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32/87)

하지만 미토코짱이 웃어주기에, 나도 웃는다.

오사무 : 아, 그래도 목욕탕은 증축하고 싶은데.

         지금은 괜찮지만 겨울에 역앞의 목욕탕까지 가는 건 피곤해.

미토코 : 태어난 후로 줄곧 그 고행을 견뎌온

         저에 대한 시비인가요?

오사무 : 아, 아뇨, 그건...죄송합니다.

미토코 : 므~...뭐, 됐어.

         그럼, 기대할테니까.

         ...보호자로서.

오사무 : 어...미토코짱이야말로

         꾹 참고 내 피보호자로서의 역할을 해주길 바래.

미토코 : 아하하...힘내.

오사무 : 응, 응...

         잘 먹었습니다.

그러니까, 안 운다고.

화이트 소스는 눈에 스며들지 않는다고.

미토코 : 벌써 다 먹었어?

오사무 : 응, 맛있었어.

         정말로 맛있었어.

미토코 : 먹었지?

         전부 먹은거지?

오사무 : 응...?

미토코짱은 내 그라탕 접시를 들더니,

집요할 정도로, 그 소스까지 퍼낸 밑바닥을 바라보고는...

미토코 : 아하, 아하하, 아하하하하...

오사무 : 미토코, 짱?

미토코 :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됐다, 됐다, 됐다~~~!!!

오사무 : ㅁ, 뭐야? 뭐야?

갑자기 큰소리로 웃는다.

미토코 : 걸려 들었다, 걸려 들었어~!

         아하하...자 보라고~, 리스토라~!

오사무 : ㅁ, 뭐야?

         이 그라탕 대체 뭐였어?

미토코 : 그라탕이 아니라고~!

오사무 : 에? 거짓말!?

         그치만, 가지에 치즈에 마카로니에 화이트 소스에...

미토코 : 그 화이트 소스가 정체 불명이라는~

오사무 : 마, 맛있었는데...에?

미토코 : 화이트 소스의 재료는?

오사무 : ㅇ, 으음, 우유랑, 버터랑, 밀가루랑...

미토코 : 쌀가루.

오사무 : ...쌀가루?

미토코 : 쌀로 만든 가루, 였습니다~!

오사무 : 윽!?

나도 모르게 조건 반사로 입을 가로 막는다.

미토코 : 그 외에도 말야, 밥을 으깨서 표면에 발라놓고,

         구워서 눈치 못채게 했다든가,

         여러 가지 작업을 했다고?

지금까지 내 목을 통과한적 없는...

통과한 순간 도로 나왔던 불순물.

미토코 : 정답은, 그라탕이 아니라, 도리아...라고 할 수 있으려나.

미토코짱의 기쁜 듯한 음성이, 뇌안에서 빙딩 돈다.

그리고 내 위속에서 새로운 충동이...

미토코 : 미토코의 특제 도리아...이름하여 [미토콘드리아]!

         ...흐, 좀 센스가 떨어지는 듯.

......?

충격, 이.

오사무 : .........

미토코 : ...어라?

         왜 그래? 리스토라 씨?

오사무 : .........윽

미토코 : 호, 혹시...

         정체를 알고 나니 속이 안 좋아졌어?

오사무 : ...으...으, 으으...

미토코 : ㅇ, 안좋아, 실패...

         소화할때까지 얘기하는 게 아니었어.

         너무 기쁜 탓에 나도 모르게...

오사무 : ...으, 으으...으으으...

미토코 : 으, 세면기 세면기!

         아, 싱크대로 가자. 미안, 미안해 리스토라 ㅆ...?

오사무 : 으, 으으..으아...흐흐흑...

미토코 : 리스토라...씨?

오사무 : 으아아아아앙...흐흐흐,ㄱ 흐아아아앙...

미토코 : 그, 그렇게...울 정도로 속 안좋아?

         정말 미안해, 미안, 그냥 나는...

오사무 :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미토코짱...

미토코 : 에...?

오사무 : 먹었어...맛있었어.

         속 하나도 안 좋지 않아...그럴 리가 없어.

미토코 : 정말로...괜찮아?

오사무 : 당연하지...엄청나게 맛있었어.

미토코 : 으...

정말로, 맛있었다...

기분나쁜 냄새도, 맛도, 구역질도 나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품어 왔던 악몽을,

보기좋게 깨트린 [쌀요리]였다.

오사무 : 흐흑...흐흐흑..., 미, 미아, 미안...

         이렇게 추한 모습...흐흑, 으으...

