일,
나에 대한 잔소리, 날씨, 별자리, 뭐든 다.
그렇게, 예전에 엄마와 같이 걸었던 길을,
나와 함께 걷는다.
미토코 : 아줌마들이랑 친해졌어?
그 사람들 잡담에 잘 어울리는 사람을 좋아하니까 말야.
그런 거에도 잘 어울리고 있어?
오사무 : 그쪽도 꽤 익숙해졌어.
나한테 들어온 혼담만 7건...
지금은 결혼 같은 거 못 한다고 해도 계속.
미토코 : 풋. 아 맞다맞다.
하시모토 아줌마, 앞으로 한 커플만 더하면 100커플 된대.
현재 아무 안가리고 얘기하고 다닌대.
오사무 : 좀 봐달라고...
내가 부탁에 약한 거 알지?
내가 역앞의 도시락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건 6월초.
직장을 잃고 아파트로 돌아온지 3일만의 일.
원래 미토코짱도 일하던 가게여서,
그녀의 소개만으로 쉽사리 고용됐고.
오후부터 해도 괜찮으니,
오전중에는 일을 찾도록 시간을 할애해줬고.
어려워하던 밥을 매일 접해서,
조금이라도 편식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고.
...내 입장에선 조금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리고...
이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서로 말은 안했지만.
원하는 시간에 퇴근할 수 있기에,
미토코짱이 아르바이트 마치는 시간에
맞출 수 있고.
미토코 : 솔직하게 엑스표라는 소리 같은 걸 해서 그렇다고.
오사무 : 내가 거짓말에 서투른 것도 알고 있지?
미토코 : 얘기했을 때, 아줌마들 엄청 좋아했는 걸.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왔다고?
뭐, 내 온정으로 선생님에 대해선 얘기 안 해줬지만.
같은 직장의, [좋은 나이대의 여성분들]은,
나를 [토코짱과 모자라보이는 삼촌]
으로서, 친근하게 대해주고 있다.
.........
호노카씨는 옆동네의 카페 마스터하고 재혼해서,
현재는 3월에 걸친 신혼 여행으로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미토코짱도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권유 받았지만,
엄마의 행복을 순수하게 바라는 그녀는 그것을 거절.
그동안에 혼자 남겨진 미토코짱을 돌보기 위해서,
그녀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호노카씨의 동생인,
삼촌인 내가 불려왔다는 사실.
...학교에 거짓말하는 것보다도 들킬 위험성이 적기에,
혈연 관계를 약간 어렌지했다.
그런 이유로, 내가 꿈꿔본 적도 있는 [요시무라 호노카]는,
호노카씨의 옛날성으로써, 경사스럽게도 등장하게 되어.
오사무 : 그리고 말야,
예전에 이혼 경력을 숨겼다가 아주 낭패를 봐서.
미토코 : ...그랬었나?
오사무 : 나, 요 몇 개월동안 꽤 얼굴이 부은 것 같지 않아?
미토코 : 응, 믿음직한 남자 얼굴이 됐네~.
예전에는 삐쩍 말라보이는 빈약한 애숭이였는데.
오사무 : 야.
미토코 : 앗하하하...농담이라고.
그치만, 정말로 좋은 얼굴이 됐으니까.
무엇보다 답답하지 않으니까.
오사무 : 미안...
미토코 : 그러니까, 지금은 사과할 부분이 아니잖아?
오사무 : 그러네, 아하하.
[그건, 네 덕분이기도 해]같은,
배를 움켜쥐고 비웃을만한 말은 입밖으로 낼 수 없지만.
하지만, 미토코짱에게 감사하는 건, 진심이다.
그녀가 있기에 나는 힘낼 수 있다.
요 몇 년간 잃고 있었던 살아갈 목적을 준 은인이니까.
미토코 : 정말, 리스토라 씨랑 얘기하면,
대화의 템포가 완전 꽝이라니까.
좀 더 툭툭 파고들어야 되는데.
오사무 : 응, 노력할게.
미토코 : 그러니까 거기서 그런 반응을 보일 얘기가 아니라고~
이런저런 얘기로, 해가 거의 질 무렵.
오늘도 우리들의 집...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에 도착한다.
내일은 해가 지기전에 들어갈 수 있으려나?
미토코 : 다녀왔어요~
오사무 : 다녀왔습니다.
(철컥)
카야 : 아, 어서와~.
식사 준비 다 됐어.
미토코 : .........
오사무 : 아, 아하, 아하하...
.........
카야 : 그럼, 잘 먹겠습니다~
오사무 : 자, 잘 먹겠습니다...
