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무 : ...하아
역시 3분도 못 버티나.
아사미 : ㅁ, 미, 미안, 아하하하하...
그치만, 그치만...깜짝 놀랐다~!
정말 뭐야, 이것도 운명? 오사무 너 정말 운도 지지리 없다~
오사무 : ...몸에 베었습니다.
아사미 : 아하하하하하, 미안, 미안해? 화났지?
얼굴도 보고 싶지 않지? 짜증나는 신도 있나보다.
정말 몇 번이라도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같은 말을 하며,
웃으며 바닥에 붙을 듯이 고개를 숙이는, 나의 전처.
오사무 : 아냐...뭐, 좋아보이니 다행이네.
아사미 : .........
오사무 : 넌 아주 활기차구나, 아사미.
일은 재밌어?
아사미 : .........
오사무 : ...아사미?
아사미 : (훌쩍)뭐 그렇지, 매일 바쁘지만 아주 충실하게 보내고 있으니.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약간 아련한듯이 코를 훌쩍거렸다.
조금은 진심이 섞였는지도 모르겠다.
아사미 : 오사무는...조금 야윈거 같네?
오사무 : 뭐, 그렇지.
그 이후로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오랜만의 재회는, 분명, 우리들 이외의 사람이 봤다면 이상하게 여길,
그리고 우리들에게 있어선 [분명 재회한다면 이렇게 되겠지]스러운,
어떤 의미로는 예상대로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아사미 : 그래도, 변함없이 멋져.
내가 하는 말이니까 틀림없어...
오사무 : ...고마워.
내가 이런 성격을 가진 이상,
싸움 따위, 일어날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왜냐하면, 2년 전...
[교사가 되고 싶어]라는,
어린 시절부터의 꿈을 다시 좇기 위해,
그녀는 나를 버렸으니까.
미토코 : 뭐, 일단,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려나?
린코 : .........
미토코 : 숨겨서 미안.
하지만, 실은 어제까지 학교에도 숨겼었어.
그래서, 도저히 얘기할 수 없었어.
츠요시 : .........
미토코 : 그러니까, 무례한 부탁이지만,
가능하면 앞으로도, 학교에서 이 얘기는...
마츠루 : 미, 미안,
정말 미안해 토코짱!
미토코 : 에...?
왜 마츠루가 사과해?
마츠루 : 그, 그야그야...ㄴ, 나...
토코짱이 그렇게 힘든 상황에 쳐했는데,
영화나 약속이나 선수치기 같은 내 일에만!
미토코 :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고마워 마츠루.
하지만 말야, 정말로 필요할 때 이외에는 사과하면 안된다고?
안 그러면 한심한 어른이 되니까 말야?
마츠루 : 으, 응, 응...
흐흑...미안, 미안해...
미토코 : 그러니까...
린코 : 그치만 말야, 토코...
역시, 난 기분 나빠.
미토코 : 린코...
린코 : 고자질이라도 할 줄 알았어?
친구라고 생각 안 했어?
나를, 그렇게 믿지 못했어?
미토코 : 으으응(아니), 친구라는 건 믿어.
하지만, 학교에 얘기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조금 했어.
린코 : 토코!
미토코 : 그치만, 나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 걸. 좋게 말해서 찬부(贊否)양론.
진심으로 친구를 위해 학교에 얘기한다는 선택지,
나라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 걸.
린코 : .........
미토코 : 그러니까 말야...도저히 얘기할 수 없었어.
미안해, 린코.
린코 : ...정말로 필요할 때가 아니면 사과하지마.
안 그러면 한심한 어른이 된다고?
미토코 : ...미안
츠요시 : 좋아 결심했어!
나, 프로가 될거야!
마츠루 : 츠요시 군?
츠요시 : 일단 J리그에서 이름을 날리고,
해외 부자 클럽으로 이적해서,
히노사카를 100억짜리 호화 저택에서 살게 해줄테니까 말야!
린코 : ...맨날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 단세포는.
현(행정구역) 대회에도 못 나가는 주제에.
미토코 : 뭐, 기분만은 고맙게 받아들일 테니까.
아무튼 격려해줘서 고마워, 오제키.