왜 그렇게 느꼈는지, 알게 됐다.

왜냐하면 이건, 미토코짱이 열심히,

맛있게, 맛있게, 만들어준 밥이기에...

나를 위해 친구들과의 생일 파티도 거절하고,

이런, 나 이외에는 아무 의미도 없는 정성이 담긴 요리를,

몇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줬다는 걸, 알기에.

미토코 : .........읏

         아하하...진짜 추하네.

오사무 : 미안, 미안, 미안해...

         으, 으아, 흐아아아앙.

한번 터진 눈물샘은, 멈출 기색이 안 보인다.

어른이 울지 않는 건,

털고 일어서는 게 빨라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눈물을 보일 수 없기에.

한번 울기 시작하면, 어린애랑 다를 게 없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렇게 기쁜 일은 없기 때문에.

오사무 : 흐...흐흑...마워...정말로.

         열심히...할테니까, 으, 응, 힘낼게.

미토코 : 힘내서, 재취업해서...

         나 돌보지 않으면 용서 안할테니까 말야?

오사무 : .........맡겨둬!

.........

아사미 : 에...?

미토코 : 그러니까요, 이제 잠든 거 같아요.

         요 3일동안, 전혀 잠 안잔 것 같으니.

아사미 : 그, 그래...?

미토코 : 그래요.

         그런데 선생님, 어떻게...음, 요시무라씨가 돌아왔다는 걸?

아사미 : ㅇ, 아아, 하세가와 양이.

미토코 : (작은 소리로)...린코 녀석, 쓸데없는 짓을.

아사미 : 에?

미토코 : 아무것도 아니에요.

         용건은 그것 뿐인가요?

아사미 : 아, 맞다...

         오늘, 생일...

미토코 : 감사합니다.

         [제] 생일, 알고 계셨군요.

아사미 : 에? 미토코짱의...?

미토코 : 어라?

         설마 제자의 생일을 모른다는 말씀은 아니겠죠?

아사미 : ㅇ, 응, 물론이야.

         축하해, 미토코짱. 이걸로 다른애들보다 언니네.

미토코 :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진짜 용건 없는거죠.

아사미 : 에? 아, 자, 잠깐...

미토코 : 저, 내일도 신문 배달 해야되요.

         빨리 자야...

아사미 : 아...미안해.

         그럼, 잘자렴.

미토코 :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 봬요.

(철컥)

아사미 : 읏!?

아사미 : 아~...일시적인 평화였군...

히메오 : 응, 그래.......응,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

         하지만 잊지마. 난 언제나 토코짱 편이니까 말야?

히메오 : 응, 그럼...잘 자.

히메오 : .........윽!

사사키 : 아, 아가씨...?

히메오 : 왜 이렇게 되는 거야?

         이런 굴육 처음이야.

사사키 : ㄴ, 네...

히메오 : 이 꼬맹이...

         잘도, 잘도 나를 바보로 만드네...?

사사키 : .........

히메오 : ㅇ, 왜...

히메오 : 왜 토코짱은,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거야~~~~!!!

사사키 : ...이제 암암리에 움직이는 건 그만두시지요.

         단지 히노사카 양이 걱정되실 뿐이라면,

         그냥 자연스럽게 지원하면 되지 않습니까.

히메오 : 그치만, 그치만그치만...난 사와시마 사람이라고?

         악덕 부동산왕, 사와시마 준페이의 딸이라고?

사사키 : 그건 그렇습니다만...

히메오 : 그런데, 순수한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아버지의 라이벌 기업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사사키 :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아가씨가 볼런티어 단체라도 설립한다면,

         사와시마의 이미지 상승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히메오 : 아냐, 안돼.

         아버지는 라이벌의 약점을 철저하게 파고 들어,

         혼자서 지금의 위치를 이룩한 거라고?

사사키 : 그건 알고 있지만요.

히메오 : 내가 그러한 틈을 보이면,

         아버지와 같은 수법으로 철저하게 당할 거야.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의 딸에겐, 피나 눈물이 있어선 안돼.

사사키 : 주인님도 살아 남으시기 위해 필사적이셨다구요.

         결국, 승리했기 때문에 악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거에 지나지 않아요.

히메오 : 아무튼!

         토코짱의 수호는 계속해서 극비로 해.

         아, 그리고, [니라이짱을 구하는 모임]한테의 자금 제공은 순조로워?

사사키 : (작은 소리로)...너무 순조로워서 아가씨의 기부만으로도 목표 달성했습니다.

.........

......

...

그리고...

미토코 : .........

