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87)

뭐, 아마기 씨 개인의 일은 그렇다치고,

그런 내용이, 이번의 작은 비극의, 전부...

사장과 다섯명의 사원이 있던 작은 회사의, 해산.

사장 : 조금이긴 하지만, 퇴직금하고 이번달 월급도 지불할게.

       걱정마, 사원의 보수는 최우선시하니까 말야.

카야 : .........

사장 : 요시무라 군, 이었지.

       자네에게도 미안한 일을 했네.

       내게 조금만 더 힘이 있었더라면.

오사무 : 아니요, 지금 가장 힘든 건 사장님이시니까요.

         아무 도움도 못 되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카야 : .........

거기에, 시용기간중인 예비 사원의 사정따윈,

배려하는 게 이상한 일임이 당연하기에.

사장 : 아니, 정말 고생했네. 카야짱한테도 들었네.

       자네가 일년만 더 일찍 왔더라면.

       우리 회사의 운명도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하네.

오사무 : 그래도...아니요, 고생하셨습니다.

사죄는 너무 하는 것도 안 좋다고 했지.

지금이 정말로 고개를 숙일 순간인지,

머리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잘 모르겠지만.

사장 : 그러면, 나는 지금부터 변호사랑 약속이 있어서.

       카야짱. 퇴직금은 오늘중으로 준비해 둘 테니까,

       이따 밤에라도 우리집으로 가지러 와. 그럼 두 사람...

오사무 : 예...사장님도, 잘 지내십시오.

그래도 역시...

헤어짐의 인사를 할 때는, 고개를 숙여야.

.........내 눈앞에서

사장님이 문을 닫으려고 하는 순간.

카야 : 신입씨의 월급은?

오사무 : 에...?

사장 : 에...?

사장님의 [에?]보다, 나의 [에?]쪽이

아주 조금 빨랐다...

카야 : 보름 이상, 토요일에도 나와서 일하고, 자기 잘못도 아닌데 사과하고,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구두가 닳도록 돌아다니고,

       거의 잠도 자지 않고 고생한, 신입씨의 월급은?

사장 : 아, 아니, 그건...

오사무 : 저, 저기, 그만하세요.

         그런 개인적은 사정은.

         지금 가장 힘든 분은 사장님이시잖아요.

갑자기, 상심한 사장님을 추궁한 것은,

퇴직금도, 이번달의 월급도 받게 돼 있는,

사장의 조카이기도 한, 아마기 씨였다.

사장 : 그, 그게, 그는...

       취업 기간이 한 달도 안 된데다, 준 사원이고,

       연수중이라고 볼 수 있는...

오사무 : 그렇다구요.

         아직 배우는 도중이었으니까요.

카야 : 왜 그렇게 깨끗이 포기하는 거야?

       애당초, 사장님이 왜 신입씨를 채용했는지 알아?

사장 : 카, 카야짱, 그건...

카야 : 이 사람은 말야, 당신을 적당히...

오사무 : 아마기 씨!

카야 : 으!?

오사무 : 됐어요. 이제 됐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사장님.

         부디 잘 지내시길.

.........

오사무 : .........후우우우

카야 : ...어째서야

오사무 : 뭐가, 말인가요?

사장님이 나가고,

사무실에는 결국 평상시의 멤버만이 남았다.

지금은 이 멤버 구성이,

일하는데 가장 릴렉스할 수 있게 되어 버렸기도 하다.

카야 : 벌써 알고 있었지?

       삼촌...사장님이, 이럴 때 신입씨를 채용한 이유.

오사무 : 글쎄요...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제 상관없잖아요.

카야 : .........

도착하지 않는 상품.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사원.

전화를 해도 잘 받지 않는 회사.

그만둔 사원의 재취업 직장이 결정되기까지.

그리고, 이번달의 입금이, 그들의 퇴직금으로 지급되기까지...

호우에이 상회로써는, 조금 더,

회사가 존속하는 [척]을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오사무 : 아마기 씨...

카야 : 뭐야?

때문에, 반대로 내가 묻는다.

