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사무 : .........2시, 인가.
납품서와 발주서를 끝내고,
사과 메일을 2군데까지로 줄인 시점에서,
오랜만에 시계를 본다.
제안 자료는 초안을 끝내놨으니,
남은 건 워드 프로세서로 작성...
그렇다면, 앞으로 2시간 정도려나.
오사무 : 후아아아...
아무래도 공백 탓으로 꽤 피곤해졌다.
...결코 나이 때문이 아닐, 거라고 생각, 하고 싶지만.
하지만 내일은, 재취업하고의 첫 휴일.
조금만 더 힘내면, 마음 편하게 늦잠잘 수 있다...
오사무 : 자 그럼, 송신송신...그럼, 남은 건...
(철컥)
오사무 : 에...?
카야 : ...진짜 아직도 있네
오사무 : 아마기...씨?
어째서!?
(쾅)
방금 확인했던 시계의 바늘이,
실은 페이크였던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앞에, 6시간 전에 집에 갔던 사람이 있다.
(부스럭)
카야 : 먹을거~
오사무 : 아...
책상 위에 놓여진 편의점 봉투.
안에 들어있는 건, 페트병에 담긴 차와,
적당히 먹을만한 음식이 여러 가지.
카야 : 삼각김밥, 샌드위치, 카레빵, 유부초밥...
뭘로 할래?
오사무 : 샌드위치랑 카레빵 먹겠습니다.
카야 : ...역시 밥 싫어하는 구나.
오사무 : 싫다고 할까...뭐, 안됩니다.
주저않고 샌드위치 봉투를 뜯고,
홍차 페트병의 뚜껑을 연다.
겨우 1주일 동안이지만, 이 사람에 대해선
꽤 허물없이 대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뭐, 매일 한나절을 둘이서 보냈고,
원래가 허물없는 느낌으로, 서글서글하게 행동하니.
카야 : ...왜?
오사무 : 잘 먹겠습니다.
카야 : 응...
내가 사양않는 걸, 극히 당연한듯이,
남은 삼각김밥을 벗기고 주저없이 깨문다.
내가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 꽤 귀중한 여성이다.
카야 : 어디까지 했어?
오사무 : 아, 으음...
남은 건 고객한테 보낼 제안 자료 작성 뿐이에요.
그것도 초안은 해놨으니까, 얼마 안 남았어요.
카야 : 제안 자료...라.
라면서 아마기씨는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다랑어 안에 돌이라도 들어갔나?
오사무 : 지금까지 사용해온 카탈로그도 좋았지만요.
하지만, 조금 더 심층적으로 하는 편이...
인기 품목이라든가가 알기 힘드니.
카야 : .........
오사무 : 그건 그렇고, 영업은 역시 힘드네요.
지금까지는 잘 몰랐는데요.
지금까지 해온 일은, 자사의 영업 사람들에게
많은 불평과 불만 같은 걸 듣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이 이쪽으로 돌아서보니,
뭐, 그 사람들의 고충도
조금은 알아주는 편이 좋았으려나, 라고.
하지만 그쪽은 [당신은 책상머리에 앉아 편하겠다]라고,
역시 경리 같은 걸 경멸하는 경향이 있었으니,
결국, 둘 다 똑같다고 하면 똑같지만.
오사무 : 잘 먹었습니다!
자 그럼...
카야 : 이제, 됐어.
오사무 : 에...?
카야 : 신입 씨...라고 부르는 건 이제 실례려나?
오늘은 그만 가자?
오사무 : 아뇨, 저 같은 건 아직 신입이니...
그리고, 이제 다 됐으니까요.
카야 : 지금까지의 계약분의 잔업이라면 그렇다치고,
신규 고객을 위한 일 같은 건 이제 의미없을 거야, 아마도...
오사무 : 에...
신경쓰지 않기로, 약속...
카야 : 날짜가 흘렀으니까, 첫 일주일이 끝났으니까.
...조금, 아파서 볼 수가 없으니까.
오사무 : 아, 아니요...