오사무 : 아, 아하, 아하하...

분타로 : 난 3호실에 있는 야스나가 분타로!

         극단 프리에라 단장 겸 각본가 겸 주연!

         아, 이거 이번 공연 티켓...

요시노리 : ㄴ, 나는 2호실의 쿠마자키 요시노리. 통칭 쿠마.

           메카...아니, PC의 천재야.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불러줘!

키헤 : 어이어이, 쿠마씨도 핫짱도 진정하라고.

       헤에, 당신이 소주인의...

카야 : 아하, 소주인이라고.

       맞아요, 소주인한테 팔려왔습니다~♪

오사무 : 카, 카, 카...카야 씨!!!

미토코 : .........(부들부들부들)

6월로 접어든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의 시간은...

문앞에, 한대의 이삿짐 트럭이 멈춰서면서부터

급격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사무 : ㄷ, 대체 이 짐은?

         어떻게 된 거예요 이건?

카야 : 아니 그게...나와버렸어, 맨션.

오사무 : 어째서요!?

카야 : 그건 오사무 군이 가장 잘 알면서~

오사무 : 아, 알 턱이 없잖아요!?

카야 : 1. 회사에서 짤려 집세를 못 내게 됐다.

       2. 얼마전 현관에서의 소동으로 계속 있기 불편해졌다.

       3. .........오사무 군을, 잊을 수 없었다.

오사무 : .........1?

카야 : 안됐네, 전부.

오사무 : ~~~윽!?

카야 : ...그런 이유로, 잠시 받아줄 수 없을까?

       최소한 3일은 있을 권리 있잖아?

오사무 : 아뇨, 잠깐...꼼짝말고 있어보세요...

미토코 : 리스토라 씨...나좀 봐...

오사무 : 히익!?

카야 : 아~, 딱히 오사무 군의 방이 아니라도 괜찮은데.

       ...누구 잠시 저 좀 재워주실 수 없으신가요?

분타로 : 나! 내 방 최고!

         리스토라 방 바로 옆이니까 마음껏 들여다볼 수 있어.

요시노리 : 아, 이 치사한~!

           선수치기 없어!

카야 : 일단, 짐을 안에다 들여놓고 싶은데...

요시노리 : 제가 옮길게요 전부!

분타로 : 아~ 쿠마짱 치사~!

         은근슬쩍 자기 방으로 가져가려고 그러지~!?

요시노리 : 파워 승부라면 안져.

           이걸 위해서 일도 안하고 단련해 왔으니까.

분타로 : 그럴거면 일하면서 단련하라고 이 근육 니트(NEET)!

카야 : 아, 맞다, 나중에 여러분한테 인사용 소바 만들어줄게요.

       아니면 무슨 리퀘스트 있나요? 웬만한 건 만들 수 있는데?

요시노리&분타로 : 그거 좋지~~!

키헤 : 자 그럼,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회에서 보는 걸로.

(짝!)

미토코 : 하아, 하아, 후우...

미토코 : 아저씨~, 석간이요.

아저씨 : 여, 미토코짱 항상 고마워.

         마침 보리차 좀 있는데. 어때 한잔?

미토코 : 아~, 고마워요.

         사양않고 마실게요~

아저씨 : 야~, 그건 그렇고 장마가 끝나니 더워졌네.

         이제부터 힘들겠네. 이 동네는 언덕이 많으니.

미토코 : 응...하지만, 겨울 아침보다는 백배는 나아요.

         (겨울은)이불을 나오면서부터 전쟁인 걸.

아저씨 : 앗하하, 그러네.

         아, 근데 올해 겨울이면 수험이네.

         슬슬 아르바이트 그만둬야 할 때 아니냐?

미토코 : 조금만 더 하려구요.

         여름 방학되면 시간적 여유가 생길테니.

아저씨 : 하지만, 요 여름이 승부처잖아?

         학원 같은 건 어떡하고?

미토코 : 아~, 무리무리.

         [보호자]한테 그렇게 부담을 줄 순 없지~

아저씨 : 그렇다고 해도 말야, 딸의 일인데.

         어느 정도의 무리는 들어주지 않을까?

         엄마한테 얘기는 해봤어?

미토코 : 아, 으음..

아저씨 : ? 그러고 보니 최근, 미토코짱네 어머니...

미토코 : 잘 마셨어요!

         그럼 아직 배달할 게 남아서!

아저씨 : ㅇ, 어...수고해~

.........

미토코 : 후우, 위험해위험해...

         자 그럼, 앞으로 15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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