오사무 : 저는, 조금은 이 회사에 도움이 되었을까요?

카야 : 당신, 말야...

오사무 : 왜요?

카야 : ...바보 아냐?

오사무 : 이런...

진짜 질렸다는 눈초리로, 그녀는 나를 내려다본다.

카야 : 아~, 아니, 미안.

       다른 표현도 있을텐데.

       멍청이, 가 아니라, 얼간이, 도 아니고.

오사무 : 아니...이제 됐어요.

카야 : .........그래.

       이제, 됐나.

결국 수습할 말을 찾는 것도 포기한 아마기씨는,

천천히 기지개를 하더니 방금 내려놨던 백을 든다.

카야 : 그럼, 갈까.

오사무 : 아...벌써 가게요?

카야 : 그야...이제, 여기 있어봤자.

그대로 문앞에 서,

전기 스위치에 손을 댄다.

오늘 근무 시간...30분.

시급조차 계산되지 않을 시간이군, 이건.

하지만 나에겐...

오사무 : 미안한데요,

         그러면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알려주셨으면 하는데요.

카야 : 뭘?

오사무 : 이 근처에, 호우에이 상회의 라이벌...이랄까,

         동종 업계 회사, 몇 군데 아시나요?

카야 : .........앵?

아직 남은 일이 있다.

이제 이 회사를 위한 것도 아니지만.

(딸랑~)

점원 : 다녀오셨어요, 아가씨.

아사미 : 에, 에?

점원 : 아, ㅈ, 죄송합니다, 착각했습니다!

       어서오세요. 혼자 오셨습니까?

아사미 : 아, 아뇨, 만나기로 한 사람이...아, 있네, 고마워요.

.........

아사미 : 히노사카 양.

미토코 : ...(후르륵) --- 차 마시는 소리

아사미 : 미안해, 내가 불러놓고 기다리게 해서.

미토코 : .........

아사미 : 왜 그래? 내 모습이 좀 이상해?

미토코 : ...별로

아사미 : ? 앉아도 되니?

미토코 : 불러낸 건 그쪽이니까,

         마음대로 하시죠.

아사미 : ㅇ, 응...그럼 실례할게.

점원 : 어서오세요, 주문 받겠습니다.

아사미 : 아, 그럼, 아이스 카푸치노랑...

미토코 : .........

아사미 : ? 왜?

미토코 : ...별로

아사미 : 그, 그래...

         아, 히노사카 양도 더 마실래?

미토코 : 그럼, 같은 걸로.

점원 : 아이스 카푸치노랑 아이스 녹차 말씀이시죠.

       알겠습니다.

아사미 : 후우.

         좀 걸었더니 땀이 좀 나네.

미토코 : .........

아사미 : 저기, 히노사카 양?

미토코 : .........

아사미 : 왜 그래?

         학교에서 무슨 기분나쁜 일이라도 있었어?

미토코 : 없어

아사미 : 그럼 다행이지만...

미토코 : .........(흥)

아사미 : ?

........

아사미 : ...따라서,

         학교에는 아직 보고하지 않았으니까 안심해.

미토코 : 그런, 가요.

아사미 : 뭐, 그래서 여기로 불러냈는데.

         ...이런 얘기, 학교에선 할 수 없으니까.

미토코 : 그건, 으음,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사미 : 하지만, 계속 이 상태로 있어도 좋다는 건 아니니까 말야.

         빠른 시일내에 어떻게든 해야할 것 같아.

미토코 : .........

아사미 : 그 방법을, 히노사카 양과 같이 생각해보고 싶어.

미토코 : 별로...저 힘들지 않으니까요.

         가능하면 이대로 내버려두면 감사하겠어요.

아사미 : 그럴 수는 없어.

         히노사카 양, 단순히 지금 네가 혼자 사는 것 뿐만의 얘기가 아냐.

         아파트 관리나 그 외에 아르바이트까지...

미토코 : 오래전부터 이렇게 살아왔어요.

         작년이랑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어요.

아사미 : 아니, 전혀 달라.

         지금까지는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주는 보호자가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미토코 : .........