츠요시 : 오오오~, 내 마음을 받아주는 거야!?
우아아~ 어떡하지 나. 히노사카의 남친으로 결정된 순간부터
엄청나게 긴장되는데~
미토코 : 그 긴장을 풀어줄 목적으로 정정하겠는데...
츠요시 : 아니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아! 아니 안 들려!
지금부터 내 청각은 너의 사랑의 말 이외에는 반응하지 않을 테니까!
미토코 : 왜 이 녀석이 인기있는지?
우리 학교도 이상해.
마츠루 : 토코짱...역시 미워해도 돼?
린코 : 그야 뭐...이런 게 잔뜩 있어서 그런 거 아냐?
아사미 : 그럼, 히노사카 양의 어머니는...
오사무 : 응...벌써 두 달 가까이, 연락이 없어.
아사미 : 그런...
지금까지의 얘기를 하고는,
우리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지금의 상태로 바꿨다.
즉, 미토코짱의 담임 교사와,
집주인의 상황을 걱정하는 아파트 세입자로.
아사미 : 간담회 얘기만 하면 싫어해서, 조금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는데,
하지만 평소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어...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게 보였는데.
오사무 : 강해...저 아이는.
아사미는, 자신의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는 사람은 아니고,
나는, 아사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에는, 조금 더 준비가 필요했으니까.
아사미 : 교사 실격이네.
제자의 싸인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어.
한심해.
오사무 : 그래서, 어떡할래?
아사미 : 에?
오사무 : 미토코짱의 담임 선생님 입장에선,
저 아이를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알려줬으면 해.
그리고 나도, 단순히 도망치기 위해서
이 화제를 꺼내든 건 아니다.
미토코짱의 담임이 아사미였던 건, 어떤 의미로는 행운이다.
적어도, 제자의 장래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해 줄,
제대로 된 교육자일 거라는 건,
내가 보증하니까.
아사미 : ...어려운 결단을 재촉하네.
오사무 : ...이 일만은.
나한테도 어느정도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미토코짱의 어머니 문제는,
분명 나에겐 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녀가, 혼자서 이 아파트를
지키겠다고 결단한 그 배경에는,
내 존재가 아주 조금은 관련되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아사미 : 설마 히가시하기모리 지역의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확실히, 이 지역의 높은 생활 수준을 생각하면,
보통 거의 일어나지 않을 일이겠지.
아사미 :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우선은 히노사카 양의 친척을 찾아 맡기는 게...
오사무 : 미토코짱은 여기에 있고 싶어해.
아사미 : 하지만, 보호자가 없으면...
(내가 그녀의 보호자가 될게)
(도와줬으면 해) ===
오사무 : 부탁이 있어.
아사미 : ...당신이?
나한테?
오사무 : 내가, 아사미한테.
아사미 : .........
아사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린다.
이제와서 나와 재회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텐데,
아니 나한테 부탁 같은 걸 받으리라고는, 그야말로
뭔가 질나쁜 상자라도 열은 듯한 심정이겠지.
오사무 : 그녀, 조금만 더 상황을 지켜봐줬으면 좋겠어.
아사미 : ...그런 거구나.
부탁받은 건 의외였지만,
부탁 그 자체의 내용은 충분히 상상했던 것 같다.
오사무 :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는 학교의 허가를 받았어.
그 이외의 아르바이트는 지금은 하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안하게 할게.
생활은...우리들 방세로 어떻게든 할게.
말하고선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엄청난 모험인 전제 조건을,
일단은 내 동요를 눈치채지 못 하도록 빠른 말투로 내세운다.
오사무 : 예의라든가, 공부 이외의 교육에 대해선...
더이상 저 아이에게는 필요없잖아?
...나 같은 놈 보다, 훨씬 잘 하고 있어.
그녀에게 부족한 건,
그야말로 [어린애의 어리광] 정도로.
오사무 : 저 아이가 여기를 떠나면, 이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는
더이상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을, 거야.
아사미 : 그건...틀림없겠지.
조금 큰 지진에도 그렇게 될 것 같은데.
오사무 : 하지만 미토코짱은 언젠가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고 싶다고, 그렇게 바라고 있어.
아사미 : .........
