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0/87)

미토코 : .........

츠요시 : 나 같으면 용서 안할텐데 말이지.

         그런 한심한 남자는 내가 사절이야.

린코 : 근데 넌 왜 아까부터

       여자 시점으로 말하는 거야?

츠요시 : 그건, 어떻게 생각해도 남편쪽 잘못이잖아?

         나는 그런 우물쭈물하는 자식을 보면 못 참아~

린코 : 만난 적도 없으면서...

츠요시 : [골 헌터 울프]라고 불리는 두려움의 대상인 내가,

         열라 빡세게 굴려주지!

린코 : 노리는게 골 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닉네임이네...

마츠루 : ㅇ, 위험해~ 츠요시 군!

         상대방, 딱 한번 보긴했지만,

         어른인데다 엄청 키가 커서.

린코 : 확실히 키는 컸지.

       ...토코한테는 엄청 굽실대는 것 같았지만...

미토코 : 그만하라고.

         상대가 안 되니까.

마츠루 : 그, 그렇게 쎄?

         혹시 가라데나 복싱 같은 거라도 했어?

츠요시 : 흥, 상대로서 부족함이 없군.

미토코 : 으으응(아니), 부족하니까.

         주로 칼슘이라든가.

츠요시 : ...잘 꺽여?

미토코 : 굳이 말하자면, 잘 부러진다고 할까.

         조금만 힘주면 똑 부러질 걸.

츠요시 : 아...아니, 그건 말야...

린코 : 그러고 보니 말야...오늘은 엄청 조용하네.

       작년에 왔을 땐, 아파트 사람들이 

       다 나와봤는데.

미토코 : .........?

마츠루 : 아~, 기억나기억나.

         여러 가지 게임을 들고 왔었지~

         그리고, 할아버지가 갑자기 농담 따먹기도 하고.

츠요시 : 날씨좋은 일요일이니, 외출했겠지.

         히키코모리도 아닐 테니.

미토코 : .........으앗!?

         까먹고 있었다~!

린코 : ...토코?

아사미 : ...그래서 여기로 흘러 들어왔구나.

오사무 : 흘러 들어오다니...뭐, 그렇긴 하지만.

결국, 미토코짱의 처우에 대해선,

겨우 몇 시간으로 결론이 나올 리가 없어.

아사미는 [우선은 학교에 얘기한다음 검토할게]라는

대답밖에 해주지 않았다.

이제는 학교측의 관대한 처문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아사미 : 그런가...오사무는 그렇게...

그리고, 한참을 자신들 이외의 얘기로 떠든 후,

이제야 우리들의 대화로 떠들 분위기가 생겼다.

그렇게되면 이제는 마음 편하게.

아무리 최악의 방법으로 이별했다고 해도,

역시 서로의 서로에 대한 아련함을 숨길 수는 없다.

나는 아사미의 사정을, 아사미는 나의 사정을 알고 싶어해,

우선은 서로의 불행 자랑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렇다고는 하나, 아사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교사라는 직업의 고충이나 어려움에서 오는 전향적인 불평 뿐.

나 같은, 누가 어떻게 봐도 엄청난 불행과 비교하면,

엄청 빛나 보이는 고민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 차례.

각색 같은 걸 안해도, 대부분의 사람을

소름끼치게 할, 진정한 불행 이야기.

아사미 :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오사무...

         나랑 살았을 땐, 바쁘긴 했지만 충실한 인생을 보냈던 것 같았는데.

그러고 보니 그런 [아무리 돈을 벌어도 쓸 시간이 없다]

같은 웃기지도 않은 자랑을 했던 시기도 있었지.

...마치, 지금의 그녀처럼.

오사무 : 어쩌면 행운의 여신이 달아난 탓인지도...

아사미 : 어라? 그런 소리도 하게 되었구나~

         진보했네. 언동이 겉모습에 좀 따라가게 된 건가?

오사무 : 하하...

방금의 말이 달콤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이혼후의 운이 최악이었다는 거지만...

아사미 : 그래, 그랬어.

         뭐, 불행의 연속은 그렇다쳐도, 조금은 안심했어.

오사무 : 그, 그래...?

[조금전의 얘기를 듣고 어떤 부분에 안심할 내용이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사미 : 오사무도, 다 털고 다음 사랑을 하고 있구나라고, 안심했어.

오사무 : 아...

반만, 비어버린 방.

전부 텅빈 것 보다도, 허무함이 농후했던 방.

하긴, 분명 그렇게 생각했었지.

[더이상 여자 같은 걸 좋아할 수 없다]라고.

하지만, 상처가 아물면 통증은 약해진다.

위를 다 들어내더라도, 언젠가 배는 고파진다.

아사미 : 그로부터, 2년이구나...