미토코 : .........
오사무 : 아하, 아하, 아하하하하
미토코 : 아까부터 뭐가 그렇게 웃겨?
오사무 : ㅈ, 죄송합니다!
미토코 : 흥!
아무래도 방금은 사과해야 되는 부분이었나보다.
카야 : 저기 집주인 씨. 어린애도 아니고 화내지 말라고.
분명 배가 고파서 신경이 날카로워진거지?
자, 많이 먹고 어서 크렴?
미토코 : ~~~~~~~~으!!!
오사무 : 카, 카야 씨...그만, 제발 그만.
이 사람의 이중삼중으로 꼬인 놀림은,
미토코짱 같은 순진한 사람에게는 효과 만점이다.
카야 : 자, 아앙~?
미토코 : 잘 먹겠습니다!!!
오사무 : 하아...
------아마기 카야.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 [5호실] 주민.
어느샌가, 이웃으로.
카야 : 아, 오사무 군. 이거 맛있다.
내가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딱 잘 됐어~
오사무 : 양고기인가요?
카야 : 응, 코우소우야키(향초 같은 거랑 같이 볶은 요리).
먹어볼래?
오사무 : 아, 네.........제가 가져다 먹을 테니까요.
미토코 : .........(우물우물)
카야 : 사양할 필요없는데.
동거까지 했던 사이에~
(퍽!)
오사무 : 윽.........아무것도 아니에요.
카야 : 아무도 [왜 그래 오사무 군? 갑자기 안색이 변했어]
같은 소리 안 했는데?
미토코 : ~으
이런 상황이 된 것도,
전부 카야씨의 계산대로라고 할까,
전술의 레벨이 다르다고나 할까.
.........
갑자기 이삿짐 트럭을 타고 온 카야씨를,
나나 다른 사람들의 방에 머무르게 하는 일은,
이곳의 미풍양속에 민감한 집주인이 허락할 리가 없어.
그렇다고 해서, 맨션을 나와버린 카야씨를,
이 엄동설한까지는 아니지만, 밖에 내버려두는 건,
우리 인정 두터운 집주인이 할 수 없는 일이라.
그리고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는, 실은 전부 5호실.
이것으로부터 나온 결론은...?
미토코 : 저기, 리스토라 씨.
밥은 제대로 먹지 않으면 안돼.
오사무 : 아, 네...
카야 : 먹고 싶지 않은 걸 억지로 먹이는 것도 그렇지 않나?
어쨌든 영양만 제대로 섭취하면 되는 거 아냐?
미토코 : 안돼.
힘들게 편식을 고쳤는데 유지해야지.
카야 : 주식은 빵이나 파스타로 잘 먹을 수 있으니까 말야.
식사는 즐겁고 맛있게 먹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미토코 : [가리는 것 없이 다 먹으렴]이라고,
어렸을 때 혼나지 않았어?
오사무 : .........대단히 죄송합니다.
.........
그후, 방에 전기 조리 기구를 가져와 요리를 시작한 카야씨는,
10초만에 아파트 차단기를 내리는 사태를 일으키고 만다.
게다가 그때의 변명이 [오사무 군에게 밥 만들어 주고 싶어서]
라는, 다른 뭔가가 쇼트(전기가 나간다는 의미)해버릴만한 내용이라서...
정신을 차렸을 땐, 집주인의 방열쇠와,
거기에 있는 가스렌지의 사용권을 확실하게 손을 넣었다든가.
그 이후, 카야씨는 일주일에 두번 정도, 이 방에서 요리를 만들어서는,
나와 미토코짱에게 대접해주고 있는 이유로.
카야 : 그리고, 원래 오늘 요리에는 빵쪽이 어울리는데.
미토코 : 받아온 반찬은 텐뿌라야.
그러니까 밥으로 해.
카야 : 우와, 기름 덩어리.
밥에 어울리는 문제 이전에, 몸에 안 좋다고 이거.
미토코 : 리스토라씨가 만든 거라고?
자기가 만든 걸 내버릴 수 있어!
(빵을 먹는다) ===
(밥을 먹자)
오사무 : 으음...빵으로 하겠습니다.
카야 : 자, 여기.
미토코 : .........
오사무 : 아니 그러니까 이 바게트의 갈릭 토스트가
양고기에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식욕을 돋운다고나 할까!
미토코 : .........
오사무 : ...죄송합니다 미토코짱. 오늘만이니까요.
카야 : 허구언날 사과하지 않고는 못 사나보네.
당연히 사과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모처럼만에 먹는 빵맛도 뭔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 확정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