신경쓰지 말자, 신경쓰지 말자...
카야 : 일단, 사장님한테 들은 것만, 객관적으로.
오사무 : 그러니까...
신경쓰지 말자, 신경쓰지 말자, 신경쓰지 않는다고...
카야 : 실은 말야, 거래하는 메이커 중에, 가장 큰...
오사무 : 스토오오옵~~~!!!
카야 : 어!?
아, 안돼...
목소리가 엄청나게 갈라졌다.
오사무 : ㅈ,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그 다음 말은, 역시 안 듣겠습니다.
아니 그보다 지금은 아직 토요일 26시니까요 근무 체계적으로는!
역시나, 아마기씨도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고 있다.
카야 : 신입 씨...
오사무 : 그러니까 신경쓰지 않습니다.
설령 타사가 없어져도, 사장님이 돌아오지 않아도,
걸려오는 전화가 전부 불평이라도, 괜찮습니다.
생각하면 처음부터 아마기 씨한테는,
꽤 의미 심장한 말을 들어 왔다.
그건 즉, 어쩌다가 한 말이 아니라,
실은, 나에게 [취해야 할 행동]을 알려주는 거였다고 생각한다.
오사무 : ...가능성, 있는 거죠?
카야 : 에...?
그 친절심에서 우러나오는 충고를, 난 단지
[지금 이대로 사회인으로 있고 싶다]라는 자기 멋대로의 바람 때문에,
일부러 모르는 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사무 : 아직, 괜찮다고 할만한...
제가, 적어도 앞으로 몇 달은 월급을 받을 가능성,
아직 있는 거죠?
카야 : .........응
꽤 절망적이지만, 있기는 한 거 같아.
오사무 : 그러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응]이라고 대답하기까지의 시간차가라든가,
그 후에 이어진 말의 내용이라든가,
걸리는 부분이 한 두개가 아닌, 긍정의 대답.
그렇지만 지금은, 거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오사무 : 부탁 드립니다....
조금만 더, 꿈을 꾸게 해주세요.
모두와 함께, 웃고.
근심없이, 웃고.
빚도 적고, 식사는...역시 이탈리안으로.
미토코짱은, 나에 대한 혐오감을 조금 누그러뜨려주고,
의문의 이웃은, 뭔지 잘 모르는 소망을 접어주어서,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지금은 노코멘트로.
그런 날이, 조금 더...
아니, 가능한 한 오래 이어질 꿈을...
카야 : 그럼...
오사무 : 에?
카야 : 도와줄게.
초안, 줘봐.
오사무 : 아, 하지만 이건 이제 작성만 하면...
카야 : 그러니까 더 내 일이지.
분명 신입 씨보다 두배는 빨리 할 걸?
오사무 : 하지만 여성이 이런 시간에...
카야 : 바래다 줄거지?
오사무 : 에...
카야 : 뭐야?
어차피 지금 당장 돌아가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 안해?
오사무 : 아마기 씨...
카야 : 뭐?
오사무 : 죄송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카야 : 응...부탁, 들어줄게.
이 사람과도, 오랫동안 함께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
......
...
(짹짹...)
미토코 : 그래서...뭐야, 이거?
마츠루 : ㄴ, 내가 묻고 싶다고.
린코 : 진중(陣中) 시찰~
츠요시 : 약속했잖아?
히노사카의 요리 먹으러 온다고.
아사미 : 그, 그게...가정 방문으로...
미토코 : .........
아사미 : 아, 아니야 히노사카 양!
나는 혼자서 오려고 했는데,
어찌된게 도중에 얘네들이...
린코 : 진짜 우연~.
이것도 운명의 인도려나.
츠요시 : 야, 그것보다 들어가도 되냐?
난, 방 어지러워도 상관 안하니까.
마츠루 : 드, 드, 들어가?
츠요시 군이? 토코짱네 집에!?
미토코 : 하나. 악의(惡意)를 운명으로 바꾸지마.
둘. 들어가긴 누가 들어가.
셋. 누가 들여보내 준대.