오사무 : 그러니까 부탁해.
미토코짱의 마음을, 조금만 더 못본 척 해줄 수 없을까?
...아사미는 저 아이의 담임이잖아?
아사미 : ...담임이기 때문에 더욱,
히노사카 양을 안전하게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데...
오사무 : 그건 내가...
아니, 우리 세입자들이 어떻게든 할 테니까.
사실, 도움을 받고 있는 건 나지만.
아사미 : 아무리 그래도...
이제와서 오사무가 나에게 고개를 숙일 일이 생기리라고는...
나도 이제와서 너한테 고개를 숙이기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미토코 : .........
츠요시 : 슬슬 한 시간 다 됐나...오래 걸리네.
마츠루 : 4호실이라고...
지금 그 두 사람, 무슨 얘길 하고 있을까?
린코 : 고함이나 우는 소리 같은 건 들려오지 않으니,
그다지 나쁜 분위기는 아닌 것 같은데 말야.
미토코 : .........
린코 : 토코?
미토코 : .........
린코 : 야, 토코
미토코 : 에? 아, 미안.
차, 더 마실래?
...과자는 이제 없지만.
린코 : 아니, 난 필요없는데.
츠요시 : 아, 나 더줘.
이 차, 엄청 맛있네.
미토코 : 반년전에 특판할 때 사둔 싸구려 팩인데...
츠요시 : 그렇다는 건, 히노사카가 끓여줬기 때문이라는 거겠지.
역시 넌 좋은 아내가 될 거라고.
내 보증에 확인까지 해 뒀으니까.
미토코 : 자, 여기.
츠요시 : 쑥쓰러워하든가 우는 것까진 바라진 않지만,
적어도 화는...
린코 : 어려운 성격이야.
마츠루 : 다, 다음엔 내가 타줄 테니까!
미토코 : ..........
린코 : 그건 그렇고 두 사람, 오래 걸리네.
마츠루 : 아무래도 신경쓰인다...
그치, 다들 신경쓰이지?
미토코 : 아니 전혀.
마츠루 : 그, 그렇구나.
린코 : (작은 소리로)그럼 사람을 보면서 얘기하라고.
츠요시 : .........
마츠루 : 근데 깜짝 놀랐어.
코우노 선생님이 결혼 뿐만 아니라,
이혼까지 했다니...
린코 : 뭐, 선생들은 그런 얘긴 거의 안하니까 말이지.
PTA(사친회)에 알려진다면, 놀림 거리가 될 테니까.
마츠루 : 다른 선생님은 알고 있었을까?
교무실에서도 인기 많은 것 같았는데.
린코 : 글쎄...
교장이나 교감은 알고 있을 것 같긴 한데.
마츠루 : 그래도 역시 좀 쇼크야.
담임이 코우노 선생님이라는 소릴 들었을 땐 기뻤었는데...
린코 : 선생도 사람인걸.
난 별로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리고 요즘엔 이혼녀는 오히려 멋진 이미지도 있으니.
츠요시 : 선생님은 아무 잘못없어.
그런 건 당연히 남자쪽 잘못이야.
린코 : 헤, 너도 코우노 편이구나?
츠요시 : 아니 그것보다, 남자쪽을 용서할 수 없을 뿐이야.
한번 좋아했던 여자를 헌신짝처럼 버리다니 무슨짓이야 그게.
난 절대로 그런짓 안 할테니까 말야, 히노사카.
린코 : 버리는 게 아니라 버려지는 경우엔 어떡할래?
츠요시 : 난 한번 좋아해준 여자에게 버림받을만한
허울만 좋은 남자가 아니라고~
마츠루 : 누가 먼절까. 헤어지자는 얘길 꺼낸게.
린코 : 결국 그쪽으로 흘러가나...
미토코 : .........
마츠루 : 너무 궁금해~
린코 : 너도 끈질기다.
마츠루 : 저기저기, 혹시 말이야,
오히려 좋은 분위기라든지!
츠요시 : 한번 헤어졌었는데?
린코 : 둘 다 재혼한 것도 아니니.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인가?
마츠루 : 그럴 경우에, 토코짱이 두 사람을 다시 이어준
큐피트가 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