오사무 : 응...

아사미 : 그런가, 2년인가...

그렇다, 2년이 지났다.

그 시간의 경과는, 나 뿐만 아니라,

눈앞의 아사미에게도, 평등하게 찾아왔을 것임이 틀림없어서.

겉모습은, 나를 엄청나게 좋아했던 결혼 당시에 비해서,

더 예뻐진 것 이외에는 거의 변한 게 없지만.

그래도 그녀에게도, 나와 완전 관계를 끊은 2년 동안의 역사는,

뚜렷하게 새겨졌을 이유로.

오사무 : 그, 그래서, 아마시는...

         지금 어때?

아사미 : 응? 뭐가?

오사무 : 으음, 그......예를 들면, 재혼이라든가.

나도 참 뻔뻔스럽다라고 생각될 정도로,

크리티컬한 질문이 입에서 튀어나온 것에 놀랐다.

아사미 : ...코우노라는 성을 쓰는 상황에서,

         그럴 확률은 상당히 낮다고 생각안해?

오사무 : 하지만 최근에는 직장에선 옛날성을 쓰는 케이스도 많으니.

아사미 : 지금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코우노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이걸로 안심했어?

오사무 : 으, 응...그런가, 다해...!

아사미 : .........다행?

오사무 : 아, 아니, 그건...

다행, 인가?

아사미 : 흐음...

오사무 : .........

자신을 버린 여성이,

아직 다른 상대를 찾지 못한 것이,

정말로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인가?

아사미 : 저기, 오사무, 있잖아...

(쿵쿵)

미토코 : 야스나가 군, 영감님! 쿠마자키 씨!

         숨어있지 말고 나와요~!

아사미 : 아!?

오사무 : 히익!?

미토코 : 야, 나와~!

         3호실에서 숨죽이고 엿듣고 있는 거 다 아니까 말야~!

아사미 : ㅁ, 무슨...

오사무 : ..........아앗!?

(철컥)

키헤 : 엿듣는다는 표현은 듣기 좋지 않은데 어린 주인.

       난 쿠마 씨랑 바둑 한판 두고 있었는데?

       ...핫짱의 방에 있다고 그런 섭한 소리는 말라고.

분타로 : 내 방에서 내가 자는데 뭐가 문제야~

요시노리 : 넌 잘때 벽에 컵을 대는 습관이 있냐?

분타로 : 아앗!?

         이 배신자~!

아사미 : ..........

오사무 : 하, 하하, 하...

.........

......

...

(철컥, 쾅)

카야 : ...안녕

오사무 : 아, 안녕하세요.

언제나와 같은 시간, 그야말로 매일 1분 오차내로,

그녀...아마기 카야씨는 이 오피스 문을 연다.

카야: 아~, 피곤해

오사무 : ...고생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사람과 만난지도 3주가 다 되어 가는데,

이 사람의 텐션이 높은 걸 본 적이 없다.

뭐랄까, 24시간내내 항상 저혈압인듯한 상태의 사람이다.

카야 : 변함없이 일찍왔네~ 신입 씨.

       오늘은 몇 시에 왔어?

오사무 : 온지 십몇분밖에 안 됐어요.

그렇다, 십분 조금 더해 백분 정도.

카야 : 그래서, 어제는 몇 시까지 한 거?

오사무 : 적당한 시간에 끝냈어요.

카야 : 흐음...

라며, 아마기씨는, 노골적으로 신용하지 않는 눈으로,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오사무 : ...그렇게까지 들여다보지 않아도.

...책상넘어, 눈앞 10센티까지 얼굴을 가까이해.

처음부터 별로 스스럼없는 사람이었지만,

최근에는 더욱 심해지는군.

카야 : 눈이 빨게.

       게다가 부은 것 같아.

       깎다만 수염이 거슬려.

오사무 : ...그래서 어떻다는 거지요?

카야 : ...거짓말쟁이 (후~)

오사무 : 으!?

         ...ㄱ, 귀에다 바람넣지 마세욧

카야 : 민감하구나.

오사무 : 그, 그런 문제가 아니라.

카야 : 내가 보기에는, 어젠 새벽 2시까지였으려나.

오사무 : ...그렇게 오래 못 있어요.

잠깐 졸았던 시간을 빼면...

카야 : 적당히 하지 않으면 몸 상한다고?

오사무 : 걱정마세요. 옛날부터 생긴거랑은 다르게 건강하니까요.

카야 : 그렇다고는 해도 말야,

       지난주엔 토요일에도 출근했지?

오사무 : 그건 좀 다른 이유로 어쩌다가...

최근, 아파트에 있기에 불편하니...

오사무 : 그리고, 조금씩이긴 하지만, 일도 익숙해지고 있으니까요.