아사미 : 저, 정말로 미안해...
네 사정을 생각한다면,
다른 아이들은 돌려 보냈어야 했는데.
미토코 : 선생님...
아사미 : ...그래, 역시 다른 날에 오는 게 좋겠다.
자, 애들아, 오늘은...
미토코 : 됐어, 뭐...
다들, 들어와.
...어차피 숨길 것도 없으니까.
아사미 : 히노사카 양...
린코 : 토코, 미안!
하지만, 실은 이렇게 되기 전에,
한 마디라도 상의해줬으면 했다는 게 진심.
츠요시 : 좋아~~, 정식으로 부모님께 인사를!
실례하겠습니다~!
마츠루 : ㅇ, 역시 들어가는구나 츠요시 군...
안 들어가겠다고 방금 약속했으면서.
미토코 : ...하아
아사미 : 아, 그래서 히노사카 양, 이거...
집안 분들께.
미토코 : .........파스타?
아사미 : [카베노 싯쿠이]의 건면 미트 소스 통조림.
마침 역앞의 세이케이이마이에서 발견해서...
미토코 : .........
아사미 : 으, 으음...히노사카, 양?
미토코 : ...아무것도 아네요.
일단은 4호실 안내하죠.
......요시무네씨의, 방.
아사미 : 에...요시무라가 아니라?
미토코 : 아~...
그런 성이었나.
??? : 여보, 여보...
오사무 : .........음
??? : 저기 여보, 일어나.
정말, 잠꾸러기라니까.
아무리 일요일라고 해도, 눈 버린다?
오사무 : 으, 으음...
??? : 자~, 빨리 눈 떠.
정말, 빨-리-일-어-나~
오사무 : 아...안녕
??? : 정말, 변함없이 태평하네.
자아,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 있지?
...나의 사랑하는 서방님의 의무.
오사무 : 응...이리 와, 아사...
오사무 : 헉!
(벌떡)
오사무 : 아...
꿈을 꾼 듯하다.
이제는 꽤 옅어졌지만, 흐릿하니, 사람의 모습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하지만, 그 모습은 너무나 희미해서,
난 그때, 누구와 만나, 어떤 얘기를 했는지 따윈,
이제 와서는 알 리가 없어.
단지, 무슨 이유에선지 눈가에 맺힌 물방울이,
혹시 뭔가 슬픈 기억이었는가하는,
그런 힌트만이 남아서.
오사무 : 으으...몇 시지?
미토코 : 10시 25분.
오사무 : 우아, 너무 오래...아, 일요일이지.
오늘은 일찍 안 일어나도 되지.
어제까지의, 6일 동안 연속 가동.
그것도, 첫 출근일부터의 톱기어 전력 질주는,
내게서 기력과 체력을 전부 빼앗아갔다.
미토코 : 그건 좀 곤란해.
손님 와 있으니까.
물론, 일 때문만은 아니라,
특히 어제의, 그 충격적인 일이...
오사무 : 잘자...
다음에 깨어났을 때는,
가능하다면 웃음 가득한 얼굴이었다는 걸 알아챌 정도로,
뺨이 뻐근했으면 좋겠다...
.........
오사무 : ...에?
오사무 : .........에?
.........
아사미 : .........
오사무 : .........
아사미 : .........
오사무 : .........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가 아니라 시작도 안된다...
아사미 : .........
오사무 : .........
하지만 그건, 우리 사이에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어떤 의미로는 당연한 일로.
아사미 : 오랜만이네...
오사무 : 응...
아사미 : 그, 잘 지냈어?
오사무 : 으, 응, 뭐...
아사미 : .........
오사무 : .........
그녀...이제는 더이상 요시무라라는 성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아까부터 나를 슬쩍슬쩍 살피고 있다.
하지만 분명,
슬슬 한계가...
아사미 : .........
오사무 : .........
아사미 : .........푸
오사무 : .........
아사미 : 아하, 아하하...아하하하하!
ㅁ, 뭐야 오사무,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정말, 이런 일이 다 있네~!?