아사미 : 히노카사 양.

         너 혼자만으로 모든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미토코 : 별로 그런 생각 안해요.

아사미 : 그러면 왜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하는 거야?

         지금의 네 생활은 언젠가 반드시 문제가 생기고 말어.

         그때 지탱해줄 수 있는 어른이 꼭 필요해.

미토코 : ...그래서, 어쩌라고요?

아사미 : 나는 말야...

         그런, 중요한 순간에 네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

미토코 : 대단히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담임으로 있는 동안에는 신세지게 되는 일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때는 잘 부탁드립니다.

아사미 : 히노사카 양...

미토코 : 할 말은 그것 뿐인가요?

         저는 이제 아르바이트하러 가야.

         ...선생님은 반대하시는 것 같지만요.

아사미 : .........왠~지 아까부터 쌀쌀맞게 구네.

미토코 : 별로, 평소랑 다름없어요.

아사미 : 그렇지 않다고.

         평소에는 좀 더 솔직하고 좋은 앤데,

         오늘은 왜 이렇게 거리를 둬?

미토코 : 안 뒀어요.

아사미 : 하긴, 잔소리만 계속 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말야,

         조금 더 탁 터놓고 얘기하고 싶었어.

미토코 : 할 얘기가 없을 뿐이에요.

아사미 : 나, 좀 더 너랑 친해지고 싶어.

         정말로 너를 위한 해결 방법을 찾고 싶어.

미토코 : .........

아사미 : 그러니까 주저말고 뭐든 말해줘.

         좀 더 진지하게 사귀고 싶어.

미토코 : 선생님...

아사미 : 응? 부탁해.

         히노사카 양...아니, 미토코짱?

미토코 :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사양않고 말씀드리겠는데요.

아사미 : 응, 대환영.

         정말로 아무거나 괜찮아. 하고 싶은 말을 해줘.

미토코 : 리스토라 씨 버린 건, 선생님 쪽이라고?

아사미 : .........에?

.........

미토코 :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는,

         일방적으로 나갔다고?

아사미 : ...이웃분들한테 들었니?

         우리들이 대화한 내용.

미토코 : 그게 뭐 어때서?

아사미 : 너, 엿듣는 건 좋지 않다고 화내지 않았나...

미토코 : 그건 그거.

         이건 우리 세입자의 문제.

         집주인으로서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어.

아사미 : ...일반적인 집주인은 세입자의 사생활에

         그렇게까지 간섭하지 않는 것 같은데.

미토코 :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는

         애트홈(at home, 가정적인)인 아파트를 지향하니까요!

아사미 : 그거 아파트라고 하기 보다는 단층 연립 같은...

미토코 : 선생님이 집을 나가 버리니까, 리스토라씨는 불운의 연속.

         부인도, 직업도, 살곳도, 돈도, 희망도 전부 잃어버려,

         그대로 죽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거, 알어?

아사미 : 어, 어느 정도는 들었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했었니?

미토코 : 역시 자세히는 얘기 안 했구나, 리스토라 씨.

         왜 그런 부분에선 자신을 억누르는 걸까.

아사미 : 그건 그렇고...그 리스토라 씨라는 건 뭐야?

         왠지 엄청난 별명 같지 않아?

미토코 : 그럼, 오사무라고 부르는 건 어떻고?

         버린 상대를 아직도 낮춰 부르기?

아사미 : ...게다가 전혀 딴 대답을 하고 있으니.

미토코 : 선생님이 얘기를 딴 데로 돌리려고 하니까 그렇잖아!

아사미 : 그, 그렇다고 해도,

         그건...이번 일과 아무 관계가...

미토코 : 집주인으로서, 세입자를 어떻게 대할건지에 영향을 미쳐요.

         ...아니, 미쳤어요.

아사미 : .........아~

미토코 : 이 얘기가 진짜라면 나, 리스토라 씨한테 실수를 한 거야.

         반드시 사과해야, 할 거야.

아사미 : 그건 걱정마.

         오사무는 그런 일 정도로 사람을 미워하거나 하진 않으니까.

미토코 : 그런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내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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