카야 : ...아무도 안 가르쳐줬는데 말이지.

오사무 : 아, 거래처 사람들한테 배웠으니까요.

처음에는 다들 황당해했지만,

[이 녀석은 이런 인간이다]라고 인식하면 끝날 일.

옛날의 사례라든가, 현재의 문제라든가와 정보를 들어,

경쟁보다도 협조 우선으로 일을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건,

자연스럽게 몸이 기억하고 있다.

...사생활에서도, 이렇게 좀 당차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카야 : 정말로, 제법이네.

오사무 : 아...그치만, 드디어 이번 주말이잖아요.

카야 : .........뭐가?

오사무 : 알고서 시치미 떼는 거지요?

카야 : (대답까지의 시간이)너무 뜸 들였나?

오사무 : 아하하...

드디어 이번 주말, 25일.

내가 거의 15개월만에

알바비가 아닌 [월급]을 받는 날.

카야 : 이 정도라면, 어떻게든 되려나...이번달은.

       잘 됐네 신입 씨.

오사무 : ...좋았어~, 그럼 오늘도 열심히 합시다!

신경쓰지 말자, 를 5회 리피트(repeat)

몇 번이고 불길한 소리를 들으면서도,

지금까지 매일 회사에 오면 아마기씨는 나와 있고,

사장님도 전화로 연락해주고, 앞날은 제법 밝다.

최근에는 불만 전화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으니,

혹시 이번 주말은 편하게 쉴 수 있을지도.

(벌떡)

오사무 : 그럼 저는 또 거래처 다녀오겠습니다.

카야 : 가능하면 빨리 와~

       혼자만 있는 오피스는 쓸쓸해.

       매일 휴일 출근하듯이 말야.

오사무 : 아하하...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다녀...

(철컥)

사장 : ...여, 오랜만이네.

카야 : 아...

오사무 : 사장님...

.........

사장 : 정말 미안하네. 이렇게 사죄하네.

오사무 : .........

카야 : .........

사장 : 요 보름동안, 어떻게든 살릴 수 없을까,

       여러 방편으로 알아봤지만...

오사무 : .........

사장 : 역시, 극동기기로부터의 입금이 끊긴게 치명적이었네.

       거긴 우리 상품의 60프로를 차지해서...

카야 : ...신입 씨.

오사무 : 에...?

카야 : ...미안해, 괜히 들뜨게해서.

       타이밍이 나빴네.

오사무 : .........하하

사장 : 조금 더 다른 메이커랑 거래를 해뒀으면...

       정말로 면목없네.

사장님의 말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간다.

뭐, 다시말해 아주 간단하게 경위를 설명하면...

[연쇄도산]

이라고 한 마디로 정리해도 무방한, 그런 분위기로,

긴 해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

이곳 호우에이 상회는, 오피스용의 기기류를 주로 판매하는,

작은 대리점이었는데.

판매 회사라고 하기에는, 제조 회사가 따로 있는 이유로,

즉, 거기는 거래처가 되기에.

그래서 이 호우에이 상회가, 그 거래처로써

특히나 관련 깊었던 것이 극동기기라는 메이커로.

이 극동기기라는 곳이 최근 판매가 급락해,

뭐, 사장님도 여러 가지로 심각한 소문은 듣고 있었는데,

마침내 어떻게 손쓸 수가 없게 된 것이 5월 초순.

그렇다, 5월 초순 무렵.

...딱 내가 입사한 시기와 일치한다.

재수없다.

정말로 역병신이다, 나는.

사장 : 카야짱, 정말로 미안해.

       끝까지 남아줬는데, 결국 이렇게...

카야 : 삼촌...

사장님의 말에, 4명의 사원들은,

극심한 동요를 일으켰다.

그렇지만 마음 따뜻한 사장님은,

그들을 쉽게 내치지 않았다.

자기 회사의 인재를 잃음에도 아랑곳않고,

친척이나 거래처에 부탁해, 그들의 재취업을 보장하고,

퇴직금을 건내줘, 그들의 미래를 지켜줬다.

사장 :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카야짱이 재취업할 곳도 이미 찾아놨어.

       모리시마 회계사무소 아려나?

마지막으로 남은 건,

아무래도 사장님의 조카인 듯 보이는 직원...

아마기 카야 씨 단 한명.

그런가...그래서 다른 사원이 나가는 와중에도

혼자서 남았구나.

확실히, 드라이한 외모와는 달리,

꽤 따뜻한, 아니 다정한 사람이었어.

사장 : 거기에 마침 정년 퇴직하는 직원이 있는 것 같아서 말야.

       딱 맞는다고 하기에도 좀 그렇지만,

       모리시마 선생, 꽤나 어려워하셔서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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